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권 25화
-통일국민당, 지금이라도 임시 국 회 열어 국적법 논의 시작해야.
-이인제 통일국민당 당대표, 국 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만한 이중 국적법 개정안 만들고 있다 밝?혀.
동하일보를 시작으로 한국의 최 대 이슈로는 ID 그룹과 유재원의 국적 문제가 떠올랐다.
정치권에 제일 큰 이벤트는 D데 이까지 한 달 남은 지방 선거였지 만, 지금은 지방 선거를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특히 통일국민당은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다고 유재원 한 사람을 겨냥 한 특별법으로 이중 국적 특혜를 주자는 식은 아니었다. 성실 납세 와 병역을 이행한 사람에 한해 이 중 국적을 허용하자는 쪽으로 국적 법의 개정을 주장하였다.
이는 당연히 유재원의 의지가 김 광일 이사를 통해 전해진 것이었다.
유재원은 보통의 기업들과 달리 탈세는 전혀 생각지 않았고, 덕분 에 매년 수십조 원의 세금을 한국 정부에 납부하는 중이었다.
개인적으로 내는 소득세 역시 상 당했다. 게다가 병역 회피 목적으 로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건 아니 었으니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것 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선택은 국민의 몫으로 남겼다.
허용해 준다면 한국 국적도 계속 갖고 있는 것이고, 아니라면 할 수 없다.
"이 정도면 한국에 할 만큼 한 거 겠지?"
본사 회장실에 출근한 유재원은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와 리플, 각 가지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순 회하면서 한국의 여론 변화를 살펴 보는 중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90% 이상이 유재원에게 호의적 이었다. 미국인이 되느니 차라리 이중 국적을 허용하는 게 좋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더욱이 유재원이 한국 국적을 계 속 유지한다더라도 자식이 생겨나 면 어차피 미국 국적을 얻게 될 텐 데, 차라리 미국서 더욱 큰일을 할 수 있도록 나라가 먼저 길을 만들 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 큰 추천을 받았다.
회귀한 후에 한눈팔지 않고 열심 히 달린 보람이 느껴지는 반응이었 다.
지잉!
모니터에 집중하던 유재원을 책 상 한편에 놓인 안드로이드폰이 진동을 울리며 일깨웠다. 티파니의 전화였다.
-재원아! 방금 이민국에서 연락 이 왔는데, 딱 일주일만 기다려 달 래.
"와, 진짜 빠르네! 고마워."
상기된 목소리의 티파니가 전해 준 소식은 유재원의 시민권이 곧 나온다는 것이었다. 티파니가 자신 했던 것처럼,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오는 시민권이었다.
"반격의 준비는 끝났다."
한국과 미국에 기초 공사를 튼튼 히 하며 모든 준비를 마친 유재원 은 이제 전세를 역전시킬 때임을 감지했다.
전화기를 다시 든 유재원은 주소 록을 한참 내려 누군가를 선택하고 전화 걸기 버튼을 눌렀다.
-오! 그렇잖아도 자네에게 전화 를 걸 생각이었는데, 우리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하는가 보군! 시민권 도 신청했다지?
테드 터너는 유재원의 전화를 받 자마자 말을 쏟아냈다. 마치 유재원이 아니면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터너 아저씨, 이제 우리도 반격 을 할 때 아닐까요? 특히 머독 씨 에게 말입니다."
그런 테드 터너의 말을 유재원은 단박에 끊으며 말했다.
-머독이라고? 당연하지!
역시나 테드 터너는 머독이란 단 어에 바로 반응했다.
유재원의 말처럼 첫 번째로 정한 반격의 대상은 뉴스콥의 루퍼트 머독이었다. 반 ID그룹 전선의 선봉 장이자, 부정적 여론을 양산하고 있는 핵심으로, 루퍼트 머독을 쳐 여론을 정상화한 후 NBC 인수를 확정하며, 메인디쉬인 중국과 북한 을 요리하겠다는 것이 유재원이 도 출한 최종 견적이었다.
-국적법 개정,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 사람만을 위한 법 개정, 옳 은 일인가?
"이건 뭐지?"
유재원은 널찍한 시네마 디스플 레이 모니터 위에서 둘로 나뉜 기 사들을 보며 의문이 떠올랐다.
매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하 는 게 검색이라 켜보기도 전에 어 느 정도 예상이 되는데 오늘은 그 예상이 빗나갔던 것이다.
"나 때문에 광명성이 묻힌 거 야'?"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광명성 계획이 될 줄 알았다.
북한은 자력으로 인공위성 발사 체를 개발해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 할 것이라 하며 광명성 계획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줬다.
그렇지만 전 세계 누구나 광명성 계획은 허울만 좋을 뿐, 실제로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 계획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체와 대륙 간 탄도 미사일 기술은 98% 동일했으니 말 이다. 2% 차이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유무 정도다.
당연히 이는 큰 문제가 될 줄 알 았다.
