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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656화 (656/1,007)

31권 15화

"다 좋은데요. 국민 경선만 좀 더 손보면 완벽해질 거예요. 국민 경선을 한다면서 전당 대회장까지 와야 투표할 수 있다고 하면, 일반 인 누가 와서 투표하겠어요?"

그런 유재원이 경선 룰에 대해 딴지를 걸었다.

동시에 이인제의 얼굴엔 주름이 피어올랐고, 이제껏 무표정 혹은 짜증이 살짝 피어올랐던 전재준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통일국민당에 조직이 뿌리 내린 이인제 대표와 밖에서만 구르다 대통령 선거철에 맞춰 당으로 복귀한 전재준의 입장 차이가 여기서 확실 히 갈리기 때문이다.

이인제 대표는 조직이 있기에 버 스로 당원들을 모셔 올 수 있었다. 전재준이라고 자본력이 있으니 못 할 건 없지만, 패널티가 있었다.

"게다가 계층 간 반영 비율도 이 상하고요. 이번 선거가 당대표 선 거였다면 당원들 비중이 높은 게 이해는 됐을 거예요."

바로 일반인보다 당원들의 표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복잡한 말로 가려 놓았지만, 산 술적으로 따지면 당원 투표는 대략 20% 정도의 가산이 붙는다.

명색이 대선 후보 경선인데 당원 들 사이에서 인기투표를 하자는 것 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 르겠다.

그만큼 이인제 대표의 대권에 대 한 욕심이 크다는 이야기겠지만, 본인이 대통령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우리 통일국민당 당원 숫자가 2 천만 정도 된다고 하면 이렇게 해도 돼요. 그런데 아니잖아요. 대선 후보 적합도를 뽑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의 지지율 아니겠 어요?"

"맞습니다!"

전재준이 목소리를 높였고, 유재 원은 그런 전재준을 흘겨봤다.

애초에 유재원은 전재준이 좋아 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었다.

원칙!

총선이니 대선이니, 큰 선거를 치를 때마다 경선 조건이 엿가락처럼 바뀌는 건 더는 사양이다. 이번 에 확실한 기준을 세워서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 나가도록 하는 게 유 재원의 목표였다.

"그, 그러면 유 회장님의 생각은 뭡니까?"

이인제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란 좋은 수 단이 있는데 왜 안 쓰세요?"

"유 회장님, 우리라고 인터넷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인터 넷이라고 사람들 동원하지 못하는것도 아니고, 인증 문제도 있고, 인 터넷 주 사용자층이 30대 이하로 편향된 것도 있어서……

이인제 대표는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재원 에겐 턱도 없는 소리였다. 세계 최 고의 인터넷 전문가가 앞에 있는데, 징징거리는 소리라니.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해 드리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여 론 조사는 앞으로 대중화될 도구였 다.

비단 선거에서만 쓰는 게 아니

라, 인터넷 서비스와 방송 제작 등 활용 방안도 무궁무진했다. 유재원 은 NBC 인수와 함께 어느 정도 완성된 청사진을 먼저 보여줬다.

바로 프로듀스 아메리칸 아이돌 이란 프로그램 기획으로 말이다.

다만 미국에서 곧바로 프로듀스 아메리칸 아이돌을 시작하는 건 아 니고, 한국에서 먼저 돌려본 다음 미국에서 실행할 계획을 하고 있었 다.

어쨌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 용한 정밀한 투표 시스템을 만드는건 기정사실이었고, 이를 통일국민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사용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일이었다.

유재원의 뜻이 밝혀지자 통일국 민당 의원들 역시 바로 찬성했다. 이인제 대표와 그를 따르는 소수 의원이 반발했지만, 말 그대로 소 수였다.

덕분에 신이 난 건 전재준 후보 였다. 유재원의 결정이 그에겐 마 치 자신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유재원은 그 모습에 혀를 찼다.

사실 유재원에겐 이인제나 전재 준 두 사람 모두에게 거는 기대가 없었다.

회귀한 이후에도 중요한 사건들 은 꼭 일어난다. 대통령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전명헌 때처럼 유재원 이 진심을 다해 바꾸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바뀌긴 하겠지만, 전재준이 나 이인제를 위해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차기 대통령은 원래의 역 사대로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일 게 99.99%다. 그것도 모르고 김칫국시원하게 마시는 모습이 유재원에 겐 영 아니었다.

