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92화 (592/1,007)
  • 29권 1화

    911로 제일 피를 본 주식 시장 은 미국이었다. 테러가 난 곳은 미 국이었고, 미국의 주식 시장은 상 한 하한 제한도 없었으니 말이다.

    ID 인베스트먼트의 펀드는 미국 투자가 주력이었으니 당연히 911 테러로 제일 큰 손해를 보아야 했 다.

    그러나 ID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수익률은 예측과 달리 오히려 올랐 다.

    주식 비중도 제법 있었지만, 헤 지를 기가 막히게 설정해서 손해는 커녕 이득을 보았다고 했다.

    게다가 석유와 금, 곡식과 같은 천연자원 투자 비중도 컸는데, 911 테러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품목이 었다.

    이로 인해서 ID 인베스트먼트 펀 드에 가입한 이들은 가입 시점에 상관 없이 30% 정도의 수익이 나 왔다고 했다.

    펀드는 시시하고, 수수료도 높다 고 생각해 직접 투자를 했던 김상 국은 너무도 후회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국으로부터

    오사마 빈 라덴 생포 소식이 나오 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 소 식이 나오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911 테러 후, 3일 정도가 지나서 약한 반등이 왔다가 다시 하락 중 이었던 증시였다.

    반등의 힘이 너무 약했기에, 바 닥은 당분간 보이지 않을 거라 생 각했다.

    덕분에 이대로 죽는가 싶었는데,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했다는 속보 가 전해지고 나서부터 미국 선물시장이 미친 듯 오르기 시작한 것 이다.

    "오늘이 토요일인 게 너무 안타 깝다."

    딱 하나 아쉬운 건 오늘이 토요 일이라는 것이다.

    24시간 쉬지 않는 거래 시장이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이고 국경일이나 명 절까지도 칼같이 쉬었다.

    지금 주식 시장이 열려 있더라 면, 미국과 같이 한국도 상승할 게 분명한데 이틀을 쉬고 나서 열리게 되면 탄력이 떨어질 것 같았으니 말이다.

    제발 월요일은 지금 미국 선물 시장이 보여주는 것처럼 강한 상승 반전이 일어나길 기도하는 김상국 이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한강 물 온도를 알아보고 있었던 것은 새카 맣게 잊어버렸다.

    2001년 9월 17일 월요일.

    김상국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한국의 주식 시장이 열렸 다.

    " 대박!"

    수직 반전이라는 게 무엇인지 확 실히 보여주는 듯, 한국의 주식 시 장은 어마어마한 상승 반전이 일어 났다.

    옵션이건 주식이건 가리지 않았 다. 장이 열리기 전 동시 시가 때 만 해도 매도 잔량이 꽤나 보였는 데, 장이 열리자마자 매도 잔량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김상국이 보유한 종목도 마찬가지였다.

    금요일만 해도 매도 잔량이 어마 어마하게 쌓여서 도무지 상승 반전 은 가망이 없어 보였던 종목은 시 초가부터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럴 때가 아니지! 매수 타이밍 이다!"

    뒤늦게 잔고를 늘리려고 했지만, 그가 하수라는 걸 다시 자각만 시 켜 주고 말았다.

    트리플 모니터를 갖췄으면 뭘 하 나. 결단이 느렸고, 손놀림도 느렸다. 덕분에 다급히 매수 주문을 넣 었지만, 거래로 이어지진 못했고 매수 잔량만 늘려 주고 말았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순식간에 계좌 잔고의 전체 수익 률은 -57%에서 -20%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건 콜 옵션 이었다.

    김상국은 이쯤되면 반등이 나올 줄 알고 콜 옵션을 샀다가 피를 보 는 중이었는데, 역시나 상승 반전 이 일어나자 콜 옵션의 가치는 로켓처럼 상승 중이었다.

    "무섭다. 진짜 무서워!"

    만만하게만 보았던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강 물 온도를 따지고 있던 게 불과 이틀 전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종목이 붉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기대했던 상승 반전이라는 이벤 트가 일어났으니 기뻐해야 하건만, 김상국은 반대로 무서워졌다.

    그도 그럴 게 김상국이 상승할 거라 예측했던 건, 기술적 반등이 었다. 며칠 사이 하락이 너무 심하니 기술적 반등이라도 일어날 것을 기대했다.

    문제는 오사마 빈 라덴 생포 같 은 건 상상도 못 해 봤다는 점이 다.

    애초에 911 자체도 상상하지 못 할 일이긴 했다. 그런데 테러의 주 범인 오?사마 빈 라덴도 이렇게나 빠르게 생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름지기 주식 시장이라면 예측 이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하는데, 911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 다.