중국과 한바탕 맞붙고 있는 미국 에서도 북한의 광명성 계획 발표는 큰 파문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국인 한국에서 는 광명성 계획에 대한 논란보다 유재원 본인에 대한 이슈가 더 크 게 타오르는 것이다.
개정해서 허용해야 한다는 쪽과 한 사람만의 특혜는 안 된다는 쪽 이 맞붙는 중이었다.
국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쪽에 서 제일 큰 목소리를 내는 건 문화 신문과 동하일보였고, 반대로 한 사람의 특혜는 안 된다는 쪽에서는 온겨레 신문과 경향신문이 목소리 를 내었다.
신문사의 정치적 성향별로 극단 적인 갈림이 있었고, 그에 따라 인 터넷 뉴스 페이지 역시 둘로 나뉘 었다.
덕분에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가 2단 구성으로 찬반을 동시에 보여 주게 된 것이다.
첨예한 대립이 있는 사안에 대해 서는 자동으로 2단 구성이 만들어 지는데, 이는 인공 지능이나 웹 에 디터가 직접 하는 건 아니고 서버 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폼을 만들 어내 준다. 사람은 저쪽에 가야 할 기사가 반대편에 있으면 수동으로 옮겨 주는 정도만 한다.
"지방 선거 전에 결론이 날 것 같긴 한데."
논의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선거 운동도 잠시 미뤄 두고 국 회로 돌아온 통일국민당이 주도적으로 개정안을 만들고 있고, 여론 을 모으는 중이었다.
관건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 느냐 마느냐였다. 다른 야당들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연정 중인 민주 당이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하면 바 로 개정안이 통과된다.
여론 부담 때문에 국회 의원 자 율 투표를 하면 오리무중에 빠진다.
한국의 야당들은 모두 친자본가 성향이지만, 유재원에게만큼은 예외 였다. 유재원에게 당한 게 워낙 많 은 두 야당은 아무리 ID 그룹이 한 국에 가져다주는 게 많다고 해도, 실리보다는 복수라는 감정이 우선 이었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유재원은 편한 소리를 하며 한국 넥스트컴 웹 페이지를 닫았다.
미련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했 다. 허용이 되면 좋겠지만, 아니라 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앞으로 자신이 펼쳐 나갈 행보 그 자체였으니 말 이다.
더욱이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 다.
"테드 아저씨가 얼마나 잘하고 있나 볼까?"
모니터에서 시선을 뗀 유재원은 리모컨을 들어 보르도 TV의 전원 을 켰다.
-가장 빠른 뉴스. 가장 정확한 뉴스! CNN!
경쾌한 남성의 목소리로 CNN의 캐치프레이즈가 딱 들렸다. TV의 시작 채널을 CNN에 맞춰 놓은 덕 이다.
곧이어 시그널 음악이 오프닝과 함께 나오며 오전 정식 뉴스 프로 그램인 뉴스룸이 시작했다.
-앵커 앤더슨 실버입니다. CNN 뉴스룸을 시작하겠습니다.
언제나 훤칠한 모습의 앤더슨 실 버 앵커가 보르도 TV에 큼지막하 게 나타났다.
ABC에서 방송직을 수행하다가
CNN으로 20()1 년 이직한 앤더슨 실버는 단숨에 CNN의 메인 프로 그램인 뉴스룸 앵커에 올랐다. 그 리고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CNN 에서 승승장구하고 나중엔 사장에 도 오를 인물이었다.
그만큼 능력이 좋은 사람이었고, 귀에 쏙쏙 꽂히는 목소리도 탁월했 다.
-중국과의 분쟁이 한창인 가운 데, 앨 고어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에 대응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했습니다.
그 좋은 목소리로 제일 먼저 전 한 소식은 추가 관세 10%였다.
400억 달러에 10%를 올려 440억 달러를 매겼다는 게 아니라, +10% 로 400억 달러를 더 더했다는 이야 기다.
-다만 이 조치는 즉각적인 것이 아닌, 3분기 수입 물량에 적용되는 만큼 중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실행 여부는 유동적입니다.
한국 속담에 되로 주고 말로 받 는다는 말이 있다.
백악관의 속사정을 비교적 잘 듣고 있는 유재원은 원래 중국의 보 복 관세에 대한 조치는 좀 달랐다 는 걸 알고 있다.
10%이긴 한데, 추가 10%가 아 니라 원래 부과된 400억 달러의 10%인 40억 달러 규모였다. 그런 데 이보다 훨씬 강력한 추가 관세 10%로 나타난 건, 북한의 광명성 계획 뒤에 중국이 있다는 걸 미국 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량위의 북한 방문 후, 김정일 이 광명성 계획을 발표했으니 중국 이 뒤에서 획책했다고 확신하는 것이 아니라, 천량위와 김정일이 주 고받은 거래에 대해서도 제법 구체 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과 중국의 수뇌부가 은밀히 주고받은 거래를 어떻게 이렇게 빨 리, 그리고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 악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대신 중국이 미사일 기술을 주 고, 북한은 몇 가지 이권을 넘기는 것과 동시에 우주 개발의 탈을 쓴 미사일 도발을 시작하자는 거래를 했다는 걸 정확히 파악했다.
