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57화 (657/1,007)

31권 16화

ID 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 는 것이 바로 계약이었다. 모든 계 열사를 통틀어 계약서 작성은 그야 말로 단 한 점의 의문도 없이 진행 하도록 정해 놓았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계 약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정 거래 위원회가 만든 연예계 표준 계약서가 보급된 지도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연예 기획사 가 연예인과의 계약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갑의 힘으 로 눌러서 부당 계약을 한다던가, 이면 계약을 하는 일 때문이다.

드림 엔터테인먼트는 한 점의 의 혹이 생겨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부 모님은 물론 변호사까지 대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이돌 계약이라는 말에 제일 나 이가 많은 윤호까지도 환호성을 크 게 터트렸다.

고단한 연습생 생활을 하며 가장 바라던 일이 바로 아이돌 계약이었 는데, 그 순간이 코앞까지 왔으니 말이다.

더욱이 한상수 대표와 하는 것도 아니고, 유재원 회장과 직접 하는 거라 하니 기대감은 한없이 커졌다.

"얼른 가요!"

비단 윤호뿐만이 아니라 흥분한 아이들이 다들 난리였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뭉쳐 밖으로 나가 버렸다.

매니저는 헛웃음을 짓고는 뒤따 라나섰다.

그날 오후.

유재원이 통일국민당의 스케줄을 마치고 드림 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도착한 때는 오후 3시를 넘긴 시간 이었다.

꺄악!

유재원이 드림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들은 건 하 이 톤의 비명소리였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현재 위상 을 보여주는 듯 쌀쌀한 바람이 부 는 초겨울의 날씨임에도 사옥 앞에 는 여고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서 더 심해지는 게 사생팬인 데, 연예인들의 사생활까지도 알고 싶어서 끈질기게 따라붙기도 하고, 최악에는 집안까지 침입하기도 했 다. 다행히 사생팬들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태였는데, 이는 드 림 엔터테인먼트의 단호한 대응 덕 이었다.

사생이라 확인되면 정식 팬클럽 활동을 정지시키고, 모든 행사에 블랙리스트로 올려 접근 자체를 차 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고소와 손해 배상 소송도 이어진다.

또한, 팬덤 차원에서도 사생질은 엄격히 금지되는데, 온오프라인 융 합과 함께 차원이 다른 팬클럽 서 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드림 엔터테 인먼트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치 명적이었기에 다들 자중하는 분위 기가 되었다.

극성팬들은 그나마 회사 앞에 모 여서 아이돌들이 출퇴근하는 걸 지 켜보는 정도에서 맞춰지고 있었다.

"어? 여고생들이 접근합니다. 막 겠습니다."

그런 극성팬들이 유재원이 탄 자동차에 접근했다. 경호 차를 포함 해 여러 대가 한 번에 움직인 탓에 아이돌로 착각한 것이다.

유독 오늘 할 일이 많은 경호팀 이지만, 다들 군소리 없이 척척 움 직이며 스크린을 짰다. 그 모습이 극성팬들의 호기심을 끈 모양인지 가까이 다가오는 여고생들이 자꾸 늘어났다.

그때, 유재원이 차에서 내렸다.

"유재원 님이다!"

"우와아!"

"회장님! 팬이에요! 사인 좀 해 주세요!"

분명 드림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HxT나 에픽스 같은 남자 아이돌 팬들이 분명한데, 본인 보고 팬이 라니?

유재원은 본인의 모습이 드러나면 실망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을 예상했는데, 더 열광적으로 환호하 는 여고생들의 반응에 유재원은 어 리둥절해졌다.

10대 중후반 시절 유재원은 TV 에도 종종 나오면서 하이틴 스타같은 인기를 누릴 때도 있었다. 하 지만 지금은 결혼도 했고, TV에도 잘 나오지 않으니 인기라는 거품이 많이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공항에서나 여기 드 림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보니 그 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네, 질서만 지켜 주면 사인해 드리죠."

유재원은 안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 여고생들에게 사인을 시작했 다. 이에 맞춰 김대석은 종이가 없 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에게 깨끗한 A4 용지를 나눠 줬다.

