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87화 (587/1,007)

28권 21화

DDOS 공격을 차단하면서 레인 보우 테이블을 만드느라 밤을 꼬박 새운 유재원이었지만, 추적을 시작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활력이 넘쳤 다.

2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 덕이 기도 했지만, 단번에 오사마 빈 라 덴을 잡아내 세계의 흐름을 바꾸겠 다는 그 의지가 태산처럼 굳건했던 까닭이다.

덕분에 상부로의 직접 보고는 좀 더 늦춰지게 되었다.

대신 이제까지 나온 정보는 보고서 형태로 가공되어 직접 보고되었 다. 당연히 보고서를 받아든 상부 는 뒤집어졌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워낙 충격 적이었고,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기 에 스키너가 작성한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로 백악관의 대 통령 집무실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막혔던 맥이 뚫리자 좋은 소식이 연달아 이어졌다.

펜타곤을 타격했던 비행기 잔해 에서 또 다른 용의자의 휴대폰을 찾아낸 것이다.

역시 휴대폰은 아이폰S였다. 멀 쩡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허드슨강 에서 찾은 것보단 컨디션이 좋았다. 허드슨강에서 올라온 것과 마찬가 지로 고난도의 암호로 잠금 상태에 있었지만, 유심칩으로 전화번호를 확인했고, 전화번호를 통해 애플ID 도 찾아냈다.

그걸로 게임은 끝났다.

애플 ID와 함께 등록된 해시값으 로 레인보우 테이블에서 암호를 찾 아냈고, 이를 입력하자 여지없이 잠금이 풀렸으니 말이다.

한 번 만들어 두면 암호화 세팅 값이 달라지기 전까지는 두고두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레인보 우 테이블의 장점이었다.

잠금이 풀린 펜타곤의 아이폰드를 통해 교차 검증이 가능해졌고, 이 를 통해 911 테러를 일으킨 이들과 목적, 그리고 배후에 대한 특정은 물론 정확한 물증까지도 확보할 수 있었다.

-백악관에서 앨 고어 대통령 긴 급 발표!

-911 테러 배후에 대한 중대한 단서 포착!

-추모식이 끝나는 즉시, 미국은 행동에 나설 것!

오전 11시.

미국 연방 정부의 기관들이 공식 업무를 시작하고 2시간쯤 지났을 때, 앨 고어 대통령의 긴급 발표가 전해졌다. 북미의 공중파 채널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도 긴급히 타전 된 소식이었다.

용의자들에 대한 중대한 단서 포 착에 대해서도 주목했지만, 이보다 더 큰 이목을 끈 것은 바로 애도의 기간이 끝나면, 미국이 행동에 나 설 것이라는 발표였다.

미국의 행동이란 단어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압도적인 무력(武 方)을 연상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 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미군은 극동아시아부터 유럽까지 군대를 파견한 나라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이러한 미군이 움직이 는 것에는 제약이 걸려 있었다. 미 국의 확장을 전 세계가 경계하는 탓이다. 과거 냉전 체제를 이뤘던 소련의 후예 러시아나 새롭게 떠오 르고 있는 중국은 특히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을 막을 수가 없다.

테러로 인해 세계무역센터 북쪽 빌딩이 붕괴하며 수백 명의 사망자 와 천 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 했다. 펜타곤이 자랑하던 5각형 중 한쪽 면이 무너졌으며, 국회의사당까지도 타격을 받아 상하원 의원 그리고 방문객 중 일부가 사망했다.

미국인은 분노했고, 테러 주체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원했다.

앨 고어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앨 고어 행정부 안에는 과거의 조지 워커 부시 때처럼 행정부 내 에 럼즈펠드나 딕 체니 같은 네오 콘이 들어가지 못했다.

일단 공화당 색깔을 가진 이들은 모두 배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네 오콘은 걸러졌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앨 고어 대통령이나, 새롭게 꾸려진 백악관의 참모들, 장관들이 마냥 유화적인 건 아니었 다.

앨 고어 대통령도 한 번 불이 붙 으면 거침없는 사람이었다. 회귀 전의 일이었지만, 관타나모 만 수 용소에서 정보 획득을 위해 수용된 죄수들을 대상으로 비인간적 대우 를 하거나 고문을 행하는 것에 대 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입장 을 보이기도 했던 사람이었으니 말 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은 분노한 미국이 동원할 병력이나 작전의 범 위에 대해 집중했다. 동시에 미국 이 가진 정보의 수준에 대해 알아 보기 위해 힘을 썼다.

그걸 알아낸다면 미국의 행보를 그나마 예측해 볼 수 있었으니 말 이다.

다만 미국은 당장 움직이겠다고 한 건 아니었기에, 중국이나 아프 카니스탄에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 다.

