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77화 (577/1,007)

28권 11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일찌감치 멀티 코어 지원도 시작했고, ME에 와서는 스레드 스케줄러도 한층 업 그레이드된 덕에 최신의 CPU라도 별다른 패치 없이 바로 장착해 사 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인텔과 AMD가 다시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성능의 신제 품을 출시할 수 있는 건 내년이 되 어야 했다.

120나노 공정에 대해 라이센스를 받아 갔고, 이에 대한 피드백이 빠 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제조 공법에 대한 레퍼런스가 확 실했고, 가이드라인도 엄청나게 세 밀했기에, 벌써 실험실에서 시범 생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 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규모 양산 라인에서 생산하는 건 실험실에서 만들어 보 는 것과는 다른 과제였다.

게다가 생산 라인에 대한 수정도 필요했기에, 조기 출시는 불가능했 다.

차세대 CPU의 출시에 맞춰 차세 대 운영체제를 선보이는 게 가장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사에서 기껏 준비한 데이터를 묵히는 건 또 말 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서비스팩이 었다.

메이저 업데이트지만 정식 넘버 링까지 바꾸기엔 2% 부족하니 서 비스팩으로 묶어서 무료로 풀어 버 렸다.

무료!

마법과 같은 단어였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기대했던 이 들은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무 료라는 마법의 단어 덕이었다.

대신 ID 오피스는 2002 버전이 정상적으로 출시되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업의 업무 환 경을 지원해 최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해 주는 툴이 ID 오피스였 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 이 피드백을 해 주었고, 수많은 전 문가들이 의견을 전해 줬다.

이를 통해 ID 오피스에는 늘 새 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중이었다. 2002 버전에서 달라진 건 클립아트 와 매크로였다.

클립아트는 문서를 꾸미는 데 필 요한 각종 아이콘과 수많은 종류의 그림을 묶어 놓은 자료였다.

2002 버전에서는 클립아트 HD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HD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퀄리티가 한층 높아졌다.

사진의 경우에는 최소 1280*720 의 크기였고, 1980*1080 FHD 크기를 기본으로 했다. 아이콘 역시 256*256 사이즈로 디테일이 대폭 올라갔다.

더욱이 유명 디자인 스쿨에 의뢰 를 줘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21 세기에 걸맞은 감각과 퀄리티를 갖 게 되었다.

덕분에 용량이 엄청나게 커져서 클립아트 HD팩이 담긴 한 장의 DVD가 별도로 추가될 정도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ID 오피스를 정품으로 구매한 것만으로도 클립 아트 HD에 있는 모든 리소스를 상업적으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는 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미지를 무단 으로 사용했다가 저작권 때문에 곤 욕을 치른 경험이 있는 실무진에겐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자료였다.

다음은 매크로였다.

수많은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오 는 오피스 프로그램이었지만 ID 오 피스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매크로 였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매크로 기능과 더해져서 상당히 편리해졌다.

ID 오피스를 가르쳐 주는 학원에 서 기초만 떼고 나면 바로 시작하 는 게 매크로를 다루는 방법이었다.

컴퓨터가 제일 잘하는 것이 반복 작업인데, 그걸 사람 손으로 일일 이 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인 건 없 었으니 말이다.

ID 오피스 2002에서 한 차원 더 강해진 매크로 기능의 핵심은 바로 베이직 언어의 지원이었다.

ID 오피스 안에 안드로이드용 베 이직 인터프리터를 내장했고, 이를 매크로 기능과 연계했다.

배우기가 매우 쉬운 베이직 언어 를 통해 매크로의 효용성을 한 차 원 더 높이 끌어올린 것이다.

잘만 사용한다면 폼이 다른 문서 라도 자동으로 원하는 형태로 재가 공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ID 오피스 안에서 아예 안드로이드 응 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시킬 수 도 있을 만큼 강력했다.

이처럼 강력해진 매크로 기능인 만큼, 이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운 영체제의 보안체계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올린 매크 로를 불러올 때는 무조건 바이러스 체크를 한 후에 불러올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 를 만들어서 매크로를 이용한 악성 코드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를 했 다.