이후 유재원은 의원들과 함께 차 를 마시면서 정견을 나누었고, 사 진에 실컷 찍혀 준 다음 통일국민 당을 나섰다.

정치인들 상대하느라 진이 다 빠 졌지만, 스케줄이 끝난 건 아니었 다. 그나마 다음 목적지는 통일국 민당보다 나은 곳이라 다행이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 본사였다.

정확한 용무는 오는 12월에 데뷔 할 이들과 정식 아이돌 계약을 맺기 위함이었다.

비슷한 시각.

서울특별시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한쪽 건물이 떠들썩해졌다. 이삿짐 을 내리는 커다란 트럭과 사다리차 를 통해 고급스러운 빌라의 최상층 으로 포장된 짐을 옮기는 중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번에 이사를 하는 이들은 일반적인 가족이 아닌 듯했다는 점이다.

"대체 누가 이사를 오는 거야?"

한편에서는 이들의 이삿짐이 옮 겨지는 걸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 다. 이들 역시 새로운 이웃이 어떤 이들인지 도통 짐작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한남동 유 엔빌리지는 원래 서울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의 가족들이 머무는 장소 였다. 그렇기에 유엔빌리지의 출입 은 엄격히 통제되어 있었고, 새롭게 입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 왜 있잖습니까. HT인가 하 는 아이돌 말입니다."

그러다가 시큐리티 복장을 한 누 군가 하나가 어느 정도 사연을 알 고 있던 모양인지 아는 체를 했다.

"HT? HxT? 드림 엔터테인먼트 말이야?"

"예! HxT! 그 소속사에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더 생기나 봅니다. 오늘 숙소를 옮긴다는군요."

"오! 아이돌 그룹인가? 기왕이면 여자 아이돌이면 좋겠네!"

시큐리티와 함께 이삿짐이 날라 지는 걸 구경하던 이는 불평이 없 었다. 오히려 여자 아이돌이길 바 라는 듯한 모습이니, 어쩌면 말로 만 듣던 삼촌 팬이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일은 여자 아이돌이 아 니었다는 점이다.

빌라 최상층에서 사다리차로 이 삿짐을 받는 이들은, 드림 엔터테 인먼트에서 부른 포장 회사의 사람 들이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짐을 정리하 고 있던 이들도 있으니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이었다.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으로 다들 훤칠한 키에 차원이 다른 외 모를 가진 소유자였다.

무거운 짐을 나르면서도 다들 얼 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윤호 형, 우리 진짜 데뷔하는 거 맞지?"

그들 중에 제일 어린 막내 준수 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 인마!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숙소라고!"

그런 준수에게 윤호라는 듬직해 보이는 청년이 당차게 대답했다. 물론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윤호 라는 청년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 통보를 받 은 건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 던 탓이다. 팀의 막내인 준수에게 당차게 답했지만, 본인 역시 아직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습생 숙소에서 탈출해이렇게 번듯한 빌라에 전용 숙소가 마련되고, 오늘 이사까지 하는 걸 보면 회사에서는 데뷔를 위한 단계 를 착착 밟고 있는 게 확실했다.

"우리 드림 엔터테인먼트라고! 설마 회사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 지?"

현 소속사인 드림 엔터테인먼트 는 뭐든 믿음을 주는 듬직한 회사 였다.

과거 LSM 소속의 연습생으로 있을 땐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 었다. 연습생이라고 미래가 보장된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수입이 없 어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고, LSM 에서 시키는 것도 많았다. 언제 데 뷔할지 기약도 없었다.

그러다가 불의의 사고가 크게 터 졌고, 그 일 덕분에 회사가 드림 엔터테인먼트로 바뀌면서 이들의 처지도 확실히 변했다.

연습생이란 신분은 변함이 없었 지만, 연습생들을 위한 트레이닝 팀도 생겨났고, 전문 강사들도 배 정되었다. 한 달 단위, 분기 단위, 연 단위의 체계적인 트레이닝 코스가 만들어졌고, 공평한 평가도 이 루어졌다.

연습생들 사이로 경쟁은 더 치열 해졌지만, 무얼 어떻게 해야 한다 는 걸 알고 있으니 과거와 같은 막 막함은 없었다.

무엇보다 과거와 가장 큰 차이는 연습생 수당이 나왔다는 점이다.

