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60화 (560/1,007)

27권 19화

-ID톡, 아이폰 버전 출시!

애플사의 공시가 있은 지, 딱 일 주일 후. ID톡의 아이폰 버전이 번개처럼 빠르게 출시되었다.

PC부터 티파니폰, T터치폰 등 여러 가지 버전이 나와 있었기에,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로 컨버 팅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더욱이 ID톡의 경우 핵심 기능 의 개발은 유재원 혼자서 담당했 다. ID 테크놀로지에 ID톡 전담팀 으로 30명 정도의 고급 인력을 갖 추고 있긴 했는데, 그들은 주로 유 저들의 피드백과 이모티콘팩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었다.

유재원이 마음먹자 PC 버전과 거의 구분되지 않을 만큼 빠른 속 도로 구동되는 아이폰용 ID톡을 출시할 수 있었다.

"음, 반응도 괜찮네."

ID톡 서버의 관리 기능을 통해 기기별 접속 통계 자료는 실시간 으로 뽑아볼 수 있었다.

아이폰 구매자들의 70% 이상이 ID톡을 다운받아 설치했고, 두메시 지를 대신하는 메신저로 활용했다.

i 메시지는 2G 휴대폰의 SMS 와 통합된 애플사만의 메신저 프로그램이었다. 별도의 설정 없이도 보 안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이종의 기기로 다른 통신 회사의 사용자와도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발표할 때, 이 점을 무척이나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나라에서 통신사가 다르면 문자 메시지가 전해지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일 본이 그런 대표적인 나라였다.

덕분에 전화번호와 함께 이메일 을 등록해 짧은 단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보편적인 방식이었는데, ID톡은 자체 인터넷 서버를 이용하기에 통신사가 달라도 얼마든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다만 두메시지는 출시 초기인지라 불안정한 모습이 좀 보였다. 렉이 걸린 것처럼 빠르게 반응하지 않 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탓이다.

반면 ID톡은 탄탄한 서버 덕에 아이폰에서도 문제없이 구동되었 다. 게다가 ID톡 계정은 네티즌들 대부분 보유하고 있었기에 애플 앱스토어의 최고 인기 앱에 등극 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다만 아이폰의 판매량이 워낙 소수여서 이걸로 대세를 잡았다고 확정 짓기에는 무리였다.

언론의 지적처럼 아이폰의 최대 단점은 가격이었다.

현재 아이폰은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출시 되었다. 전 세계 동일 가격으로 1,199달러가 설정되었다. 소득 수 준이 높은 미국에서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는데, 다른 나라들은 훨씬 더 부담이었다.

덕분에 아이폰이 발표되고 한 달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판매량이 100만 수준밖에 되지 못 했다.

유재원이 이렇게 경쟁사의 내부자료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건 애플의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한 덕이었다. 정보팀을 가동할 필요 없이 애플로부터 당당하게 매출 자료를 보고받을 수 있었다.

가격이 착해지면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많으니, 섣불리 실패를 언 급할 때는 아니다.

특이한 건 미국을 제외하고 아 이폰의 프로모션에 가장 열심인 나라가 한국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일성그룹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출범한 일성통신이 아이폰에 올인 했기 때문이다. 일성과 ID 그룹이 앙숙이라는 건 한국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일성통신은 T터치폰을 팔았다. 오너가 아무리 기분이 나 쁘다고 해도 소비자의 요구를 무 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더욱이 T터치폰의 대체제는 한 달 전까지 만 해도 전무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폰이 출시되 니, 이야기가 달라진 것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아이폰의 스펙 은 T터치폰보다 좋았다. 비싼 가 격도 36개월 장기 할부에, 번호이 동 보조금까지 지급하면 T터치폰 과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게다 가 아이폰을 판매하면 일성통신에서 대리점에 특별 보너스까지 내 려 줬다.

마치 아이폰이 성공하면 유재원 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거라고 생 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미 유재원은 스티브 잡스와 손을 잡은 상태인 데 말이다.

"문제는 ID 오피스인데."

일성의 삽질은 그들 사정이고, 유재원의 신경을 쓰이게 하는 일 은 따로 있다.

ID 오피스의 개발과 유지 보수 는 한국의 로데오팀에서 전담했다.

