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권 4화
"그러면 귀화 제의는 하느니만 못하다는 소리군."
"예. 지금처럼 미국의 국익과 유 재원 회장의 이익이 일치하도록 유 지하는 게 최선입니다."
비록 에드윈 풀러가 공화당 쪽 사람이긴 해도 그쪽으론 엄청난 전 문가였다.
작은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보 다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앨 고어 대통령과 백악관 보좌진들의 마음이 기울어 졌다.
"그렇다고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데이비드 국가 안보 보조관이었 다.
"명예시민 제도가 있습니다."
설마했던 게 드디어 나오고야 말 았다.
"말도 안 됩니다."
그와 동시에 반박도 바로 일어났 다. 그것도 앨 고어 대통령의 심복 이자 비서실장인 잭 퀸의 말이었다.
"유재원 회장의 능력이나 성과에 대해 의심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 만 너무 젊습니다. 더욱이 명예시 민은 윈스턴 처칠과 라울 발렌베리 두 분을 제외하고 모두 사후 선정 되었습니다. 납득하지 못하는 시민 들이 엄청날 것입니다."
잭 퀸 비서실장의 입바른 소리였 다.
"오늘까지의 토론으로 내린 결론 은 사상 최초로 등장한 이레귤러에 게 그러한 파격적인 대우가 필요하 다는 것 아니었습니까?"
반면 데이비드 국가 안보 보좌관은 상관없다는 투였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명예시민 이라니요."
잘 진행되던 회의는 막판에 와서 의견이 충돌했다. 두 사람 모두 할 말이 많아 보였고, 물러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
그러나 본격적인 충돌이 나기 전 멈춰야 했다. 이 회의실에서 누구 보다 우선되는 앨 고어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 데, 여기서 명예시민으로 결정한다 더라도,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 지요."
앨 고어 대통령의 정확한 지적이 었다.
명예시민 선정에 대해서 규정된 법률이 있는데, 거기에는 대통령이 추천하고 의회가 동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여러분 사이에 격한 논쟁이 오 갈 만큼 명예시민 선정이 주는 명 예는 거대합니다. 그러면 이 자체로 우리의 성의는 충분히 표시한 것 아닐까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 각은 어떠십니까?"
앨 고어 대통령의 말은 간단히 말하면, 생색은 백악관이 내면서 민감한 사안은 국회로 넘겨 버린다 는 이야기였다.
보좌관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 았다. 다들 손익을 따져 보느라 여 념이 없어진 것이다.
#391. 판타지 유니버스
전 세계를 경악시킨 911 테러가 있은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이후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물론 아직도 주된 흐름은 911 테러의 후 폭풍이다.
토르의 해머 작전 성공으로 생포 된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군사 재판이 시작되면서 많은 이목을 끌고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아프가 니스탄의 스마트 폭격이 있다. 알 카에다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 는 중이다.
심지어 지상군도 투입 중이었다. 투입은 특수 부대로만 한정된 상태 이지만,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분 리한 덕에 소수의 병력이지만 효과 는 굉장했다.
이로 인해 이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사라졌다.
당시에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가 구분 없이 같은 조직이라 인식했고, 그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전체와 전 면전을 치러야 했다.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라고 해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국력 차이 는 어마어마했으니 쉽게 보고 들어 갔다. 그리고 옛 소련 꼴이 되었다.
아무리 국력 차이가 커도 방어의 이점은 대단했으니 말이다.
요새 같은 지형과 게릴라 전법을 극복하는 데엔 엄청난 노력이 필요 했다. 더욱이 그 노력이라는 건 미 국 군인들의 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피를 많이 본 탓에 쉽게 빠져나올 수도 없 었다.
반면 지금은 알 카에다라는 수백 명이 되는 단위의 조직만 확실히 멸절시키는 것에 전술적 목표가 설 정되어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컴퓨터에서 조 직원들의 인명 파일을 얻었고, 전 화번호 목록도 챙길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멸절 작전을 실행 했고,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었 다. 마치 정밀한 외과 수술을 하는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 다가 지워졌다.
