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24화
24시간이 지나면 군대가 본격적 으로 움직일 것 같은 뉘앙스였다.
그런데 여기서 참으로 안타까운 건 아프가니스탄의 대응이었다.
-911 사건은 미국에 대한 신의 심판!
-미국의 요구는 터무니없으며,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이 인도되는 일도 없을 것.
앨 고어 대통령의 추모식이 끝나 자마자, 아프가니스탄의 공식 성명 이 뜬 것이다.
24시간이라는 기한을 주었는데 도, 탈레반은 이를 거절했다.
심지어 아직 분노의 불길이 거세 게 일고 있는 미국을 자극하는 소 리를 서슴없이 했다.
애초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모인 탈레반이 나라를 제대로 운영 할 일도 없지만, 국제 정세가 어떻 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 이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행동을 하는 것이나, 24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으니, 바로 반박해 반미주의가 강한 이슬람 국가들에게 체면을 세우겠다는 판단이었을 것 이다.
그리고 여기에 반전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거라는 사실은 이미 백악관 에서도 파악했다는 것이다.
앨 고어 대통령이 굳이 24시간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내륙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이니 미국이 자랑하는 상륙함은 무용지 물이다.
미국이 군대를 보내려면 파키스 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야 하는데, 이들 나라는 모두 강력한 반미주의 국가였다.
더욱이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정 권을 잡고 있는 세력은 그 유명한 탈레반이었으니, 미국의 요구 조건 은 개풀 뜯어 먹는 소리로 취급했 다.
"이미 작전은 진행 중이란 사실 이지."
미군은 추도식이 시작하기 전부 터 행동 중이었다.
오만 앞바다에는 미 해군 제5함 대가 전개 중이었다. 모든 항모 전 단을 미국으로 불러들였던 것도, 사실은 페이크였다.
미국으로 돌아갈 것처럼 걸프만 에서 나왔던 제5함대는 오만 앞바 다에서 기수를 돌렸고, 즉각 작전 을 시작했다.
"작전명 토르의 해머라니. 펜타 곤에 마블 만화 마니아가 있나?"
유재원의 방문 이후, 회귀 전과 달라진 백악관이 내놓은 최종 선택 지였다.
토르의 해머 작전은 2개의 커다 란 줄기로 구성된다.
하나는 911 테러의 몸통인 오사 마 빈 라덴의 생포 작전이었고, 다 른 하나는 알 카에다 조직의 멸절 을 위한 광범위 타격 작전이었다.
당연히 토르의 해머 작전에는 대 규모 병력이 동원되지 않는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특수 부 대가 동원되는데, 어떤 부대가 동 원될지는 아직 유재원도 알지 못했 다.
델타포스? 실? 아니면 데브그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부대이든 간에 이번 작전에 올라간 판돈은 상당했다.
거기엔 미국의 국운은 물론이고 유재원의 미래도 올라가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토르의 해머 작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아는 것 자체 가 대단한 일이었다.
심지어 펜타곤에서도 소수만 알 고 있는 작전이었다. 회귀 전에도 없었던 이벤트였으니 말이다.
그런 비밀 군사 작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건, 옵서버 명목으 로 유재원의 ID 그룹도 참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초에 펜타곤에서 토르의 해머 작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ID 하이테크 연구소의 드론 덕이었다.
스키너 요원과 함께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할 때 베일에 가려져 있 던 드론도 공개되었다.
단순히 외형만 공개한 게 아니 라, 실전 배치를 위한 테스트 보고 서와 같은 수준의 스펙이 넘겨졌다.
이후 백악관 수뇌부와 펜타곤은 보고서에 담긴 드론의 스펙이 사실 인지 몇 번이나 물어왔다.
그만큼 ID 하이테크가 백악관에 공개한 드론의 성능은 상상을 아득 히 초월했다.
띵
때마침 유재원의 ID톡이 울렸다.
-회장님, 곧 작전 지역에 진입합 니다. 곧 데이터링크가 시작됩니다.
ID 하이테크의 안드레이 소장이 었다.
"네! 저도 접속할게요."
유재원도 바로 대답 후, 본인의 컴퓨터에 설치된 모종의 프로그램 을 실행했다. 특수한 서버에 접속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몇 가지 복잡한 접속 절차를 끝 내자, 여러 개의 CCTV를 모아 놓 은 듯한 화면이 나타났다.