    "이게 말이 돼? 수익으로 반전되 면 모두 정리하고 펀드나 들어야겠 다."

    주식 시장에 학을 뗀 김상국은 단단히 결심했다.

    다행히 다음 날까지 기다릴 것도 없었다. 주식은 여전히 파란색이긴 했지만, 콜 옵션이 미친 듯 올라서 손해를 모두 복구하고도 이익을 보 았으니 말이다.

    매도 버튼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 다 놓을 때, 순간 망설이긴 했다. 기세만 보면 내일도 상승할 것 같았고, 본인이 보유한 콜 옵션의 가 격도 몇 배는 더 뛸 것 같았기 때 문이다.

    하지만 마음으로 정한 수익 반전 이 하루 만에 일어났기에 김상국은 마우스를 꾹 눌러 모두 매도했다.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주식은 때 려치우고, 전세금 빼고 남은 돈은 펀드에나 넣을 작정이다. 물론 ID 인베스트먼트의 펀드였다.

    적금 붓듯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넣다 보면, 주식보다 나은 수익률을 만들어 줄 거라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가서야 김상국은 본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지 만, 주식 대신 ID 인베스트먼트 펀 드를 선택한 것에 대한 보답은 차 고 넘치도록 받게 될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유재원이네."

    매도 버튼을 누른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HTS의 뉴스를 보던 김상 국은 혀를 내둘렀다.

    기사에는 오사마 빈 라덴 생포를 위해 펼친 토르의 해머 작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한 것은 바로 스텔스 드론이라는 분석이 있 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텔스 드론은 유재원의 강한 의지로 10년에 걸쳐 개발된 기종이라고 했다.

    더욱이 유재원은 스텔스 드론 말 고도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이 빠르 게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다양한 도 움을 주었다고 했다.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정할 수 있도록 해 준 아이폰으로부터 나온 중 거도 유재원의 분석력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하니 '역시'라는 말이 절 로 나왔다.

    "와, 진짜 부럽네."

    문득 유재원이 부러워지는 김상 국이었다.

    한강 물 온도를 알아보려다가 오 사마 빈 라덴 생포 소식에 겨우 살 아났던 그였다.

    심지어 기사에 따르면 김상국이 죽다 살아난 것도 유재원의 도움 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전 세계에 강한 영 향력을 행사하는 유재원이 너무도 부러웠다.

    재미있는 건 김상국의 부러움을 산 유재원은 지금 곤란한 상태라는 점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 신병, 워싱턴 DC 도착.

    -오사마 빈 라덴 재판, 군사 법원에서 진행.

    전 세계가 난리였다.

    USS 니미츠 항공 모함에서 발진 한 수송기 편에 실린 오사마 빈 라 덴의 신병이 워싱턴 DC 공항에 도 착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특종을 차지한 CNN에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미국의 모든 방송 사, 신문사, 인터넷 미디어 회사들 이 파견한 취재진으로 인해 공항은 완전 만원이었다.

    -SF 영화 속에서 뚫고 나온 스 텔스 드론!

    -10 년 동안 한 우물만 판 뚝심 의 결정체!

    -미 국방부, 무인기 도입 긍정적 으로 검토!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처리에 대한 보도에 버금갈 만큼 보도되는 것이 유재원과 스텔스 드론이었다.

    프레데터라는 공격형 무인기를 운용 중인 미국이었지만, 소극적이 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토르의 해머 작 전을 위해 ID 하이테크에서 완성한 스텔스 드론의 스펙을 보고는 깜짝놀란 것이다.

    분초를 다툴 만큼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전통과 검증을 우선시 하는 펜타곤에서는 절대 거들떠보 지도 않았을 텐데, 써 보니 너무나 좋았다.

    유재원을 통해 컴퓨터 기술이 보 다 빨리 발전한 것처럼 드론 기술 의 완성도는 10년을 초월했다.

    특히 통신 기술은 프레데터에 적 용된 것보다 월등했는데, 다채널의 CDMA 통신라인을 통해 전장의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렇게 전송된 영상은 강 력한 컴퓨팅 파워를 가진 클라우드 시스템에 이미지 분석 모듈과 연동 시켜 사람이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 몇 십 배는 더 빠르게,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었다.

    카불의 고급 주택 단지 중 하나 였던 오사마 빈 라덴의 안가를 찾 아낸 것도 영상 분석을 담당한 전 문가가 아니라 이미지 분석 모듈이 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또 중국발 사 이버 공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 다시 조명을 받았다.

