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권 6화
-미스터 M! 뭐함! 빨리 캐릭터 골라라!
-랜덤으로 돌리다 망캐 나오면 니 책임!
미스터 M이란 마이크 사장의 인 터넷 닉네임이었다.
"아, 내 턴이군."
잠깐 딴생각을 하다가 본인 픽 차례가 온 것도 몰랐던 마이크 사 장은 허겁지겁 본인이 제일 익숙한 캐릭터를 골랐다.
-캡틴 아메리카? 망캐 중에서도 망캐인데! 그걸 왜 고름?
-아오, 그냥 랜덤으로 골라지게 할걸.
-이번 판 망했네.
채팅창이 또 시끄러워졌다.
같은 팀원 셋이 한목소리로 망했 다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나은 편이다. 예전엔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부터 치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채팅창 정화가 시작된건 채팅 필터링 시스템 전면 도입 과 커뮤니티 가이드 도입 이후였다.
'증오의 확산 금지'라는 조항 덕 에 악플을 올리는 이들에게 패널티 를 줄 수 있었고, 필터링 시스템도 강화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 필터링 시스템이 싫다고 아 예 게임을 접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소수였다.
하여튼 팀원들에게 불만을 불러들 인 캡틴 아메리카는 Aeon of Strife 에서는 약한 캐릭터로 분류된다.
판타지 유니버스 원 게임에서는 캐릭터 간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무슨 캐릭터를 고르든 손해는 없다.
하지만 공격적인 캐릭터가 더 인 기가 있는 지금 방패 마스터라는 캡틴 아메리카는 확실히 손해인 캐 릭 터였다.
"쯧, 서포터가 떠먹여 주는 꿀맛 을 모르는 녀석들뿐이군."
Aeon of Strife의 인기는 좋은데 게임에 대한 이해는 낮은 녀석들뿐 이라 마이크 사장은 혀를 찼다.
그도 그럴 것이 Aeon of Strife 의 게임의 핵심 개념은 '전선 압박'
이었다. 상대 진영의 넥서스를 부 수면 승리인데, 넥서스는 일정 시 간마다 병력을 토해낸다.
그 병력은 컴퓨터가 조종해 상대 진영으로 이동시켜 공격하는데, 각 진영마다 똑같은 숫자가 나오니 중 간에 만나 서로 상쇄된다.
그런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생기는 게 3개의 라인과 플 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Aeon of Strife는 4-4 게 임이다. 그리고 라인은 3개다. 각 플레이어가 라인 하나를 도맡는다고 하면 한 사람이 남는다.
마이크 사장이 보기에 플레이어 자체가 변수였지만, 그 변수를 훨 씬 키우는 게 라인 전담을 하지 않 는 깍두기 한 명이었다.
하지만 Aeon of Strife가 발표된 지 몇 달이 지났어도, 여전히 제4 의 플레이어에 대한 이해는 낮은 편이었다.
-미스터 M은 깍두기나 해라. 헬 프 치는 곳 도와주는 건 할 수 있 지?
이번에 올라온 채팅처럼 경험치가 제일 낮은 사람을 앉혀 놓는 게 보통이었다.
-0K!
처음부터 서포터를 할 생각이었 기에 마이크 사장은 쉽게 승낙했다.
더군다나 판타지 유니버스 버전 의 Aeon of Strife는 처음이기에 서 포터를 하면서 게임의 스타일과 노 하우를 익힐 작정이었다.
-READY!
곧이어 준비하라는 신호와 함께 초읽기가 시작되었다.
5초밖에 세지 않는 초읽기라서 순식간에 끝났고, 곧 게임이 시작 되었다.
20분쯤 지났을까.
-GG!
-gg
-QT-5-
채팅창에 좋은 게임을 했다는 GG가 떴다.
"역시 무슨 게임이든 이기는 게 제일 좋지."
결과는 마이크 팀의 승리.
그렇지만 이기는 게 좋다고 말하 는 마이크는 양심에 약간의 가책을 받았다.
팀원들이 다 말렸던 캡틴 아메리 카로 서포트를 확실히 보여주겠다 면서 게임에 들어갔던 마이크 사장 이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많이 해 봤던 자신감으로 그렇게 선택한 것이었 는데, 오산이었다.
