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10화
북한이 납북자 일부를 풀어 준 의도와 이를 통한 각국의 손익을 따져 보는 계산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 측에 서 납북자 송환에 이어 연합군 유 해 발굴과 송환 작업을 먼저 제안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다가 이어진 속보에 유재원 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미국 측에서도 받을 수밖에 없겠군요."
제일 큰 소득은 역시 북한이었다.
미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어디에 있든 구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만 봐도 고립된 병사 하나를 구하기 위해 소대가 움직일 정도였다. 유 해 송환은 꼭 해야 할 작업이었다. 동시에 북한 역시 기존의 불량 국 가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좋게 활 용할 수 있는 수였다.
동시에 광명성 계획이 탄도 미사 일 개발이 아닌, 진짜 우주 개발 프로젝트라는 것에 대해 힘을 실을 수도 있었다.
북한의 행보를 다 아는 유재원에 겐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주장이 지만, 아직 북한의 실체를 잘 모르 는 나라에서는 이 정도로 유화적인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할 거라고 상상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미국이나 한국은 환영할 일이었다.
북한의 내심이 어떻든 일단 겉으 로는 평화 행보의 연장이므로, 이 를 지렛대 삼아서 광명성 계획에도 관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으 니 말이다.
더욱이 한국의 경우에는 2002 월드컵의 유일한 리스크였던 북한이 평화적인 자세를 취한 덕에 대회 성 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반면 북일 정상 회담을 준비 중 이던 일본은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원래는 고이즈미 총리와 자민당의 최대 성과가 되었어야 할 납북자 송환이 북한의 넓은 양해로 이뤄졌 으니,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제일 심통이 난 곳은 중국일 것 이다.
북한을 가지고 동아시아에 불온한 기운을 만들어 보려고 했을 테 고, 그것이 광명성 계획으로 표출 되었다. 거기까지는 잘되는 듯싶었 는데, 북한이 납북자 송환과 같은 유화적인 자세로 나오면서 중국의 그림이 흐트러졌다.
"중국이 변수네요."
"하긴, 중국이 요즘 난리도 아니 죠."
유재원의 말엔 함축된 정보가 상 당했지만, 최강욱 부회장은 바로 이해했다.
ID 그룹의 동아시아 권역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최강욱 부회장에 게 보고되는 정보도 상당했다. 중 국은 ID 그룹이 직접 진출한 나라 는 아니었지만, 텐센트를 비롯한 협력 업체들을 통해 상당히 상세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후진타오는 부패 척결을 내세우 며 사정정국을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고위 공직자들과 인민 해방군의 별들이 우수수 떨어 졌다.
탈세 범죄자들 역시 색출되었다. 이들의 계파를 살펴보면 상하이방과 태자당이 많았고, 당연히 두 계 파는 크게 반발하며 후진타오 주석 을 공격하는 형태였다.
유재원과 같이 제3자가 보기엔 그저 재미있는 기삿거리였을 뿐이 지만, 당사자들은 죽고 사는 문제 였다.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는 방법으 로 외부에 위기를 만드는 건 정석 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폭발 직전의 내부 불만을 제거하는 방법이 외부로 눈 을 돌리게 만드는 것인데, 거기에 한국도 있을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중국에 더욱 신경을 쓰도록 하 겠습니다."
유재원의 우려에 대한 최강욱의 든든한 대답이었다.
아쉽게도 지금 상황은 국가 단위 의 흐름인지라, ID 그룹이 먼저 나 선다고 영향력을 크게 끼칠 수는 없다. 군사력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는 유재원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 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말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 을 다하자는 게 유재원의 기본 마음가짐이었다.
띠링!
최강욱과 대중국 전략에 대해 이 야기를 하고 있을 때, 유재원의 안 드로이드폰이 울렸다.
-몸이 두 개면 좋겠군. 자네와 함께 축구도 보고 싶었는데, 사안 이 사안인지라 먼저 출국할 수밖에 없군.
전화의 주인공은 클린턴 전 대통 령이었다.
평양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던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인 남북자들을 인도한 다음, 바로 출국길에 오르 는 중이라고 한다. 일본인 납북자 송환 때문이었다.
사실 숫자로만 따지면 한국인 납 북자들이 6명으로 일본인 4명보다 2명 더 많았다. 그렇지만 무게감에 있어서는 일본인 납북자들이 훨씬 컸다.