다만 물증은 없었기에 바로 중국을 대량 살상 무기 확산국으로 지 정할 수는 없었다.
대신 기존에 벌이던 중국과의 경 제 전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 다. 어쭙잖은 보복 관세를 들고 나 왔던 중국이었으니, 명분도 확실했 다.
중국이 미국의 협상을 받아들이 지 않으면 현재의 400억 달러 관세 가 7월부터는 800억 달러로 2배나 확대되는 것이다.
"세계 주식 시장이 파란 불이겠 네."
ID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은행을 보유하고 있고, 수백억 달러의 투 자금을 운용 중인 유재원이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한가하게 말했다.
주식 시장은 한참 전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 지수 모두 개 장과 함께 갭 하락이 무엇인지 보 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서 또 낙하산 커브를 그리며 파랗게 물들어가는 중이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파는 기업들의 강제적 원가 상승으로 인한 매출 하락이 뻔했기에 주가 하락이 일어났다.
낙폭은 벌써 -3%를 넘었다. 상 당한 폭락이지만, 중국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양반이었다.
중국의 상하이 주식 시장은 1차 로 400억 달러 관세가 부과되었을 때 -5~6%를 찍으면서 날개 없는 추락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보여주었다.
대미 수출 규모가 국가 경제의 반이 넘는 중국이었다. 반면 기술이 좋아서 수출이 잘 되는 것이 아 니라, 가격 경쟁력 하나만으로 이 만큼 오른 중국이기도 했다. 관세 부과로 경쟁력이 사라지자 중국의 수출길에 먹구름이 끼었다.
10%의 관세 인상에도 이런 상황 인데, 10%가 더해지면 안 봐도 DVD다. 그렇지만 관세 인상보다 뼈 아픈 조치는 따로 있었다.
-중국발 크래킹 사례는 단지 911 사이버 전쟁이 전부가 아닙니 다. 그동안 우리 CNN은 실제 피 해로 이어진 크래킹 사례를 취재했으며, 드디어 오늘 시청자 여러분 께 공개해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 다.
앤더슨 실버 앵커의 진중한 목소 리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CNN의 뛰어난 취재진 이 수집하고 실력 있는 편집자들이 직관적이고도 깔끔한 화면으로 만 들어낸 영상이 띄워졌다.
중국산 크래커들은 스키드로우 그룹뿐만이 아니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들만 수십 만이 넘을 정도였고, 이들은 대부분 미국을 노렸다. 펜타곤이나 국 방 연구소, 핵 관련 연구소의 자료 를 노리는 건 기본이고, 일반인들 의 은행 계좌를 크래킹하려는 시도 도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사생활 침해도 심각했다.
요즘 미국에 한창 보급이 시작되 는 웹캠 중에는 중국산이 많았다. 그런데 중국산 웹캠은 보안이 허술 해서 누구나 웹캠에 접속해 사생활 을 훔쳐보았다. 심지어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려 광범위하게 유출까 지 했다.
이러한 불법적 행위들이 CNN을 통해 집중 조명된 것이다.
무엇보다 CNN은 해킹이 아니라 크래킹이라 지칭했다. 해킹이라고 하면 뭔가 어둠 속에서 세상을 돕 는 다크 히어로 같은 느낌이고, 실 제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 다.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을 만든 리처드 스톨먼이나 리눅스의 리누 스 토발즈 같은 인물들이다.
오로지 돈과 파괴만을 노리고 인 터넷을 교란하는 이들은 크래커라 는 이름으로 따로 불리는 게 맞다.
"역시 테드 아저씨네. 팩트만으 로 이렇게 아프게 때릴 수 있다니."
연구소 해킹에서부터 온라인 아 이템 해킹, 스팸 메일 사례까지.
시청자들은 중국의 크래킹이 본 인들과 동떨어진, 국가 간 대결로 어디 비밀스러운 연구실을 겨냥한 것만이 아님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가장 민감한 사생활까지도 침해 받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인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프라이 버시 문제였으니 말이다.
유재원이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 하기 위해 아이폰s용 레인보우 테 이블을 만들었던 것 하나만으로 큰 논란이 생겼던 미국이었다.
1천 명이 넘는 사망자를 부른 911 테러의 진범 추적을 위한 명분 이 있었음에도, 반응이 갈렸을 정 도였다.
CNN의 보도에 온라인에서는 즉 각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박살이 나고 있었다. 중국산 웹 캠을 부수는 인증 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이란 국가의 대표 브랜드가 판다에서 크래킹으로 바뀌는 건 시 간 문제였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성토가 높아졌다.
크래킹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끝 도 없이 이어졌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