판타지 유니버스 버전의 Aeon of Strife는 스타크래프트 버전보다 훨씬 더 정교해졌고, 캐릭터의 특 성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로 튕겨낼 수 있는 공격이 있고, 뚫리는 공격 도 있었다.
게다가 본 게임에서는 방패 막기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막아졌던 것 에 비해 Aeon of Strife에서는 적의 스킬이 들어오는 방향에 맞춰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야 했다.
그나마 마이크 사장이 게임하던 감각이 있어서 차이점을 인지하고 최대한 노력해 줄여 나간 결과 1인 분은 했고, 팀원들의 게임 실력이 상대 팀보다 나았기에 승리를 쟁취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재미있어."
딱 한 판뿐이었지만 스타크래프 트나 워크래프트 버전보다 판타지 유니버스 버전의 Aeon of Strife가 훨씬 재미있었다.
그래픽 수준도 차원이 달랐지만, 고를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더구나 캐릭터마다 가진 특성이 다 달랐고, 그런 캐릭터들은 모두 에게 익숙할 만큼 인지도도 있다는 게 중요했다.
드래곤볼의 손오공 같은 경우는 보기와 다르게 특출난 성능이 아니 었음에도 먼저 픽을 하겠다고 난리 였다. 캡틴 아메리카, 헐크, 아이언 맨과 같은 마블의 히어로들이나 배 트맨, 조커 같은 DC의 히어로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전 세계적 히트작이 되 었던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의 캐릭터들이 인지도에서 밀릴 정도 였다.
"제대로 만들어 보면 대박이겠는 데."
딱 한 판뿐이었지만, 마이크 사장 은 이건 대박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 다.
"음 Aeon64의 이메일 주소는……. 여기 있군."
다행히 Aeon64의 이메일 주소는 유즈맵 파일 안에 담겨 있었다.
전 세계 이메일 사용자의 기본 주소인 이메일 닷컴에 본인의 아이 디만 넣으면 끝이다.
"흠, 그런데 파이어 피스트 게임 즈도 만나 봐야겠는데?"
메일을 보내고 나니 문뜩 파이어 피스트 게임즈와도 이야기를 해 봐 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eon of Strife의 게임 포맷을 가져와서 스탠드 얼론 버전으로 새 롭게 개발한다고 하면 재미가 확 떨어질 것이란 예감이 들었던 탓이 다.
재미는 바로 익숙한 캐릭터로부 터 나왔기 때문이다.
익숙한 캐릭터 덕에 게임의 룰을 쉽게 익혔고, 시너지 효과도 바로 이루어냈다. 물론 모든 캐릭터를 완전히 새로운 배경을 가진 캐릭터 들로 가득 채워도 재미는 있겠지만, 출발선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판타지 유니버스의 히어로 라인 업을 그대로 가져와 제대로 된 Aeon of Strife를 만들기 위해서는 파이어 피스트 게임즈도 필요했다.
소속사(?)가 저마다 다 다른 캐릭터들을 게임에 모은 건 파이어 피스트 게임즈였으니 말이다.
"여기 사장이 누구더라……
ID 그룹의 임원들이 대부분 그렇 듯 마이크 사장의 행동력도 만점이 었다.
바로 파이어 피스트 게임즈의 홈 페이지에 들어가서 연락처와 사장 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 다.
"응?"
그러다 대표 이사로 뜬 사진을
보고 절로 탄성이 나왔다. 유재원의 얼굴이 떡하니 박혀 있었기 때문이 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게 여기서 또 밝혀졌다.
생각해 보니 판타지 유니버스라 는 게임 역시 유재원 회장의 취미 에서 비롯된 물건이었다. 드래곤볼 에 대한 열성 마니아였고, 게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게다가 마블과 DC라는 북미 코 믹스와 히어로 시장을 주름잡는 두 회사도 모두 거느리고 있었다.
판타지 유니버스는 유재원 회장 의 취향과 의지가 결합되어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곧장 마이크 사장은 PC용 ID톡 을 열어 유재원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혹시 회장님은 다 알고 있는 거 아닌가?"
