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45화 (645/1,007)

31권 4화

김대중 대통령도 유재원을 생각 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국군 개혁이라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군이 국민들을 향해 총칼을 든 게 불과 몇십 년 전이었으니 말이 다. 게다가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아직도 국군 내부에는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있었다. 알자회니, 독사파 니 하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 회를 전격적으로 해체해 버린 덕에 국회의원들이 군부대를 들쑤시고 다녀도 무탈했고, 쿠데타 가능성도 비 현실적이 되었다. 국군이 만능 실드 로 사용했던 북한 역시 최근에는 조 용했다.

문제가 되었던 광명성 계획도 지 금은 급한 불이 꺼졌다. 남북러 3 국 공동 개발인 나로호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북한이 갑자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만간 협정서에 사인이 되고 나 면 곧 사리원 근방에 나로호 우주 발사체 개발 센터가 만들어질 것이 고, 남북러 과학자들이 모이는 구체적인 그림까지 나왔다.

북한의 행태에 대해 잘 알고 있 는 김대중 대통령이 보기에 남북러 공동 개발은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었는데, 러시아 측에서 매우 전향 적으로 나오면서 급진전되었다.

청와대에 입성한 사람만 받아볼 수 있는 극비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에서 공동 개발에 합류하도록 북한 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밀었다 는 첩보도 있었다.

'무섭군.'

김대중 대통령은 마음에서부터

피어나는 작은 불안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번 한국군 개혁의 시발점이 된 유재원 때문이었다.

군 개혁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옳은 방향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우려는 한 사람이 한국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유재원이 어떤 내력을 품고 있는 지 모르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덕분에 지금은 차원이 다른 천재 성을 내보이며 세상에 우뚝 섰고, 웬만한 재벌도 상상할 수 없는 부를 맨손으로 일구어냈다.

ID 그룹이 내는 세금과 유재원이 내는 소득세는 선진국이라 할 만한 한국 정부에도 무시할 수 없는 규 모였다.

비단 세금뿐일까.

한국에서 큰 사업을 하려면 ID 그룹과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된 다.

테헤란로에서 피어났던 IT 거품 붕괴 때는 섬뜩했지만, 게임을 시 작으로 여러 가지 IT 회사들은 다 시 우후죽순 생겨나며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었다. 그런 IT 회사들이 눈치를 보는 건 ID 그 룹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기간망을 독점하 는 데이콤이 ID 그룹에 속해 있었 으니 말이다.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출시되 는데, UCC 동영상 공유 같은 대역 폭을 많이 소비하는 서비스의 경우 인터넷 대역폭 사용료가 원가 비중 에 절대적이었다.

또한, ID 그룹의 서비스에 콘텐 츠를 공급하거나,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업체들도 많았다.

안드로이드 S2에서 비약적인 혁 신을 이뤄낸 내비게이션도 거기에 탑재된 전자 지도는 한국의 벤처 업체가 해낸 작업이었으니 말이다.

몇 년 전에는 IT 분야에서만 절 대적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분야에 걸쳐 ID 그룹의 영향력은 차원이 다르게 커졌다.

그나마 오너인 유재원의 성향이 타의 모범이 되는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

그간 김대중 대통령이 겪어 보았던 산업화 세대의 재벌들과는 비교 조차 할 수 없었다.

노동자 인권 알기를 개뿔로 보았 던 그들과 사람이 전부라는 유재원 은 다른 차원이었으니 말이다. 오 죽하면 백호펀드가 대호중공업 매 각을 결정했을 때 노조에서 매각을 철회하라는 시위를 할 정도였다.

더구나 ID 그룹은 다른 재벌들처 럼 특혜나 편의, 혹은 지저분한 사 건들의 무마 같은 건 일절 없는 너 무도 특이한 기업이었다.

'그렇기에 더 무섭지.'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국군 개혁이라는 너 무도 어려운 일이지만, 너무도 정 당한 요구를 했을 때 청와대와 정 치권이 거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 운 일이었다.