    911 당시 어마어마한 DDOS 공 격이 있었지만, 일부 네티즌 말고 체감하기 힘들었던 것은 ID 그룹의 발빠른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IT 분야에서 유재원이 이 룩한 성과들이 다시 부각되었다. 이게 다가 아니고 2절과 3절도 있 었다.

    2절은 ID 인베스트먼트의 이야 기였다. 911 테러로 가장 현실적인 피해를 본 곳은 미국의 주식 시장이었다.

    대공황의 검은 목요일 사건 정도 는 아니었지만, 그와 비견될 만큼 기록적인 폭락이 있었다.

    반면 ID 인베스트먼트는 주식 비 중이 큰 펀드를 운영하고 있었음에 도 손해를 보지 않았기에, 유명세 가 절로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3절의 경우에는 티파니와 셰브롱 의 이야기였다. 매우 성미가 급한 사람들은 티파니가 셰브롱을 물려 받으면 ID 그룹과 합병해 초국가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북미에서 제일 뜨거운 인물은 오 사마 빈 라덴이고, 그다음이 유재 원이었다. 매스컴들은 이들과 관련 된 기사들이 클릭 수가 보장된다는 걸 확인했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확대 재생산했다.

    부작용이 생겨나지 않을 수가 없 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단순히 물리학에서만 통용되는 진리가 아 니었다.

    연예계에도 이와 비슷하게 과도 한 빠가 까를 만든다는 말이 있었 다. 연예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을 띄우기 위해 과도한 언론 플레이를 하는데, 이게 어느 선을 넘으면 오 히려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만큼의 반발이 튀어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요즘 유재원의 주변에서 돌아가 는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물론 유재원이 원해서 펼치는 언 론 플레이는 아니었지만, 일반인들 이 느끼기에는 너무나 과도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유재원이 911 테러에 대응하면서 논란이 될 만한 일을 하 기도 했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매 우 민감하게 여기는 개인 정보 보 호에 관한 사안이었다.

    -아이폰S 보안 체계 불과 3시간 만에 무력화한 익명의 보안 전문가, 유재원 유력!

    유재원에 대해 파고들던 언론들 은 911 테러 합동 수사본부에서의 행적도 파헤치기 시작했고, 아이폰 S용 레인보우 테이블을 만든 것에 대한 정보도 포착한 것이다.

    놀라운 건 애플의 대응이었다.

    -애플, 3시간 무력화는 헛소문!

    -애플, 아이폰, 아이폰S 긴급 패 치 배포!

    -애플, 사용자 마스터 패스워드 재설정 강력 권고!

    3시간 만에 무력화되었다는 소문 에 대해서는 단호히 일축하면서도, 아이폰과 아이폰S용 긴급 패치 배 포와 함께 암호의 재설정을 강하게 권고한 것이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욱이 미국은 개인 정보 보호에 매우 민 감한 나라였기에 이는 곧 거대한 논란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자네가 제이콥의 복수를 이뤄줄 줄 알았어. 항상 고맙군.

    유재원이 잡고 있는 안드로이드 폰 너머로부터 묵직한 목소리가 전 해졌다. 프레더릭 테일러 2세였다.

    TV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몇 분이 지났을 때, 유재원을 향해 사방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2/3 정도는 언론사들로부터 온 귀찮은 전화였지만, 나머지는 지인 들의 연락이었다. 일일이 받아서 짧게 통화를 했는데, 프레더릭의 전화까지 올 줄은 몰랐다.

    "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 죠."

    -그래,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그 당연한 일도 하지 않으려는 사 람들이 있어서 문제였지.

    프레더릭은 유재원의 대답에 언 뜻 이해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리송해지는 말을 했다.

    -그나저나 이번 일로 곤란해질 수도 있겠군. 하지만 걱정 말게. 나 와 셰브롱이 전력으로 도울 테니 말일세.

    곤란해진다니.

    프레더릭의 말을 처음에는 이해 하지 못했던 유재원이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보니 어째서 그런 말 씀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며칠 후.

    북미 최대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2CH.com에 올라온 하나의 글이 파문을 일으켰다.

    -유재원 회장은 한국 출신이라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떤 사안이든 매스컴의 과도한 칭송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오사 마 빈 라덴 생포에 대해 혁혁한 공 을 세운 유재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유재 원이 아이폰드의 보안 체계 해체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유재원이야 911 이후의 미국이 회귀 전과 다른 길을 가도록 유도 하기 위해 세운 거대한 계획의 일 환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을 감히 상상 도 못 하는 일부 일반인들에겐 본 인들의 윤리관과는 완전히 위배되 는 행동을 한 것이니 성토할 수밖 에 없었을 것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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