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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640화 (640/1,007)

30권 24화

다행히도 샌프란시스코는 한밤이 었기에, 한국은 한창 업무 시간이 었다. 유재원의 전화는 신호음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연결되었다.

-회장님? 최강욱입니다.

"네, 부회장님. 지금 제 톡톡 계 정으로 다이렉트 메시지가 온 게 하나 있는데, 이거 아주 흥미롭더 군요. 부회장님도 한 번 보세요."

유재원은 바로 ID톡을 통해 중고 품 나라 스크린 샷을 전송했다.

―음. 중고품 나라?

"넥스트컴 카페 중에 순위권에 들 만큼 거대한 회원 수를 자랑하 는 곳이죠. 이름 그대로 회원들과 의 중고 물품 거래를 주선하는 카 페고요."

-회장님께서 기부하신 클라세 제 품이 지금 중고품 나라에 매물로 올라왔다는 거군요!

최강욱도 한눈에 문제점을 알아 보았다.

"부회장님께서 어떻게 된 영문인 지 좀 잘 알아봐 주세요. 마음 같 아선 내가 직접 한국에 가서 캐 보고 싶은데, 지금 IDDC 중이라 그 럴 수가 없군요."

-예! 알겠습니다! 당장 움직이겠 습니다!

유재원은 화를 꾹 참으며 말했 고, 최강욱 역시 분기탱천한 목소 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구체적으로 이것저것 지 시하지 않아도, 분노한 최강욱이 알아서 다 뒤엎어 버릴 것 같았다.

"그걸로 끝이야?"

그런데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티파니는 그걸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듯 물었다.

"이건 그냥 사전 조사야. 나도 지금 열이 머리 끝까지 올랐지만, 무턱대고 막 지를 수는 없으니까. 조사해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응! 나는 자기가 최 부회장님께 맡겨 버리고 끝내는 줄 알았어."

이런!

유재원은 티파니의 말에 본인의 이미지가 어땠나 돌아보게 되었다.

스스로를 원한이든 은혜든 받은것에 몇 배는 돌려주는 상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유재원이었는데, 티 파니의 말만 보면 너무 물렀던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티파니라면 어떻게 할 생각인 데'?"

"나라면 처음엔 언론사에 제보할 거야! 조직의 명예가 걸린 일은 좋 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적당히 무 마하고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많거 든!"

포크를 쥐고 열을 올리는 티파니 의 모습이 귀여웠지만, 맞는 이야기였기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 다.

"자기 말 들어보면 이런 일이 이 거 한 건만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는 없을 거 같아. 그러니 아예 일 을 크게 키워서 전면 조사를 해 보 는 게,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예방법이야."

확실히 티파니 말이 정답이다.

동원할 수 있는 미디어도 유재원 이 꽉 잡고 있었다. 인터넷은 기본 이었고, 타임워너 넥스트컴에 NBC 도 있다. 다만 한국에는 넥스트컴말고 직접적으로 보유한 미디어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해외 언론에 민감한 나라 가 한국이었다. 오히려 한국 내에 서보다 밖에서 떠드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자기는 IDDC 때문에 바쁘잖아. 이번 일은 내가 대신 해 줄까?"

일을 키우라고 아이디어를 크게 냈던 티파니가 더욱 반가운 말을 해 줬다.

"그러면 나는 고맙지. 그런데 자 기 회사 일은 괜찮아?"

유재원도 사양하지 않았다.

ID 그룹 식구들이 1년을 준비한 IDDC였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한국에서의 짜증나는 일로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만 티파 니도 셰브롱의 임원인데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남을까 싶었다.

"응! 요즘 이모들 등쌀에 회사에 가서 딱히 할 일도 없거든. 맡겨 줘!"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텍사코 인수라는 큰일을 수행하면서 티파 니가 올린 공이 엄청나게 컸다.

그에 따라 후계자 경쟁에 위기감 을 느낀 티파니의 이모들이 티파니 를 크게 경계했고, 동시에 자신들 에게도 티파니와 비슷한 큰일을 할 기회를 달라고 하는 중이란다.

겉으론 강해 보이는 프레더릭이 었지만, 본인 자식들에겐 너무도 약했다는 게 문제다. 하여튼, 많이 여유로운 티파니에게 맡겨 보는 것 도 나쁘지 않았다.

"알았어. 그러면 최 부회장님에 게서 보고가 올라오면 바로 자기에 게 보내줄게."

"응! 자기는 IDDC에만 매진하고 있어!"

유재원은 티파니의 말에 안심했 다. 덕분에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 게 메인 스테이지에 다시 올라와 차세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자 랑스럽게 꺼내 보일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 S2를 소개합니다!"

차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이름은 S2로 확정되었다.