"이 사표는 못 본 것으로 하겠 소. 장관은 청문회와 국군 개혁안 준비에 철저히 매진하시오."

김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대대적인 군 개혁을 추진할 결심을 했다.

정치권은 물론 전 국민,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한국의 군에 어마어 마한 비판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비록 유재원이 만들어 준 기회였지 만, 국군 개혁은 분명 현실성이 있 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지금까지 유재원은 늘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도 충분히 국가와 국민에 이로운 방향으로 쉽게 이끌어 나갈 수 있 었다.

그런데 유재원의 성향0] 바뀐다면?

아니, 거창하게 성향을 언급할 것도 없이, 민주당과 유재원이 충 돌하게 될 때를 상상해 보면 참으 로 답이 없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내년 초에는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정권 연장이야 현직 대통령이 완 수해야 할 과제였다.

그렇기에 일찌감치 통일국민당에 합당을 제안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통일국민당에선 합당에 대해 시큰 둥했다. 독자적인 후보를 낼 게 분 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보았을 때, 이 인재 아니면 전재준이 확실했다.

당선 가능성? 당연히 매우 높았 다. 이인재의 존재감도 상당했고, 전재준은 월드컵으로 확 떠 버렸으 니 말이다.

만에 하나 통일국민당이 정권을 가져간다면, 유재원과의 유착은 더 욱 심해질 것으로 보였다. 그야말 로 과거 일성이나 미래를 능가하는 절대적 권력의 탄생이다.

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일개 개 인이라니.

아무리 유재원이 타의 모범이 된 다지만, 이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 은 모습이었다.

"허어, 참. 어렵군."

ID 그룹과 유재원을 견제할 장치 에 대해 고심하던 김대중 대통령이 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도무지 답이 없었던 탓에 오죽하 면 유재원의 머릿속에라도 들어가 보고 싶었다.

"유리 지갑이 딱이지."

얼마나 큰 파국이 올까 걱정하던 김대중 대통령이 들었다면 허탈하 기 그지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유재원의 머릿속에는 김 대통령 의 예상과 달리 거창한 계획은 없 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국군을 뒤집어 놓은 건 분노 때문이었고, 그걸로 뭔가 거 대한 음모를 꾸미는 것도 아니었다.

국방부부터 국군개혁위원회까지 개혁 방안에 대해 떠들어 대는 중이었 고 이는 곧장 기사화되었다.

그걸 본 유재원은 본인이 생각한 가장 심플한 답을 내놓았다.

유리 지갑이다.

유재원 본인이 사상 최강의 유리 지갑이었기에 그 장점(?)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현대의 모든 문제는 바로 경제에 서 비롯된다.

똥별들이 본연의 업무인 국가 안 보를 지키는 것보다 본인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열심인 것도,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기 때문이 다.

그러면 그런 불량품을 골라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 방법은 이 들이 보유한 재산을 보면 되는 것 이다.

막말로 센터 까서 장성들이 받을 수 있는 수입 이상으로 재산이 많 이 있다면, 그건 분명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기왕 도입하는 거, 군대는 물론 공 무원 사회 전체로 확대하면 딱이다.

군인들부터 공무원, 정치인 등등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지갑 을 모두 유리 지갑으로 만들어 버 리자! 이를 승진 심사나 장관 등의 임명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면 박 하일 같은 작자가 별을 두 개나 다 는 일은 확실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재원은 본인의 뜻을 일찌감치 통일국민당에 전달한 상태다.

즉, 회귀 전보다 훨씬 일찍, 더욱 강력한 형태로 일명 유리 지갑 법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라 는 소리였다.