그도 그럴 것이 어마어마한 사망자가 나온 이번 사태로 인해, 뉴욕 과 워싱턴 DC에서는 장례식이 열 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참사가 벌어졌다면, 합동분양소가 차려지겠 지만 미국은 문화가 많이 달랐다. 대통령 주관의 추모식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장례는 각자의 방식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로 인해 장례식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일어났다.

이름 없는 희생자는 차가운 영안 실에서 소박하게 치러졌지만, 상류층 출신이라면 그 규모가 성대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유재원도 그러한 현상에 일조해야 했다.

911 테러 희생자의 장례식 중에 서 규모를 따진다면 절대적인 1위 라 할 만큼 크게 치러지고 있는 제 이콥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나 서는 중이니 말이다.

"어휴, 힘들었다."

제이콥의 장례식이 있는 뉴욕의 한 교회로 가는 차 안에서 유재원 은 물가로 나온 오징어처럼 늘어졌 다.

최근 24시간은 그야말로 파란만 장한 사건들의 연속이었으니 말이 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샌프란시 스코에 있었다가, 스키너 요원의 요청으로 뉴욕으로 날아왔다. 곧바 로 용의자의 아이폰S 분석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고, 용의자의 정체 를 범인으로 확정시키는 데 결정적공헌을 했다.

제대로 된 절차였다면 재판이 있 어야겠지만, 행동에 나섰던 범인들 은 모두 사망한 상태라서 애초에 재판은 열릴 수가 없었다. 덕분에 유재원이 찾아낸 증거만으로 범인 으로 특정 짓는 데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이후 유재원은 스키너 요원에게 약속 받은 것처럼 본인이 이뤄낸 성과를 가지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최종 결정권자인 앨 고어 대통령 에게 브리핑을 하기 위함이었다.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던 일 이었기에, 눈만 감으면 당시의 상 황이 선명히 떠오르는 유재원이었 다.

"유 회장님, 브리핑 약속이 잡혔습니다. 오늘 아침 7시입니다."

"예? 7시라고요?"

정확히 듣고도 되물어 볼 수밖에 없었던 건, 벽에 걸린 시계는 아침5시를 막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젊음의 활력이 넘치는 유재원은 하루 정도 밤을 새우는 건 일도 아 니었지만, 스키너 요원의 경우엔 다크서클이 눈 밑을 지나 볼까지 내려오려고 하고 있었다.

게다가 스키너 요원이 말한 브리 핑이라는 건 최종 결정권자에게 하 는 것인데, 그게 아침 8시라면 앨 고어 대통령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비상 상황이니까요."

스키너 요원의 시크한 한 마디로 모든 설명이 가능해졌다.

911 테러가 터지고서 며칠 동안 행정부가 마비 상태였던 과거의 부 시 대통령과 달리 앨 고어 행정부 는 완전 반대였다.

대통령까지도 정상 패턴에서 벗 어나 철야 근무를 밥먹듯 하고 있 으니, 다른 부처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유재원이 알고 있던 그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다.

미국의 여러 행정 기관들의 일

처리 속도는 유럽만큼 느린 건 아 니지만, 한국에 비하면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보다 더 빨랐 다.

아이폰드에서 발견한 범인들이 오 사마 빈 라덴과 함께 하이재킹을 모의하는 것부터, 숨기고 탑승한 칼로 기장과 부기장을 살해하고 조 종석을 장악하는 모습, 다른 하이 재킹 팀과 결의를 다지는 자료까지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스키너 요 원의 냉정함이 깨질 정도였다.

하지만 유재원이 아이폰으로부터 얻은 간접 증거를 가지고 오사마 빈 라덴의 현재 위치를 추적해 나 가는 건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초월 적인 일이었다.

흥분한 스키너 요원은 당장 브리 핑을 해야 한다며, 휴대폰을 붙잡 고 바쁘게 움직이더니 백악관에서 의 아침 브리핑을 성사시키고야 말 았다.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차로는 4시간 거리였지만, 비행기로는 1시 간도 걸리지 않았다.

특히 스키너 요원에게 주어진 연 방 정부 전용기는 다른 민간 항공 기에 우선할 권리가 있었기에 이륙 도 빨랐고, 보안 검색도 초스피드 통과였다.

유재원과 스키너 요원은 수집된 정보를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었고, 함께 워싱턴 DC로 가서 사건의 전 말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실, 앨 고어 대통령과 유재원 은 언제든 전화통화를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으니 정식 브리 핑이 아니더라도 정보를 전달할 방법은 많았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굳이 정식 브리핑을 선택한 건, 정 식으로 브리핑을 하면 미국을 움직 이는 수뇌부 전체와 대면할 수 있 었기 때문이다.

