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81화 (581/1,007)
  • 28권 15화

    레밍턴과 화상 미팅을 마친 유재 원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 했다.

    "전체 메시지를 보내는 건 처음 이네."

    CNN과 같은 케이블 채널이 전 통의 수단이라면, ID톡과 톡톡은 21세기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였다.

    이미 두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최 대치의 트래픽을 찍고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911 테러의 상황을 빠르게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 접속자 숫자도 최대치였고, 초당 전송되는 메시지 숫자도 최대 치를 찍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사용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ID톡과 톡톡 의 전체 공지를 이용해 현재 911 테러의 종합적인 상황을 요약한 뉴 스를 띄울 생각이었다.

    전체 공지로 띄울 문서 역시 진 작에 만들어 놨기에, 유재원은 보 안 영역에 저장된 문서를 불러오는 것으로 준비를 끝냈다.

    다만 디테일적으로 수정해야 할게 몇 가지 있었다.

    원래 유재원이 알고 있던 911의 양상과 이번에 벌어진 911은 약간 의 차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됐다!"

    문서 수정을 마친 유재원은 즉각 ID톡과 톡톡의 서버에 접속했고, 전체 공지 기능을 열어 문서를 업 로드했다.

    톡톡!

    띵!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유재원의 안드로이드폰이 울렸다.

    ID톡이나 톡톡을 설치한 사람이 라면 무조건 화면 전면에 떠오르는 전체 공지였다.

    잠금화면 상태라도 공지사항은 바로 화면에 뜨도록 설계되어 있었 다.

    "넥스트컴도 특별 페이지를 띄워 야지."

    마찬가지로 넥스트컴의 특별 페 이지도 준비되어 있었다.

    911 관련 기사만 올라오는 섹션, 실종자 신고와 제보만 올리는 게시 판, 그리고 911 테러에 대해 마음 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게시판이 라는 아주 간단한 구성으로 만들어 졌다.

    대신 관리자가 따로 있을 필요 없이, 911 관련 속보를 검색해 올 리는 자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여객기와 충돌한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붕괴 우려가 있다는 제보입 니다!

    -고층 화재 전문가가 올봄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데이터가 들어 왔는데, 현재의 상황과 매우 유사 합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미리 만들어 둔 넥스트컴 911 특별 페이지를 점검한 후, 헨리 사 장에게 막 전송했을 때. 회장실 한 쪽에 틀어 둔 대형 LCD 텔레비전 이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레밍턴 부회장에게 보낸 시뮬레 이션 자료가 CNN 채널을 타고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세계무역센터 붕괴 까지는 대략 25분쯤 남은 시점이었다. 빠듯하긴 해도 최대한 빨리 대 피를 한다면 사상자는 크게 줄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하이테크 연구소에 드론 준비를……

    ID 그룹 차원의 후속 대책이 빠 르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유재원 은 본격적인 911 테러 이후의 상황 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다시 시끄러 운 앵커의 목소리가 터졌다.

    -워싱턴 DC에서 들어온 속보입 니다!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은 것 같 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이 경로를 이탈해 워싱턴 DC로 진입 했다는 북미항공우주사령부 공식 발표입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은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서 출 발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 착할 예정이었던 비행기입니다!

    모니터에 집중하던 유재원의 고 개가 휙 돌아갔다.

    워싱턴 DC에 돌입이라니?

    원래대로라면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승객들의 격렬한 저항에 목적지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추락해 야 했다. 그런데 워싱턴 DC에 돌 입이라니.

    띵!

    유재원의 안드로이드폰에서 알람 이 울렸다.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정보팀 으로부터의 메시지였다. 이미지 파 일도 첨부되어 있었다.

    손톱만 한 크기의 미리보기 상태 만으로 상상 초월이었다. 메시지를 열어 보는 게 본능적으로 망설여졌 을 정도다.

    -호외! 호외! 호외!

    -AMERICA UNDER ATTACK

    -세계무역센터 북쪽 빌딩, 여객 기와 충돌로 붕괴!

    -펜타곤, 국회의사당도 피격!

    -수백 명 실종, 미국 증권 시장 폐쇄!

