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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562화 (562/1,007)
  • 27권 21화

    잠시 후.

    "어서 오십시오 티파니 아가씨."

    저택에 도착한 유재원과 티파니 를 제일 먼저 맞이한 건 저택의 대소사를 모두 관리하는 알프레드 집사님이 었다.

    "알프레드 집사님, 오랜만이에 요."

    티파니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단순히 말로만 그런 게 아니 라 가벼운 포옹도 먼저 했을 정도 다.

    "유재원 회장님도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집사님."

    유재원은 악수로 반가움을 대신 했다티파니야 어렸을 때부터 보면서 자랐으니 친근하겠지만, 유재원에 겐 프레더릭의 측근이라는 인식이 전부였던 탓이다.

    "주인님께서 오래전부터 기다리 고 계십니다."

    알프레드는 곧장 유재원과 티파 니를 프레더릭에게 안내했다.

    안내된 곳은 프레더릭의 방으로, 집무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다.

    유재원은 서재에 작업 공간을 만들었다면, 프레더릭은 오로지 업 무만 보는 장소를 별도로 두었다. 처음 들어와 보면 공간에 압도된 다는 느낌이 있었다.

    방 중앙에 프레더릭의 집무용 책상이 있고, 전체적인 방의 구조 가 그 책상에 앉은 프레더릭을 향 하도록 선이 맞춰져 있었다.

    딱 봐도 상당히 정성 들여 만든 공간인데, 이번엔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ID 그룹의 뉴에그3가 책 상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전자기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간이었는데, 최첨단의 기기 가 그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 는 게 마냥 어색하지 않았다.

    뉴에그3를 디자인한 게 유재원 이기도 했지만, 프레더릭의 은발과 뉴에그3의 은색 알루미늄 합금 케 이스가 묘하게 비슷한 톤이라 이 질감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은색의 안경을 쓰면서 컴퓨터로 뭔가 작업하고 계신 모 습도 의외였다.

    노안 때문에 눈이 나빠 어쩔 수 없이 안경을 쓰시는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잘 어울렸다. 그냥 딱 보면 일부러 정성을 들여 만든 뉴에그3의 광고 사진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유재원은 마음 같아선 실제 광 고 모델을 제안드리고 싶었지만, 프레더릭의 성격상 거절할 게 뻔 했기에 꾹 참았다.

    "이제 너희 부부가 제일 먼저구 나. 홈-."

    프레더릭은 집무실 앞에 놓인 자리를 내주면서 여러 가지 감정 으로 복잡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티파니가 꼬마 였을 때의 기억이 선한데, 벌써 결 혼을 해서 남편과 함께 본인을 찾아왔다는 게 낯설기도 했던 탓이 다.

    곧이어 알프레드 집사님이 차를 가져왔고,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외손녀와 외 할아버지였기에, 무척이나 살뜰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유재원을 빼놓진 않았 다. 신혼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유재원의 인맥 도 다시 평가되었으니 말이다.

    후진타오나 푸틴 등등과 나누었 던 이야기들은 재미있으면서도 나 름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많았다.

    그렇게 차 한 잔을 다 마실 동 안 담소를 나누고서 티파니는 먼 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레더릭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을 챙기기 위 함이다.

    티파니가 자리를 뜨고 나서 둘 이 남게 된 유재원과 프레더릭의 사이로 잠깐 어색함이 올라왔다. 티파니라는 공통분모가 없으면 둘 다 완전 남남 아니겠는가.

    이런 점에서 전명헌 할아버지와 의 관계는 참 특이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먼저 입을 연 것은 프 레더릭이었다.

    "어홈,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 다."

    "예, 뭔가요?"

    유재원은 궁금한 일이라는 게 컴퓨터를 사용하다 뭔가 막히는 게 있는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알프레드 집사의 안내로 집 무실에 들어왔을 때, 프레더릭은 뉴에그3의 모니터를 보며 뭔가 잘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으니 말 이다.

    "자네, 전기차 사업은 어디까지 할 생각인가?"

    그러나 유재원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프레더릭은 유재원이 조금도 예 상치 못한 전기차에 대해 물어온 것이다.

    유재원은 프레더릭의 물음에서 전기 자동차에 대한 까칠한 감정 을 느낄 수 있었다.

    티파니의 외할아버지라고 해도 거대한 석유 기업의 오너였다. 석 유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가 운송 수단이나 동력 기관의 연료 였다.

