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18화 (618/1,007)

30권 2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아, 다름이 아니라 연방 통신 위원회에서 자네를 좀 면담하고 싶 다는군.

"통신 위원회가요? 청문회인가요?"

-그런 건 아니고, NBC 인수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는 모양이다. 사업 계획이라든지, 자본조달 계획 등등. 유니버설-GE 컨소시엄이라 고 해도 사실은 뉴스콥의 지원도 있었던 것인데, 머독이 이 꼴이 났 으니 NBC 인수를 제대로 할 수나 있겠나? 그러면 당연히 자네가 최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는 거지.

"알겠어요. 그럼 미룰 이유가 없 죠."

역시나 예상했던 그대로 유니버 설-GE의 뒷배는 뉴스콥이었다. 머 독이 세계의 신문 스캔들로 치명타 를 입자 NBC 인수 건도 브레이크 가 딱 걸려 버린 것이다.

영국에서 세계의 신문 도청?해킹 스캔들이 터졌을 때, 엉뚱하게도 NBC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도 여 기에 있다. 가격이 오르는 가장 간 단한 방식은 물건은 하나인데 사려는 사람이 둘 이상일 때 발생한다.

그런데 영국의 일로 유니버설 -GE 컨소시엄에 무형의 힘을 보태 던 뉴스콥이 떨어져 나가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그러니 하늘 높 이 치솟았던 NBC의 주가도 제자 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번 일로 머독은 당분간 정신없을 테니, 바로 해치워 버리세.

테드 터너는 매우 만족스러운 목 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테드 아저씨는 그걸로 만족하셨 지만, 나는 아니지."

다만 유재원은 아직도 모자랐다.

뉴스콥이 이번 도청?해킹 파문으 로 이미지에 크나큰 손상을 입었고, 포식자 같았던 확장 정책에도 브레 이크가 걸리긴 했다. 테드 터너 아 저씨가 일을 열심히 키우긴 했지만, 실질적인 타격이라고는 할 만한 게 없었던 탓이다.

"날 건드리면 자기도 박살이 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법 아 니겠어."

유재원은 곧장 다음 순서를 시작 했다.

그것은 머독이 일평생 일군 뉴스 콥이란 대제국의 기둥 몇 개는 뽑 아내 버릴 만한 일이었다.

유재원은 곧장 본인의 컴퓨터에 서 빈센트 그린힐 사장이 보낸 뉴 스콥의 지분 구조 보고서 파일을 열었다.

뉴스콥의 지분 구조는 워낙 탄탄 해 평소라면 큰 의미도 없었을 것 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머독이 이혼 소송 중이라는 것이 다. 회귀 전에도 있었던 일이었고 그다지 크게 부각된 사건도 아니었 다. 적당히 합의하고 마무리되었던 탓이다.

여기에 불안한 후계자 라클란도 있다.

머독의 새 부인은 웬디 덩이란 중국계 미국인인데, 그야말로 야망 의 화신과 다름이 없는 인물이었다. 중국의 산둥성에서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고, 미국인 부부 가정 에 입양되었다. 그리고 양아버지와 결혼까지 했는데, 불과 7개월 만에 이혼했다.

머독에게 접근한 것도 매우 의도 적이었다.

머독이 주관하는 뉴스콥의 파티 에 초대받지 못했는데도, 드레스를 갖춰 입고 참석했다. 그리고서 취 한 척 와인을 머독에게 쏟으며 머 독의 눈길을 받았다. 그야말로 막 장 드라마 속의 전형적인 수법인데, 천하의 머독도 그에 넘어가 비서로 승진시켰다.

야망만큼 뛰어난 머리를 갖춘 덕 에 비서 임무에 통역까지도 잘 수행 했고, 심지어 머독의 마음까지 사로 잡아 결혼에 성공한 것이다.

웬디 덩의 야망은 뉴스콥의 후계 자로 본인의 아이를 낙점하는 것이 었다. 아직 그녀와 머독 사이에 아 이가 생긴 건 아니었지만, 그러한 의도를 숨기지도 않았다.

머독과 전 부인 애나 마리아 토 브 사이에서 나온 라클란 머독은 이러한 웬디 덩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머독과 웬디 사이 에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불같던 사랑도 식었다.

그러다가 웬디와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 사이에 불륜설이 나돌면서 이혼으로 이어졌고, 라클란의 후계 구도가 굳건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해진 게 하 나도 없지. 모른다는 것에서 공포 심이 피어나는 법이고."

충분히 머독의 전 부인 애나와 라클란을 동시에 흔들어 보면 충분 히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서스 루트라고 해야 할까.