    점심때가 지나고서, 911 테러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이 나왔을 때. 수많은 신문사들이 호외를 발행하 기 시작했다.

    호외판이 달고 있는 대표적인 타이틀은 '미국이 공격받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가 치열 하게 싸웠던 2차 대전에서도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은 없었다.

    그런데 미국이 초강대국에 오른 21세기에 오늘과 같은 대규모 공격 에 노출될 거라는 상상은 그 누구 도 하지 못했다.

    그런 상식을 파괴하며 세계무역 센터와 펜타곤 그리고 미국 국회의 사당이 여객기와의 의도적 충돌이 라는 끔찍한 테러에 노출되었다.

    호외가 쏟아져 나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당연히 호외판에 달린 타이틀의 글자 크기는 5cm가 넘을 정도로 굵었고, 함께 실린 사진도 충격적 이었다.

    "미친놈 소리를 듣더라도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나?"

    심지어 한 번 경험이 있었던 유 재원도 충격적인 그림이었다.

    붕괴된 월드트레이드 센터 북쪽 빌딩은 그나마 좀 나았다. 남쪽 빌 딩은 붕괴된 파편에 노출되어 거친 짐승의 발톱에 할퀸 듯 상처를 입었지만 건사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CNN을 통해 붕괴 예측 보도가 빨리 나오면서 사망자, 실 종자의 숫자도 원래보다는 크게 줄 었다.

    펜타곤과 미국 국회의사당이 문 제였다.

    두 장소가 회귀 전보다 훨씬 큰 피해를 보았다.

    펜타곤의 경우엔 붕괴한 범위가 원래보다 2배는 커졌다. 예전엔 펜 타곤의 서쪽 방면 외각 부분이 10m 정도 붕괴한 것이라면, 호에 실린 사진에는 20m가 넘게 붕괴되 었다. 붕괴된 부분이 늘어난 만큼 피해도 커졌다.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고, 큰불도 붙어서 한창 진화 작업 중이라는데, 항공유 때문에 쉽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국회의사당 타격은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911 테러의 목표이긴 했지만, 타 격을 하러 가던 비행기가 중간에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는 중간에 추락하지 않고 워싱턴DC에 진입했다. 그나마 미군에서 적절하게 대응해 요격을 위해 전투 기가 출격했다.

    그런데 요격을 결정한 시점이 느 려도 너무 느렸다. 이미 유나이티 드 항공 93편이 워싱턴 DC 상공에 진입하고서, 그들의 목표가 국회의 사당이라는 걸 감지하고서야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더욱 큰 문제는 미사일에 격추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공중에서 두 동강이 나서 떨어졌는데, 두 조 각난 파편 중 하나가 미국 국회의 사당의 동쪽 건물을 직격한 것이다.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는 곳이었고, 회기 중이었기에 근무 중이었던 의 원들도 많았다.

    그나마 대피 경보가 내려져 지하 벙커로 피신한 사람들이 대다수였 지만, 사무실에 남았다가 봉변을 당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머지 조각 하나는 다행히도 미 국 국회의사당 뒤쪽 식물원에 떨어 져서 인명 피해는 적었지만, 타기 좋은 나무들이 가득해 불이 크게 번져서 타오르는 중이었다.

    회귀 전과 비교하자면 세계무역 센터 하나를 살리고, 미국 국회의 사당이 공격을 받은 것이다. 사상 자 숫자를 보면 이번이 피해가 적 었지만, 범위는 더 확대되었다.

    특히 국회의사당의 타격 성공은 과거엔 없었던 일이었기에 이것이 어떤 변수를 만들어 낼지 유재원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머리만 아파 진 유재원은 제 할 일에 집중하기 로 했다.

    "안드레이 소장님!"

    그는 ID 하이테크 연구소 소장 안드레이 박사를 호출했다.

    -회장님! 무탈하십니까?

    ID톡 화상 미팅으로 연결된 안드 레이 박사가 다급하게 물었다.

    "네, 다행히도요. 그런데 이라크 에도 소식이 전해지고 있나요?"

    그렇다.

    안드레이 박사가 현재 있는 곳은 이라크였다.

