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38화 (638/1,007)

30권 22화

김대석의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팀은 유재원도 익히 아는 이름이 많았다. 첼시, 리버풀, 아스널, 토트 넘 등등이다.

그중에서 제일 돋보이는 건 바로 이것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98-99 시 즌 트레블 팀이 매물로 나와요?"

"맨유의 대주주인 존 매그니어와 J.P.맥매너스 씨의 자금 사정이 요 즘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말콤 글레이저라는 재벌과 접촉이 잦다 고 하더군요."

"아? 아직 말콤 글레이저에게 넘 긴 건 아니군요?"

유재원이 알고 있던 맨체스터 유 나이티드는 말콤 글레이저 이후의 맨유였다.

글레이저 가문은 말콤 글레이저 의 자수성가로부터 역사가 시작된 다. 1928년 미국 뉴욕에서 리투아 니아 이민 가정에 태어난 말콤 글 레이저는 자수성가의 아이콘이었다.

부동산과 주차장 사업으로 자본 을 일구었고, 이를 통해 은행과 TV 방송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스포츠팀 인수에 적극적이 었는데, NFL 팀인 탬파베이 버커 니어스도 이들의 소유였다.

"예! 회장님께서 EPI/# 관심을 보이신 이후로 접촉도 줄어들었습 니다."

다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글레이저 가문의 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스포츠 종류 를 가리지 않고 좋은 소리가 나오 지 않았기 때문이다.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를 인수할 때 자신들의 돈이 아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당연히 빚을 상환하기 위해 스포츠팀을 이용했다. 팀에 투자하기는커녕 돈을 빼내 빚을 값 는 데 쓰고 있으니, 어느 팬들이 이들을 좋아하겠나.

마찬가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를 인수하는 방법부터 운영까지 탬 파베이 버커니어스와 똑같았다.

은행 빚으로 인수하고, 구단에서 나온 수익으로 빚을 갚는 것이다. 당연히 구단이나 선수에 대한 투자 는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퍼거슨이라는 명 감독 덕이었다.

퍼거슨 감독의 입김 덕에 선수 영입에 글레이저 가문의 주머니가 좀 열렸고, 퍼거슨의 전략 덕에 경 기에서도 승리했다.

이처럼 대단한 역할을 했던 퍼거 슨 감독 은퇴 이후 추락하기 시작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바닥 이 보이지 않았다.

글레이저 가문을 대신해 유재원 본인이 인수한다면, 100배는 더 나은 운영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면 최고이 긴 한데……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퍼거슨 감독님이다.

유재원이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을 인수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바로 2002 월드컵의 영웅 중 하나인 안 정환 선수를 위함이었다.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넣었다 는 이유 하나만으로 페루자 구단주 나 이탈리아의 축구 팬이 너무도 극성스러웠다. 친정팀 복귀가 불가 능할 정도였다.

게다가 안정환 선수의 에이전트 가 이탈리아 여론에 겁을 먹고 거 한 삽질을 펼쳤다.

이 사태는 명백히 구단에 귀책 사유가 있었다. 피파나 국제 스포 츠 중재 재판소에 가서 계약 파기 를 요청해도 무방한데, 이적 요청 이니 뭐니 하며 절차만 복잡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다행히 구체적인 서류가 전달되 기 전에 유재원이 안정환 선수와 접촉해 기존 에이전트 계약을 파기 하는 것으로 큰불이 번지는 건 막 았다.

이처럼 유재원은 안정환 선수와 이미 손을 잡은 상태였다. 맨체스 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한다면 팀에 꽂아 넣는 건 가능하긴 한데, 출전 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퍼거슨 감독은 본인 눈에 들지 않으면 절대 기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더구나 구단주 눈치 볼 사 람도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안정환선수에게 먼저 의견을 구해 보고 진행하는 게 좋겠네요."

안정환 선수가 스스로의 실력으 로 퍼거슨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다 고 자신한다면, 인수를 추진해 보 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다른 팀을 구하는 게 낫겠 다는 판단이었다.

"2순위는 첼시!"

"예! 첼시도 포텐셜이 넘치는 팀 이지요."

첼시는 러시아의 재벌 로만 아브 라모비치가 인수하면서 크게 유명해진 축구팀이었다.