"음, 이번엔 누가 움직이는 게 나을까?"

뉴스콥을 상대하는 데 있어 테드 터너만큼 전문가는 없었지만, 이번 사안은 섬세함이 요구되는 일이었 다. 유재원은 믿을 만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다가 한 사람을 선택했고 바로 문자 메시지를 넣었다.

"뉴스콥은 이 정도면 됐고, 이제 중국과 북한인가?"

NBC 인수의 걸림돌은 모두 치 워 버린 유재원이었다.

인수 대금 마련이야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운이 좋으면 청나라 채 권만으로 충분했고, 중국이 절대 갚을 수 없다고 버틴다면, 차선책 으로 ID 테크놀로지를 상장할 생각 이었다. 담보 대출도 있었지만, 은 행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간편하게 ID 테크놀로지를 상 장하는 것이 제일 확실했다.

사업 계획서 역시 진작에 만들어 두었기에, 유재원은 속 편하게 중 국과 북한에 대한 응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띵!

유재원에게 ID톡 알람이 울렸다.

발신자는 공교롭게도 중국 텐센 트의 마화텅 사장이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 다.

"예?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래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의 중국 출시가 연기될 것 같습니 다. 오늘 검열국에서 허가가 나올 예정이었는데, 아무런 소식도 없습 니다. 아무래도 무기한 연기된 것 같습니다. 판호 역시 마찬가지입니 다.

"아, 그래요?"

판호라는 건 중국 정부가 게임에 부여하는 고유 식별 번호다. 마치 책에 붙는 ISBN과 같은 것인데, 중 국은 게임에도 고유 번호를 부여해 관리하는 것이다.

판호가 없으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으니, 거부당한 것이나 다름 이 없다.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아보 는 중인데, 아무래도 중미 무역 분 쟁에 우리가 엮이게 된 모양입니다.

마화텅의 분석은 일리가 있었다.

블리자드가 출시한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고로 인기를 끌었 던 나라가 단연 중국이었다.

한국이 스타크래프트의 나라였다 면, 중국은 워크래프트의 나라였다.

e스포츠 프로리그와 생태계 역시 한국은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생 겨났고, 중국은 워크래프트 2가 중 심이었다.

그렇기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에 대한 중국 게이머들의 관심은 장난이 아니었다.

월드 오픈 베타 기간 때, 한국과 미국에서 제일 먼저 서버가 열렸다. 다른 나라들은 행정적 절차와 서버 준비 등의 이유로, 순차적으로 서 버가 열릴 예정이었다. 중국도 몇 주 기다리면 접속해 볼 수 있었는 데, 그 몇 주를 못 기다리고 한국 서버에 접속한다고 난리였다.

오픈 베타 접속용 인중 키가 수 십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중국 내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 다.

오죽하면 못 먹는 감인 줄 알면 서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판권을 구하겠다고 웬만한 중국 기 업들이 다 찔러봤을 정도다. 물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역시 텐센트 의 유통으로 정해졌다.

이후 착실히 정식 서비스 시작 준비를 했는데, 가장 중요한 판호 가 나오지 않으면서 출시는 올스톱 이 된 것이다.

중국은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 처럼 굵직한 조치는 대대적으로 선 전했다.

이와 함께 보이지 않는 보복 조 치도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중인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여기에 딱 걸린 모양이다.

아무래도 미중 경제 전쟁이 최대 한 빨리 끝을 보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국의 승리 로 끝나도록 말이다.

시간이 지나, 월드컵 개막이 딱 한 달 남은 시점이 되었다.

한국의 최대 이슈는 당연히 월드 컵이었다. 특히나 거스 히딩크가 이끄는 축구 국가 대표팀은 마지막 평가전에서 프랑스 국가 대표팀에 3 : 2라는 아쉬운 석패를 하고 말았 다. 지긴 했는데,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뢰블레 군단이란 별명이 붙은 프랑스 축구 국가 대 표팀은 세계 최고의 팀이었다.

2002 월드컵 이전, 그러니까 1998년 월드컵 우승팀이었고, 이후에도 지역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 는 중이었다. 이번에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가 뢰블레 군단 이었다.

그런 프랑스 축구 국가 대표팀에 맞선 붉은 악마들은 2골이나 집어 넣었고, 전후반 전체를 봐도 심장 이 쫄깃해질 만큼 팽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국의 대표팀은 대회 1년 전부 터 프로 리그의 일정까지도 조절해 가면서 팀워크를 끌어올렸고, 부족했던 체력도 보충했다. 안방 잔치 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한 피 나는 노력이었고, 그 결실이 어느 정도 보이는 듯했다.

