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76화 (576/1,007)

28권 10화

-신사, 숙녀 여러분. ID 그룹 유 재원 회장이 메인 스테이지에서 완 전히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해 발표 하겠습니다.

컨벤션 센터 전체에 전해진 아나 운서의 목소리.

이미 관중으로 가득한 메인 스테 이지에서는 커다란 환호성이 울렸 고, 티파니가 코디해 준 세미 정장 차림의 유재원이 환한 웃음으로 무 대 위에 올라왔다.

언제나처럼 당당한 발걸음이었 다.

"먼저 이 자리를 빛내주고 계시 는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 립니다."

객석을 향해 인사를 잊지 않은 유재원이었다.

다시금 환호성이 터졌고, 한 손 을 들어 화답한 유재원은 곧장 본 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게 될 아이템에 대해 다들 알고 계시겠 죠? 네, ID 그룹 최초의 스마트폰 입니다. 그러면 이제 소개해 드리 죠. 안드로이드폰입니다!"

유재원의 목소리와 함께 무대에 암전이 일어났다.

곧이어 메인 스테이지에 걸린 초 대형 스크린이 밝아지며 한 단어가 떠올랐다.

-Hello!

미국식 인사말이었다.

헬로우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목 소리도 들리면서 ID 그룹 최초의 휴대폰인 티파니폰으로 통화를 하 는 모습이 보였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여 각 나라의 말이 이어졌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도 나왔 고,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나왔다.

그렇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비 쳤다가 어느 순간 티파니폰 2로 바 뀌었다.

이번엔 ID톡을 통해 Hi 라는 짧 은 메시지를 보내는 청소년의 모습 이 등장했다.

셀카를 찍고, 사진을 찍으면서 이를 ID톡을 통해 공유하는 모습이 었다.

그렇게 티파니폰 2를 짧게 비추 었던 스크린은 자연스럽게 T터치폰 으로 넘어갔다.

밀어서 잠금 해제라는 모션으로 상징되는 전면 풀 터치스크린과 보 다 강화된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로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인 커 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었다.

비록 3D 가속 칩은 없었지만, 뛰어난 2D 처리 능력과 큼지막한 화면으로 재미난 게임을 풍성히 즐 길 수 있었다.

-GG!

스타크래프트에서 시작되 었지만, 이제는 웬만한 게임에서도 GG를 치고 나가는 건 매너가 되어 버렸 다.

스크린에서는 GG를 치고 게임을 종료하는 중년의 남자가 나왔고,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GG를 받는 어린아이의 모습도 비쳐 줬다.

휴대폰이 단순한 원거리 이동 통 신만이 아닌, 익명의 상대와 게임 이란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표현이었다.

T터치폰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풍부한 삶의 모습을 그렸던 화면이 다시 어두워졌다.

곧이어 삐빅거리는 경박스러운 신호음과 함께 ID 그룹의 상징이 된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업그레이 드될 때마다 로봇도 업그레이드되 면서 말끔해진 모습을 갖추었다.

객석을 향해 통통한 양팔을 반갑 게 흔들더니 곧 뒤로 돌아 뭔가를 힘껏 미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너무도 거대한 문이었다. 절대 열리지 않 을 것 같은 문이었지만, 안드로이 드 로봇이 힘을 쓰자 그그극 소리 를 내며 열렸고, 문틈 사이로 강렬 한 빛이 쏟아졌다.

틈이 점점 더 벌여졌고, 빛이 더 욱 강해지더니 세로로 긴 직사각형 의 테두리만 남은 형태로 단순해졌 다.

그 문이 활짝 열렸고, 베일에 가 려진 안드로이드폰의 모습이 온전 히 공개되었다.

-Hello, World!

까맣던 화면에 백색의 전원이 켜 지며, 안드로이드폰이 세상을 향해 문자와 음성으로 인사했다.

중성적으로 합성된 전자음이었지 만 호감이 가는 그런 목소리였다.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뒤따랐고, 대기석에 있던 유재원도 다시 등장 했다.

유재원의 손에는 당연하다는 듯 조금 전 스크린에서 공개된 안드로 이드폰이 들려 있었다.