LSM 시절에는 사장님이 기분 좋을 때나 얼마간의 용돈을 받긴 했다. 그러나 용돈은 비정기적이었 고, 액수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반 면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는 120만 원이라는 액수의 돈이 나왔다.

월급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중 에 정식 계약한 후 갚아야 하는 돈 도 아니다.

바로 품위 유지비라는 명목으로 나오는 돈이었는데, 연습생의 등급 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윤호가 받 는 120만 원은 최상급 티어를 찍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는데, 시 작은 50만 원이었다.

비록 8명이서 한 방에 지내는 도 미토리 형식이긴 해도 연습생 숙소 가 있고, 회사 식당에서 하루 세끼가 꼬박꼬박 나오기 때문에 50만 원이라는 돈이라도 또래의 아이들 보다는 풍족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연습생부터 파격적인 대 우를 해 주는 드림 엔터테인먼트였 다. 그렇지만 가장 파격적인 대우 는 바로 데뷔 시점에서 이뤄지는 숙소의 변경이었다.

데뷔한 팀들의 숙소는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만큼 비약적인 상승이 이뤄진다.

최선은 한남동 유엔빌리지였다. 숙소까지 찾아 오는 사생팬들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경호 시스템 이 있었고, 한강 뷰를 자랑하는 넓 은 집은 편안한 휴식의 공간을 제 공해 줬으니 말이다.

한남동에 자리가 나지 않으면 비 슷한 급의 다른 아파트라도 얻어 준다.

여자 아이돌 그룹인 S.O.S의 숙 소가 그랬다. 한국 최초의 주상 복 합 시설인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 이었으니 말이다.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은 1층 부터 12층까지의 저층의 상업 시설, 12층부터 80층까지는 사무 시 설이 있고, 80층부터 99층까지는 거주 구역으로 나뉘어진다.

W1 층은 그 유명한 유재원의 펜 트하우스가 있고, 100층엔 스카이 라운지가 있는데, 그 바로 아래에 는 펜트하우스에 비견될 만큼 고급 스러운 집들이 있는 것이다.

보통은 ID 그룹의 임원 숙소로 쓰이지만, 일부는 이렇게 드림 엔 터테인먼트의 아이돌이나 아티스트 를 위해 제공되는 것이었다.

사실 윤호는 내심 한남동보다는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으로 정해 지길 바랐다.

S.O.S 때문이 아니라, 유재원 회 장 때문이었다. 본인과 몇 살 차이 나지 않았음에도 거대한 기업을 일 궈낸 유재원 회장은 윤호의 워너비 였다.

미국에서 주로 머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1년 중에 몇 주 정도는 한국에서 지내니 ID 글로벌 헤드쿼터 빌딩에 살다 보면 만날 일도 있지 않겠나 하는 마음 때문 이었다.

따르릉!

벨 소리는 구식이었지만 소리를 내는 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안드로 이드 스마트폰은 윤호의 팀을 전담 할 매니저의 것이었다.

"석현이 형! 전화요!"

윤호는 곧장 매니저를 불렀고, 이삿짐 센터 직원들을 도와 짐을 나르던 매니저는 바로 달려와 전화 를 받았다.

네 하면서 크게 놀라며 눈이 떠 지는 걸 보니 큰일이라도 난 모양이다.

"자, 얘들아. 모여 봐. 짐 정리는 이 정도로 하고, 일단 회사로 가 자."

"네? 왜요?"

"회장님이 오후에 소속사로 오신 단다."

"회장님?"

회장님이란 호칭에 윤호를 비롯 한 아이들은 아리송한 표정이다.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장 높으신 양반은 한상수였고 대표라는 직위였으니 말이다.

"유재원 회장님 말이야."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한 상수였지만, 지분 100% 소유자는 유재원이었다.

덕분에 ID 그룹에 편입되어 ID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형식으로 드림 엔터테인먼트가 위치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유재원은 자주 볼 사이도 아니었기에 회장님이란 호 칭에 유재원을 바로 매칭시키지 못 했다.

"너희들 정식 아이돌 계약 때문 에 오신다는 거니까, 성인 멤버들 은 인감도장이랑 잘 챙기고, 다들 부모님께 연락해. 부모님께는 회사 에서 차를 보내 줄 거니까 연락만 하면 충분할 거야. 아, 혹시 변호사 를 대동하고 싶다면 해도 되고."

매니저는 조금 전 회사에서 받은 지시 사항들을 멤버들에게 쏟아냈 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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