덕분에 한국에서의 월드컵 열기 는 그야말로 최고치였다.

평소 같으면 힘들었을 국적법 개 정안 통과도 가볍게 넘어갈 정도였 다.

통일국민당은 당론으로, 민주당 은 당론 없이 의원들의 자유 투표 로, 나머지 야당은 결사반대로 치 러진 본회의 의결이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찬성 2()1표로 전체 의원 의 3분의 2가 찬성을 했다.

민주당에서 대부분 찬성을 했다 는 의미였으니, 통일국민당과 민주 당의 연정은 결속력이 더욱 굳어지 는 모양새였다.

오죽하면 2002년 대선을 겨냥해 통일국민당과 민주당이 합당할 거 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어쨌든, 국회에서 통과된 국적법 개정안은 통일국민당 안이었기에, 세금의 성실한 납부 기록이 있고, 병역 회피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타국의 국적을 취득해도 한국 국적 이 박탈되지 않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중국과의 경 제 전쟁이 최대 이슈였다. 하지만 경제 전쟁의 끝도 서서히 보이는 중이었고, 그보다 더 큰 핫이슈의 출연으로 언론의 포커스는 잠깐 이 탈된 상태였다.

-ID 테크놀로지 상장!

-ID 그룹, 상장 주관사로 HSBC 선정!

-투자자 상대로 기업 공개 행사 최대 성황!

-ID 오피스, 넥스트 뮤직, 라이 브팟,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생태계, 반도체 공정 라이선스 등등, 수익 모델 탄탄!

-공모가 1,500억 달러 이상!

-나스닥 역사상 최대 금액 예상!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의 경제 섹 션이나, 경제 전문 잡지, 텔레비전 뉴스 등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미디어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ID 테크놀로지의 상장에 대한 뉴스들이었다.

현재는 ID 그룹이 완전한 지주

회사 체제로 변신해 그 의미가 많 이 약해지긴 했지만, ID 테크놀로 지는 ID 그룹의 모태가 되는 핵심 중 핵심인 개발사였다.

아직도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 은 다른 IT 기업들과 달리 세계에 서 가장 확실한 체계를 갖추고도 있었다.

무엇보다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 을 만큼 완벽한 스마트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게 강점 중 강점이 었다.

스마트폰을 출시한 회사는 ID 그룹 말고도, 애플과 블랙베리, 노키 아 등등 제법 있었다. 하지만 애플 사라도 ID 그룹만큼 막강한 생태계 를 구축하진 못했다.

스마트폰에 구동되는 대표적 킬 러 앱을 보면 확실해진다. 기본적 으로 무조건 깔려 있어야 하는 것 이 ID톡이었고, 여기에 넥스트컴, 넥스트 뮤직, 톡톡, ID 오피스가 추 가되는 게 보통이었다.

오죽하면 스마트폰이냐 아니냐의 구분을 ID톡이 설치되느냐, 안 되 느냐로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돈을 싸들고 공개되는 주식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HSBC 를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왔다.

ID 테크놀로지의 주식을 얻을 수 있는 제일 확실한 방법은 유재원을 만나는 것이지만, 웬만한 명함으로 는 유재원을 만날 수도 없었다.

오죽하면 영국에서 뉴스콥과의 미디어 전쟁에서 최일선에 서고 있 던 테드 터너도 ID 테크놀로지의 기업 공개 소식이 알려지자, 잠깐 포문을 멈추고 미국으로 돌아와 유재원을 찾았겠는가.

물론 유재원도 테드 터너의 미팅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테드 터너를 시작으로 ID 그룹의 창립 멤버들 그리고 ID 그룹의 임 직원들, 마지막으로 지인들을 위해 서 따로 떼어놓은 분량이 있었다.

ID 테크놀로지는 여태까지 유재 원 개인 소유의 기업이었다.

이번 기업 공개로 나오는 지분은 전체 100% 중에 40%였는데, 40% 중에 10%를 지인들을 위해 떼놓았 고, 나스닥에 풀리는 건 나머지 30% 였다.

공개 물량 중에 25%나 되는 비 중을 지인들을 위해 남겨놓은 것인 데, 유재원의 지인들이 워낙 대단 한 부자들이라 그것도 모자라다고 아우성이었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ID 테크놀 로지의 상장을 마치고 나면 유재원 은 공식적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현금이라는 막강한 실탄 을 보유하게 되고, NBC 인수에도 마지막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거품이 꺼졌 던 IT 붐이 ID 테크놀로지로 다시 일어나는 중이었지만, 같은 영미권 국가이면서도 찬바람을 맞으며 소 외되는 나라도 있었다.

영국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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