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73화 (573/1,007)

28권 7화

"하하, 여러분의 우려는 잘 알았 습니다. 뭐, 좋습니다. 회사의 이익 을 위해서라면 제 자존심은 얼마 든 굽혀 드리죠."

래리 사장의 말에 제임스는 표 정을 감추려고 애를 써야 했다.

자존심이라니.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것인데, 본인의 실수는 절 대 인정하지 않는 래리 사장의 모 습에 실망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오래하며 쌓 인 연륜 덕에 그러한 마음을 잘 숨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비디오 게임기 시장은 PC게임 시장보다 큰 영역이었다.

이처럼 광대한 땅에서 하프게임 만 하던 게 EA였는데, 이제야 남 은 반쪽도 공략할 수 있었으니 말 이다.

"아, 그런데 스팀이란 ESD 서비 스는 어떻습니까? 파격적 할인 행 사로 대단한 돌풍이던데? 우리도 이제부터 스팀에 게임을 공급해야 할까요?"

게다가 래리 사장은 확실히 전 과 생각이 달라진 모양인지 스팀 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 였다.

"아닙니다. 우리도 탄탄한 역사 로 방대한 게임 라이브러리를 가 지고 있는 만큼, 스팀의 성적표를 보고 독자적으로 갈지, 아니면 라 이브러리를 공급할지 판단하면 됩 니다."

반면 제임스는 스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호의적이지 않았다.

스팀의 유통 구조를 보았을 때,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던 탓 이다. 온라인 게임 유통이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포텐셜을 높게 쳐 주고 있는 제임스였다.

"스팀에 대해선 제법 느긋하군 요."

"기술적으로는 그다지 난이도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예, 제 목을 걸고 약속드리는 데, 결정만 하시면 스팀보다 나은 ESD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임스의 장담에 래리 사장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은 진 짜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EA 사정은 다른 곳보다 그나마 낫다.

발둥에 불이 떨어져서 활활 타 오르고 있는 곳은 바로 소니였다.

영화, 음악, 게임 등등 소니 그 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한 사 업에서 ID 그룹에 밀리는 중이었 다.

그렇지만 소니보다 더 난리가 난 곳은 따로 있었다.

엉뚱하게도 그곳이란 CIA 와 NSA였다.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 것처럼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기관이었다.

45대 앨 고어 대통령의 취임으 로 정신없는 와중에 VIP로부터 특 급 제보가 전해졌기에, 신속히 확 인해 봐야 할 일이 터졌다.

시시콜콜한 사람의 제보였다면, 기존의 방식으로 다뤘을 터인데, 제보자가 무려 ID 그룹의 유재원 회장이었으니 평범하게 다룰 사안 이 아니었다.

"헤이, 바이든."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한 바우 어는 본인보다 먼저 출근해 모니 터를 붙잡고 있는 바이든을 불렀 다.

"뭐야, 바우어잖아."

먼저 출근해 작업을 시작하고 있던 바이든은 고개를 한 번 슥 돌아보고는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시큰둥한 태도에 바우어는 완전 히 무시당한 것이지만, 둘은 원래 이런 사이였다.

28살의 나이에 같이 입사한 동 기였고, 실력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해서 금세 친해졌다.

출신 대학과 성장 배경은 완전 히 달랐지만, 그들의 직장에서 그 러한 배경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 다.

오로지 성과!

성과만이 최고의 덕목이었다. 신 입 직원 중에서는 바이든과 바우 어가 1, 2등을 번갈아 했기에 친분 이 생겨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가 좀 나왔어?"

"아니."

바우어의 물음에 바이든은 고개 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의 책상에 놓인 모니터는 너무도 특별한 30인치 시네마 디 스플레이 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2개로 듀얼모니터 구성을 통해 광활한 작업 환경을 제공했다.

그런 시네마 디스플레이의 광활 한 화면에는 수많은 모니터링 창 이 띄워져 있었고, 창마다 각종 파 라미터를 비롯해 온갖 메시지들을 출력 중이었다.

어제 퇴근하면서 백그라운드 작 업으로 걸어 놓은 작업의 결과물 일 것이다.