#396. AOS

한국이 군대라는 뜨거운 감자가 수류탄처럼 폭발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다른 나라들이라고 평화롭지는 않았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는 여전히 폭탄 터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친미적 정권이 들어서며 정상을 되찾는 아프가니스탄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 정상이 되는데 왜 이라크가 난리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고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극소수 남은 알 카에다의 잔당 그리고 탈레반에 가담했던 극단적 성향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팍 팍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와 혼란 한 이라크로 스며들어서 테러를 일 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걸프 전쟁에서 패배한 후세인의 장악력도 떨어지면서 이라 크는 그 혼란을 수습할 능력도 없 었다.

다행이라면 미국은 혼란스러운 이라크에 뛰어들 마음은 조금도 없 었다는 점이다.

회귀 전이었다면 이라크에 묻힌 석유가 탐이 나서 존재도 하지 않 는 대량 파괴 무기를 찾겠다고 다 시 이라크에 쳐들어갔을 텐데, 지 금은 그 욕심이 상당히 줄어든 상 태였다.

이유는 하나다.

-셰브롱,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 의 셰일 가스층에서 시험 채굴에 성공!

-수압파쇄법으로 수평 굴착 기법 효용 증명!

-셰일 가스 채굴 성공한다면, 미 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 변신할 것!

며칠 전 미국 전역을 강타한 초 특급 뉴스다.

유재원과 티파니가 90년대 말부 터 준비했던 셰일 가스 개발이 그 야말로 빵 터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셰일 가스 매장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는 일찌감치 셰브롱에서 찜해 놓은 상태였다.

동시에 꾸준한 시험 굴착이 있었 는데, 그동안은 시원찮았다가 이번 에 대박이 터졌다.

"재원아! 터졌어!"

유재원을 대신해 기부품을 빼돌 린 한국의 똥별들과 고소전을 시작 하면서 짜증을 느꼈던 티파니도 텍 사스에서 들려온 특급 뉴스에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매일 수천만 배럴을 뿜어내는 유전을 가진 세계 석유 메이저 업체 의 오너 가족이니 석유나 가스가 뿜뿜 터지는 걸 몇 번이고 보았을 텐데, 티파니는 처음 보는 것처럼 좋아했다.

그렇지만 이건 유재원이 잘못 알 고 있었다.

석유 업체의 오너라도 현장에서 원유가 터지는 모습을 직접 보는 건 몇 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셰일 가스전처럼 본인이 처 음부터 후보지를 파악하고 채굴을 시작해 시추공으로부터 성공의 불꽃을 보는 건 현재 오너인 프레더 릭 테일러 2세도 몇 번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셰브롱이 가진 유전은 대부분 1세대에 개발 이 끝났고 채산성이 확인된 유산이 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유재원이 23번 유전을 터 트릴 때 다들 그렇게나 놀라워했던 것이었다.

더욱이 셰일 가스, 셰일 오일은 의미가 달랐다.

세계에서 제일 많은 셰일층을 가 진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것들이 모두 개발된다고 하면 미국은 중동을 넘어선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된다.

다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셰일층을 가로로 뚫고 들어가며 가스와 원유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 지만, 채산성은 별개의 문제였으니 말이다.

셰일 가스, 셰일 오일의 채굴에 경제성이 있으려면 현재의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 다.

현재의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아직 경제성을 논하기에는 멀었 다. 하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 도 아니었다. 중동의 혼란이 커질 수록 유가는 상승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굳이 이라크에 개입할 의사 자체가 지극히 떨어졌 다. 어쩌면 미국의 대중동 정책 전 체가 예정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바 뀔 가능성도 매우 컸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기대감은 곧 주가에 반영되었다.

셰일 가스 시험 채굴 성공 소식 에 셰일 관련 주식들이 폭등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오른 건 셰브롱이었다. 시가 총액이 2천억 달러가 넘는 무거운 주식이었는데, 시험 채굴 성공 소식에 전일 대비 30%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불과 하루 만에 셰브롱의 시가 총액이 3천억 달러 가깝게 뛰어 버 린 것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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