    휘발유와 디젤, 그리고 벙커c유 는 원유를 이용한 가장 간편하고 높은 부가 가치를 만드는 물질이 다.

    휘발유를 전혀 쓰지 않는 100% 전기 자동차에 대해 불편한 시선 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도 석유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미디어에서는 유력하다는 말로 의 혹만을 제기했지만, 유재원은 방해 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전생에서 수많은 나라, 특히 미 국의 비밀 해제된 문서들을 파고 살았던 유재원이었다.

    거기에서 여러 석유 기업들의 로비에 관한 이야기나, 각종 비위 사실을 확인했다.

    그 목록에서 셰브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예전까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다가 이번에야 겨우 이야 기를 하는 걸 보니, 티파니 덕을 많이 봤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동시에 많이 인내했던 프레더릭 이 더는 참지 못하는 걸 봐서는 LV-F1 이 상당히 잘 빠진 물건이 맞다고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유재원과 티파니가 제주도에서 신나게 타고 다녔던 LV-F1 에 대 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100% 전기로만 구동되는 전기 차였고, 그렇게 멋있는 모습은 처 음이었으니 말이다.

    F1 머신으로부터 감명을 받았 고, 이를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재가공한 LV-F1 은 자동차를 좋아 하는 사람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 잡는 마력이 있었다.

    덕분에 라이트닝 볼트 사에서 LV-F1 공개와 함께 오픈한 전용 페이지는 세계의 네티즌들이 몰리면서 엄청난 트래픽을 자아냈다.

    한국에 만들어진 데이터 센터의 대역폭을 순간적으로 30% 가까이 차지할 때도 있었을 만큼 관심이 지대했다.

    당연히 유재원도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라이트닝 볼트 사의 사 업 영역을 크게 확장할 마음이었 다.

    "음, 글쎄요. 제 욕심으로는 100% 전기 자동차가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는 걸 보고 싶네요."

    유재원의 말에 프레더릭의 눈썹 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 흐음?"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 양이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점 을 느낀 모양인지 의문의 소리를 내셨다. 보고 싶다고 하는 말에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 를 바로 인지한 것이다.

    정확한 판단이다.

    "아직 문제가 많거든요."

    유재원의 마음이야 당장 LV-F1 을 전 세계에 쫙 깔고 싶었다.

    문제는 그렇게 했다간 쏟아지는 불만과 AS 요청으로 ID 그룹의 명성이 땅에 떨어질 미래가 눈에 훤했다. 현재 100% 전기 자동차는 많은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체험한 LV-F1 의 가 장 큰 단점은 에어컨 문제였다. 휘 발유 자동차라면 에어컨을 켜도 약간의 출력 저하 정도만 있을 뿐 인데, 전기 자동차는 에어컨도 메 인 배터리로 구동해야 해서 전기 소모량이 급증하는 탓이다.

    덕분에 갑작스러운 출력 저하도 일어났고, 배터리의 과도한 사용으 로 발열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디자인이나 승차감, 차량의 편의 성은 참 좋은데, 자동차의 기본인 달리기가 문제였으니 당장 상용화를 하는 건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10년은 더 연구해야 할 거예요. 그전까진 제주도를 벗어나 는 건 불가능해요."

    배터리 기술의 일대 혁신이 있 지 않은 한은 라이트닝 볼트 사의 전기 자동차가 제주도를 벗어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듣던 중 다행인 소리로 군."

    덕분에 프레더릭의 표정도 한결 풀렸다. 그러면서 말이 이어졌다.

    "사실 자네에게 이런 소리를 하 긴 싫었네. 그런데 내 친구들이 워낙 난리여서 말일세."

    친구들이라 하면 셰브롱과 어깨 를 나란히 하는 석유 업체들의 오 너들인 모양이다. 유재원도 이해한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석유 업체들이 아무리 싫다고 해 봐야 미래가 선택하는 동력 기 관은 전기 모터였다.

    초전도 모터로 적은 전력으로도 강력한 토크를 뿜어낼 수 있었고, 나트륨-그래핀 배터리로 고용량과 고속 충전을 달성하자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들은 자연스럽게 도태 했다.

    여기에 AI를 통한 자동주행이 적용되니 그야말로 완벽한 전기 자동차였다.

    "그래요? 괜한 걱정이 많으시네 요."

    유재원은 살짝 너스레를 떨었다.