바우어도 곧 본인의 컴퓨터를 켜고,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서 목에 걸린 출입증을 잡아 카드 리더기에 긁자 잠겼던 화 면이 살아났다.

되살아난 화면은 바이든의 것과 비슷했다. 둘이서 담당하는 일이 같으니, 작업 화면도 비슷할 수밖 에 없었다.

그 일이란 바로, CIA가 비밀리 에 운용 중인 프리즘 시스템의 모 니터링 요원이었다.

둘의 모니터에 띄워진 화면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닌 프리즘 시스템의 원격 접속용 클라이언트 화면이었고, 팀장이라는 직속상관이 주는 여러 가지 임무에 따라 프리즘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일이 었다.

"결과가 좀 나오긴 했는데, 의미 가 있는 건 아니야."

"하아, 큰일이네. 내일까지지?"

"응, 네 건 어때?"

프리즘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하 는 일은 프리즘 시스템이 건져 올 린 정보들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거꾸로, 이 들이 먼저 프리즘 시스템에 키워드를 입력해 자료를 검색하는 것 으로 바뀌었다.

팀장이 급한 일이라면서 일감을 가져온 것이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과 '아프가 니스탄의 이슬람 과격 무장 단체 가 큰 계획을 꾸미고 있다.'라는 제보였다.

바이든이나 바우어에게 이슬람 과격 무장 단체가 일을 꾸미다는 문구는 '내일은 새로운 해가 뜬다' 와 같은 느낌의 말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과격 단체라는

단어 자체는 탈레반과 동급이었고, 이들이 일을 꾸민다는 데에서 대 형 테러의 향기가 물씬 났다.

특히 함께 전해진 사진이 문제 였다.

판자와 폐자동차 의자로 얼기설 기 만든 비행기 내부의 모습을 흐 릿하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었으니 말이다.

탈레반과 이 사진 한 장이 더해 지면, 당연히 그 결과는 사뭇 심각 해졌다.

그렇기에 CIA에서는 정보가 신

뢰할 수 있는 것인지 알아봤다. 폴 라로이드 사진부터 사진 안의 내 용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당연히 정보의 출처를 따지는 것도 먼저였다.

그 결과 바이든과 바우어는 깜 짝 놀랐다.

무려 앨 고어 대통령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앨 고어 대통령에 게 정보를 준 것은 그 이름도 유 명한 ID 그룹 유재원 회장이었다.

1월 20일에 있었던 제45대 미합 중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미국에 들어온 유재원 회장은 러 시아의 친구로부터 첩보를 받았는 데,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되어 전하는 것이라면서 사진과 정보를 준 것이다.

앨 고어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 유재원 회장이었 기에, 앨 고어는 그 정보를 무시하 지 않았다.

취임식이 끝나고서 백악관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날, 비공식 안보 회의를 열어 미국 국가정보기관들 에 정보를 공유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CIA나 NSA 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각각의 부처 마다 별도의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방부만 해도 국방정보본 부 DIA, 국가안보국 NSA, 국가정 찰국 NRO, 해병대 정보국 MCIA, 해군정보부 ONI 등등이 있었다. 국토안보부에는 정보분석국이 있 고, 국무부에는 정보조사국이 있었 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기관을 운영하는 나라가 미국 이었다.

이러한 정보조직에 유재원 회장 의 첩보가 전해졌고, 이후에는 정 보기관마다 그 첩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일종의 내부 경쟁이 붙은 것이 었다.

각각의 정보기관장들은 가장 먼 저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우수함을 알 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예산과 실권 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다들 두 팔 걷어붙이고 집중하는 것이었다.

가장 많은 기대를 거는 건 당연 히 CIA의 프리즘 팀이었다.

프리즘을 구축하는 데 투입된 예산만 수십억 달러를 썼다.

다행히도 유재원의 보증대로 검 색 성능이 기존 시스템 대비 200 배 이상의 퍼포먼스가 나왔기에, 다들 만족했고 현장에서의 평가도 무척이나 좋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성과를 내서 최고라는 인정을 받겠다는 의지가 출중했다.

하지만 바이든과 바우어가 오버 타임 근무를 하며 프리즘의 성능 을 원 없이 끌어다 쓰고 있지만, 아직 걸리는 게 없었다.

