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33화 (633/1,007)

30권 17화

"전쟁 나는 거 아니지?"

"그럼. 저 전투기가 중국으로 잘 돌아갔으니 뉴스가 정상으로 보도 되고 있는 거잖아."

티파니는 한국에 무척이나 잘 적 응했지만, 그래도 전쟁이라는 위기 감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한 모양이 다.

유재원이 보기엔 그다지 큰일은 아니었지만, 티파니가 보기엔 심각 한 위협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하긴, 북한과 2002 월드컵을 공 동 개최 중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무력 도발이 심심치 않게 있 었기도 했다.

여러 나라의 석학들이 세계 제3 차 대전이 터진다면 중동이 1순위, 2순위가 바로 한반도가 있는 동북 아시아로 꼽았을 만큼 이미지가 안 좋았다.

아마도 중국이 노린 것도 이러한 이미지를 자극해 2002 월드컵에 재 를 뿌리고,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위기로 돌려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방공 식별 구역 침범 정도로는 약하고 보다 큰 무언가가 있어야 할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졌 다.

역시 유재원의 짐작은 사실이었 다.

이날 저녁 TV 9시 뉴스에 월드 컵을 제치고 제일 먼저 오른 소식 은 중국-일본의 댜오위다오 충돌이 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해상 영토 확보 경쟁, 결국 군사적 충돌 야기!

-일본명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 오위다오에서, 일본은 실효 지배력강화를 위해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단속을 강화하기로 선언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격적인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사건의 전모는 간단하다.

일본 해양 순찰선이 센카쿠 열도 의 황금 어장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과 충돌했다.

단순히 분위기가 험악하다는 것 이 아니라, 일본의 5천 톤급 해양 순찰선이 조각배 같은 중국 어선과 물리적 충돌이 난 것이다.

민간인 어선과 해양 순찰선은 체급 자체가 달랐다. 비록 군대라는 정식 명칭을 쓰진 못해도 일본의 해상 자위대의 규모는 동북아시아 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강했다.

그러자 중국 어선들의 신고를 받 은 중국의 인민 해방군 해군 함정 이 달려왔고, 거기에 전투기까지도 출동한 것이었다.

본토와의 거리를 따져 보면 센카 쿠 열도는 중국 쪽에서 훨씬 가까 웠으니 말이다.

그렇게 출동한 전투기가 한국의 방공 식별 구역까지도 넘어와서 일을 키웠다. 아예 물리적 충돌이 일 어난 중국,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좀 낫지만,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깨지는 확실한 신호였다.

당장 중국은 대도시에서 반일 감 정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중이었다. 일본 역시 영토 문제에 있어선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이러한 태도가 일괄적으로 적용 되면 참 좋겠는데, 일본의 이중 잣 대는 여전했다.

바로 독도 문제에 있어서 말이 다.

센카쿠 열도는 원래 류큐 왕국에 서 발견해 관리하던 섬들이었고, 일본은 류큐 왕국을 오키나와현으 로 편입하면서 영토에 들어갔다.

반면 중국에서 주장하는 근거는 대만의 부속도로서 1403년 명나라 시기의 문헌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러한 논리라면 독도에는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일 본은 독도에 와서는 중국처럼 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네."

"응! 중국엔 당분간 가지 않는게 좋겠어."

TV를 함께 본 유재원과 티파니 의 감상이었다.

사실 유재원의 마음은 좀더 복잡 미묘했다. 주한 미군이 일으킨 참 사로 인한 반미 감정 폭발도 없고, 연평 해전도 없다.

대신 중국과 일본이 전보다 훨씬 크고 뜨겁게 붙었다. 이러한 일들 이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따져 보는 건 밀레니엄 문제를 푸 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불이 난다면 우리 집이

아닌 강 건너에 나는 게 좋은 것이 었다.

중국과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 지만, 월드컵은 문제 없이 진행되 었고 한국팀의 선전도 계속되었으 니 말이다.

그렇지만, 영원한 축제는 없다.

한 달 동안 전 세계를 뜨겁게 달 주었던 2002 피파 월드컵 인터 코 리아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 브라질의 우승으로 화려한 축제의 끝을 알렸 다.

-2002 피파 월드컵 인터 소리아 의 우승은 브라질입니다!

운영에서 완벽했고, 경기에서도 파란의 연속이었다.