"누구 팬이에요? HxT? 이분은? 오, S.O.S라고요? 헉! 에픽스에 보 보 팬도 있네요."

회사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이들 은 역시 HxT 팬들이 제일 많았다. 게다가 여고생인데 여자 아이돌 그 룹인 S.O.S나 솔로 여가수인 보보 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었다. 숫자는 적어도 소수 정예였던 모양 이다.

"추운데 고생이네요. 김 비서! 이 분들께 굿즈라도 좀 내드려요."

기분이 좋아진 유재원은 인심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러면서 지갑 을 꺼내 검은색 카드를 김대석에게 전해 주기까지 했다.

김대석도 공적인 업무나 활동비 등을 결제할 때 사용하는 법인 카 드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 엔 사비로 처리하는 게 더 적합했 던 탓이다.

"우와! 카리스마 쩔어!"

유재원에겐 별일도 아니었는데 주변에 모인 열성팬들에겐 특별한 모습이었는지 반응이 뜨거웠다.

잠시 후 김대석은 드림 엔터테인 먼트의 직원들과 HxT부터 보보까 지 다양한 굿즈를 가져와 풀기 시 작했다. 그에 맞춰 열성팬들의 시 선은 굿즈로 쏠렸고 유재원은 안전 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김대석과 함께 나온 이들 중에는 한상수 대표도 있었다.

한상수 대표는 유재원이 사옥 앞 에 진을 치고 있던 열성팬들에게 휩쓸렸다는 소리에 기겁하며 뛰쳐 나온 것인데, 수년 경력의 매니저 도 힘들어하는 열성팬들을 너무나잘 다루는 유재원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회장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열성팬들이 굿즈에 눈이 팔린 틈 을 타 한상수 대표는 유재원과 김 대석을 이끌고 드림 엔터테인먼트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준비된 엘리베이터를 타 고 대회의실로 움직였고, 거기서 유재원은 이번에 데뷔할 다섯 명의 빛나는 아이돌들을 볼 수 있었다.

"둘 셋! 유재원 회장님, 안녕하십 니까! 연습생 A팀입니다!"

유재원이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연습 생들이 단체로 인사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중 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인성이었다. 인성은 곧 모든 긍정적 요소와 결 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던 탓 이다.

그러한 인성은 인사성으로 드러 난다고 해서 인사도 열심히 하다 보니 습관화가 되었는데, 유재원이 들어서자마자 인사가 나온 것도 자 연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단체 인사는 드림 엔터테인 먼트 특유의 퍼포먼스처럼 굳어지 고 있었다.

연습생이라서 특별한 문구는 없 지만, 앞으로 데뷔하고 그룹이 결 성되면 그 그룹의 속성이나 특성에 맞는 별도의 문구도 만들어질 것이 다.

참고로 연습생 A팀이라는 건 드 림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조라는 뜻 이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에는 남녀 통 틀어 100여 명에 이르는 연습생 팜이 있다. 회사는 매달 중간 평가를 해서 연습생 순위를 세웠고, 이 중 에 당장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실 력을 보인 이들에게 A팀이란 타이 틀을 부여하고 있다.

A팀이란 타이틀을 달아도 중간 평가를 통해 교체될 수도 있기에 안심할 수는 없지만, 연습생들 사 이에서는 이미 선망의 대상으로 통 했다.

"안녕하세요! 유재원입니다."

유재원 역시 연습생들을 향해 꾸 뻑 인사했다. 그리고서 한 명씩 악수도 시작했다.

리더 유윤호를 시작으로 최창민, 최희철, 영재중, 심준수.

이렇게 다섯 명이 오늘 하나의 그룹이 되어 데뷔하게 될 이들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아이돌 계약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들 다섯이 결성할 그룹의 이름이라든가, 그룹의 아이덴티티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능력이 부 족해서 공란으로 된 건 아니었다.

유재원의 인수 이후, 드림 엔터 테인먼트는 기존 기획사들과 차원 이 다른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특히 AR팀의 존재와 질적으로 다 른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타 기획사 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능력이었다.

데뷔 그룹에는 콘셉트부터 타이 틀곡과 수록곡, 패션과 안무까지 모두를 통합해 관리하는 전담팀이 붙었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표절 논 란으로 인한 자숙 후 다시 활동을 시작한 HxT를 통해 그 인식은 완 벽히 허물어졌다.