오른쪽 상단에는 방금 ID톡을 했 던 안드레이 소장의 얼굴이 있었고, 그 아래로 굳은 표정의 미군 장교 들의 얼굴이 비쳤다.
-유재원 회장님입니까?
"네! 유재원입니다."
-인증 키를 말씀해 주십시오.
유재원은 8자리의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인증 키를 말했다.
-확인됐습니다.
로그인 전에도 꽤나 복잡한 절차 를 거쳤는데, 마지막에 또 인증 키 를 물어볼 만큼 미군의 보안 의식 은 철저했다.
게다가 장교의 말투는 너무도 딱 딱했다. 그냥 컴퓨터랑 대화해도 이보다는 부드럽게 느껴질 것 같았 그렇지만 유재원은 불만이 없었 다. 이 화면은 그저 유재원에게만 전해지는 게 아니라, 펜타곤 그리 고 백악관에도 전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화면에 나타난 이들은 지금 수행 중인 토르의 해머 작전 이 911 테러의 진범 오사마 빈 라 덴을 잡으러 가는 작전이라는 걸 알기에 다들 긴장감이 넘쳤다.
-5분 후, 모선이 카불에 진입합 니다.
안드레이 박사의 보고다.
그의 말대로 ID 하이테크의 비밀 연구실에서 나온 드론은 이미 아프 가니스탄 영공을 침범해 수도인 카 불에 거의 가까워져 있었다.
탈레반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이 라고 해도, 나라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일개 기업의 무인 비행 기가 무단으로 진입하면 난리가 날 테지만, 안드레이 박사나 유재원이 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드론이 아프가니스탄의 영공을 횡단한 지는 벌써 1시간 정도 지났 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의 공군은 코빼기도 비치지 못했다.
이는 이미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미국이 완벽히 지배하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 기대했던 파키스 탄의 엄호는 없었다.
토르의 해머 작전이 시작되면서 항공 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은 파키스탄 영공을 가볍게 지났지만, 파키스탄에서는 그저 말뿐인 항의 만 했다.
그러한 항의도 미국의 동료가 될 지, 타깃이 될지 선택하라는 백악관의 압력에 끝났다.
그렇게 파키스탄 하늘길을 뚫고 아프가니스탄에 진입한 전투기들은 무지막지한 폭탄 세례를 전술적 목 표를 향해 퍼부었다.
아프가니스탄 산악에 마련된 목 표는 알 카에다의 거점들이었다. 훈련소와 주둔지, 탄약 창고 등등 고부가 가치 표적을 향해 폭탄이 퍼부어졌다.
미군이 보유한 세계 최강의 첩보 위성과 휴민트, 인터넷 정보 등을 조합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타격목표가 정해졌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은 황당 했을 것이다.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지 겨우 몇 분이 지났을 뿐인데, 폭격이 시 작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선, 카불 진입!
-타깃 추적을 시작합니다.
규모만 따지면 항모 전단의 폭격 이 주력 같지만, 실제로는 아프가 니스탄과 알 카에다의 눈을 돌리기 위한 보조 공격이었고, 토르의 해머 작전의 핵심인 오사마 빈 라덴 의 생포 작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 었다.
10년간 컴퓨터 분야가 천지개벽 했듯, 드론의 발전 역시 마찬가지 였다.
카불 상공에 진입한 검은색의 거 대한 드론의 하부 창고가 개방되었 고, 소형 쿼드콥터 8대가 분리되어 떨어져 내렸다.
대형 드론에 괜히 모선이라는 코 드 네임이 붙어 있던 게 아님을 확 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분리된 소형 쿼드콥터는 현장에 나가 있는 안드레이 소장팀의 원격 조종으로 카불의 고급 주택가로 스 며들었다.
"이제 쇼 타임인가?"
드론의 고도화를 위해 막대한 자 본과 기나긴 시간을 뚝심으로 투자 했던 유재원이다.
이제 본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 음을 지켜볼 시간이었다.
"환상적이군!"
앨 고어 대통령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예상했던 그대로 추모식이 끝나 자마자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거부 의 의사가 전해졌고, 그 길로 즉각 백악관의 지하 벙커로 이동했다.