특히 가장 큰 충격을 선사한 건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소리아팀 의 엄청난 선전이었다. 준결승까지 올라왔던 소리아팀은 전과 같이 독 일에 패했다.

아쉬운 일이었지만, 전과 다른 점도 분명히 있었다.

전에는 독일 국가 대표 골키퍼인 올리버 칸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뚫어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후반전에 기용된 북한 선 수인 김용수가 발로 이뤄낸 골이라 의미가 깊었다.

안타까운 점은 어렵게 이어진 연 장전에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는 점 이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스페인전에선 승리했지만, 이번 엔 패배했다. 무척이나 아쉬운 결 과였다.

소리아팀의 패배에 한반도가 탄 식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스팀 유저들 역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스팀 이벤트가 준결승에 서 끝난 건 아니었다.

터키와의 3, 4위 결정전이 있었 기 때문이다.

유재원은 터키전에 대해서는 전 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을 깨 고 소리아팀이 승리해 버렸다.

극초반 어이없는 실수에서 이어 진 실점으로 초반부터 김이 빠졌던 전과 달리, 경기력도 끝까지 팽팽 했다.

더욱이 승리까지 하면서 소리아 팀의 파란에 화려한 피날레를 올렸 다. 그리하여 2002 피파 월드컵 인 터 소리아에서 대한민국 팀의 최종 성적은 3위로 마감되었다.

이에 따라 스팀 여름 페스티벌 쿠폰의 최종 할인율은 70%를 찍어 버렸다.

대회 중간 쿠폰을 쓰지 않고 끝 까지 버틴 30% 정도의 유저들이 이 혜택을 고스란히 보았다.

역대 게임 회사들이 개최한 이벤 트 중에 가장 범지구적이었고, 가장 성공적인 이벤트로 기억될 성과 였다.

축구인들의 축제, 게이머들의 축 제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기업들은 월드컵의 성과를 정리해야 하고, 직장인들은 일상으 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지만, 유재 원은 아니었다.

월드컵 때문에 밀렸던 초대형 스 케일의 머니 퍼포먼스는 이제부터 가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2002 피파 월드컵 후의 결산을 하는 기업들의 분위기는 대부분 화 기애애했다. 월드컵 이벤트에 손가 락만 닿았어도 기대 이상의 수치들 이 쏟아졌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2002 월드컵을 제대 로 준비한 회사들은 상상을 초월하 는 성적표를 받았다.

박상권이 이끄는 부산 그룹도 그 런 기업 중 하나였다.

"6월 한 달간 주류 판매량이 600% 이상 폭증했습니다."

6월 결산을 하는 경영지원실장의 목소리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이를 상석에서 듣는 박상권 사장 은 물론 동석한 중역들 역시 마찬 가지였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달 간 이들은 미쳐 돌아갔다.

전국 직영 대리점에서 올라오는 어마어마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서 주류 공장을 24시간 돌려야 했 던 탓이다.

"맥아와 홉 등의 중요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지 않았으면 공급이 부족해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 겁 니다! 육우와 계육 생산을 위한 사 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곡물 사 료의 재고량도 바닥을 보이지만, 월드컵이 끝나 생산량 조절에 들어 갈 테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 모두 사장님의 선견지명 덕입니다!"

박상권 사장의 최측근답게 끝은 무한 칭송이었다.

그게 참 부담스러운 박상권이었 다. 최측근이라는 건 경영지원실장 본인과 중역들의 생각이지, 박상권본인은 그 정도로 각별하다고 생각 하지 않았던 탓이 제일 컸다.

박상권이 부산 그룹의 경영권을 빼앗을 때, 배다른 형제들의 측근 을 모조리 숙청해야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외부 수혈과 비주류의 내부 승진이 동시에 일어 나게 됐는데 경영지원실장은 내부 승진 케이스의 신데렐라였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열과 성을 다해 박상권을 보필했다.

그게 벌써 10년에 가까운 시간의 일이었는데, 아직도 어색했다.

결정적으로 2002 월드컵이 대박 이 날 거라는 판단은 본인의 판단 이 아니었던 탓이다. 축구를 남들 보다 즐기는 박상권 사장이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가 한국 에도 이름을 슬슬 알리기 시작했지 만, 박상권 사장은 한참 전부터 위 성 TV로 찾아볼 만큼 성실한 덕후 이기도 했다.

