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31화 (631/1,007)

30권 15화

-단일팀 운영에도 이처럼 이견이 나오는데, 국운을 걸어야 할 우주 개발은 어떻겠는가.

-남북 인공위성 추진체 공동 개 발 사업 난관!

-장기 복역 포로 송환에는 큰 환 영.

더욱이 북한은 이렇게 북한 선수 출전을 명분 삼아 광명성 계획을 밀어붙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덤으로 비전향 장기수 송환에는 크게 환영했다.

"참나, 실력이 부족해 못 나오는 걸 어쩌라고."

비행기 안에서 위성 인터넷을 통 해 한국 넥스트컴에 접속해 기사를 보는 유재원은 역시 투덜거림이 절 로 나왔다.

본인은 기사로만 봐도 짜증이 솟 구치는데, 현장에서 직접 일을 담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오죽하면 축구 협회장인 전재준 까지도 유재원에게 먼저 전화를 걸 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정 도였다.

히딩크 감독 정도 되는 사람은 축구 협회장 전재준이 뭐라고 지시 해도 들어 먹을 사람이 아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던 탓이다.

이에 대해 유재원의 대답은 간단 했다.

"이때에 외풍을 잘 막아 주셔야 죠. 기업 경영이든, 스포츠든 결국 결과로 말하는 세계 아닌가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아니겠 는가.

정치적인 요소를 하나둘 따지다간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는 건 너 무도 많이 보아왔던 일이었다.

오죽하면 유재원도 본인의 빛나 는 스웩을 보여 줄 굵직한 이벤트 들을 7월 이후로 미뤄 놓았겠는가.

지금은 그저 월드컵 코인에 올라 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국 축 구팀의 리즈 시절을 즐기는 게 최 고의 선택이었다.

"흐으음, 참나."

전재준은 유재원과의 전화를 끊 으며 앓는 소리를 했다.

사실 전화를 걸기 전부터 유재원 이 무슨 소리를 할지는 99% 예상 하던 바였다.

역시나 유재원은 예상을 빗나가 지 않았다.

오히려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건 전재준 본인을 타박하는 소리만 거 하게 먹어야 했다.

외풍으로부터 국가 대표팀을 보호해 줘야 할 축구 협회장이 헛소 리에 혹해서야 되겠느냐는 일침만 받았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고."

눈 딱 감고 히딩크 감독에게 전 화를 넣어서 북한의 항의를 전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재준은 유재원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유재원과 인연을 쌓은 건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유재원이 선택한 것들이 빗나 가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미래그룹 사람들 누구나 반대했 던 전명헌의 정치판 입문부터 유재 원의 선택은 차원이 달랐다.

허울 좋은 통일 국민당을 전국 정당이자 확고부동한 원내 2당에 입성시킨 것도 유재원이었고, 한 번 물 먹긴 했지만, 버릴 건 버리 고 얻을 것은 얻으면서 결국 전명 헌을 대통령에까지 오르게 했다.

무엇보다 유재원 본인이 이끄는 ID 그룹은 10년이라는 짧다면 짧 은 시간에 세계 제1의 기업에 올랐다. 당장 엊그제만 해도 무려 미국 의 공중파 채널인 NBC< 현금에 전액 매입해 버리는 위엄을 보였다. 거기에 록펠러 센터는 덤이었다.

"요즘 애들 말로 스웨거라고 하 던가. 하여튼, 스웨거가 있어."

전재준은 축구 협회장 이전에 정 치인의 아이덴티티를 먼저 얻었다.

덕분에 요즘 유행하는 말들을 인 터넷에서 귀담아들었고, 스웨거라는 단어도 얼떨결에 그의 머릿속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NBC는 상상 그 이상이지만, 록 펠러 센터라 하면 전재준도 여러 번 다녀왔던 뉴욕의 명소였다.