이른바 현실 풋볼 매니저 게임을 직접 하는 걸로 인터넷에선 크게 유 명해졌다. 그만큼 축구팀에 대한 애 정은 진짜였는데, 대신 그만큼 간섭 도 많이 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3순위는 리버풀."

첼시 다음으로 유재원이 선택한 클럽은 리버풀이었다.

긴 역사와 전통은 물론 콥이라는 아주 열성적인 팬들로도 유명한 축 구 클럽이었다. 한국에도 꽤 많은 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한국 선수가 뛴다면 맨유에 비견되는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라 고 확신했다.

유재원의 의중이 이렇게 정해지 자, 축구팀 인수는 급물살을 탔다.

협상은 당연하게도 맨체스터 유나 이티드였다. 안정환 선수에게 의견 을 구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당연하 게도 '자신 있다'였기 때문이다.

선수가 자신 있다는데, 유재원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유재원은 곧장 맨체스터 유나이 티드의 대주주 존 매그니어와 J.P.

맥매너스와의 가격 협상을 시작했 다.

이는 곧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 수에 간을 보던 말콤 글레이저에게 는 날벼락과 같은 이야기였다.

-유재원 회장 대리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접촉!

-맨유 팬클럽 레드 데블스, 찬반 팽팽!

그러거나 말거나 인수 협상은 본 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에 따른 반 응도 다양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최종 계약서 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영국에 갈 일이 없었다. 어느새 ID 그룹의 최 대 축제인 IDDC 2002가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2002년 8월.

샌프란시스코 컨벤션 센터에서 열 리는 IDDC 2002는 역대 최대 규모 였다.

작년에도 역대 최대 규모라고 했 으니, 이번엔 작년보다 더 크게 치 러진다는 이야기였다.

행사 기간이 무려 6일로 작년보 다 하루가 더 늘어났고, 컨벤션 센 터 안은 물론 야외에도 체험형 부 스가 차려졌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 다.

날로 규모가 커져 가는 게 IDDC 의 전통이 되는 것 같으니, 내년에 는 이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면 샌프란시스코 컨벤션 센 터로는 부족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해법은 간단했다.

샌프란시스코 컨벤션 센터보다 더 큰 장소를 찾으면 된다. 사실 IDDC 2002를 하루 더 늘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일정은 무 척이나 압축된 상태였던 탓이다.

첫날에는 당연히 안드로이드 운 영 체제의 차기 버전 발표였다.

이번에 발표되는 운영 체제의 정 식 명칭은 안드로이드 2003!

현재 버전이 ME였으니 차기작으로 XP부터 XT, SE 등등의 알파벳 두 글자로 제안되는 게 무척이나 많았다.

그렇지만 새천년을 기념하는 ME 와 달리 다른 약자들은 직관적이지 못했다. 그렇기에 원래의 연도 넘 버링으로 돌아와 2003을 달게 되었 다.

스마트폰 등의 기기로 PC에 대 한 주목도는 좀 낮아지긴 했지만,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더구나 IDDC 2002는 이미 티켓

예매부터 매진이었기에, 첫날 메인 스테이지는 역시나 만석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차기 안드 로이드 운영 체제를 발표할 유재원 회장을 환영해 주십시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메인 스 테이지엔 커다란 박수와 환호로 가 득했다.

"다녀올게!"

"응? 응! 잘하고 와!"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이던 유재원 은 긴장하는 기색 하나 없이 티파니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평상시에 산책하고 오겠다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오 히려 배웅을 하는 티파니가 긴장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IDDC를 수차례 치렀던 유재원에겐 긴장감은 거의 전해질 수 없었다.

더구나 이번 2002를 위해 준비 된 아이템의 완성도는 역대 최대였 기에, 자신감이 가득 차다 못해 넘 쳐흐를 정도다.

유재원은 힘찬 걸음으로 메인 스테이지로 나섰고, 장내의 환호와 박수는 더욱 커졌다. 마치 열성적 인 팬들이 아이돌 스타를 맞이하는 듯한 그림이었다.

"안드로이드 2003은 기존의 시스 템에서도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 지만, 120나노 공정의 칩들을 사용 한 새로운 컴퓨터에서 최고의 퍼포 먼스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2003 발표를 시작한 지 5분.