안드로이드라는 브랜드 가치는 이미 탄탄할 정도로 다져져 있었다. 괜히 다른 이름을 붙여 봤자 마케 팅 비용만 더 지출될 게 뻔했다.

그렇기에 접미사로 S2를 붙이는 것으로 최종 확정 되었다. 당연히 S2의 차기작은 S3가 될 것이다.

유재원이 한 손에 든 S2가 무대 뒤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큼직하게 비쳤다.

먼지 하나 보이지 않도록 CG로 만들어진 영상이 감각적인 컷과 예술적인 카메라로 극한의 영상미를 자랑했다.

전작의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를 유지했지만, 가로 베젤은 20%, 세로 베젤은 30%를 줄이며 보다 세련된 형태가 만들어졌다.

특히 뒷면 커버가 인상적이었는 데, 전작에서는 강화 유리로 차갑 고도 세련된 모습이었다면, 이번에 는 금속의 느낌이 생생히 살아 있 었다.

한국 사람이 보았을 때 어쩌면 깻잎 통조림을 연상할 수도 있지만, 외국에는 그런 통조림이 없으니 그 저 세련된 모습으로만 보일 것이다.

"안드로이드 S2는 전작에 대비해 모든 성능이 두 배로 향상되었습니 다!"

유재원의 발표는 계속되었다.

그러자 메인 스테이지의 거대한 스크린에 안드로이드 S2의 스펙이 자세하게 표시되었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라면 매우 감각적인 단어를 이용해 한껏 포장 했을 것이 분명했다. 바이오닉 프로 세서이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니 하는 말들로 말이다.

반면 유재원은 스펙에 대해서는 아주 건조한 말투로 진행했다.

그렇게 한껏 꾸밀 필요가 없을 만큼 안드로이드 S2의 성능은 역대 최고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은 바로 디스플레이 모듈과 프로세 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 드 S2에서는 이 두 가지 부품을 대 폭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기존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800*450이라는 변태적인 해상도였다. 600대의 경쟁 제품보다는 높았 지만, 그렇다고 HD라고 하기엔 많 이 부족한 해상도였다.

안드로이드 S2의 정식 HD 규격 의 4.8인치 모바일 IPS LCD 모듈 이 탑재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ID 디스플 레이에서도 꾸준한 기술 개발이 있 었고, 드디어 손바닥만 한 사이즈 에 HD 표준 규격의 해상도를 집적 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화질의 손상 없이 타임 플렉스 앱을 HD 화질 그대로 즐기 실 수 있죠. 넥스트 뮤직 역시 마 찬가지입니다. HD 버전의 넥스트 뮤직에서 아티스트들의 HD 뮤직비 디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오오!

객석에서는 감탄이 절로 터졌다.

2002 월드컵을 계기로 한창 유 행 중인 것이 바로 HD였다.

전 세계를 놓고 보았을 때 HD 로의 전환이 가장 빠른 나라는 한 국이었다. 일찌감치 HD 규격을 확 정했고, 2002 월드컵을 목표로 HD 로의 방송 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이제 소규모의 제작 사 빼고는 대부분 정규 방송에서는 HD로 방송 중이었다.

그만큼 HDTV 의 보급률도 높았 는데, 월드컵 중에 수백만 대의 HDTV가 팔려 나갔다. 당연하게도 그때 팔린 HDTV 중에 ID 일렉트 로닉스의 보르도 TV는 50%가 넘 는 비중을 자랑했다.

미국은 한국의 뒤를 잇는 중이었 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수익성이 좋 은 드라마를 중심으로 HD 촬영과 편집을 하고 있었고, 미국 공중파 역시 HD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이었다. 뉴스는 이미 日日로 방송 중이었고, 2002 월드컵과 같은 대 규모 행사도 HD로 송출했다.

이처럼 방송국이 발 빠르게 전환 중이었지만, 그보다 한발 빠르게 전환을 마친 곳이 바로 타임플렉스 와 넥스트 뮤직과 같은 ID 그룹의 인터넷 서비스들이었다.

사실 타임플렉스의 경우 한참 전 부터 HD를 넘어 FHD까지도 서비 스 중이었다.

타임워너의 필름 라이브러리의 디지털 복원 작업은 무조건 최고 해상도로 하라는 유재원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타임워너 관계자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안드로이드 S2에서 타임플렉스 앱이 실행되고, HD 화질의 영화가 스트리밍이 되는 모습에서, 이제는 유재원의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 는 사람은 없다.

"HD 화질을 손실 없이 재생할수 있는 것은 바로 차세대 M4 프 로세서 덕이기도 하죠."

유재원은 자연스럽게 안드로이드 S2의 두뇌인 M4 프로세서에 대한 설명도 시작했다.