서울 도곡동에 ID 그룹 본사 빌딩이 들어서고, ID 오피스 개발팀 도 모두 본사 빌딩으로 입주한 상 태이니 이름을 바꿔야겠지만, 워낙 입에 붙은 탓에 도곡동으로 가도 로데오팀이라고 불렀다.

스티브 잡스와 미팅 후, 로데오 팀을 이끄는 이찬수 사장에게 일 감을 수주해왔다고 농담하듯 전했 을 때, 무척이나 기뻐했었다.

유재원은 일단 아이폰에서 구동 되는 ID 오피스 뷰어를 만들도록 했다. 워드부터 프레젠테이션, 스 프레드시트 등의 파일을 PC에서 열어보는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만 해도 반은 한 것이다.

아이폰은 물론 T 터치폰까지 조 그만 휴대폰 화면으로 문서를 작 성한다는 건 고역이나 다름이 없 었다. 그저 다운로드받은 파일을 보고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는 정 도면 휴대폰 버전으로는 완벽하다.

유재원의 걱정은 아이폰의 생경 한 개발 환경에 로데오팀이 잘 적 웅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 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의 과감한 결단으로 클래식 맥OS에서 탈피해 새롭게 만든 OS X의 모바일 버전이 아이 폰에 탑재된 iOS였다.

X코드라는 개발 툴이 있긴 한 데, 앱 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앱 개발에 필수 인 코코아 프레임워크는 애플 컴 퓨터에서만 구동되기에, 개발을 위 해서 파워맥을 대거 구입해야 했 다.

유재원과 같이 프로그래밍의 끝 을 봐 버린 사람이면 어떤 환경이 든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로데오 팀의 프로그래머들이 과연 낯선 개발 환경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다.

만약 아이폰용 앱으로 출시된 ID 오피스의 성능이 좋지 못하다면, 공정 경쟁을 피하려고 일부러 최적화를 덜 했다느니, 원래 기술 력이 좋지 않은데 운 좋게 성공한 것이라느니 하는 소리가 나올 것 아니겠는가.

좋은 방법은 유재원이 애플용 ID 오피스 제작을 감독하면 되겠 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많은 일들이 산적한 상태였지만, 가장 중요한 건 T터 치폰의 후속작을 확정하는 일이었 으니 말이다.

아이폰의 시원찮은 판매량만 보 고 있으면 스마트폰은 시기상조였 다.

하지만 한국은 벌써 IMT-2000 의 상용화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 다. TG모바일, 일성통신 두 사업 자에게 허가가 나왔고, 중계기 설 치도 열심이었다. 퀄컴에서도 모뎀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아이폰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 으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흘렀다.

무더위를 떨치던 여름의 기세도 한풀 꺾였고,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찬 기운이 슬슬 느껴질 무 렵이 되었다.

언제나 바쁜 현대였던 만큼, 크 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미국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었 고, 호주의 시드니에서는 2000년 올림픽의 성화가 불타오르기도 했 다. 한국에서는 민영 방송사인 SBS에서 처음으로 HD 시범 방송 을 하기도 했다.

유재원은 시범 방송이 제법 마 음에 들었다.

720P라는 HD 기본 해상도였지 만 비트 레이트가 18MBps로 꽉차 있었다. 덕분에 현란한 움직임 과 조명, 꽃가루가 마구 날리는 음 악 방송이었음에도 깍두기 현상은 전혀 없었다.

수도권 거주자 중에 극히 일부 인 HD 텔레비전을 가진 가정집들 은 아날로그 텔레비전과는 차원이 다른 HD 화질에 감탄했다.

반면 ID 그룹은 평소와 달리 잠 잠한 편이었다.

몇 가지 신제품이 나오긴 했지 만,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고 기업 시장에 공급되는 대형 LCD패널과 DDR 램, 리튬 배터리 같은 부품이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엔 안드로이 드 ME와 ID 오피스의 소소한 패 치와 애플용 앱 몇 가지가 출시된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ID 그룹 전체가 놀고 있던 건 절대 아니었다.

높이 뛰기 위해 잔뜩 움츠린 것 처럼, 폭발적인 스퍼트를 위해 힘 을 비축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 고 첫 스퍼트를 위한 아이템이 막 완성되었다.

"응?"

한창 업무에 집중하던 유재원은 알람 소리에 모니터 구석으로 시 선이 갔다. ID 엔터테인먼트의 스 테판 바버 사장이었다.