메인 스테이지의 수많은 이들은 유재원의 발표에 푹 빠져들었다. 안드로이드 2003이란 세련된 로고 가 발표되었을 때부터 이미 열광적 인 분위기였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부팅 속도 지요."

원래 부팅이 빠른 안드로이드 운 영 체제였다. 그런데 2003 버전에 서는 그보다 최소 5초, 빠르면 10 초 더 단축해 버렸다.

"패스트 부트 기능이라고 명명했 는데, 참 아쉽게도 이 기능은 UEFI 라는 새로운 바이오스 타입을 채택 한 PC에서 100%의 성능으로 작동 합니다."

하드웨어적인 지원이 있어야 제 성능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구식의 바이오스는 컴퓨 터가 부팅이 될 때마다 컴퓨터에 장착된 하드웨어 정보를 일일이 수 집한 다음 운영 체제에게 넘겨준다.

UEFI는 새로운 하드웨어가 장착 되기 전까지, 하드웨어 정보를 미리저장해 놓기에 부팅 시간이 대폭 단 축되었다.

여기에 SSD만 추가되면 실리콘 반도체 기반의 PC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올 텐데, 아 직 SSD는 기업 혹은 연구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장치였기에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막대한 반도 체 설비 투자를 선택했으니, 몇 년 만 지나면 SSD도 저렴한 제품이 출시되어 일반 사용자들도 깜짝 놀 랄 로딩 속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유재원은 이 시대에 충분히 적응 했다고 생각했지만, 웬만한 게임을 로딩하는 데 30~40초가 걸리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는 ID 하이테크에서 만든 SSD가 있어 문제는 아니었는데, i웍스 노 트북이나 회사 컴퓨터를 쓸 때에는 체감이 확실했다.

시작부터 패스트 부팅으로 시원 하게 시작한 안드로이드 2003에는 곧 바탕화면이 등장했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유저 인 터페이스도 대대적으로 바뀌었습니 다."

비주얼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운 영 체제가 안드로이드였다. 2003은 ME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진화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글꼴이었다.

ME까지의 기본 글꼴은 CRT 시 대에 적합한 맑은 굴림체였다. 덕 분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파워 유 저들은 투박한 맑은 굴림체에서 벗 어나 본인들의 취향에 맞는 글꼴로 바꿔 사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번 2003에는 LCD에 최적화된 맑은 스퀘어라운드체라는 새로운 글꼴이 기본 글꼴로 설정되었다.

ID 오피스의 대형 서드 파티인 산돌 디자인사에서 만든 글꼴로 안 드로이드폰처럼 모서리가 둥근 사 각형 형태의 글꼴이었다.

한글과 알파벳은 물론이고 전 세 계 모든 서체를 지원하는 유니코드 버전으로 가시성도 좋고, 폰트 크 기를 키워도 미려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최적의 디자인이었다.

그렇게 폰트부터 바꿔 놓고 시작 한 2003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시작 버튼을 누르면 본격적으로 달라진 다.

사실 안드로이드 개발을 책임지 고 있는 알파 팀에서는 시작 버튼 자체를 삭제하고 시작 판넬을 만들 자고 제안했다. 시작 버튼은 이제 구시대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재원은 이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과거 MS가 시작 버튼을 지워 버 리면서 들었던 어마어마한 비난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리본 인터페이스의 기 본 형태는 두고, 여기에 기능을 확 장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시작 버튼은 그 대로 두고, 시작 버튼을 누를 때 나오는 패널에 대해서 커다란 개편 을 했다.

오오!!

유재원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객 석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시작 버튼을 누를 때 나오는 시작 판넬의 크기와 항목들의 배치, 심지어 아이콘팩까지 다 갈아치웠 으니 말이다.

ME의 기본 아이콘도 256*256 사이즈로 제법 큼직한 크기로 직관 적이고 선명했지만, 그걸로 부족하 다는 판단이다. 안드로이드 2003에 서는 1024* 1024라는 엄청난 크기 의 아이콘도 지원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크기만 키워서는 혁신 이라고 할 수 없기에, 유재원은 비 장의 수 하나를 더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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