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606화 (606/1,007)

29권 15화

재미있는 건, 할리우드에서 이렇 게 평이 좋은 반지의 제왕도 해리 포터의 기세에 조금 밀렸다는 점이 다.

반지의 제왕의 원래 개봉 시기는 작년 말로 잡혀 있었다. 그러다가 4주 정도 뒤로 밀린 1월 말이 된 것은 해리포터의 흥행 기세가 대단 했던 탓이다.

11월 추수 감사절 시즌을 완전 장악했음은 물론이고, 12월 크리스 마스 시즌에는 다시금 불타올랐다.

새해를 넘겨서야 상영관이 크게 줄어들 정도였다.

영화라는 상품은 개봉 후 첫 주 에 가장 큰 매출을 올린 후 급격하 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게 특징이었 는데, 해리포터는 예외였다.

오죽하면 반지의 제왕이 개봉 시 기를 조율했겠는가.

피터 잭슨 감독이나 제작사인 뉴 라인시네마는 자존심이 조금 상할 듯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진 않았 다.

어차피 같은 지붕 아래 사는 한 식구였으니 말이다.

뉴라인시네마는 워너브라더스 영 화사의 자회사였고, 덕분에 유재원 이 반지의 제왕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는 것에 무리가 없었다.

피터 잭슨 감독은 막대한 자본에 최첨단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지 원되면서 본인이 찍고 싶은 장면도 마음껏 찍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2시간 58분.

은막 위에 반지 원정대의 환상적 인 세계가 펼쳐졌던 시간이었다. 웬만한 상업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나게 긴 상영 시간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것도 사실은 줄이고 줄여서 만든 결과물이었다 는 것이다.

원작인 반지의 제왕 소설책이 원 체 긴 소설이기도 했고, 대단한 완 성도를 지니고 있던 터라 이를 쉽 게 생략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시어머니 같은 톨키니스 트(반지의 제왕 마니아층을 이르는 별명)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작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슬레셔 영화만 찍던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감독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최상위권의 톨키니 스트였기 때문이다.

피터 잭슨의 마니아적 욕심이 영 화 제작에도 충실히 반영되면서 러 닝 타임이 길어지는 건 너무도 자 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이나 티파니나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집중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3부작의 첫 번째 영화인지라 극적인 장면이 조금 적긴 했지만, 중간계라는 환 상 세계를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구현했고, 각각의 인물들도 생생히 살아 있었다.

프리미어 상영회가 끝난 후, 제 작자와 배우들 그리고 VIP들이 참 석하는 파티로 이어졌다.

할리우드의 많은 파티처럼 화려 하기 그지없는 행사였다. 더욱이 참석자들은 반지의 제왕 출연진으 로 이미 할리우드 스타에 오른 사람들이 었다.

파티장이 조금 소박했더라도 화 려함은 조금도 줄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재원과 티파니도 그 이 상의 명성과 명예를 가진 존재였기 에,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밀리는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많은 배우 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 자와 인맥을 맺는 것은 나쁠 게 하 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휴고 위빙처럼 매트릭스 때부터 알게 된 이들도 있었고, 일라이저우드처럼 이번에 처음 인사를 하게 된 이들도 있었다.

"저기, 영화 어땠습니까?"

배우들이 폭풍처럼 지나간 다음 후덕했던 얼굴이 홀쭉해진 피터 잭 슨 감독이 다가와 감상평을 조심스 럽게 물었다.

"최고였어요!"

유재원보다 티파니의 반응이 한 발 더 빨랐다.

게임처럼 판타지 장르도 좋아하 는 티파니였다. 해리포터도 좋아했지만, 반지의 제왕은 해리포터보다 더 취향 저격이었다.

"특히 골룸이 대단했어요. 진짜 살아 있는 존재 같았어요!"

티파니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 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손 모두 써서 말이다. 일명 쌍따봉이 다.

그 모습에 피터 잭슨 감독과 함 께 있던 앤디 서키스도 흐뭇해졌다. 골룸 역을 맡아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장본인으로서, 골룸에 대한 칭찬은 곧 본인의 칭찬이었다.

반지 원정대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올 배우가 바로 골룸이었다.

3부작의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주축 중 하나인데, 절대반지 에 의해 타락한 호빗으로, 그 모습 도 기괴하게 변했다.

회색 피부에 머리카락은 다 빠졌 고, 엄청나게 큰 두 눈에 굽어진 허리와 다리까지.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였 기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냈 고, 앤디 서키스가 모션 캡쳐로 움 직이게 만들었다.

ID 엔터테인먼트의 기술 지원이 듬뿍 들어가게 된 것도 골룸 때문 이었다.

게임 제작과 모션 캡쳐는 떨어쩔 수 없는 관계였다. 모니터 속 캐릭 터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 을 보이는 데엔 실제 배우들의 움 직임을 본뜨는 게 제일 빠르고 간 편하면서 결과물도 훌륭했으니 말 이다.