환호가 가라앉길 기다린 후, 발 표는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안드로이드폰의 스 펙을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습니다. 워낙 많은 기능이라 하루 종일 말 해도 끝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여러분도 이미 뉴스를 통해 서 안드로이드폰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잘 알고 계실 테니 말입 니다."

유재원은 상큼한 목소리로 말했 다.

1월 말 해외 토픽으로 터진 것이 120나노 공정이었다.

보통은 250나노미터, 좀 앞서 있다는 회사들은 220나노미터를 다루 던 것이 당시의 반도체 기술이었다.

그런데 단번에 120나노미터로 점 프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뒤집어 졌고, CPU 회사와 GPU 회사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았다.

더욱이 ID 일렉트로닉스가 파운 더리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하자 TSMC와 UMC, TI와 같은 기존의 파운더리 업체 주가가 폭락했다.

이들 회사가 기술 개발에 투자하 는 자금은 어마어마했지만, 기술의 격차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시장은 판단한 것이다.

미국 국회에 보고된 기술 문서에 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ID 일렉 트로닉스와 타 반도체 업체의 기술 격차를 최소 4년으로 보았다.

반도체 업계에서 4년이란 시간은 2세대 이상의 차이였다.

한 세대 차이가 날 때마다 성능 이 2, 3배씩 차이가 난다고 본다면, 경쟁의 의미가 없다.

그저 ID 일렉트로닉스의 생산량 에 모든 게 달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120나노 공정이 적용되어 생산된 최초의 모델이 안드로이드 폰에 탑재되는 MAP 3였다.

"대신 준비된 영상을 보시죠."

다시금 메인 스테이지에 암전이 일어났고, 큼지막한 스크린에 영상 이 떠올랐다.

안드로이드폰의 글로벌 런칭을 준비하면서 만들어진 CF였다.

특정 나라만 공략할 것이 아니었 기에, 매우 보편적인 감성을 담고 있었다.

소통하고, 즐거움을 공유하고, 위 급 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휴 대폰의 덕목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았다.

특히 객석에 찐한 감동을 준 장 면은, 첫 아이가 태어나는데 그 자 리를 지킬 수 없는 아빠에게 영상 통화로 연결해 주는 장면이었다.

아빠는 파병 나간 군인이었고, 특별 휴가를 받아서 급히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예정보다 아이가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어 했기에 그 자 리를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영상 통화가 연결되었고, 영상으로 나마 첫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었다.

특히나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강 한 나라가 미국이었다.

더욱이 해당 장면은 연출한 게 아니라 실제 이라크에 나가 있던 미군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디 어는 유재원이 냈다.

걸프전이 끝나고 나서도 이라크 에는 만 단위의 미군이 주둔해 있었으니 말이다.

"기술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ID 그룹의 철학이지요. 안드로이드폰은 인류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장 완벽 한 도구입니다."

감동의 향연 속에서 유재원이 한 마디를 보탰다.

최첨단의 기술이라도 그 속에 휴 머니티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유재원이 회귀 전 얻은 깨달음 중 하나였다.

안드로이드폰에 적용된 최첨단의 기술도 결국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 다는 걸 어필했다.

객석에 자리한 관객 중 일부는 자세한 스펙을 알고 싶어 하는 사 람들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새로운 각도로 연출된 이번 발표에 크게 만족해했다.

"그리고……. 하나 더!"

역시나 이번에도 유재원은 하나 더를 외쳤다.

"안드로이드 패드를 소개합니다."

IDDC 20이의 하나 더는 태블릿 이었다.

"92 대전 엑스포에서 처음 소개 했던 태블릿 PC였지만, 그동안 기 술 부족으로 아껴 두었던 아이템이 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여러분께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게 되어 참으 로 기쁜 마음입니다."

유재원은 안드로이드폰을 2.5배 쯤 키워 놓은 모양의 패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품의 이름이 태블릿 PC가 아 닌 안드로이드 패드로 명명된 이유는 간단했다.

탑재된 운영체제와 시스템의 구 조가 안드로이드폰과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CPU로는 MAP 3가 들어갔고, 저장소는 플래시 메모리 16기가바 이트가 탑재되었다.