문제는 비행기 납치 자살 테러처 럼 미국에 잠입한 알 카에다 대원 들이었다. 911 당시 동원된 12명이 전부가 아니라, 이보다 더 많은 대 원이 잠입한 상태였음이 밝혀진 것 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알 카에다 조직원들 숫자가 적었던 것도, 미 국에 일부가 잠입한 상태였던 탓이 었다.
-911 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 잠입한 알 카에다 조직원 최대 40명!
오사마 빈 라덴의 컴퓨터로부터 나온 정보에 미국이 깜짝 놀랐다.
-앨 고어 행정부, 특단의 대책 마련키로.
그에 따라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 은 정부에 압력을 넣었고, 앨 고어 행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따라 알 카에다 조직원들 추적은 물론 차후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에 대응 하는 까라는 전문 조직을 만들기 로 했다.
또한, 仁이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여러 가지 법적 조치를 취하기 로 결의했다.
"흐음. CTU라니."
유재원은 현재 푹신한 비행기 1 등석 자리에 앉아 i웍스 노트북으 로 웹 서핑 중이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는 듯, i웍스 노트북은 오프라인이 아 닌 온라인 상태였다. 매우 특수한 조건이 따라붙긴 했지만, 이젠 인 터넷에서도 인터넷이 된다.
"그런데 느낌이 좀 그러네."
유재원은 i웍스 노트북 속에 뜬 기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기사 안 에는 CTU 창설을 위해 국회 연설 중인 앨 고어 대통령의 사진이 실 렸는데, 열정이 가득했다.
문제는 하필이면 그 이름이 CTU였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처음 들어보 는 이름이겠지만, 유재원은 다르다. 회귀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었으니, 바로 24시라는 미드 속에서였다.
문제는 드라마 속 CTU가 제 기 능을 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는 점이다. 주인공을 빛내 주기 위 해서는 주변 사람들이 무능력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들이 모두 CTU 대원들이었던 터라 카운터 테러 유닛이라는 이름 값은 드라마 속에서 제대로 발휘해 본 적이 없었다.
"하여튼 24시는 대박 나겠다."
드라마 24시의 첫 방송은 코앞까 지 왔다. 정확한 날짜는 11월 6일이었으니,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진짜 현실에 CTU가 발족되었으니 드라마 제작 사는 로또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였 다.
드라마 24시에 대해 생각하던 유 재원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의 머릿속 에는 엄청난 영상 콘텐츠들이 있었 다. 영화판에서 ID 인베스트먼트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어떤 콘텐츠 가 대박이 날지는 훤히 꿰고 있었 다.
심지어 밀리언 달러 챌린지를 통 해 좋은 콘텐츠를 대거 구비해 놓 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어떤 콘텐츠도 아직 시작을 못 하고 있었다.
남의 방송국 좋은 일 해 주는 건 당연히 싫었기에, ID 그룹 산하의 방송국이 생기고 나면 풀어낼 작정 이었다.
타임워너 측과 방송국 인수에 대 해 논의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 직 진전된 건 없었다. 그저 인기 없는 채널의 편성권을 일부 임대받는 것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는 유 재원의 성에 차진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재원의 영주권으로는 방송국의 오너 혹은 대주주가 되는 게 무리 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미국의 방송법에 제 약이 걸린 게 아니라 불문율적인 성향이 컸다. 뉴스콥의 루퍼트 머 독도 국적 때문에 문제가 크게 됐 다가 1985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하 고 나서야 풀려났을 정도다.
유재원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히 실마리는 보이고 있다.
며칠 전 백악관에서 은밀히 연락 이 왔는데, 바로 유재원의 명예시 민증 수여 추진 소식이었다.
지금껏 유재원이 이룩한 성과를 따지면 명예시민중을 수여해도 부 족함이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였다.
다만 국민 감정이나 국회의 동의 가 필요한 만큼 확답을 드리지 못 해서 죄송하다는 말도 있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오직 확률적 인 면만 보자면 국회의 문턱을 넘 지 못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았다.
