31권 17화
음반 발매는 아이돌 활동을 시작 하며 가장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수 익이 었다.
mp3 같은 디지털 음원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었고, 테이프와 CD의 판매량은 날로 떨어지는 중 이지만, 아이돌 판에서만큼은 음반 시장이 굳건했다.
특히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에는 음반 구입과 사인회를 연동시 키기도 했고, CD도 여러 가지 버 전으로 내면서, 생사진 혹은 포토 카드를 여러 종류로 발매하는 세련된 상술을 선보이면서 음반 판매에 신기원을 써 내려가는 중이었다.
상술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긴 했 지만, 팬들은 오히려 살 만한 굿즈 가 많아졌다고 더 좋아했다.
이러한 음반 판매의 수익으로 활 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5 : 5로 정했다.
그렇다고 해도 전보다는 나았다.
LSM 시절에는 HxT의 경우만 봐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때 CD 한 장이 팔렸을 때 HxT 멤버들 1인에게 돌아가는 정산금은 30원 정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확실히 아니라고 할 수 있다.
CD 앨범 한 장의 가격은 12,000 원이었고, 생산과 유통 등등의 비용 을 모두 빼고 나면 나오는 순수익은 6천 원이다.
이걸 5 : 5로 회사와 멤버들이 나 누면 아이돌 멤버들의 몫은 3천 원 이고, 이걸 다시 5인분으로 나누면 나오는 600원이 1인당 정산금이었 다.
30원과 600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다.
만약 이들의 데뷔 앨범이 회귀 전과 같이 30만 장 정도가 팔린다 면, 1인당 1억 8천만 원의 정산금 이 나온다.
CD 앨범 하나만으로 이 정도이 니 다른 수익 활동까지 다 포함한 다면 1집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계 약금 이상의 수익을 달성해 정산금 을 받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인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유윤호는 바로 사인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LSM 때부터 연 습생 생활을 했던 유윤호는 이 계 약서가 얼마나 호의적인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HxT 멤버들과도 꽤나 두터운 친 분이 있었고, 조언도 많이 들었다.
시디 한 장 팔아 30원 받았다는 것도 그때 들었던 이야기였다.
"아, 패널티 조항도 확인하세요."
그렇다고 유재원이 마음씨 좋은 산타클로스라서 무조건 멤버들에게 퍼 주는 계약만 제시한 건 아니었 다.
드림 엔터테인먼트로 큰돈 벌겠 다는 마음은 없었다.
유재원이 드림 엔터테인먼트에 바라는 것은 근시안적인 수익이 아 닌, 문화의 힘을 키우는 데 훨씬 집중되어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한류에서 ID 그룹 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만으로 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성실한 아이돌 활동을 위한 몇 가지 강제 조항이 있었다.
"아, 이거요?"
유윤호가 패널티 조항을 딱 집었 다.
여러 항목들이 있지만, 요약하면 이런 거다. 연애까지는 0K,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 가차 없 다.
마약, ?음주운전, 탈세 등등 위법 행위를 하면 회사는 아이돌 멤버를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을 확실히 명 시하고 있었다.
"해당 사유가 발각되면 즉시 탈 퇴 처리됩니다. 그리고 위약금이 발동되죠. 위약금은 계약금의 10배 입니다."
계약금이 7억 원이니 위약금은 70억 원이란 소리다.
HxT처럼 제대로 뜨면 70억 정 도는 충분히 개인이 감당할 수 있 는 재산을 쌓게 되겠지만, 아직 연 습생 신분인 이들에겐 상당한 부담 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유윤호는 패널티 조항을 읽 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른 생활 사나이인 유윤호에겐 기본적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 인데, 굳이 계약서에까지 명시해야 하나 싶었다.
"확인했습니다."
"네, 그러면 마지막으로 혹시 바 라는 게 있나요? 상식적인 선에서 얼마든지 들어드리죠. 아니면 이건 너무 노예 계약 같은 조항이니 좀 풀어 달라 하는 게 있으면 말해 보 세요. 사인 전이니 얼마든 협의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유재원은 부족한 게 있나 꼼꼼히 챙겼다.