"유재원 회장님. 백악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좋은 날 오셨으면 성대히 맞이해 주었을 텐데, 그러 지 못해 아쉽군요. 대신 우리 기대 가 무척이나 큽니다. 스키너 요원의 말에 의하면 엄청난 잭팟을 터 트리셨다고요."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앨 고어 대통령이 참모 들 그리고 펜타곤의 장성들과 함께 유재원을 맞이했다.

유재원이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 는 동안, 스키너 요원의 미리 브리 핑할 내용에 대한 간단 보고가 있 었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곧이어 유재원의 브리핑이 시작 되었다.

언제나처럼 프로젝터와 ID 오피스의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이 용한 발표였다. 게다가 발표자료를 요약한 보고서도 앨 고어 대통령과 참모들, 장성들에게 사전 배부되어 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 다.

"휴대폰 하나로 이렇게 완벽한 증거들이 나오다니……

물론, 유재원이 준비한 프레젠테 이션은 완벽 그 자체였기에, 유인 물이 없더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었 을 것이다.

반응도 화끈했다.

국방부 장관과 펜타곤의 장성들 은 당장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 다를 족치기 위해 아프카니스탄으 로 진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 다.

백악관 참모들 역시 주전론을 펼 쳤다.

수백 명의 사망자, 수천 명의 부 상자가 속출한 테러였다. 미국 민 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도 타 격을 받아 사망자가 나왔다.

그렇기에 주전론은 앨 고어 행정 부 내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미국인들이 입은 정신적 타격과 세계 경찰이라는 이미지 복구를 위 해선 감히 본토를 노린 테러에 대 해 타협 없는 전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언제나 선봉에 서는 해병대와 미 군이 자랑하는 항모 전단은 물론이 고, 정규 사단도 구성해 파병하자 는 이야기가 대세였다.

사실 유재원은 브리핑 시작 전에 아이폰으의 암호 체계를 해체한 것 에 대한 우려의 의견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테러의 배후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으로 확인되었으니, 진군에 망 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펜타곤에서 나온 별이 주렁주렁 달린 장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근무하던 사무실은 비행기 자살 테러로 타격을 받은 사고 지 점으로부터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펜타곤 건물과 비행기가 충돌했 을 때, 구조를 위해 용감히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사람이기도 했 다. 하지만 사고의 현장이 너무도 처참한 탓에 동료와 부하 직원들이 눈 앞에서 죽어 가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원칙대로 한다면 정신적 충격으 로 병원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이었 지만, 본인이 우겨서 이 자리에 있 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의 입에서는 강경한 발 언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런 사람이 백악관에 한둘 이 아니었다.

앨 고어 대통령 본인도 대규모 군대를 동원하는 쪽으로 마음이 쏠 린 상태였으니 말이다. 단적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항모 전단 전체가 미국 본토로 귀환 중이었다.

항모 전단이라고 하면 항공 모함 1척에 4~5척 이상의 이지스 호위 함, 2척 이상의 원자력 잠수함, 그 리고 이를 지원하는 군수지원함으 로 구성된다.

이러한 정규 항모 전단을 복수로 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뿐이었다.

미국은 배수량 11만 톤에 달하는 니미츠급 항공 모함을 10척이나 운 영하는 나라였다. 더욱이 이처럼 막강한 전력을 본토에 두지 않고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에 파견해 전 세계 해운 안보를 책임지고 있 었다.

911 테러 직후 미군은 이러한 항모 전단을 모두 본토로 귀환시키 는 명령을 내렸다. 군사 전문가들 은 이를 911 테러 보복 작전의 원 정군으로 편성하기 위함이라고 보 고 있었다.

역시나 이대로 두면 테러와의 전 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의 재발이 라는 회귀 전 흐름이 분명했다.

"저는 먼저 대군을 일으키기 전 에 몸통인 오사마 빈 라덴의 생포 와 알 카에다 수뇌부만을 겨냥한 초정밀 타격을 권해 드립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오사마 빈 라 덴 그리고 알 카에다에 대한 외과 수술과 같은 초정밀 타격을 강하게 권유했다.

오로지 전쟁만을 외치는 펜타곤 의 장성들에게는 걸프 전쟁과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을 예로 들었 다.

두 전쟁 모두 계획은 무척이나 좋았다.

대규모 공세 후 적 지도부를 궤 멸시키고 빨리 빠져나온다는 그림 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모던 워페어(현대전)의 표본이 된 걸프 전쟁이었다. 후세인이 이 끌었던 공화국 수비대는 연합군의 압도적 전력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걸프 전쟁이 끝난 지금에 도 이라크에서는 막대한 전비가 소후세인을 대신할 새로운 정권 수 립에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는 테러가 끊이지 않았 고, 이를 막으며 평화를 유지하는 데엔 많은 돈이 소모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카니스탄에 준비도 없이 쳐들어가는 건 오히려 오사마 빈 라덴이 그린 계획에 미 국이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이는 꼴 이라는 걸 지적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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