이처럼 대폭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던 ID 오피스였지만, 가격 은 120달러에서 변하지 않았다.

기존 제품을 보유한 유저에게 제공되는 보다 저렴한 업그레이드팩 의 가격도 반값인 60달러 그대로였 다.

강화된 매크로와 클립아트 HD도 크게 환영받았지만, 변하지 않은 가격 책정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훨 씬 많았다.

IDDC 20()1의 3일 차 행사는 X 박스를 위한 날이었다.

-X박스 독점 타이틀! 드래곤볼 초사이 언전!

-만화 속 박진감을 그대로 전달 하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

유재원이 준비했던 비밀 병기 드 래곤볼의 게임화 타이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 세계적인 인기 만화였던 만큼 어마어마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 다. 그만큼 다양한 시스템으로 수 많은 게임이 나왔다.

이름값 못하는 저질스러운 타이 틀도 있었고, 제법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번에 공 개된 X박스용 타이틀에는 미치지 못했다.

X박스의 모든 성능을 다 이끌어 내어 완성한 그래픽의 수준은 세상 사람들의 안목을 한 차원 끌어올렸 다.

카툰 렌더링이라는 기법을 적극 활용해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그대 로 옮겨왔다.

아니!

옮겨왔다는 수준이 아니라, X박 스용 게임이 웬만한 애니메이션보 다 더 좋았다.

게임성 역시 두말할 것도 없다. RPG를 바탕으로 캐릭터가 성장하 고, 중요 이벤트 시에는 1 : 1 대전 액션이 되기도 하고, 횡스크롤 액 션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벤트 속에서 각 캐릭터 가 가진 고유의 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ID 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첨단 의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기술이 모두 적용된 타이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드래곤볼 은 80년대부터 인기였던 만화였기 에 ID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개발자 들 사이에 마니아가 가득했다.

꿈에 그리던 작업이었기에, 게임 개빌자들은 온 힘을 다해서 게임의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더욱이 게임의 밑바탕이 되는 기 획서도 무척이나 좋았다.

두말할 것 없이 유재원의 머릿속 기억의 저장소에서 나온 기획서였다. 이미 검증이 끝난 기획서였기 에,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만드 는 것만으로도 게임의 완성도는 획 기적으로 올라갔다. 필요한 건 돈 과 시간이었을 뿐.

그렇게 해서 출시된 드래곤볼 초 사이언전은 오프닝 타이틀이 뜰 때 부터 난리였다.

비단 티켓을 끊고 들어온 메인 스테이지의 객석뿐만이 아니라, 인 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지켜보고 있 던 네티즌 역시나 똑같은 반응이었 다.

'꿈에 그리던 게임이다!'

'무조건 산다!'

'두 장 산다! 하나는 플레이용, 하나는 소장용이다!'

쏟아지는 채팅창은 폭발적이었 다. 게다가 채팅의 내용도 모두 유 재원을 흡족하게 해 주는 말밖에 없었다.

게임기는 한 대뿐이면서 두 장이 나산다니!

아직도 X박스를 팔 때마다 손해 를 보고 있는 유재원에겐 이보다기특하게 느껴지는 말은 없었다.

이밖에도 1년 동안 열심히 준비 된 타이틀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에서도 드래곤볼과 함께 돋 보이는 타이틀은 하프라이프2였다. 게이브 뉴웰은 ESD.com을 스팀으 로 리메이크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 중에도 유재원과의 약속은 지켰다.

그래픽과 게임성 그리고 스토리 라인까지도 한층 강화된 하프라이 프2는 스팀 서비스를 통해 PC와 X 박스에 동시에 공급되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X박스 패키지

혹은 PC 패키지 중에 하나만 구매 해도 양쪽 플랫폼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하프라이프의 유즈맵이었다 가 완전히 독립해 나온 카운터스트 라이크도 하프라이프2 엔진으로 업 그레이드되어 출시되었다.

스팀의 대중화에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하는 건 ID소프트웨어의 타 이틀이었지만, 가장 긴 사용 시간 을 자랑하는 건 카운터스트라이크 였다.