"공중 납치가 유력한데 말이지."

"동감이야."

문제는 탈레반의 누가, 언제, 어 디서 일을 벌이는지, 최종 목적은 무엇인지 밝혀낸 게 하나도 없다 는 점이다.

"또,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나'?"

"바이든, 이번엔 네가 한번 써 봐."

바이든과 바우어는 프리즘 시스 템을 열심히 조작하면서도 입 역 시 쉬지 않았다.

"아무래도 인질 교환이 아닐 까'?"

첩보의 내용만 보면 하이재킹 모의가 분명했다.

그러면 하이재킹을 하는 이유에 대해 따져 봐야 했고, 가장 유력하게 보이는 게 인질 교환이었다.

바이든은 곧장 프리즘 시스템에 서 체포된 탈레반 고위 간부 리스 트를 뽑았고, 굵직한 이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혹은 사우디아라 비아 출신의 금수저들이었는데, 과 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에 물들어 탈레반에 들어온 자들이었다.

"호오, 제법이야."

바우어는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 고, 바이든이 체크한 인물들과 관 련된 탈레반 조직에 대한 검색을 시작했다.

실제로 준비되는 테러는 이보다 훨씬 과격하고 충격적이었지만, 바 이든, 바우어는 상식적인 사람이었 고, 상식이 가지는 한계로 인해 하 이재킹한 비행기로 빌딩을 들이받 는다는 파격적인 상상은 할 수 없 었던 탓이다.

"일단 관련 키워드를 모니터링 상위 순위에 올려놓자."

그나마 당장 할 수 있는 건 탈 레반 고위 간부들의 이름과 하이 재킹 관련 키워드를 프리즘 시스템의 상시 모니터링 순위에서 대 폭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OK! 팀장님께 올릴 서류도 네 가 만들 거지?"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지."

귀찮은 서류 작업을 미루기 위 해 아웅다웅했던 둘은 빠르게 한 판 할 수 있는 미니 게임 테트리 스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몇 분 후 패자가 된 바이든이 툴툴거리며 문서 작성을 시작했다.

다음 날.

유재원은 오늘도 ID 일렉트로닉 스로 출근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폰으와 한판 대결을 앞둔 안드로이드폰의 양산 을 결정해야 하는 탓이다.

양산 이후에는 하드웨어 변경이 거의 불가능해지니, 완성도를 최대 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유재원 의 임무였다.

"흐음! 잘 하고 있으려나 모르겠 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유재원은 난리가 났을 미국 정보기관들을 생각했다.

앨 고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사진과 단서를 통해 911 테러에 대한 경고를 해 주었던 유재원이 었다.

당선에 지대한 공을 세운 덕에 유재원은 앨 고어와 단독으로 면 담할 시간을 받게 되었고, 그 자리 에서 911의 첩보를 전해 주었다.

회귀인이라는 걸 밝힐 수 없었 기에 그럴듯한 핑계로 러시아를 가져다 썼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서 학을 뗀 나라였고, 그만큼 아프 가니스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 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탈레반의 위험성에 대 해 일찌감치 파악한 덕에 이유를 대기에도 편리했다.

사진의 경우에는 ID 그룹 정보 팀이 만든 가짜였다.

그렇다고 포토샵과 같은 편집

툴로 간단히 만든 건 아니었다.

CIA는 사진을 판독하는 데 도가 튼 부서였기에 대충 만들었다가는 되레 유재원에게로 의문의 시선이 쏠릴 수 있었다.

사진은 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 인 파키스탄의 깊은 산속 오지에 세트장을 만들고 폴라로이드 카메 라로 찍어서 만든 것이었다.

어설프게 비행기 동체를 형성한 합판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물 건이었고, 비행기 좌석처럼 배치된 의자는 폐차장에서 나오는 자동차의자를 가지고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어설픈 세트장 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한 번 찍힌 다음, 다 조각내 해체되었고 불태 워졌다.

이런 일을 수행한 건 ID 그룹의 정보팀이었고, 생고생을 한 이들에 게는 특별한 보너스가 주어졌다.

탈레반에, 비행기 테러.

"이걸로 부족하려나?"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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