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35화 (635/1,007)
  • 30권 19화

    특히 올해에는 AMD와 인텔이 신형 듀얼 코어 CPU를 발표했고, GPU를 제작하는 ATI와 엔비디아에 서는 다이렉트 컴퓨팅이라는 GPU 를 통한 CPU 가속 기능도 발표하 면서 PC의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가성비는 따지지 않고 최고급 부 품으로 PC를 도배하다시피 조립한 다면, PC 1대로 1테라플롭스라는 연산력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PC 안에는 GPU가 4장씩 들어가야 했고, 특별한 환경에서 특수한 연산을 할 때나 가능한 수 치였지만,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였다.

    더욱이 특수한 연산이란 바로 비 슷한 작업을 연속적으로 하는 것이 었는데, 랜더링은 여기에 딱 맞는 케이스였다.

    이러한 최상급 PC 수십만 대로 도배한 랜더링 팜도 세팅 중이었으 니, 드래곤볼 RM의 제작에는 탄력 이 붙을 거라고 확신하는 유재원이 었다.

    "그나저나 인터넷 리플에는 왜이리 욕이 많은 거야?"

    인터넷을 한참 돌아다니며 반응 을 체크하던 유재원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클립으로 풀린 손오공과 마인 부 우의 전투 신에 대한 이야기나, 드 래곤볼 RM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건 좋은데, 지저분한 말들이 너무 많았다.

    넥스트컴이나 2CH.COM의 경우 엔 필터링을 통해 직설적인 욕은 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를 우회 해 철자를 바꿔 쓴다거나 특수 문자를 응용해 기어이 욕을 하는 사 람들도 있었다. 인터넷 초기의 문 화가 혼돈의 카오스였다는 건 잘 알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ID 그룹의 필터링 시스템을 무료 로 풀어서라도 좀 막아 보고 싶었 는데, 필터링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 결과는 신통 치 못했다.

    그렇지만, 유재원의 상념이 더 이어지진 못했다.

    "응? 이건 뭐야?"

    넥스트컴에 새롭게 올라온 기사하나 때문이었다.

    -페루자 FC 가우치 구단주, 안 정환은 이탈리아에 대한 배신!

    "이게 무슨 개소리야?"

    지난 20일, 소리아팀과 이탈리아 가 맞붙었던 다음 날 민간 방송 라 7과 페루자 FC의 가우치 구단주가 인터뷰를 했던 게 이제야 기사화가 되었다. 그런데 제목처럼 인터뷰의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특히나 안정환 선수에 대한 비난 은 도를 넘었다.

    막대한 주급을 받으면서도 팀에 서는 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부터 시작해, 이탈리아전 골든볼은 이탈 리아에 대한 배신이며, 다시는 팀 에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협 박도 달려 있었다.

    본인이 안정환 선수를 어떻게 하 겠다는 건 아니고, 페루자 FC의 홀 리건들이 안정환 선수를 가만 두지 않을 거라는 식이지만, 어차피 그 게 그거였다.

    유재원은 혹시나 한국 신문이 클 릭 수 증대를 위해 기사를 과장해서 쓴 거 아닌가 하고, 크로스 체 크를 시작했다. 다행히 영어 기사 도 있었는데, 놀랍게도 한국 신문 기사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처 참했다.

    "세상에! 이렇게 비상식적인 사 람이 구단주란 말이야?"

    기사를 보자마자 유재원의 상식 하나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동시에 본인의 문제점도 하나 느 꼈다. 유재원이 기억의 궁전에 저 장하고 있는 뉴스 라이브러리는 상 당히 방대한 분량이었다. 그중에서 한국과 미국, 더 나아가면 영국 정 도만 커버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더구나 IT나 신기술, 그리고 학 술적인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서 스포츠 같은 과거 유재원이 딱 히 관심을 두지 않은 곳은 맹점이 었다.

    만약 안정환 선수의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조치를 취했을 텐데, 일이 터지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음, 이거 그냥 두고 볼 수가 없 겠는데."

    구단주가 이런 식이면 안정환 선 수가 소속팀에 복귀하고서 꽤나 고 생할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유재원의 마음은 이미 움 직였다. 2002 월드컵의 영웅인 안 정환 선수가 고생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유재원의 기억에 안정환 선수는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클럽부터 대표팀까지 선수 생활도 훌륭했고, 은퇴 후에 방송 활동도 열심히 해서 재미있게 본 기억도 선명했다.