거기에서 토르의 해머 작전 실행 을 명령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전장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세상이 확실히 발전하고 있다는 걸 십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전장의 상황을 텍 스트나 음성으로만 전달 받았을 것 이다. 그림으로 전해지는 것도 약 간 있었을 테지만, 그것이 실시간 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징의 상황이 무려 영상으로 전 해지고 있었다.
"예! 정말 놀랍습니다!"
앨 고어 대통령만 그러는 게 아니라, 백악관 지하 벙커에서 토르 의 해머 작전 모니터링을 위해 모 인 수뇌부들 역시나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서 지하 벙커 전체를 개조한 것도 아니었다.
미군 전체를 통솔하는 C4I 서버 에 유재원이 만든 영상 처리 모듈 을 설치하고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을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게 도대 체 어떤 원리로 작동된다는 거죠?"
화면 속에서 비치는 모습은 대략고도 2K 상공에서 땅을 내려다보 는 구도의 흑백 영상이었다.
카불이 현재 밤이라는 걸 감안하 면 밤이었음에도 비교적 선명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아직 화면에 극적인 장면은 나오 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보이는 영상은 모선에서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 는 적외선 영상입니다. 그것이 다 수의 CDMA EV-DO 채널로 작전 본부에 전해집니다. 작전 본부에서 는 고도의 암호화를 통해 암호화후에 해저 광케이블로 펜타곤의 C4I 서버로 전송해 우리가 실시간 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 침에도 현장과의 시간 지연은 불과 200ms 에 불과하니, 실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앨 고어는 외계어를 쏟아내는 데 니스 맥 국가 안보 보좌관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실시간 화상 전송 시스템 이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 다는 것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1분 후 카불 진입입니다."
" 방공망은?"
"현재까지 아무런 대응도 없습니 다."
탈레반은 1996년 아프가니스탄 의 수도 카불에 입성하며 정권을 잡았다.
이후 나라의 기틀은 와르르 무너 졌지만, 완전히 붕괴한 건 아니었 다. 분명 아프가니스탄에는 군대도 있었고, 수도에는 분명 방공망이라고 할 만한 게 있었다.
알 카에다의 거점을 공격하는 폭 격이 한창 이뤄지고 있으니, 카불 의 방공망도 한창 경계를 서고 있 음에도 대형 드론이 진입하는 건 조금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완벽한 스텔스 드론이기 때문이 다.
모선이란 이름의 드론은 일반 전 투기의 1/2 스케일 정도의 크기였 고 터보제트 엔진을 2기 장착했다.
고속 비행에 적합한 삼각형의 짧 은 날개, 얇고 가는 동체로 고고도 정찰기와 비슷했다.
"아, 카불 진입! 모선으로부터 첩 보용 드론이 분리됩니다."
모선의 창고가 열리며 쿼드콥터 들이 쏟아졌다.
그에 따라 메인 스크린에도 변화 가 생겼다.
쿼드콥터 역시 영상을 전송했고, 이를 비추기 위한 자그마한 창들이 새롭게 열린 것이다.
"델타포스 팀! 대기 중! 타깃 포 착 즉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에 벙커 안 의 긴장감이 대폭 상승했다.
첩보용 드론이 오사마 빈 라덴을 포착해야만 토르의 해머 작전은 성 공할 수 있었다.
유재원이 찾아낸 디지털 증거와 전통의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의 교 차 검증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은 현재 카불의 고급 주택가에 잠입해 있다는 것이 확실했지만, 그게 100%는 아니었다.
덕분에 모두의 긴장감이 최고조 에 올랐다.
-음! 무장 대원들입니다!
빙고!
유재원은 첩보용 소형 쿼드콥터 의 파일럿으로부터 전송된 음성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카불의 고급 주택지 중 한 곳에서 수상한 그림 을 발견했다.
무장한 경비 병력 여러 명이 경 계 근무를 서고 있는 주택이었다. 딱 봐도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건물 이었다.
특히 무장한 대원들의 면면이 매 우 날이 서 있는 듯한 모습으로 일 반의 보안 서비스와는 차원이 달랐 다.
탈레반의 수뇌부도 아니면서 이 렇게 삼엄한 경비를 선다면, 답은 하나다. 이곳이 오사마 빈 라덴의 안가라고 말이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