키보드를 열심히 놀리던 마이크 사장은 순간 멈칫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걸 유재원 회장 님도 생각하고 있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판타지 유니버스에 맵 에디터보 다 강력한 게임 에디터도 넣은 장 본인이었고, 유즈맵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보라고 했던 사람이 유재원이 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보내 봐야 지."
살짝 걱정이 들었던 마이크 사장 이었지만, 고민은 짧았다. 판타지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을 그대로 사 용한 제대로 된 Aeon of Strife의 단독 작품을 만들어 보자는 구체적 제안을 담은 메시지는 즉각 유재원 그리고 유즈맵 원작자인 Aeon64에 게 전송되었다.
아쉽게도 유재원으로부터 답신은 즉각적이진 않았다. 살짝 기대했던 마이크 사장에겐 안타까운 일이었 지만, 그보다 급한 일이 있었다.
같은 시각.
잉글랜드 랭커셔 지방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티. 영국에서 런던, 버밍엄과 같이 3대 대도시로 손꼽히 는 곳에 유재원이 방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트의 입구에 커 다랗게 걸린 배너가 오늘의 행사에 대해 말해 주고 있었다.
전 구단주 존 매그니어와 J.P.맥 매너스는 그들이 가진 지분 모두를 유재원에게 넘겼다.
액수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행보는 하나하나가 기록되어 역사로 남는 구단이 되었다. 프리미어 리그의 세계화가 이제 막 시작되는 시점이 었지만,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의 역사는 전설이 되었으니 말이다.
켜켜이 쌓인 역사의 자락에는 존 매그니어와 J.P.맥매너스가 인수했 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분의 가 격도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니 유재원이 1조 5천억 원이 라는 인수 가격을 발표하면 수십배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평생 비밀로 할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은 비밀로 하는 게 소란을 줄이는 가장 나은 방법이었다.
-이제 유재원 회장의 사인이 있 겠습니다.
유재원은 이젠 너무도 자연스러 운 모습으로 문서에 사인을 남겼다. 그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 주 항목에 유재원이란 이름으로 영 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후 유재원은 구장을 돌아보며 관계자들과 미팅을 시작했다.
"알렉스 퍼거슨이오."
역시 제일 먼저 만난 당사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 스 퍼거슨이었다. 시니컬하고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유재원이 구 단주가 된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 라 원래 그런 인상의 소유자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퍼거슨 감 독님."
유재원은 퍼거슨 감독과 인사하 며 악수를 나누었다.
곧이어 간단한 대화도 이루어졌 다.
"EPL 역사상 당신과 같은 젊은 구단주는 처음일 거요. 그게 우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라는 게 참 놀라울 따름이오."
"후회하진 않으실 겁니다. 구단 을 위해 제가 준비한 선물들은 어 마어마할 테니까요. 무엇보다 누구 보다 감독님을 믿고 지지하고 있다 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허허, 그건 반가운 말씀이군. 그 렇지만 보드진의 간섭만 없다면 좋겠구려."
"물론이죠! 대신 선수 추천 정도 는 괜찮겠죠? 제가 선수 보는 눈은 남다르다고 자부하거든요. 그 리스 트를 보시고 영입을 할지, 라인업 에 넣으실지는 모두 감독님께 맡기 겠습니다."
뉴스 라이브러리에는 스포츠 섹 션도 있었다. 그리고 유재원의 머 릿속 기억의 궁전에는 유명 선수들 의 이름과 그들의 퍼포먼스가 고스 란히 담겨 있었다. 유재원의 안목 에 맞먹는 스카우트는 이 세상에 없을 테니 말이다.
"호오, 그거 솔깃한 소리군. 그런 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소? 이 를테면 예산 말이오."
"ID 그룹에서 I는 무한을 의미하 는 인피니티의 머리글자죠. 제가 맨 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바라는 건 승 리입니다. 승리를 위해서 저는 어떤 대가라도 지불할 수 있습니다."
유재원의 패기 넘치는 발언에 퍼 거슨 감독은 씨익 웃어 주는 것으 로 화답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어? 마이크 사장님은 휴가 중 아니었나? 톡을 다 보내셨네?"
유재원이 마이크 사장의 ID톡을 확인한 건 퍼거슨 감독과의 면담이 끝난 다음이었다.
메시지를 읽은 유재원은 드디어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