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48화 (648/1,007)

31권 7화

"이번에 놓치지 않으셨네."

마이크 사장이 보낸 ID톡에 '미 국에 가면 제대로 이야기해 보자' 는 답장을 보낸 유재원은 작게 미 소 지었다.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Aeon of Strife가 나온 건 진작에 알고 있었 다. 판타지 유니버스가 출시되자마 자 해당 게임으로 컨버팅한 버전이 나왔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던 유재 원이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연락을 기 다리고 있었던 것은, 커다란 프로 젝트를 혼자서는 이끌어 갈 수 없 었던 탓이다.

게이머들에게 인지도가 어느 정 도 쌓이고, AOS에 대한 미래를 확 인한 개발자도 여럿 나온 다음에야 가능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장르 자체 를 독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장기판과 체스판은 누구나 만들 어 팔 수 있다. 축구도 게임을 할 때마다 피파에 돈을 내진 않는다.

축구 장비 역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시중에는 피 파 공인 장비부터 중국산까지 장비 의 선택 폭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Aeon of Strife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제목의 앞머리 글자만 따서 AOS, 혹은 AOS 장르라고 명명되 긴 했는데, 장르에 대해서는 Aeon of Strife의 제작자 Aeon64의 독점 권이 인정되진 않는다.

인기가 있다고 인지되는 순간, 수많은 아류작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아류작 사이에 원조로서 우뚝 서려면 남다른 의지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재원은 Aeon of Strife 의 진정한 재미와 가능성을 알아본 임직원들이 많아지길 기다렸다.

"마이크 사장까지 해서 벌써 4명 이 넘었으니 슬슬 시작할 때가 된 건 확실하지."

유재원의 레이더망에 걸린 4명 중 가장 이해도가 높은 사람은 역 시 가장 늦었던 마이크 사장일까?

절대적으로 보자면 만족할 수준 은 아니다.

하지만 현시대 사람이란 걸 감안 해 보면 높이 평가할 만했다.

AOS 장르의 끝을 보았고 직접 플레이도 해 봤던 사람이 바로 유 재원이었던 만큼, 유재원을 능가하 는 건 불가능했지만, AOS에 대한 개념은 확실히 잡혔다.

참고로 회귀 전 AOS의 인기에 대해 말해 보자면 끝이 없다.

온갖 변형이 생겼고, 플랫폼도 가리지 않으면서 게임들이 쏟아졌 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게임은 레전드 리그라고 하는 게임이었 다.

보통은 LL로 줄여 부르는 게임 이었는데, AOS가 처음으로 규격화 된 다음 춘추 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아류작들이 쏟아졌다.

그중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게임 이 레전드 리그, 줄여서 LL이었다.

라이엇 게임이라는 소규모 제작 사에서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핵폭 탄처럼 터지며 떠 버렸다.

유재원이 지금은 2대 대주주로 있는 텐센트가 인수하면서 제대로 키워냈다. 회귀 전 텐센트의 가장 큰 캐시 카우라면 역시 LL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LL은 혁신도 끊이지 않았 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도 계속하 면 질리기 마련인데, 시즌제를 도 입해서 시즌이 바뀔 때마다 대변혁 을 했다. 망한 시즌도 있었지만, 잘 된 시즌이 더 많았다.

덕분에 가상 현실의 시대가 찾아 온 후에도 LL의 인기는 사그라들 지 않았다.

가상 현실 게임 순위에서 1, 2?등 을 다투던 게임이 가상 현실판 LL 이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건 1, 2등 모두 LL이 었다는 점이다.

본인이 신이 된 것처럼 쿼터 뷰 시점에서 캐릭을 조종하는 버전, 본인이 LL의 챔피언이 되어 직접 전장에 투입되는 버전.

이렇게 두 가지 게임이 나왔는 데, 이 두 가지 버전의 LL이 엎치 락뒤치락하며 순위를 다투었다.