그리고 일본 경제가 세계를 지배 할 것 같았던 8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일본 도쿄 땅을 다 판다면 미국 을 사고도 남을 거라는 말이 돌던 거품 경제 시절이지만, 실제 일본 의 자금이 미국의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하던 때였고, 록펠러 센터도 그렇게 넘어간 것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걸 ID 그룹이 매입했다는 건 상징성이 컸다. 실제로 ID 그룹의 NBC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 민국 정당 지지도에서 통일 국민당 의 지지율이 3%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정당 지지도에서는 현 정 부 여당인 민주당을 능가하는 38% 를 찍는 중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숫자는 전재준의 마음에 콕 박혔다.

내년 2003년에 있을 빅 이벤트 인 대선에서 통일 국민당 후보로 나서게 된다면 대권 가능성도 충분 했다.

중임제 이후의 처음 선거인지라 현 김대중 대통령의 어드밴티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을 할 수는 없 었다.

그렇지만 고령인 탓에 중임 선택 은 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충분 히 가능성이 있었기에 대권을 꿈꿔 볼 만했다.

덕분에 전재준의 속마음에는 이 번 2002 피파 월드컵 인터 소리아 의 성과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전환하느냐도 크게 담겨 있었다.

월드컵에서의 소리아팀의 선전과 전재준의 정치적 역량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재준의 인기는 크게 상승 중이었 기 때문이다.

더욱 자세히 들어가 보자면 매주 받아보는 지지율 그래프만 봐도, 소리아팀이 승리할 때마다 전재준 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이었다.

히딩크 감독을 모셔 온 공로와 소리아팀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몰 아 준 것을 마치 전재준의 전략적판단에서 나온 것이라 착각하는 사 람이 그만큼 많았다.

그냥 전재준은 귀가 얇아서 주변 사람이 하라는 대로 움직였던 것뿐 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이란 유재원일 때가 제일 많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재준 본인이 보기에 소리아팀 은할만큼 했다.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이라는 강 적을 만나 승리했지만, 16강 상대인 이탈리아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니 유종의 미를 거두는 차원 에서 북한 선수를 한 명 정도 기용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축구 협회의 기술 감독을 비롯해 고문들, 위원들의 생각도 같았다. 외부에서의 압력도 대단했 다.

그러다가 예전 생각이 나서 유재 원에게로 다이얼을 돌렸고, 예상했 던 그 소리를 그대로 들었다.

신기하게도 예상한 그 소리를 듣 자 위원들 이야기, 외부에서 커다랗게 들려오던 목소리가 확 사라졌다.

이번에도 히딩크 감독에게 맡긴다.

그것이 전재준 축구 협회장의 결 단이었다.

6월 18일.

대전월드컵 경기장에는 만원 관 중인 3만8천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응원석에 자국민이 가득 들어서 는 건 개최국의 최대 이점이다.

일방적인 응원은 경기를 뛰는 상 대팀 선수들을 굳게 만드는 심리적 영향력이 대단했다.

그렇지만 이번 2002 월드컵은 흥행이 꽤나 잘 되는 편인지라, 타 국가 간 경기에도 한국인들이 상당 히 들어찼고, 해당 국가에서 직접 직관을 오는 열성팬도 상당했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수도 평양에 가 볼 수 있다는 이점에 평양 경기들은 죄다 매진이었다.

물론 가장 하이라이트는 소리아 팀의 경기였다.

과연 조별 예선에서 세네갈을 능 가한 쇼크를 일으킨 소리아팀이 이 탈리아라는 전통의 강호에 맞서 또 이변을 일으킬지 궁금해하는 사람 들이 많았다.

다만 과거와 같은 치열한 신경전 은 없었다.

과거에는 이탈리아팀 최고 프랜 차이즈 스타인 프란체스코 토티의 '한국을 상대로 한 골이면 충분하다'라는 말이 나와 큰 공분을 일으 킨 적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한국은 뛰어난 팀 이지만 우리 이탈리아 팀의 1 : 0 신 승을 예상한다'라는 발언이 잘못 보도되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오보가 없었다.

"대한일보가 없어져서 그런가?"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존 재인 유재원은 대전월드컵 경기장 VIP 박스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중이었다.

조별 예선은 길거리 응원에 참여 해서 제대로 놀아 봤다면, 16강은 직접 직관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대한일보? 그거 망한 신문 아니 냐'?"

곁에 계신 아버지 유봉만이 유재 원의 혼잣말을 듣고 되물으셨다.

