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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636화 (636/1,007)

30권 20화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유리 지 갑!

이보다 더 적절한 수식어는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계좌에 들어 있는 가장 큰 뭉칫돈은 뉴스 에 관심이 있는 세상 사람이라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ID 테크놀로지의 공모가와 매각 되는 지분의 양을 따져 보면 648억 달러라는 숫자는 쉽게 나온다.

여기에 유재원이 보유했던 청나 라 채권 역시 미국 연방 정부 홈페이지에서 외교 문서를 잘 찾아보면 나와 있다. 미국은 투명한 행정을 목표로 웬만한 자료는 다 공개했으 니 말이다.

조금 번거롭긴 했지만, 그 번거 로움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많다. 특히 기자라는 직업 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유재원 회장, ID 테크놀로지 상 장으로 재산 규모에 1,300억 달러 추가!

-포브스, 세계 부자 순위에 지각 변동은 없다.

-몇 년 전부터 부동의 1위는 유 재원 회장이었던 것!

ID 테크놀로지 상장으로 들어온 돈은 648억 달러였는데, 언론에서 는 마치 짠 것처럼 1,300억 달러를 썼다. 기업 공개 후 유재원의 수중 에 남은 60%의 지분까지도 함께 계산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경제지의 계산법이 아 주 틀린 건 아닌데, 그냥 보면 유 재원에게 1,300억 달러나 생긴 것 같이 읽히니 문제였다.

하여튼, 이러한 정보들로 인해

유재원이 1천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는 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제일 반기는 건 역시 미국과 한 국이었다.

청나라 채권 상환 소득에 대한 세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ID 테크놀로지의 기업 공개로 얻은 소 득은 한국에 세금을 내기로 했으니 말이다.

ID 그룹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 다 대박이 터지는 건 이제껏 한국 이었다. 유재원이 회귀를 하면서 세운 각오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 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겠다는 것이었고, 이는 착실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기업 공개가 끝난 계열사들 주주 들로부터는 아쉬운 소리도 많이 들 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경영권은 유재원 이 확실히 쥐고 있었고, 실적도 주 주들이 아무 말 못 할 만큼 확실히 올리고 있었기에, 그 기조는 변함 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이제부터는 미국도 유재원 의 소득세를 받는 나라에 등극한 것이다.

청나라 채권 상환의 경우에는 미 국의 힘이 아니었으면 중국으로부 터 받아낼 수도 없었기에, 미국에 내는 게 맞았다.

미국 연방 정부, 캘리포니아주 정부에서 너무도 반가워할 이야기 였다. 그도 그럴 것이 ID 그룹의 납세 정책이 이제까지는 확실하게 한국 편애였으니 말이다.

하여튼, 이미 ID 그룹 회계팀에서 세금에 대한 계산을 끝냈기에, 바로 송금 작업을 시작했다. 워낙 큰돈이니 은행에 두세 달만 넣어 놔도 제법 큰 이자가 붙을 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유재원 본인 의 마음가짐이었다.

큰돈을 보면 없던 욕심도 생기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회귀 전 그놈들이 쳐 놓았던 함 정이 가득한 계약서에 제 손으로 사인했던 것도 역시 본질은 큰돈에 욕심이 난 것이었다.

"아직은 괜찮네."

송금 작업을 하면서 유재원은 고 개를 끄덕였다.

두 나라에 나눠서 내는 소득세로 인해 시작도 하기 전에 1천억 달러 중에 380억 달러 정도가 세금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 원은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세금을 내고 나니, 이제 이 돈을 어떻게 쓰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자신감이 붙는 유재원이다.

며칠 후.

"어휴, 이게 다 뭐죠?"

"이제 일하실 시간이라는 것이지 요."

뉴욕이지만 유재원은 길었던 휴 가를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그런 유재원을 맞이하는 건 산더 미 같은 서류들이었다.

낯선 풍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ID 그룹은 웬만 하면 이제 모두 전자 결재로 처리 하는 종이 없는 시스템이 정착된 상태였으니 말이다.

컴퓨터는 물론 안드로이드 스마 트폰으로도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유재원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직원 들 모두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ID 그룹의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아직 그렇지 못한 계열사 들도 좀 있었다. 특히 타임워너 넥 스트컴처럼 인수된 회사들이 특히 그랬다.