유재원의 경우 본인이 직접 챔피언에 빙의되어 싸우는 LL을 즐겨 했다. 쿼터 뷰 모드보다 훨씬 난이 도는 있었지만, 직접 전장에서 싸 우며 얻을 수 있는 게임적 즐거움 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LL을 플레이하는 이들 중 실력 에 자신 있는 이들은 모두 본인이 챔피언이 되어 전장에 투입되는 모 드를 선택했다.

그러면 쿼터 뷰 모드가 몰락해야 하는데, 1, 2등을 다투었던 이유는?

당연히 쿼터 뷰 모드가 익숙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LL을 즐기는 건 직접 플레이하 는 방법도 있었지만, 프로 리그를 관전하는 방법도 있었다. 프로게이 머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차원이 달 랐다.

관전에 있어서는 쿼터 뷰가 기본 이고, 한타가 터졌을 때나 기가 막 힌 장면이 연출되면 1인칭으로 편 집된 화면을 보는 게 가상 현실 시 대의 기본이었다.

유재원은 나름 인정을 받는 랭커 였다.

상위 1% 이내에 들어간 사람에

게 주어지는 마스터 리그의 붙박이 였으니 말이다.

아쉽게도 0.01%에 주어지는 챌 린저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거긴 정말 프로 리그를 뛰는 사람들만 있어서 틈틈이 게임을 했던 유재원 에겐 꿈의 랭크였다.

하여튼 제대로 된 AOS를 만들어 볼 여건은 무르익었다. 이제 시작 하면 된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세 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보드진에 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유재원은 영국을 떠났다.

영국 정부 인사, 영국의 기업인 들에겐 허탈한 일이었다. 유재원을 만나서 투자도 제의하고 IT에 대해 여러 가지로 물어볼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설마 유재원이 영국에 와서 1박 도 하지 않고 당일 출국해 버릴 줄은 몰랐다.

사실 유재원도 마이크 사장의 연 락이 없었더라면 하루 정도 묵고 갈 생각이었다.

20세기에 비해 위상이 많이 떨어 진 영국이지만, 금융 시장에서 런 던의 지위는 여전했다. 게다가 앞 으로 유재원이 할 일 중에는 영국 과 관련된 사안도 많았다.

그러니 런던에서 하루 정도 시간 을 쓸 마음도 있었지만, 시급한 일 은 아니었기에 바로 미국으로 귀국 을 선택한 것이었다.

"확인했어요."

-아, 벌써요? 참 빠르시군요. 어 떻습니까?

영국 출국 직전 전용기가 준비되 는 걸 기다리는 동안 유재원은 전 화 통화 중이었다.

한국의 최강욱 부회장이 문서 파 일 하나를 보내 줬고, 그에 대해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약해요."

유재원은 단호히 약해 빠졌다고 말했다.

-역시, 그 말 하실 줄 알았습니 다.

최강욱에게서 유재원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 냐 하면, 최근 한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유리지갑법에 대한 이야기 였다.

똥별들을 털털 털어 버렸던 국군 개혁특위 였다.

그렇지만 엄벌로만 끝나는 게 아 니라 구조적 문제까지 개선해야 한 다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와 국방부도 적극 호응해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고 내년도 예 산에 확실히 편성하겠다고 했다.

유재원의 즉흥적 기부에서 시작 된 일이 결국엔 군대의 후진적 문 화 개선은 물론 열악한 시설에 대 한 대대적인 현대화 사업도 진행하 자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이어진 것 이다.

그렇다고 사건이 끝난 건 아니 다.

비슷한 사고는 군대뿐만이 아니 라 공인 사회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대한민국 국민들 모 두가 인식한 것이다.

행동력이 무척이나 좋은 이들은 월드컵 단체 응원의 경험을 살려서 시청 앞 광장에 모여 근본적인 대 책 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통일국민당에서 발표된 게 공직자 재산공개법, 일명 유리 지갑법이었다.

공인들의 재산을 모두 공개하고, 각종 인사와 승진 등에 활용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시청 앞에 모인 이들, 그리고 멀리서나마 이를 응원했던 대다수 국 민들은 이에 열렬히 환영했다.