대신 모션 캡쳐 장비를 마련하 고, 좋은 배우를 구하는 게 어려웠 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점이었다.

ID 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모 션 캡쳐 장비도 마련했고, 아예 스 스로 장비를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쓰는 것보다 더 퀄리티가 좋은 장비를 완성했고,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로 만들어진 CG가 더해지니 회귀 전보다 훨씬 나은 퀄리티의 골룸이 탄생했다.

"저도 좋았습니다. 3부까지 이 퀄리티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역사 에 남을 작품이 될 겁니다."

유재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 점 의 과장도 없이 솔직히 평가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유재원이었고 그중에서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회귀 전에 몇 번이고 보았던 영화 였다. 자연스럽게 이전 작품과 비 교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 나온 건 이전에 나왔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CG만 좋아진 게 아니라, 편집도 매끄러워졌고 배우들의 연기도 이 전 작품보다 영화에 잘 어울렸다.

여전히 긴 상영 시간 하나가 단 점이긴 했다. 수익률의 관점만 보자면 극장의 회전율이 높아야 정산 금도 많아지는데, 상영 시간이 길 면 상영 횟수가 줄어드니 말이다.

그렇다고 극장 회전율을 위해 러 닝 타임을 줄였다가 완성도가 떨어 지면, 그게 더 문제다.

대중이나 평단의 평가가 바닥을 치면 원래 찾았을 관객도 급격히 줄어들 테니 말이다.

이 정도가 딱 좋았다.

그날 저녁.

시사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유재원은 티파니와 오붓하게 저녁 을 먹은 다음, 서재로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기 전 까지는 보통 거실에서 티파니와 함 께 드라마나 뉴스를 보던 시간이었 다. 이러한 패턴이 최근에 조금 달 라졌다. 1시간 정도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말이다.

일명 개인 정비 시간이다.

셰브롱으로 복귀한 티파니에게 주어진 과제는 늘 많았다. 프레더 릭의 기대감이 티파니에게 집중될 수록 티파니에게 주어지는 일감도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도 티파니는 일감을 집에 가 져오지 않으려 했지만, 며칠 전부 터는 어쩔 수 없어졌다.

티파니가 일하는 동안 유재원도 눈치가 보여서 서재로 오게 되었다. 대신 티파니와 달리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즐기면서 쉬는 게 보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생각 없이 쉬는 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유재원은 2CH.com 에 접속해 반지의 제왕에 대한 네 티즌들의 소감을 보던 중이었다.

역시 유재원과 피터 잭슨 감독이 자신한 것처럼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호평 일색이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원작을 모르고 봐도 재 미를 느낄 정도였고, 원래 마니아 층까지도 만족시킬 퀄리티였다.

판타지물을 좋아하지 않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좋아할 퀄리 티였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스레드 하나를 보게 되었다.

-해리포터에 이어 반지의 제왕 영화화도 성공!

-이 정도 퀄리티라면 내년 스파 이더맨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함!

-스파이더맨? 그것도 ID 그룹 제작이 냐?

-정확히는 워너브라더스지만. 배 트맨 영화도 기획 중이라는 소문도 있음!

-문득 ID 그룹이 가진 원작 콘 텐츠를 헤아려 봤는데, 이거 대단 하다!

마지막 리플을 단 사람은 해리포 터부터 시작해 반지의 제왕을 거쳐 스파이더맨, 배트맨까지 언급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가진 콘텐츠 가 장난이 아니네."

콘텐츠를 모은 건 유재원의 욕심 이었다.

인터넷의 중추인 정보 고속도를 만들었고, 단말기인 스마트폰까지 보급에 앞장서는 ID 그룹이었다.

큰돈을 들여 인터넷 인프라를 만들 었으니, 당연히 인터넷을 타고 전 해질 콘텐츠를 만드는 건 자연스러 운 일이었다.

포털 사이트인 넥스트컴을 만들 면서 그와 동시에 마블과 DC의 콘 텐츠도 가져왔다.

집 나가 있던 스파이더맨도 찾아 왔고, 넥스트컴의 무료, 유료 연재 정책으로 수익성과 인지도 개선도 이루어냈다.

여기에 해리포터도 있고, 반지의 제왕도 들어왔다. 물론 원작의 권리는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들에게 있지만, 이를 활용해 영화나 게임 을 만들 판권은 ID 그룹이 독점적 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란 말이지."

빈센트 그린힐이 일본에서 우연 찮게 걷어 올린 대박이 있으니 슈 에이샤였다.