타임워너 넥스트컴 자체는 시스 템 통합이 되어 있었는데, 타임워 너 넥스트컴이 거느린 수많은 미디 어 계열사들은 아직도 독자적인 시 스템이 었다.

김대석이 가지고 온 서류는 이런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계열사에서 올라온 것들이었다.

정확하게는 영화나 드라마 시나 리오, 그리고 각종 쇼 프로의 기획 서들이었다. 얼마 전 NBC의 비전 발표에 대해 무척이나 자극을 받았 던 모양이다.

하긴, 그때 발표회장에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건 드래곤볼

"이었다.

거기다가 드래곤볼 말고도 시청 자들이 주목할 신선한 기획들은 여 럿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드래곤볼 RM 다음이라면 당연 히 프로듀스 아메리칸 아이돌이었 다.

이름 그대로 북미 전체를 대상으 로 하는 공개 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돌의 역사는 미국에서 시작했고, 저변도 무척이나 넓었다. 그렇지만 북미 전체를 아우르는 오디션으로 아이돌을 선 발하는 역사는 없었다.

21세기가 되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미국은 아직 시도조차 없었던 것이다. 재 미있는 점은 기획서 자체는 전부터 방송국에 돌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이먼 폴러가 팝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어느 정도 히트 를 친 기획을 가지고 미국에 넘어 왔는데, 이를 집어 가는 방송국은 없었다.

유재원은 NBC 인수와 함께 사 이먼을 영입해 프로듀스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 런칭을 준비한 것이다.

여기에 유재원은 양념을 쳤다. 미국서 시작된 아이돌 오디션 프로 그램은 한국에 와서 완성체가 되었 는데, 그 시스템을 이번에 적용키 로 한 것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에 '프로듀스'라 는 단어가 추가된 이유였다.

하여튼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 았던 기획이 유재원에 의해 선택되자 그와 비슷한 것들이 쏟아져 나 왔다. 조직 구조를 보자면 타임워 너 넥스트컴에 속한 작은 미디어 회사들은 유재원의 결재가 딱히 필 요 없었다.

타임워너에서 이렇게 계열사로 남긴 이유가 본인들의 개성을 잃지 말고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하라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다만 딱 하나의 제약이 있으니, 바로 예산이었다.

즉, 오늘 유재원 앞에 쌓인 서류 들의 정체는 이렇게 우수한 기획을 만들었으니 예산 지원 혹은 투자를 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일을 ID 엔터테인먼트 스 테판 사장이 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스테판 바버 사장은 영화를 중점 으로 보고 있었고, 이미 기획이 끝 나고 제작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투 자자로서 참가하는 것이다.

대신 지금 유재원의 책상에 올라 온 건 아예 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성격이 많이 다르다.

"역시 유리 지갑이라고 제대로 소문이 났네."

아무래도 이렇게 원초적인 기획 서가 유재원 앞까지 올라오는 일은 과거에는 얼마 없었던 일이었기에 오늘 이렇게나 많이 올라온 걸 보 면, 역시나 이유는 유재원 본인의 유리 지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가 없다.

그렇다고 유재원은 일을 쉬진 않 았다.

오전 업무 시간부터 시작해서 점 심을 먹고 나서도 한참이나 기획서를 홅어본 유재원은 괜찮은 기획이 라면 승인을 시켰다.

오컬트 드라마와 쇼 프로 몇 가 지, 블록버스터 영화 정도였다. 회 귀 전에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 던 것들이었지만, 기획서는 참 좋 았다.

게다가 회귀 전과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살짝 모험을 걸어도 될 만하다고 판단되어 승인시켰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익성만 보진 않았다.

공익적인 것, 혹은 비주류이지만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 역시 승인했 다. 잔고가 넉넉하다 보니 마음도 여유로워진 것인지, 이날 유재원의 승인을 받은 기획서는 10건이 넘었 다.

"그러면 이제 내가 지르고 싶은 걸 질러야지!"

큰돈이 들어오면 해야 할 것들은 진작에 리스트로 뽑아 놓은 유재원 이었다.