이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보인 정부의 태도 때문이었다. 특히 고 이즈미가 총리에 오르고 나서 부쩍 납북자 문제 언급이 많았는데, 이는 북한과의 어느 정도 사전 교감 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클린턴이 해결사처럼 등 장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 이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할 수만도 없었다.
결국, 고이즈미 총리가 취할 수 있는 건 성대한 귀환식이었다. 덕 분에 클린턴 대통령도 서울에 몇 시간 머물지 못하고, 일본으로 다 시 넘어가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어쩔 수 없죠. 그럼, 미국팀 경 기할 때 함께 보는 건 어때요? 장소는 제가 준비할게요."
-오, 마침 미국과 한국전이 있었 군. 좋지!
"좋아요, 그럼 13일에 봐요."
유재원 역시 클린턴에게 물어보 고 싶은 게 많았다.
다행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한 국은 미국과도 같은 조였기에, 13 일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클린 턴이 축구를 좋아하는 건지 몰라도, 바로 응했다.
김정일과 클린턴이 만난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을 거라고 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 유재원이다. 그래도 북한의 심장부를 다녀온 사 람인 만큼, 진의를 파악하는 데 도 움이 될 만한 정보는 가져왔을 거 라고 보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회담입니 까? 그러면 13일 일정도 바꿔야 할 까요?"
통화를 마치자 옆에 있던 최강욱 부회장이 바로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13일 일정은 제 법 특별한 행사가 잡혀 있던 만큼, 일정이 변경되면 바꿔야 할 게 한 둘이 아니었다.
"아뇨. 그대로 가죠. 단지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는 특별한 동행이 생 긴 것뿐이니까요. 아마 클린턴 대 통령도 좋아할 거예요."
유재원은 고개를 저었다.
부하 직원들이 무척이나 고생해 가면서 성사시킨 행사라는 걸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유재원이었다. 어떻게 이걸 바꾼단 말인가.
그 행사라는 것은 바로 ID 그룹 후원으로 열리는 국군 대 주한 미군의 단체 응원전 이벤트였다. 이 번 행사를 위해서 주한 미군의 훈 련 일정까지 조절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군인들 모두를 아우르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경기도 연천의 28사단 과 미 육군 제2 보병 사단이 모두 초청된 대규모 행사였다.
나라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고생하는 게, 군인들이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가 벌어지는데 조 그만 텔레비전만으로 봐야 하는 게 안타까워서 벌인 행사였다.
그리고 여기에 숨겨진 진짜 의도 는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유 재원만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덕분에 높은 사람들이 군부대에 방문하면 그 부대에 있던 군인들이 힘들어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 만, 눈 꾹 감고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2002 월드컵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6월 8일, 한국은 두 번째로 만난 포르투갈을 상대로 기적을 써냈다.
박지성 선수가 가슴 트래핑 후 왼발 슛이란 놀라운 테크닉으로 골 을 넣어서 1점을 올렸고, 포트투갈 에는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철 벽 수비를 선보였다.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루이스 피구는 그의 몸값 의 1/100도 안 되는 송종국 선수에 게 꽁꽁 묶여서 존재감 자체가 사 라져 버렸다.
경기 스코어는 1 : 0. 소리아 팀의 승리였다. 벌써 2승이었으니 조별 예선 통과는 100% 확정이나 다름 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포르투갈전에서는 길 거리 응원이 훨씬 거대해졌다.
제일 먼저 있었던 길거리 응원은 서울 시청 앞의 광화문 광장을 메우 는 것에서 끝이었는데, 이번 포르투 갈전에서는 사람들이 대로를 가득 채우게 되면서 차량 통행이 전면 중 단되었다.
그야말로 10배 이상의 규모 확장 이었다.
심지어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 대도시에서도 길거리 응원이 활성 화되었다. 거리 응원이 끝난 다음 에는 근처 술집과 치킨집, 호프집 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어디를 가도 만석이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은 전혀 없었다.
길거리 응원이 빠르게 늘어날 걸 예상하고 있었기에, 인파의 밀집도 에 따라 대응이 가능했다. 인피니 티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대형 스크린도 많이 설치되었고, 이동식기지국도 늘려 나갔다.
일성통신이나 KTF는 이제야 이 동식 기지국 차량을 늘린다고 난리 였지만, TG 모바일은 걱정이 없었 다.
붉은 악마 티셔츠는 말할 것도 없고, 치킨과 맥주 주문도 치솟는 중이지만 이 역시 부산그룹과 유경 그룹에서 준비를 잘해 놓은 덕에 아직 공급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오히려 업주들이 걱정이다. 혹시 나 하긴 했는데, 기대 이상의 호황 에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2002 월드컵과 히딩크 호 가 선전하는 것처럼 ID 그룹 역시 순탄하게 달리는 중이었다.