과거의 앨범과 이후의 앨범은 질 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으 니 말이다.

이러한 AR팀의 규모는 팀의 인 기에 비례하는데, HxT의 경우엔 20명도 넘는다. 반면 연습생 A팀에 는 안무가와 보컬 선생님, 피트니 스 트레이너 이렇게 3명밖에 없다.

HxT에 비해 지원이 너무 약하다 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습생 A팀은 드림 엔터 테인먼트의 최신 데뷔조인 만큼 방 관하는 건 절대 아니다.

연습생 A팀의 그룹명부터 콘셉트, 데뷔곡 모두 유재원이 하겠다고 했 기에 데뷔일이 코앞인데도 AR팀이 확장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연습생 A팀 멤버들과 악수를 나 눈 유재원은 이번엔 어른들과 인사 를 시작했다. 바로 연습생 A팀 멤 버들의 부모님들이었다.

리더 유윤호부터 미성년자였기에 법적인 계약을 체결하려면 부모님 을 대동해야 했다. 연습생들의 부 모님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던 모양인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러면 우리 리더 유윤호 군부 터 시작할까요? 부모님 이쪽으로."

유재원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계약서를 한꺼번에 나눠 준 다음 도장을 찍으라는 것이 아닌, 멤버 별로 따로 마련된 공간으로 불러 개별적인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편히 앉으세요."

조심스럽게 사장실로 들어선 유 윤호와 부모님께 유재원은 자리를 권했다.

"예, 회장님!"

짧게 대답하는 유윤호의 목소리 는 힘과 열정이 넘쳤다. 정기적으 로 받은 보고서에 기술된 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회귀 전 유재원은 연예계에 그다 지 많은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유 윤호 정도는 알고 있을 만큼 네임 드로 성장한다. 더욱이 온갖 이슈들이 판을 치는 연예계인데도 스캔 들 따위에는 단 한 번도 연관이 된 적 없을 만큼 성실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바람직 한 모습이었기에 유윤호를 바라보 는 유재원의 시선도 매우 호의적이 었다.

"자 한 번 보시고 의문이 있으시 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유윤호와 그의 부모님이 자리에 앉자 유재원은 준비된 계약서를 내 밀었다.

"중요한 대목을 먼저 짚어 드리자면, 계약 기간은 7년, 계약금은 7 억 원입니다."

"헉! 7억 원이나요!"

유윤호와 부모님들은 7억이란 숫 자에 깜짝 놀랐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기에, 억 단위 자금을 만져 본 기억도 무척 이나 드물었던 탓이다.

그런데 계약금으로 7억이라니!

"1년당 1억으로 쳤습니다. 물론 이건 시작이지요. 제대로 활동을 시 작하면 세상이 깜짝 놀랄 테니까요."

유재원은 7억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실제 이들이 데뷔를 하고 나면 아이돌 판도는 완전히 뒤집힌다. HxT를 능가하는 성적들이 쏟아졌 고, 심지어 해외에서도 반응이 온 다. 가까운 일본부터 시작해 동남 아시아, 중국까지. 이른바 한류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해외에서 반응이 오는데, 7억 정 도 수익이 나는 건 아무것도 아니 었다.

"다음으로 짚어야 할 건 정산 비율이죠. 공연과 굿즈, CF 등등 대 부분은 7 : 3인데, 음반만 5 : 5입니 다."

유재원은 계약서에서 중요한 요 소를 조목조목 짚어 주었다.

유윤호의 부모님이 먼저 보고 있 는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7년, 계 약금 7억 원이 공통으로 적시되어 있었다.

또한 음원, 공연, 굿즈 등등 다양 한 수익 활동에 따른 정산 비율도 7 : 3으로 미리 정해 놓은 상태다.

당연하게도 여기서 7은 아이돌

멤버들이 받는 비율을 의미했다.

다만 연습생 A팀은 5인조이니 7 의 몫으로 할당된 수익을 다시 5등 분해야만 개인이 가져갈 진짜 수익 이 나온다.

특이점은 딱 하나 음반만 5 : 5이 었을 뿐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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