운영체제 역시 모바일용 안드로 이드 운영체제였고, 인터페이스 역 시 안드로이드폰과 같은 터치 인터 페이스였다.

그렇기에 구동되는 프로그램도 ID 앱스토어에서 받아서 실행해야했다.

엄청난 숫자의 응용 프로그램이 있는 PC와 달리 ID 앱스토어에 있 는 앱의 숫자는 아직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업무나 엔터테인먼트 분 야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다 갖추었 다.

ID 오피스로 보편적인 사무 업무 는 모두 끝낼 수 있고, 타임플릭스 앱으로 스포츠 라이브 중계부터 최 신 영화 관람까지 문제없다.

게임도 활짝 피었다.

T터치폰까지는 3D 지원이 없었 던 탓에 도트 그래픽의 향연이었다.

이제부터는 강력한 3D 가속을 지원했기에, 고화질 그래픽으로 무 장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유재원은 안드로이드 패드 990달 러, 안드로이드폰 699달러라는 가 격을 발표하는 것으로 본인의 임무 를 모두 마무리했다.

상세한 스펙의 설명은 없었지만, 엄청난 환호가 터졌다.

더욱이 유재원이 상세 스펙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를 대신해 줄 사람들은 세상에 무척이나 많았다.

웹진은 일찌감치 활성화된 상태 였다.

그중에서도 IT 관련 웹진의 활약 은 대단했다. C넷과 ZD넷, 아난드 텍과 톰하드웨어까지, 대형 웹진은 IDDC 2001에서 안드로이드폰이 발표되자마자 상세한 벤치마크 자 료를 개시했다.

비교 대상은 당연히 아이폰S!

프로세서의 처리 속도부터 카메 라까지, 그야말로 현미경처럼 모든 부분을 비교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안드로이드폰 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안드로이드폰은 블랙, 화이트, 로 즈골드로 3개의 색과, 8기가와 16 기가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2가지 용량으로 총 6개의 모델로 출시되 었다.

가격 차이는 스토리지 용량에 따 라 달라지는데, 유재원이 발표한 것처럼 16기가 모델이 699달러, 8 기가 모델이 549달러다.

8기가에 150달러의 가격 차이인데,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은 아직도 금값이었기에 갭이 컸다.

낸드 플래시도 120나노 공정을 적용해 양산하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처럼 저렴하다고는 말 못 할 가격이지만 경쟁력은 충분했다.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S 16기가 모델의 가격은 899달러로 발표되었 으니 말이다.

IDDC 20이의 첫날 발표가 끝나 자마자 북미와 아시아, 유럽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무약정폰 일명 언락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도 ID 그룹의 휴대폰에 대 한 열성 지지자들이 일을 냈다. 긴 줄을 만든 것이다.

ID 그룹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듯,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 생겨난 줄의 길이는 T터치폰을 출시할 때 보다 길었다.

약정폰의 경우에는 통신사 사정 에 따라 다르다.

ID 그룹과 가장 친밀한 TG모바 일의 경우에는 ID플래그십 스토어처럼 출시일 당일 바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AT&T처럼 거리감이 있 는 통신사의 경우에는 며칠 기다려 야 한다.

그렇지만 티파니폰이 처음 나왔 을 때보다는 상황이 좋았다.

그때는 유재원이 직접 통신사 회 사들과 접촉해서 휴대폰을 좀 사 가라고 세일즈를 해야 했지만, 이 제는 통신사 측에서 먼저 물량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다. AT&T처럼 배짱 장사 하는 아주 일부의 통신사는 예외지만 말이다.

다음 날.

IDDC 2001의 2일 차에는 안드 로이드 운영체제와 ID 오피스가 발 표되 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번에 발표 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새로운 버전이 아닌, 기존의 ME를 업그레 이드하는 서비스팩이란 부제를 달 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2년마다 한 번씩 메이저 업 데이트를 하려는 게 안드로이드사 의 기본 방침이었다.

하지만 2001년은 좀 애매했다. 혁신적인 컴퓨터의 성능이 올라간 것도 아니고, 새로운 기술이 나온 상황도 아니었다.

AMD가 멀티 코어의 포문을 열 었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듀얼 코 어가 한계였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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