바로 ID 테크놀로지의 기업 공개 였다.
-HSBC, ID 테크놀로지 공모가 주당 162달러 확정.
ID 테크놀로지의 상장을 위해서 발행하는 주식 숫자는 10억 주, 그 러니까 ID 테크놀로지의 가치를 시 장에서는 1,620억 달러라고 평가한 것이었다.
이 중에 40%인 4억 주가 시장에 풀릴 예정이니 유재원에게 떨어지 는 자금은 648억 달러였다.
현재 환율은 1,250원대로 안정된 상태인데, 이를 기본으로 환산한다 면 81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유재원에게 터진 돈복이 이게 다가 아니었다.
-중국이 청나라 채권 상환을 시 작했습니다. 1차로 1,000억 달러가 상환되었는데, 백악관에서는 회장님 의 편의를 최대한 챙겨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유재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빈센 트 그린힐 사장의 연락이었다.
중국을 청나라 채권으로 압박하 라는 아이디어와 실물을 제공한 것 이 유재원이었고, 앨 고어 행정부 는 이를 조커로 활용해 대중국 협 상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당연히 유재원의 공은 절대 무시 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앨 고어 행정부가 편의를 봐주겠다는 말이 당연할 정도였다.
편의라는 것은 바로 청나라 채권상환의 우선 순위에 유재원을 제일 앞에 올려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 락하는 법이니, 제일 먼저 받는 만 큼 이익이었다.
유재원이 보유했던 청나라 채권 은 400억 달러 정도였으니, ID 테 크놀로지 상장으로 매각될 지분 액 수와 합한다면 1천억 달러에 이르 는 현금이 쏟아진다는 이야기였다.
남다른 평정심을 지닌 유재원도 숫자를 들은 순간 심장 박동이 빨 라질 정도였다.
-청나라 로또 당첨자, 1만 명 넘 어!
-적게는 100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십억 달러까지, 중국이 만들어 준 백만장자들!
-청나라 채권 상환자 목록에 ID 그룹 유재원 회장 이름도 확인!
아직 ID 테크놀로지의 기업 공개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 대신 중국이 청나라 채권 상환을 본격적으 로 시작했다는 뉴스가 한발 빨랐다.
덕분에 100조의 주인공인 유재원 에 대한 조명보다는 중국의 청나라 채권 상환으로 인해 대박이 터진 사람들에 대해 전 세계가 집중 조 명했다.
단번에 거의 1만 명에 달하는 사 람들이 벼락부자가 되었다.
중국발 로또 당첨자는 전 세계에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 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 었다.
-청나라 로또 당첨자 최다 배출 지점이자 21세기 보물 창고 P마켓!
그리고 미국의 청나라 로또 당첨 자 중 가장 많은 입수 루트가 된 P 마켓에 집중 조명을 하는 기사도 나왔다.
그냥 봐도 P마켓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홍보성 기사처럼 보일 정도로 P마켓에 대해 다루는 기사였다.
사용자 간 중고 물품 거래를 시 작으로 이제는 B2G를 통한 인터넷 쇼핑의 대명사로 오른 P마켓은 한 국과 미국의 대표 인터넷 쇼핑 사이트였다.
유재원이 청나라 채권에 대한 아 이디어를 떠올리자마자 빠르게 대 량 구매할 수 있었던 것 역시 P마 켓 덕이었다.
중국의 청나라 채권 상환으로 제 일 많은 돈을 거머쥔 곳은 단연 미 국 정부였다. 중국과의 협상을 대 리하는 것 하나만으로 30%에 달하 는 수수료를 받았으니 말이다.
여기에 소득세까지 더 들어오니, 미국 정부가 가져가는 액수는 30% 보다 훨씬 많았다.
이처럼 앉은 자리에서 대박이 터 진 미국 정부 다음으로 많은 지분 을 가져간 건 당연히 유재원이고, 유재원의 뒤를 이어서 수십억 달러 에 이르는 돈을 받는 개인도 있었 다.
웬만한 메가볼 로또를 능가하는 액수였다.
더욱이 로또는 겨우 한 명의 당 첨자를 배출하는 극악의 확률을 자 랑했지만, 청나라 채권이라는 로또 는 1만 명이 넘는 행운의 주인공을 배출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