무려 회귀 전부터 그런 계획이 있었다. 이제는 마음에서 내려놓은 마스터플랜이 바로 그것이었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2000년대 ID 그룹의 일부 계열사의 상장에 성공한다면 대규모 시설 투자를 실 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초미세 공정 실리콘 반도체 생산 라인 확대.

대규모 OLED 디스플레이 공장 신설.

"지금 봐도 틀린 판단은 아니지."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마스 터플랜의 모든 계획을 무로 돌린 건 아니었다.

특히나 반도체 생산 라인 확대와 OLED 디스플레이 공장 신설은 지 금 봐도 훌륭한 계획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회귀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밥만 먹고 했던 게 최신 기술 동향 수집이었다.

대규모 사업을 할 때 필수 요소 처럼 따라붙는 시행착오는 유재원 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지금은 회귀 전에 생각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중국이라는 변수였다.

"이번에도 공청단이 승리하려나?"

911 사이버 테러로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패권 싸움에서 중국은 확 실히 졌다.

슈퍼 파워를 가진 미국과 이제 겨우 세계화에 한 발 걸쳤던 중국 은 싸움 자체가 되지 못했다. 2010 년 이후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 지만, 지금의 중국은 G2의 당당한 한 축이었던 중국과 다른 나라였다.

패배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청나 라 채권이라는 무거운 빚은 중국의 경제 성장력을 제대로 박살 냈다.

게다가 공산당 내부의 대규모 비 리 스캔들은 언론 통제를 뚫고 중 국인들에게 전해져 충격을 자아내 게 했다.

장쩌민의 선부론마저도 실드가 불 가능할 정도였다.

선부론이란 상하이, 베이징 등 일부 지역을 먼저 부유하게 만들고 나서, 부자가 된 지역이 나머지 지 역들도 혜택을 입을 수 있게 해 준 다는 논리였다. 그것이 이번 부패 스캔들로 인해 허상이었음이 드러 난 탓이다.

선부론에 대해 조금만 깊게 파 보면 낙수 효과보다 더 어이가 없 는 이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를 쌓는 주체가 개인이 아닌 지역이라는 것부터 문제였다. 이는 장쩌민이 상하이 시장 출신인 것에 기인했다.

더구나 부를 얼마나 쌓을지, 쌓 은 부를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해선 그 어떤 설정도 없었다.

그런 선부론 덕에 먼저 부자가 된 상하이와 베이징, 광둥 등에서 낙후된 다른 지역을 돕기는커녕 해외로 부를 빼돌리고 있다는 게 딱 걸렸으니, 중국 인민들의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모든 책 임을 뒤집어쓰고 사라질 희생양이 었다.

덕분에 중국은 희생양으로 삼을 부패한 반동 세력이 누구인지 제대 로 가려내기 위한 내부 권력 투쟁 이 한창이었다.

밀리면 죽는다.

단순한 수식어 정도가 아니라, 진짜 목숨이 위태로운 것이다.

공산당 수뇌부는 본인들의 치부 를 숨기기 위해 더욱 열심히 상대 세력을 공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산당은 인민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딴 곳으로 돌리 기 위해 일본과 영토 분쟁을 본격 화 하면서 반일 감정을 부추겼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축제를 한창 즐길 동안 중국에서는 일본 기업들 이 매장되고, 일본 자동차들이 반 일 시위대로 인해 불타올랐다.

"그나마 요즘은 좀 잠잠한 편이 지?"

시위대에 문제가 생겨서 조직력 이 와해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시 위를 벌일 때마다 분노가 너무도 커진 탓이었다.

자칫하면 시위대의 방향이 공산 당을 향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에 공안을 이용해 사람들이 모이는 걸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시위의 강 도가 줄어들었다.

이처럼 후진타오 주석이 제대로 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건 불 과 2년도 되지 않았는데, 나라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 본인도 부패 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탓에 권력 장악 능력은 더욱 떨어졌고, 중국 공산당 내부에선 새로운 주석을 뽑 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후임이 누가 될지가 문제였는데, 권력 투쟁에서 상하이방이 승리한 다면 천량위가 될 것이고 공청단이 수성에 성공한다면 보시라이, 혹은 문제의 시진핑이 원래 역사보다 훨 씬 빠르게 등장할 수 있었다.

중국이 이렇게 제자리걸음을 할 때 확 치고 나가야 한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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