유재원이 엄청난 성과를 낸 건 사실이지만, 그걸 미국인들 모두가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영웅처럼 전면에 나서서 그 결과 를 누구나 알 수 있었다면 모르겠 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애플사와의 개 인 정보 보호에 대한 논란이 생겨 나서 비호감으로 보는 사람들도 늘 어났다.
여기에 오늘 뜬 기사들은 여론 지형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 확 실했다.
-대테러 활동을 위한 첨단 장비 대거 도입.
-첨단 얼굴 인식 장치, 모든 교 통 카메라에 연동될 듯.
-토르의 해머 작전의 키포인트였 던 스텔스 드론도 실전 배치!
교통 카메라에 이미지 해석 모듈 을 추가하는 건 일부 도시에서 시 행 중이었다. 그러다가 CTU의 발 족과 함께 북미 전역에 도입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아직 미국 내에 알 카에다의 조 직원들이 남아 있고, 이들이 어떤 테러를 벌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 에 국회에서는 바로 통과가 되었다. 또한, 2002년도 예산에 스텔스 드 론 도입을 위한 예산도 포함되었다.
토르의 해머 작전에서 스텔스 드 론의 능력에 반한 미군은 도입을 격하게 원했고, 백악관에서도 동의 했다.
덕분에 유재원의 취미 생활이었 던 스텔스 드론이 미군의 정규 장 비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도입 단가는 1기당 3천만 달러 정도인데, 이 가격은 F16 전투기의 두 배 정도였다.
논란이 될 만큼 무척이나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ID 하이테크 연구소의 몸값 비싼 박사님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 드는 기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텔스 기능이 발휘되는 건 특수한 코팅 때문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도 마찬가지로 수작업으로 만 드는 것이라 단가가 대폭 올라갔다.
만약 미군이 수백 대를 도입한다 면 양산 라인을 만들어서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겠지만, 지금은 특 수전에 사용할 소량만 주문한 상태 였다.
-해당 장비들이 모두 ID 그룹 제품, 커넥션 의혹 점점 커져!
문제는 미국 당국이 도입하겠다 는 장비는 모두 ID 그룹의 로고가 찍혀 있는 물건이라는 점이다.
"분명 말이 또 나오겠지."
귀찮다는 말투지만, 표정은 상관 없다는 얼굴이었다.
고소 운운하던 애플은 아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ID 그룹의 개인 정보 보호 논란도 투명성 보 고서 공개 이후 크게 약해졌다.
게다가 회귀 전에는 이보다 더한 애국법도 통과되었던 나라가 미국 이었다.
지금이야 안보보다는 개인 정보 보호와 같은 개인주의가 강하게 표 출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 론은 바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날뛰기 시작하는 건 지금부터 시작이었으 니 말이다. 탈레반이 온건하다고 느껴질 만큼 과격한 ISIS의 등장 역 시 시간 문제였다.
"다음!"
다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문제 는 유재원도 두 손, 두 발 든 것이 었다. 계속 잡고 있어 봐야 답도 나오지 않았기에, 유재원은 새로운 기사를 클릭했다.
잔뜩 찌푸렸던 얼굴도 비로소 풀 렸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비공 개 시사회 반응 폭발적!
-조앤 롤링, 영화화 수준에 만족 스러움 표시!
-해리포터 개봉 일정 확정!
텔레비전과 전자오락에 빠졌던 아이들이라도 책을 보게 만든 세계 적 명작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 째 영화인 마법사의 돌이 개봉을 코앞에 두고 비공개 시사회가 열린 것에 대한 기사였다.
타임워너 넥스트컴 산하의 워너 브라더스 영화사에서 일찌감치 영 화화 판권을 얻어냈다.
원래보다 훨씬 빨리 판권을 따냈 고, 영화화를 위한 준비도 전생에 서보다 더 공을 들였다. 덕분에 캐 스팅을 할 때부터 엄청나게 화제였 던 작품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