월드컵은 나라 전체의 축제였기 에, 유재원은 기왕 직관을 하는 것, 가족들 전부와 함께 참관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선호도로 보면 K리그 축구보다

는 야구였던 유봉만과 큰아버지였 지만, 축구 국가 대표팀이라면 야 구에 못지않았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흥분하신 상 태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망했죠. 덕분에 요즘 나라 분위 기가 괜찮은 것 같아요."

"아, 그 말이구나. 확실히 생각해 보니 요즘 언론들이 좀 잠잠해지긴 했지."

잠잠해졌다기보다는 월드컵 코인 에 올라타 정신줄을 놓은 것 같지만, 전 국민이 월드컵에 빠져 있으 니 그런 언론들이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보수 세력 집권 때는 마 치 정권과 한 몸인 것처럼 행동하 면서 이권은 챙겼고, 반대하는 세 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모든 일 에 트집을 잡으며 딴죽을 걸었던 회사였다.

그런 회사 하나가 사라지니 현장 의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졌다.

자극적인 걸 넘어 가짜 뉴스까지 도 만들어 유통시켰던 대한일보는 이제 없다.

사주 일가 역시 대부분 감옥에 가 있는 상태였다.

물론 모두가 잡혀 들어간 건 아 니었고, 대한일보를 비롯한 사업들 을 청산하면서 챙긴 재산은 보통 사람이 평생을 일해도 모으기가 불 가능할 만큼 거대하긴 했다.

하지만 과거 대한민국을 한 손에 쥐고 흔들며 밤의 대통령 소리를 들었던 때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과거일 뿐이다.

다만 대한일보가 사라졌다고 한 국의 언론들의 성향이 급변하진 않 을 것이다.

지금만 봐도 월드컵 기사가 장사 가 잘되니, 뉴스 전체를 월드컵 특 집으로만 매일 꾸며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 북 한 소식들도 뒷전으로 밀렸다.

2002 월드컵에 옥의 티로 남았 던 논란이 사라진 건 좋은데, 언론 들까지 미쳐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건 좀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형님! 이번엔 누가 이길 것 같 습니까?"

아버지 유봉만이 이번엔 큰아버 지께 말을 걸었다.

"왜? 이번에도 한턱 쏘고 싶으 냐? 동생이 한턱 내겠다는데 마다 할 수는 없지. 1 : 0 대한민국 승리 다! 동생은?"

"겨우 i : o이요? 저는 2 : 0입니다!"

"이탈리아가 2골이라고?"

"당연히 대한민국이죠!"

역시 스포츠에는 내기가 빠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께서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들어보니 조별 예선 때부터 내기가 있었던 것 같다.

친척들까지도 함께 참여하는 등 규모가 제법 컸다.

비단 유재원네 집안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아니지. 전 지구적으로 넓게 봐 도 마찬가지겠지.'

내기, 더 나아가 도박이라는 건 사람을 잡아끄는 강한 매력을 품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유재원의 머릿속에서 는 스포츠를 이용한 내기 플랫폼이 떠올랐다.

스포츠 토토였다.

'아, 한국에서는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네.'

안드로이드폰을 꺼내 스포츠 토 토를 찾아보니 200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스포츠 토토 를 하는 사람보다 이렇게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내기를 하는 경우가 훨 씬 많았다.

한국의 경우엔 아예 국가에서 공 인한 업체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은 불법화했던 탓에, 경쟁은 없었다.

게다가 판돈의 50%는 무조건 세 금으로 가져가기에 아무리 대박이 터져도 손에 돌아오는 건 적었다.

지금은 인지도가 없어서 스포츠 토토가 운영되는지도 모르는 사람 들이 태반이지만, 나중에 가면 음 지에서 불법 스포츠 토토가 판을 치게 된다.

한때 사람들이 마늘밭을 찾아다니게 했던, '마늘밭 현금 드럼통 사 건'도 불법 토토 운영자가 숨겨 놓 은 돈이었다.

드럼통에 현금이 가득한 것이 뉴 스에 생생히 잡혔고, 그 모습이 가 히 비주얼 쇼크와 다름이 없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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