-회장님! 기뻐해 주십시오!

-GTA 3의 골든 디스크를 완성 했습니다.

"드디어!"

ID톡에 집중하던 유재원이 메시 지를 확인하자마자 탄성을 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X박스에 큰 힘이 되어줄 킬러 타이틀이 드디어 완성된 것 이다.

GTA 3는 폭력성으로 말이 많던 문제의 게임 개발사 락스타의 최 신작이다. 위대한 자동차 도둑 (Grand Theft Auto)이라는 게임의 3번째 작품인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범죄형 샌드박스 게임이었다.

2까지는 딱히 스토리도 없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탑뷰 형식의 2D 액션 게임이었다.

그런데 3에 와서는 대격변이 일 어나는데, 게임 엔진으로 ID테크엔 진을 채용해 3D로 구현된 거대한 도시 배경의 오픈 월드 게임을 구 현했고, 감각적인 스토리라인도 담 았다.

ID 소프트웨어의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도 오픈 월드를 구현했 지만, GTA 3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게임 화면 속에 등장하는 오브 젝트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했 고, 모든 건물은 아니어도 많은 건 물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GTA 2까지만 해도 규모가 작은 개발사였던 락스타에게는 3D 오픈 월드 게임인 GTA 3를 만드는 건 대단히 큰 도박이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었으니 유재원 의 후원이었다. X박스 독점 발매 를 하는 대신 어마어마한 제작 지 원비를 받게 된 것이다.

다른 개발사와의 형평성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밝히는 건 금지했 지만, 실제 전해진 지원금은 1,200 만 달러에 달했다.

워낙 큰돈인지라 ID 엔터테인먼 트 내에서도 약간의 논란이 일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큰 문제 없이 개발비가 지원되었다.

그 결과 GTA 3는 예전보다 1 년 일찍, 추수감사절 시즌에 딱 맞 춰 완성되었다.

"어때요?"

스테판 바버 사장은 영화를 제 일 좋아했지만, 게임도 역시 편견 없이 즐기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ID 엔터테인먼트 소속 게임 개발 사에서 게임을 완성할 때 스테판 바버 사장도 열심히 게임을 플레 이 했다.

그렇기에 어떠냐고 물어보는 유 재원의 물음은 GTA 3의 플레이 소감을 물어보는 말이었다.

-끝내줍니다!

스테판 바버 사장의 답변도 함 축적이 었다.

락스타의 개발진들은 유재원의 지원금을 회식으로 날려 먹지 않 고 착실하게 내실을 다졌던 모양 이다.

-그룹 서버.. 아니 스팀 서버

에 올려놓았습니다.

"오, 그래요?"

유재원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게임기가 설치된 AV룸으로 이동 했다.

X박스는 주로 텔레비전 옆에 놓 는 게 보통이지만, 유재원의 집은 달랐다. 마음에 드는 수준의 대화 면 LCD 디스플레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ID 디스플레이에서 30인치 LCD TV 패널 양산이 시작되긴 했는데, 그 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프로젝터가 상시 설치 된 AV룸에 X박스도 연결되어 있 었다. 유재원은 곧장 X박스를 켜 고 스팀에 접속했다. 그리곤 특수 관계자만 접속할 수 있는 페이지 에 접속해 GTA 3의 다운로드를 시작했다.

스팀!

전생에 가장 유명했던 ESD 서 비스였다.

원래 ID 테크놀로지가 런칭했던 ESD서비스는 ESD.com이란 아주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그것이 스팀으로 바뀐 건 사내 벤처를 통 해 하프라이프 게임을 성공시킨 게이브 뉴웰 덕이었다.

하프라이프2를 열심히 만들던 게이브 뉴웰은 갑자기 새로운 기 획서를 제출했는데, 그것이 스팀이 었다.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ESD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는데, 유재원은 아예 ESD.com의 운영을 게이브 뉴웰에게 넘겨버렸다.

전권을 받은 게이브 뉴웰은 무 척이나 당황했지만, 기대에 부응했 다.

오래전부터 ESD에 생각하고 있 던 것처럼 과감하게 리뉴얼을 단 행했다. 리뉴얼 작업 중 가장 먼저 한 건 ESD.com이라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서비스 이름을 스팀으로 바꾼 것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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