    기술과 기반을 동시에 갖출 때 까지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 는 것처럼 조심하겠지만, 준비가 끝나면 석유 업계의 카르텔이 아 무리 강해도 산산이 조각날 것이 다.

    "외할아버지! 이게 뭘까요?"

    타이밍 좋게도, 전기 자동차 이야기가 끝나고서 몇 초 지나지 않 아 티파니가 다시 등장했다.

    그녀의 양손에는 유재원과 티파 니가 각각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 꾸러미가 있었다.

    즐거운 추수감사절이 끝났고, 사 람들은 일상으로 복귀했다.

    유재원도 프레더릭의 저택에서 풍성한 연휴를 보내고 집으로 돌 아왔다.

    역시나 제이콥이나 티파니의 이 모들은 호의적인 모습이 아니었지 만,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눈치를 주지도 못했다.

    프레더릭 때문이기도 했지만, 유 재원의 현재 존재감은 어디 가서 눈칫밥 먹을 급이 절대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 휘했고,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 람들이 제이콥과 같은 상류층 사 람들이 었다.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하니, 무척이나 답답했던 모양인지, 제이 콥은 프레더릭의 저택에 제일 늦게 와서, 제일 먼저 떠났다.

    프레더릭은 말은 안 했지만, 매 우 실망한 기색이었다.

    한편으로 제이콥이 유재원을 못 마땅하게 보았던 이유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너무도 허무할 지 경이었다.

    그것은 바로 결혼식 하객으로 메이저 석유 업계 오너들이 빠짐 없이 참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재원은 기름밥을 먹는 사람도 아닌데, 왜 그들이 왔는지 이해하 지 못하겠다고 프레더릭에게 하소 연한 게 우연히 귀에 들어왔다.

    더욱이 하객으로 온 석유 업계 오너들은 유재원에게 큰 관심을 보였고, 말을 붙이기 위해 애를 썼 다. 특히 지질 데이터 분석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다. 반면 제이콥의 존재감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 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결혼을 하게 될 때 과연 몇이나 올 것인지 두 고 보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연히 프레더릭은 그런 제이콥 에게 혀를 찼다. 신랑 신부에게 관 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것인데, 제 이콥은 그런 사실조차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냐오냐하며 키운 티가 너무 딱 났다. 그렇다고 프레더릭의 집 안 사정에 유재원이 참견할 일은 아니었기에, 유재원은 못 들은 척 했다.

    집으로 돌아온 유재원은 곧장 컴퓨터를 켰다.

    프레더릭의 저택에도 이제 인터 넷이 깔렸고, 방마다 i웍스나 뉴에 그3가 비치되었지만, 그렇다고 거 기서 회사 업무를 볼 수는 없었다.

    보안 의식이 철저한 유재원은 외부 인터넷망으로 회사 전산망에 접속하는 일은 웬만해선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간단한 인터넷과 게임을 즐기는 정도에서만 해결했고, 진짜 중요한 일에 대한 업무 지시는 유재원 본 인의 T터치폰으로 했다.

    부팅이 완료되자 유재원은 습관 처럼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에 접 속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ID 그 룹 관련 기사들을 검색했다.

    -추수감사절 승자는 GTA3!

    -GTA3 추수감사절 주간 판매 량 100만 장 돌파!

    -X박스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400만 대!

    기분 좋은 소식이 보였다.

    역시 전생을 통해 검증된 GTA3 는 이번에도 강력한 파괴력을 자 랑했다. 회귀 전보다 그래픽도 강 화되었고, 게임성도 한층 증대되었 다.

    이런 GTA37} X박스 독점이니 게임을 즐기기 위해 X박스를 구매 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플레이스테이션2도 미국의 추수 감사절 시즌을 대비해 이벤트를 펼쳤다.

    진 삼국무쌍이라는 액션 게임과 그란투리스모라는 레이싱 게임을 발매했다. 여기에 북미판 패키지라 는 리뉴얼된 플레이스테이션2를 담은 별도의 패키지도 냈다.

    심지어 언론플레이도 강력하게 펼쳤다.

    플레이스테이션2의 강력한 성능 으로 인해 이것이 만약 테러리스 트 집단에 넘어가면 미사일 유도 칩 등으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면 서 일부 나라에 수출이 금지된 품 목으로 올랐다는 뉴스를 대대적으 로 보도한 것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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