    나중엔 피파 회장에도 도전했던 것까지 기억이 나지만, 뉴스 라이 브러리에도 딱히 걸리는 기사가 없 는 걸 보면 아무래도 쓴 맛을 본 것 같았다.

    유재원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남다른 처리 속도를 가진 유재원 의 머릿속에서는 순식간에 구체적 인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서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 긴 건 안드로이드폰을 꺼내는 것이 었다. 다이얼을 띄운 후 단축 번호 1번을 길게 눌렀다.

    -응, 재원아!

    1번의 주인공은 역시나 티파니였 다.

    그도 그럴 것이 선택된 방법이 워낙 파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발표 잘 봤어! 역시 우리 자기 더라. 먼저 본 것인데도 심장이 다 시 두근거렸어. 인터넷에서도 온통 자기 이야기뿐이야.

    전화를 받은 티파니는 역시나 NBC 본사에서 유재원이 직접 발 표한 새로운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인터넷에서의 익명으로 들어온 칭찬도 기분이 좋았지만,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이 해 주는 칭찬은 그 이상이었다.

    -저녁밥은 먹었어?

    거기에 몸까지 챙겨 주니 기분이 더욱 좋았다. 다만 이제부터는 조 금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 였다.

    "이제 먹으려고."

    -나 없어도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해.

    "응! 오늘은 레밍턴 아저씨네 집 이랑 같이 먹기로 했어. 근데 그 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데 말이야."

    - 뭔데?

    "이번에 ID 테크놀로지가 상장되 면 돈이 들어오잖아. 그 큰돈을 써 야 할 데가 더 생겨서 말이야."

    -해!

    유재원은 티파니를 설득할 마음 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 다. 그런데 티파니로부터의 승낙은 너무도 쉽게 나왔다.

    유재원은 혹시나 티파니가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서 자세히 설명했 지만, 티파니는 착각한 것이 아니 었다.

    -자기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잖아. 자기가 어디에 다 쓰더라도 나는 찬성이야.

    " 진짜?"

    -응! 그렇다고 가정이나 회사를 버리고 탕진할 것도 아니잖아. 그 치? 자기를 누구보다 믿고 있으니, 자기 생각대로 해.

    티파니의 말은 감동이었다.

    덕분에 유재원은 마음 편하게 일 을 시작할 수 있었다.

    "김 비서실장님!"

    유재원은 곧장 ID톡으로 김대석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물리적으로는 바로 옆방에 묵고 있을 테지만, 유 재원에겐 ID톡이 훨씬 편했으니 말 이다.

    "예, 회장님!"

    대신 김대석은 유재원과 바로 대 면하는 게 편하고 빨랐기에, 바로 유재원이 있던 서재로 달려왔다.

    "프리미어리그 랭크팀이나 올해 승격 가능할 팀 중에 매물로 나올 만한 클럽이 있는지 알아봐 주세 요."

    축구팀 매입!

    그것도 보통 축구팀이 아니라 잉 글리시 프리미어 리그를 뛰는 축구 팀을 매입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유 재원이 안정환 선수를 위해 마련한 해결책이었다.

    아이디어가 처음 떠올랐을 땐 너 무 과격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생 각해 보니 축구 선수 개인은 물론 이고 기업 차원에서도 괜찮은 일이 었다.

    대한민국이 2002 피파 월드컵에 서 3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축구계 에서는 변방이었다. 선진 축구 시 스템과 경험을 익히는 데엔 직접 축구 선진국에서 뛰어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의 세리에A보 다는 프리미어리그가 최고 아니겠 는가.

    더욱이 프리미어리그의 세계화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는데,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까지 꽤나 많 은 인기를 획득할 수 있었다. 미국 의 주류인 백인들이 신규 유입되는 것도 있지만, 남미에서 이민한 사 람들의 숫자가 폭증하면서 시청자 숫자가 대폭 늘었다고 보는 게 타 당했다.

    남미 사람들의 국기는 100이면 100 모두 축구였으니 말이다.

    타임워너 넥스트컴과 NBC를 통 해 프리미어리그를 알리는 것도 나 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최종 관 문이라 할 수 있는 티파니의 승인까지 얻었기에 유재원은 거침이 없 었다.