이후 국회에서는 유리지갑법 조 항 마련에 돌입했고, 늦어도 10월 초에 입법을 완료하기로 했다.

그래서 관련 조항들이 하나둘 나 오는 중이었는데, 조금 전 최강욱 이 유재원에게 보낸 것이 유리지갑 법의 초안이었다.

"처벌 조항이 이렇게 미미하면 누가 성실 신고를 하겠어요?"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제법 분량은 되었지만, 핵심은 처벌 조항에 있기에 유재원은 그것 만 쓱 보고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 던 것이다.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는 말 은 사실이었다.

공인의 범주에는 당연히 국회의 사당에 있는 국회의원들도 속해 있 었다. 고무신이나 돈 봉투를 돌리 며 선거를 치렀던 8, 90년대에 비 하면 무척이나 깨끗해지긴 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멀 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회의원들 자신들도 궁색한 처 지인데 제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 는 지금, 법안을 만드는 데 소극적 인 자세가 되는 건 당연했다.

그렇지만 멈춰 설 수 없는 상황 이었다. 국민이라는 유권자들이 폭 발한 상태에서 개혁 작업이 흐지부 지될 일은 없었다.

더욱이 내년 초에는 최고의 정치 이벤트인 대선이 잡혀 있었다.

대선에서 한 표라도 더 얻으려면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유리지갑법 완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했다. 오죽하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도 대선엔 전혀 가망이 없어 보 이는 민주한국당도 열심인 모습을 보일 정도다.

해당 법안은 참 열심히 만든 티 가 났다. 그런데 법을 지키지 않은 이들에게 처벌을 내리는 조항에 와 서는 몇 발 뒤로 물러난 게 딱 보 였다.

엄중 경고? 견책? 감봉?

이 정도로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눈이나 깜짝할까?

"선출직이라면 당선 무효형, 임명직이라면 파면, 시험 봐서 들어 온 사람은 해임 정도가 되어야 법 을 무서워하지 않겠어요?"

-맞습니다.

유재원은 본인의 생각을 확실하 게 표시했다.

최강욱에게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지만, 최강욱 부회장 이 전화 통화를 마치면 이를 정리 해 통일국민당 그리고 민주당에 의 견을 전달해 줄 것이다.

일성그룹이나 다른 재벌들이 했 던 것처럼 아예 법안 자체를 본인들이 만들어 국회로 보냈던 것에 비해 무척이나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기준선을 줄지언정 국회 의원들의 입법권을 인정하는 것과, 이를 무시하고 아예 하달하는 것에 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회장님, 비행기가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최강욱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타 이밍 좋게도 전용기에 탑승할 시간 이 되었다.

너무나도 즐거운 일을 시작할 시 간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많이 버는 사람이 있다면 행운아라 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덕업일치는 무척이나 어 려웠으니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유재원은 행 운아였다.

비록 지금의 행운이 회귀 전 끔찍한 불행에 기초하고 있지만, 그 런 보상 자체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은 오직 유재원에게 내려진 행운이 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이런 행운을 여건만 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9월 말.

샌프란시스코의 유재원 저택에 모인 이들이 그러했다.

마이크 사장, 배틀넷과 스팀 등 에서 Aeon64란 닉네임으로 활동하 는 아마추어 개발자 제레미 폴, 파이어 피스트 게임즈의 개발팀장 그 리고 워크래프트 2에서 Eul이란 닉 네임으로 활동한 맵 디자이너인 카 일 소머. 마지막으로 어디든 끼는 것 같은 스팀의 게이브 사장.

"다들 통성명은 나누셨지요?"

유재원의 물음에 다들 서로를 돌 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먹한 기운은 아직 있었다. 그 렇지만 심각한 얼음장은 아니었다.

유재원과 마이크 사장 그리고 나 머지 사람들 사이에 유명세의 차이 는 엄청났지만, 한자리에 모여 보니 한눈에 알아봤다.

서로가 비슷한 부류라는 것을 말 이다.

바로 게임을 너무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Aeon of Strife로 시작된 라인압박형 게임, 일명 AOS 게임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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