ID 그룹의 모바일 프로세서는 MAP라는 브랜드로 보급 중이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앞머리만 딴 단순 약자였다.

그런데 지도라는 의미와 혼동도 되고, 임팩트도 부족하다는 평가로 인해서 훨씬 더 단순한 'M'으로만 통일하게 된 것이다.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의 정식 명칭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 세서 4였지만 M4로 단순화하는 게 훨씬 더 직관적이었다.

다만 MAP와 마찬가지로 M4라 는 돌격 소총이 먼저 이름을 선점 한 상태이지만, 둘의 카테고리가 달라 문제될 건 없었다.

"M4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쿼 드 코어죠."

인텔도 이제 듀얼 코어가 기본이 되면서 보급형 모델에서도 기본이 되었다. 모바일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애플에서도 차세대 아이폰을 준 비한다는 소문은 들려왔고 모바일 프로세서도 듀얼 코어가 될 거라고 했다.

M4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 다. MAP 3보다 33%의 성능 향상 이 있는 차세대 코어 2개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전작의 MAP 3 수 준의 저전력 프로세서를 2개 추가 했다.

크고 강력한 코어로는 대량의 연 산력이 필요한 게임이나 사진 촬영과 이미지 변환 등에 쓰고, 작지만 전력 효율이 한층 더 좋은 코어로 는 음악 재생과 인터넷 서핑 등에 사용해서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 는 방식이었다.

21세기에 모바일 프로세서의 기 본 방식인 빅리틀 프로세서인데, 유재원에 의해 세상에 훨씬 일찍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M4 프로세서의 설계자인 리사 수 박사님을 모셔서 자세한 이야기 를 들어보도록 하죠. 리사 수 박사 님!"

물론 유재원이 일일이 만들었다 는 건 아니다. 유재원은 핵심 아이 디어와 중요 아키텍처에 도움을 주 었고, ID 일렉트로닉스의 반도체 공장에서 실물을 만들어내는 건 리 사 수 박사의 몫이었다.

리사 수가 M4 양산을 위해 들인 노력은 말을 못 할 정도였다. 설계 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 양산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으니 말이 다.

그런 리사 수 박사의 노고를 기 리기 위해 유재원은 무대 위로 리사 수 박사를 직접 불러왔고, 안드 로이드 S2의 키노트에서 가장 중요 한 프로세서 대목을 통째로 맡겼다.

유재원은 당찬 걸음으로 메인 스 테이지에 나온 리사 수를 반겼고, 곧이어 포인터를 넘겨주고 잠깐 무 대에서 내려왔다.

"회장님, 조금 전 최강욱 부회장 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었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유재원을 김대 석이 반겼다. 그러면서 맡아 놓고 있던 유재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 폰도 내밀었다.

유재원은 스마트폰을 받자마자 잠금을 해제하고 최강욱의 메시지 를 확인했다.

역시나 메시지는 어제 유재원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던 클라세 세 탁기 유출 사건에 대한 전모가 담 겨 있었다.

-……이렇게 빅리틀 아키텍처로 완성된 M4는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모바일 라이프를 선사해 줄 겁니다.

M4 프로세서의 개요, M4 프로 세서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쉽 고 재미있는 말로 메인 스테이지에 가득 찬 사람들을 휘어잡은 리사 수 박사였다.

아니, 스트리밍을 통해 IDDC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전 세계 네 티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산유수로 쏟아지는 리사 수 박 사의 프레젠테이션은 지루함이란 1 도 없었다.

M4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차올 라서 메인 스테이지에는 박수 소리 가 끊이지 않았다.

"회장님, 스탠바이 10초 전입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마치 제가 주인공이 된 것 같군요. 하지만 M4는 안드로이드 S2에 담긴 혁신 중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궁금 하시죠? 그러면 다시 유재원 회장 님을 모셔서 남은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하죠! 유재원 회장님!

무대 위의 리사 수가 유재원을 불렀다.

메인 스테이지의 상황을 체크하 며, IDDC의 운영을 책임진 스태프 의 말에 유재원은 뚫어져라 보고 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그제 야 내려놓았다.

'스, 마, 일!'

그때까지도 잔뜩 굳어 있던 유재 원은 스마일을 되뇌며 표정 관리에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강욱이 보낸 ID톡에는 1차 조사에 지나지 않은 아주 간단한 보고서가 담겨 있었지 만, 그것만으로 유재원에게 회귀후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짜증 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안드로이 드 S2의 발표였다.

이런 놈들 때문에 안드로이드 S2 의 발표를 망친다는 건 최악이다. 더 구나 안드로이드의 차기작은 2년이 나 걸린 대형 프로젝트 아니었던가.

그런 유재원이 무대에 다시 등장 한 순간엔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신력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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