    며칠 후.

    티파니가 누욕으로 왔다.

    -ID 테크놀로지, 역대 최대 공모 가로 나스닥 상장!

    -나스닥 상장 행사에서 환하게 웃는 유재원, 티파니 유 부부.

    바로 ID 테크놀로지의 나스닥 상 장 행사 때문이다.

    19기년 2월 4일 역사를 시작한 나스닥이었다. 그렇지만 ID 테크놀 로지만큼 매머드급 회사가 상장하 는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덕분에 상장 행사 역시 가장 성 대하게 꾸려졌다.

    뉴욕 월 가에 자리한 나스닥 본 사의 귀퉁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을 보면, ID 테크놀로지의 로고에 WELCOME라는 문구도 큼지막하 게 박혔고, 무대 역시 ID 그룹의 상징인 상앗빛으로 꾸며져 있었다.

    여기에 유재원과 티파니가 올라 와 아크릴 보드에 사인을 하는 것 으로 나스닥에서 ID 테크놀로지의 주식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공모에 성공한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과, 공모에서는 떨어졌지만 이 제라도 주식을 보유하겠다 하는 사 람이 올린 매수 주문이 서로 맞물 리면서 거래량이 폭증했다.

    그러면서 호가는 시초가보다 내 려가기도 했고, 상승으로 반전되기 도 하면서 커다란 진폭을 만들었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주식 전문 매체들이 ID 테크놀로지의 주 식 차트에서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비관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는 점 이다.

    너무 노골적이라 실소가 나왔다.

    공모가에 거품이 너무 많이 껴 있다는 것부터, ID 테크놀로지의 혁신은 이제 끝물이라는 것까지 기 사의 내용도 다양했다.

    유재원은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ID 테크놀로지로 이제껏 보여준건 유재원이 준비한 아이템의 1/10 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차세대 이동 통신부터 양자 컴퓨 터,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인공 지능, 안드로이드까지.

    설사 유재원이 아니더라도 ID 테 크놀로지의 자체 역량은 세계 최고 였다. 자체적인 개발 능력으로 위 에서 열거된 아이템 중 반은 만들 어낼 수 있는 기업이 ID 테크놀로 지였다.

    월 스트리트의 바보들이 한 목소 리로 비싸다고 하는 지금이 오히려ID 테크놀로지의 주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앞으로 ID 테크놀로지의 성장세 는 더욱 폭발할 것이고, 시가 총액 1조 달러라는 전대미문의 경지에도 제일 먼저 오를 기업이니 말이다.

    만약 돈을 걸라면 오늘 들어올 기업 공개 대금 전체를 걸 수도 있 는 유재원이다.

    -입금 확인되었습니다.

    때마침 빈센트 그린힐 사장의 담 백한 문자가 왔다.

    유재 원은 ID 인베스트먼트에서 ID 하이테크와 손을 맞잡고 만든 HTS 앱을 실행했다.

    간단한 본인 확인 절차를 끝내고 잔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깜짝 놀 랄 숫자가 찍혀 있었다.

    "현금으로 1천억이 넘는 건 나도 처음 보네."

    한국 원화라도 큰돈이지만, 지금 HTS에 떠 있는 계좌의 단위는 세 계의 어떤 나라에서라도 통용되는 미국 달러였다.

    원래 현금 잔고로 남아 있던 돈이 대략 200억 정도 되었는데, 청 나라 로또 채권의 대박으로 들어온 돈이 있었다.

    청나라 로또 채권 대금의 경우엔 NBC와 록펠러 센터를 사는 데 꽤 나 많은 돈이 나갔지만, 그래도 거 스름돈(?)으로 남은 게 좀 되긴 했 다.

    여기에 오늘 ID 테크놀로지 지분 40%를 매각한 대금이 모두 들어오 면서 1천억 달러라는 엄청난 숫자 를 만들었다.

    숫자가 워낙 커서 잔고 확인 칸에 한 번에 다 표기되지도 못할 정 도였다.

    "그래 봐야 며칠 지나면 다 빠져 나갈 테지만."

    무척이나 즐거워야 할 순간이지 만, 유재원에게선 뜻밖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는 본인 의 계좌는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유리 지갑이었기 때문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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