    -그럼요! 사이렌이 울리고 난리 가 났습니다. 덩치가 산만 한 미군들이 플래시처럼 움직이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도 이라크의 미군 주둔지였 다.

    명목적인 이유는 바로 첨단통신 기술의 필드 테스트를 위해서였다. 한 달 전 IDDC 2001에서 공개되 었던 안드로이드폰의 CF 중 하나 가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지 못해 안타까웠던 미군 장병을 안드로이 드폰의 화상 통신으로 연결해 주었 던 것이었다.

    연출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측에는 거친 환경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필드 테 스트를 위해 나왔다고 했고, 이를 위해 대량의 중계기가 이라크에 세 워졌다.

    왜 이라크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중동의 환경이 필요한 것이라면, 이라크보다 안전한 나라도 많았으 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이라크라 고 하면 유재원의 선택이었다.

    이라크 파병 미군의 복지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안드로이드폰을 저 렴하게 보급했고, 중계기도 직접 세웠다. 징병제인 한국의 경우엔 병사들이 휴대폰을 쓰는 걸 완전히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군의 경우엔 통신기기의 사용은 자율이 었다.

    덕분에 이라크 파병 미군의 경우 안드로이드폰의 점유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인기였다.

    심지어 작전 지역에서 기본 통신 장비인 무전기보다 안드로이드폰을 쓸 때도 있었다. 무전기는 먹통인데 안드로이드폰이 터질 때가 더 많았으니 말이다.

    그만큼 ID 그룹이 이라크에 퍼트 린 통신 인프라의 규모가 상당했다.

    "드론의 준비 상태는 어떤가요?"

    -당연히 완벽합니다. 100% 좋은 컨디션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실전에 들어갈지 몰라 요."

    -이번 911 사건 때문이군요.

    안드레이 박사는 한 마디면 열을 알아듣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유재원이 드론을 준비하 라고 하자 그 목적까지도 바로 추 측해 냈다. 정답이다.

    유재원이 일찌감치 이라크에 통 신용 중계기를 설치하고, 이를 미 군에도 보급한 건 당연히 911 테러 에 대비한 것이었다.

    911 테러는 결국 주범 알 카에 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 것으 로 마침표가 찍힐 것이다.

    물론 911의 여파가 오사마 빈 라덴 하나를 잡는 것으로 잠잠해질 일은 없다.

    911 이후의 미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변태할 테니 말이다.

    그나마 유재원의 개입으로 현재 의 미국 대통령은 아들 부시가 아 닌 앨 고어였으니, 전과는 좀 달라 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 었지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하여튼, 예전엔 오사마 빈 라덴 을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다.

    이번엔 유재원이 직접 개입해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작정 이었다. 그 계획에 필요한 것이 드론이라는 최첨단의 장비였다.

    PC와 스마트폰이 거의 10년이나 일찍 발전한 만큼, 드론 역시 마찬 가지였다.

    다만 PC와 스마트폰은 기술이 대부분 공개되어서 산업계와 사용 자 전체가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 고 있다면, 드론은 오직 ID 그룹 내에서, 그것도 하이테크 연구소에 서만 발전 중이었다.

    회귀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오사 마 빈 라덴의 행적도 알고 있고, 이를 포착해 낼 드론도 보유한 유재원에게는 그 어렵다는 생포도 문 제도 아니었다.

    안드레이 소장과 안부도 묻고, 준비 상태도 확인했던 화상 미팅을 종료한 유재원은 다시금 고민에 빠 졌다.

    "그런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끼 어들지."

    오사마 빈 라덴 생포 작전에 참 여해야 하는데, 그 그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연스럽진 않았으니 말이다.

    시나리오는 많이 만들어 뒀지만,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분명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911에 대한 복기는 앞으로 수십 년간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청문회가 있을 것이 고, 민간에서도 연구가 있을 것이 다.

    그야말로 현미경처럼 분석될 터 인데, 이상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음모론은 물론이고, 정식으로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유재원이 911에 대해 최대한 상 식적이고 무리 없는 대응을 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요하면 해야지."

    그렇지만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검붉은 화염이 뿜어지는 모습을 보 고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필요하다면 적극 개입도 불사한 다. 그것이 유재원의 새로운 결심 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