노예 계약이란 말에 오히려 유윤 호와 그의 부모들이 기겁했다.
현재 아이돌 판에서 이 정도의 계약서를 제시할 기획사는 드림 엔 터테인먼트 하나뿐임을 잘 알고 있 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윤호와 부모들은 무 척이나 기쁜 마음으로 사인을 했다. 이어서 유재원도 사인을 했고 서로 의 계약서를 나눠 가졌다.
계약금도 즉각 입금하면서 계약 이 확정되었다.
유윤호 이후에도 4차례 더 비슷 한 계약을 진행했고, 그렇게 연습 생 A팀은 전원 모두 아이돌 계약 을 순조롭게 마쳤다.
1시간 후.
다섯 멤버가 다시 모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습생 A팀 이었지만, 정식 아이돌 계약을 마 친 지금은 모두 어엿한 아이돌 멤버들이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연습생이 아닌, 아이돌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여러분들이 속할 팀의 이름과 세계 관 그리고 첫 번째 앨범에 대한 설 명을 시작하도록 하죠."
모두의 시선이 유재원에게로 모 였다.
"자, 준비된 비디오를 보시죠."
유재원은 직접 그룹의 이름을 말 하기보다는 미리 준비된 영상을 띄 웠다.
유윤호를 비롯한 다섯 멤버들은 기대감이 넘치는 눈빛으로 프로젝 터 화면에 집중했다.
곧이어 검게 물든 화면에 웅장한 음악과 함께 파랑, 하양, 빨강, 검 정, 금색 다섯 빛깔의 빛이 한곳에 모였다.
빛들은 서로 뭉쳤다가 흩어지길 반복하면서 온갖 소리들을 냈는데, 처음에는 불협화음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화음이 되었다.
그에 맞춰 다섯 가지의 독특한 색은 검은색의 공간을 아름답게 채 웠고, 신비로운 세계가 열리며 여 러 가지 문구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혼란한 세상.
-평화와 화합을 위해!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
아직까지도 멤버들은 모르는 눈 치였다. 대신 뒷줄에 있던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부모님들 중에는 파랑, 하양, 빨강, 검정, 금색이 사 방신과 황룡을 의미한다는 걸 눈치 챈 분들이 있었다.
곧이어 한글로 되었던 문장이 한 자로 바뀌었다.
-東方神起
통, 팡, 시엔, 치라는 중국식 발 음, 토오신키라는 일본식 발음, 동 방신기라는 한국의 발음이 연달아 쏟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소리들의 앞글자 를 따서 'TVXQ'라는 네 개의 알 파벳이 화면에 떴다.
"TVXQ! 아카펠라 그룹으로서 아이돌계의 새로운 파란을 일으킬 이름입니다."
설마 하던 이들은 유재원의 입에 서 TVXQ라는 말이 나오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윤호를 비롯해 멤버 본인들, 가족들도 앞으로 활동하게 될 그룹 의 이름에 대해 여러 가지를 떠올 리며 후보군을 추려 놓고 있었지만, TVXQ 라는 건 상상도 못 해 본 이 름이었으니 말이다.
다들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하는 가운데 리더 유윤호는 그나마 뭘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펠라 그룹!
안타깝게도 아카펠라 그룹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유윤호마저도 눈 빛이 크게 흔들거렸다.
그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며 많은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아카펠라라는 건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던 탓이다.
더욱이 아이돌 그룹에 아카펠라 라니!
유재원은 엄청난 동요를 보이는 멤버들의 모습을 확인했지만, 그러 거나 말거나 본인 페이스대로 콘셉트 발표를 이어 나갔다.
멤버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될 줄 은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것이 과 거에도 성공했다는 걸 잘 알고 있 었기 때문이다.