둠3도 멀티플레이가 훌륭했다.

다만 게임을 한 번 할 때마다 만반 의 준비가 필요했다. 둠3의 랭킹은 곧 FPS의 게임 실력이란 인식이 있 었기 때문이다. 클래스 결정전이 걸리는 매치라면 그야말로 죽어 나 가는 것이다.

반면 카운터스트라이크는 부담 없이 빠르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었다. 로딩도 짧고, 한 판 즐기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랭킹 시스템도 없어서 게임에서 지더라도 조금 화가 나는 거 말고 는 정신적 타격도 없었다.

카운터스트라이크는 빠르게 인기 를 얻고 있었고, 일부 나라에서는 프로리그도 만들어질 것 같은 분위 기였다.

X박스의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 되자 소니도 역시 대응을 할 수밖 에 없었다.

소니 최고 수뇌부의 선택은 플레 이스테이션2의 가격 인하였다. 299 달러였던 북미 가격을 259달러로 40달러나 인하했다.

플레이스테이션 역시 손해를 보 고 팔고 있었음에도 다시 한 번 가격을 내린 것이다. ID 테크놀로지 의 X박스 담당들이 큰일 났다며 호들갑을 떨었을 만큼 예상치 못한 카드였다.

이에 대한 유재원의 반응은 간단 했다.

허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 정이었다.

소니의 가격 인하 발표를 게이머 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2의 품귀 현상 때문이었다.

현재의 가격으로도 플레이스테이 션2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작은 프리미엄이 생길 정도 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할인을 해 봐야 유통업계에 좋은 일만 해 주 는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2의 품귀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보통의 경우와는 많 이 달랐다.

일반적인 매진은 사람들의 구매 가 몰려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안 드로이드폰처럼 말이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2는 공급 부족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소니의자금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확실한 신호였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스테이션2 의 가격을 인하하는 건 허세였다.

반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 을 기하고 있는 X박스는 마음만 먹으면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 었다.

그러니 소니의 노림수는 유재원 이 바보처럼 플레이스테이션2의 가 격 인하 발표에 자극을 받아 X박 스 또한 가격 경쟁에 나서 주길 바 라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유재원은 여기에 그냥 당해 주진 않았다.

-IDDC 2001 기념, 스팀 할인 쿠폰 증정 행사 실시!

-게임 구매 후, 공개된 할인 코 드 입력 시 50% 할인!

X박스의 기기값을 할인해 주느 니 차라리, 게임을 싸게 뿌리겠다 는 것이 유재원의 선택이었다.

불법 복제가 심한 시스템이 PC 였지만, 게이머의 정품 구매율을 올린다면 이는 곧 ID 그룹 전체의 이익이 증대되는 것과 같았다.

한 번 정품을 사는 게 어렵지, 스팀의 편리함을 경험한다면 앞으 로도 꾸준히 정품 구매가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IDDC 20이의 마지막 4일 차는 PC 게이머를 위한 행사였다.

워크래프트 게임을 즐긴 게이머 라면 몇 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대대적인 정보와 발매에 대한 상세 일정이 정식으로 공개된 것이다.

영화라고 해도 시네마틱 오프닝 에 한 번 놀라고, 체험용 부스에서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을 만큼 완 성된 모습에 또 놀랐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구현된 워크 래프트의 세상이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픈 베 타는 20()1년 11월이었고, 정식 출 시는 2002년 1월로 발표되면서 게 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영원할 것 같은 축제도 마지막이 왔다.

IDDC 2001도 월드 오브 워크래 프트를 마지막으로 화려한 피날레 를 장식한 것이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조금 허무한 감정도 들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 다. IDDC에서 풀린 안드로이드폰 과 패드, 그리고 수많은 신작 게임 덕이다.

게이머들은 본인의 주머니가 가 벼워질 것을 걱정할망정,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2001년 8월 은 게이머들에게 가장 행복한 한 달이었다.

그러나 길게만 이어질 것 같았던 축제의 여운은 산산이 깨지고 조각 났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9월 11일.

이른 점심시간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속 보가 뜨기 시작한 것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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