덕분에 2002 월드컵 유치 성공 소식에 너무도 즐거워했고, 이어진 남북 단일팀 소식에 실망했다.

히딩크 감독 선임에 다시 희망을 걸었다. 그리하여 박상권 사장이 내린 최선의 예측은 조별 예선에서 1승 2무로 경우의 수를 따져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박상권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 들어 준 유재원이 신신당부를 했기 에 과감한 재고 확보를 지시할 수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역시나였다.

박상권 사장의 예상을 깨고 전승 으로 조별 예선을 통과했고, 결국 엔 준결승에서 독일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했다.

심지어 3, 4위 결정전에선 이겨 서 3위 메달을 땄으니 엄청난 선전 이었다.

지금도 박상권 사장은 월드컵이 한여름 밤의 꿈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스크린에 띄워진 지표는 절 대 거짓이 아니었다.

"안심하긴 이릅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지시 역시 힘주 어 말할 수 있었다.

" 예'?"

"치킨에 맥주, 이 천국 맛을 본 국민들이 과연 월드컵이 끝났다고 주문을 멈출까요? 치킨 시장과 맥 주 시장 자체가 전과는 차원이 다 르게 확대되었습니다. 이에 맞춰 임시방편으로 늘린 유통량을 이제 는 안정적으로 유지할 시스템을 만 들어야 할 때라는 겁니다."

유재원 덕에 월드컵 코인을 제대 로 탄 부산 그룹은 이 열기를 이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국에서 부산 그룹만 그런 게 아니었다. 유경 그룹과 TG 모바일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작 두루두루 월드컵 코인을 탈 수 있게 알려 준 유재원은 월드컵 이 끝나자마자 마침표를 찍고 새로 운 일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유재원은 미국으로 돌아와 샌프 란시스코 집에서 하루 머물면서 여 독을 풀었다.

6월 한 달 동안 월드컵에 푹 빠져서 쉰 덕에 그야말로 온몸엔 활 력이 넘쳤다.

덕분에 샌프란시스코 집에 와서 도 널브러져 쉰 게 아니라, 월드컵 을 즐긴다고 놀아 주지 못한 고양 이 DD와 실컷 놀아 줄 수 있을 정 도였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를 보낸 유재원은 다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다녀올게!"

"응! 재원이라면 뭐든 잘할 거 야!"

아직 휴가가 남은 티파니는 집에 남기로 했다. 대신 떠나는 유재원 에게 환한 응원으로 힘을 실어 주 었다.

티파니의 응원 버프을 받으며 집 을 나선 유재원의 최종 목적지는 뉴욕, 록펠러 센터였다.

다른 말로는 NBC 본사이기도 했다.

오늘 유재원이 뉴욕에서 할 일은 테드 터너가 신나게 칼춤을 추고 있는 NBC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 하는 것이었다.

유재원이 NBC 인수 후 처음으 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NBC의 새 로운 비전을 발표한다고 했고, 이 에 대한 관심은 폭발했다.

덕분에 록펠러 센터에는 취재진 으로 가득했다.

재미있게도 이들 중 1/3 정도는 ID 그룹 계열이라는 점이었다.

NBC에 속한 기자들, 타임워너 넥스트컴에 속한 방송국, 신문, 잡 지사에 속한 기자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1/3은 또 뉴스콥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두 집단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 다.

ID 그룹 계열의 사람들에겐 기대 감이 있었고, 뉴스콥에 속한 이들 은 마치 칼을 갈고 있는 것처럼 날 카로운 기세를 발휘했다.

그 집단 사이에는 나름 중립이라 고 하는 매체들의 기자들이 자리하 고 있어서 불꽃이 튀는 지경에 이 르진 않았다.

사실 뉴스콥에 속한 사람들이라 고 다들 머독에 호의적이라거나, 그를 상전으로 인식해 떠받드는 사 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테드 터너가 워낙 머독과 뉴스콥을 싸잡아 비난하고 다녔고, 머독이 벌인 일로 인해 반박도 못 하고 두드려 맞게 되면서 자연스레 악감정이 쌓인 것이었다.

유재원이 발표 중에 사소한 실수 라도 하면, 그게 아니더라도 대중 이 실망스러운 눈치라도 주면 두고 두고 씹어 줄 준비를 마친 상태였 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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