대신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마 약에 손을 댄 녀석을 드롭시키고, 그 자리에 실력과 프로 의식이 충 분히 검증된 희철이란 연습생을 대 신 넣은 것, 데뷔 일정을 1년 앞당 긴 것이 수정의 전부였다.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LSM 은 새로운 아이돌을 런칭시킬 여력이 없어서 데뷔가 늦어졌지만, 드림 엔터테인먼트는 충분한 역량이 있었 기에 1년 앞당기더라도 무리랄 게 없었다.
"그러면 예명도 지금 정해 드리 죠. 리더가 유윤호 군이라는 건 이 미 정해졌죠? 유윤호 군부터 호명 할 테니, 잘 들으세요."
유재원의 물음에 '예'라는 합창으 로 대답이 돌아왔다.
연습생 A팀은 연습생 중에서도 가장 능력이 출중한 이들만 뭉쳐 놓았던 데뷔조였다.
현재 멤버로 고정이 된 건 1년이 나 되었기에 그사이에 리더가 자연 스럽게 유윤호로 정해졌다.
"유윤호 군의 예명은 유노유노입 니다."
그런 유윤호에게 유재원은 장난 기 쫙 뺀 목소리로 예명을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단했던 유윤 호의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최강창천, 영웅재훈, 믹키희철, 시아준석이란 네 글자 예명이 계속 열거되었을 때는 다들 어쩔 줄을 몰라 했다.
HxT만 해도 본명이 연예인 같지 않았던 안칠헌만 강타로 바꾸었을 뿐이었다.
제2의 HxT를 꿈꾸며 드림 엔터 테인먼트에 들어왔던 유윤호였다.
당연히 활동에 쓸 예명에 HxT 정도의 변화만 있을 줄 알았는데, 유치찬란한 네 글자 예명이라니!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는 너무도 좋았는데, TVXQ부터 유노유노까 지 충격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사무실 한구석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한상수 대표역시 멤버들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동방 의 신이 일어나 아이돌 판을 휩쓸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유재원뿐이었다.
#398. 글로벌 스탠더드
We are the futurej#!
우리가 미래라는 선언과 함께 신 나는 비트의 댄스가 연습실에 깔리 기 시작했다.
유윤호의 구식 티파니폰에서 나 는 소리였다.
출시된 지 4년은 된 티파니폰이 지만, 유윤호는 아직 휴대폰을 바 꿀 마음이 없었다.
통화는 물론 인터넷 서핑이나 음 악 감상용으로 충분히 쓸 만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작은 운동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습실을 HxT의 노래 로 쩌렁쩌렁 울리게 하는 것도 티 파니폰의 벨소리였다.
"유노유노 리더님, 핸드폰에 전 화 온 같은데?"
본인의 휴대폰에 전화가 온 것도 모르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는 유윤호에게 장난기 가득한 목 소리로 말을 거는 이는 최희철이었다.
유노유노란 소리에 유윤호는 움 찔하며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본인 의 휴대폰을 받으러 가기 위해 일 어섰다.
"믹키희철 씨, 좀 조용히 말해 주면 안 될까? 우리 리더님 데뷔 무대 때문에 고민 중이시잖아."
"큭, 아 깜박했네. 역시 최강창천 씨가 시야가 넓어."
최희철의 말을 받은 건 최창창천 이란 예명을 받은 최창민이란 멤버 였다.
둘 다 넋이 나가 있던 유윤호를 놀리는 데 여념이 없을 만큼 죽이 잘 맞았다.
"여보세요?"
-윤호야! 나야!
"아, 희준이 형?"
-야! 아이돌 계약했다며! 축하한 다 인마! 그렇게 데뷔할 거라고 노 래를 부르며 다니더니, 진짜 후배 님이 되었네.
"고마워요."
유윤호는 희준의 말에 찐한 감동을 받았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던 상황 에서 우상이었던 선배에게 축하를 받으니 이제 좀 뭔가 큰 산을 넘은 것 같았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