슈에이샤의 대주주로 신일본투자 은행이 등극했다는 건 아직도 소수 만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드래 곤볼 게임의 최신직?이 엑스박스 독 점으로 출시되었다는 것에서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

당연하게도 ID 그룹은 드래곤볼 은 물론이고 슈에이샤의 다양한 콘 텐츠를 독점적으로 활용할 권리가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고, 독점이란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려면 적잖은 금액을 작가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부가 가치를 만드는 데 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숨겨진 조커도 있다. 밀리언 달 러 챌린지를 통해 얻은 각종 소설 과 웹툰이었다. 웹툰의 경우 한국작품이 많았고, 장르 소설의 경우 엔 북미에 집중되어 있었다. 한국 에도 괴물초장이를 시작으로 다양 한 장르 소설이 나오고 있었지만, 북미에 비하면 아직 멀었던 탓이다.

여기에 ID 엔터테인먼트가 출시 한 오리지널 게임 콘텐츠도 빼놓을 수가 없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와 스타크 래프트의 세계관도 있고, ID 소프 트웨어의 둠도 매력적이었다.

"흐음!"

ID 그룹이 가진 강력한 콘텐츠를 헤아려 보던 유재원은 문득 재미있 는 생각 하나가 들었다.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콘텐츠들 의 가치는 앞으로 더더욱 커질 것 이다. 드래곤볼 하나만 봐도 연재 는 1995년도에 끝났지만, 21세기 중반까지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 하는 콘텐츠였으니 말이다.

연재가 끝났더라도 파생 상품은 늘 새로운 게 나왔기 때문이다. 작 년엔 드래곤볼 게임이 나왔고, 앞 으로는 애니메이션도 현대의 컴퓨 터 그래픽으로 완전히 새로 그리는 리부트 프로젝트도 시작할 생각이 었으니 말이다.

원래는 이렇게 만든 콘텐츠를 타 임워너로부터 넘겨받은 방송국을 통해 방송한 다음, 타임플릭스나 넥스트컴을 통해 전 세계로 유통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NBC 합병으로 노선을 변경했지만, 청사진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된 콘텐츠를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여 기에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좋은 아이템이 생각났다.

"우리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판타 지물이라는 거잖아."

드래곤볼도 엄연히 능력자물이라 할 수 있고, 이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원피스라는 만화 역시 능 력자 배틀이 주된 소재였다. 해리 포터 역시 마법을 쓰는 능력자라 할 수 있었고, 반지의 제왕도 비슷 했다.

마블과 DC의 수많은 히어로들이 야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 이걸 다 하나로 묶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를테면 판타지 유니버스라고 말이지."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히어로 들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하는 게 억지일 수도 있지만, 그걸 가능케 하는 게 ID 그룹의 힘이었다.

"그러면 게임이 제격이지!"

히어로들이 총집합하는 자리가 영화면 시나리오를 쓰는 게 너무도 곤란할 것이다. 적어도 마블 혹은 DC처럼 통일감은 있어야 하니 말 이다. 하지만 게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마블의 스 파이더맨 혹은 DC의 배트맨, 심지 어 스타크래프트의 케리건이 동시 에 존재해도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각 콘텐츠의 캐릭터들이 시공의 폭풍에 휘말려 판타지 유니버스에 떨어져 각종 게임을 치르는 거지."

시공의 폭풍이라고 하면 블리자 드의 삽질이 먼저 떠오르는 유재원 이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블리자 드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다 가져 와서 그렇게 폭삭 망하기도 힘들것이다. 그 어려운 걸 블리자드가 해냈다.

현실과 타협하며 혁신을 잃어버 린 결과였지만, 시공의 폭풍이란 아이디어는 참 괜찮았다.

"게임 방식은 하나로 고정하지 말고 여러 개의 모드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말이지."

시공의 폭풍에 휘말려 판타지 유 니버스로 떨어진 캐릭터들이 승리 를 위해 카트 레이싱부터 물거품 싸움, 폭탄으로 블록 터트리기와 같은 아케이드 게임은 물론 캐릭터 들이 직접 대련을 한다거나 온라인 을 통해 5 대 5 대난투를 하면 그 야말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 임이다.

FPS 박스라고 엑스박스에 특정 장르의 게임만 편중되었다는 비판 이 나오는 와중인데, 온 가족이 함 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면 그야말 로 딱이다. 덤으로 ID 그룹이 보유 한 캐릭터들을 자랑하면서 말이다.

"여기에 PC판도 출시하고, 맵 에 디터에 사용자 MOD 도 허용하면……. 대박이네!"

많은 제약이 있는 스타크래프트 의 맵 에디터로도 기상천외한 유즈 맵을 만들어내는 게이머들이었다. 판타지 유니버스 게임이라면 게이 머들의 창의력도 대폭발할 것이 분 명했다.

마음을 정한 유재원은 곧장 ID 워드프로세서를 열고 순식간에 그 럴듯한 게임 기획서를 만들었다.

ID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책임 질 판타지 유니버스가 탄생하는 순 간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