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58화 (558/1,007)

27권 17화

"음, 한국이 복병이었네."

다만 넥스트컴이라고 다 잘나가 는 건 아니었다.

미국 다음으로 등장한 한국에서 바로 문제점이 나왔다.

미국에선 활발하게 활용되는 넥 스트 앤서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이 용률이 지지부진했다.

오히려 이를 따라한 경쟁사의 서 비스가 더 인기였다.

다움넷 지식이나 네바닷컴의 지 식인(知識人)。] 넥스트 앤서보다 사용률이 높았다.

"넥스트 앤서라는 이름이 낯설어 서 그런가?"

애드센스는 한국에서도 적용되었 다.

그렇기에 수익 창출에 있어서는 경쟁 사이트보다 훨씬 나은 조건을 제공했다.

다움넷이나 네버닷컴의 사용자 QNA서비스에는 공여자를 위한 정 산 서비스는 아예 없었으니 말이다.

대신 두 사이트는 아바타의 아이 템이나 해당 서비스 안에서 별도로 표기되는 계급을 올리는 데 사용되 는 경험치라는 걸 주는데, 헨리 사장의 분석에는 이게 큰 효과를 발 휘하고 있다고 했다.

"하긴, 한국 사람의 경쟁 심리는 굉장히 치열하니까."

한국 사람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나면 자주 나오는 말이 '계급장 떼 고 붙자'는 말이었다.

반대로 보자면 계급이라는 게 의 식 깊숙이 박혀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 요소를 자극해 돈도 안 들 이고 지식 공여자의 수고를 가져가 는 것이다.

"이름도 바꾸고 아이디 계급제도 도입해야 하나?"

계급제 유재원이 좋아하지 않는 단어였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전생에 본인들이 고귀하다고 생 각하는 놈들에게 치를 떨게 당한 터라,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 해 도 그럴 수가 없었다.

다만 광고를 그렇게나 열심히 했 는데도, 3등밖에 못하고 있으면 분 명 문제가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개인적 감정을 비즈니스 에 연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으니, 유재원은 긍정적으로 생각 해보려고 했다.

"응?"

헨리 사장에게 한국 서비스에 대 한 새로운 지침을 보내려고 한창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알림이 떴다.

비서실장인 김대석이었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사장이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 누구라고요?"

-스티브 잡스 사장입니다.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김 비서님! 여기로 와서 자세히 설명 좀 해주세요."

김대석의 근무지는 유재원의 서 재 바로 위층에 마련된 개인 사무 실이었다.

비서실의 경우엔 ID 테크놀로지 본사에 사무실이 있지만, 유재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할 김대석 을 위해 신혼집에 별도의 개인 사 무실을 만든 것이다.

유재원과 티파니가 사는 거주 공 간 바로 위층인지라, 계단이나 엘 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내려올 수 있었다.

"이게 애플사에서 홈페이지 대표 이메일 주소로 보낸 공문입니다."

김대석은 종이로 출력된 이메일 을 보여줬다.

IT를 선도하는 ID 그룹이었지만, 종이 문서는 여전히 활용 중이었다.

92년 대전 엑스포에서 태블릿 PC를 처음 공개했던 유재원이었다.

이후 꾸준히 기술이 발전이 이뤄 졌음은 당연했다.

하이테크 연구소에서도 실제 발 전된 기술이 적용된 부품으로 태블 릿 PC를 만들고 특허도 등록하고 있다.

하지만 양산을 하지 않고 있는 건, 그렇게 발전된 부품을 써서 만 든 태블릿 PC에 유재원이 만족하 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았고, 태블 릿 PC에서 활용할 응용 프로그램 과 인터넷 서비스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종이로 출력된 이메일을 보니 무 슨 영문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스티브잡스의 이메일이 도착한 계정은 ID 그룹 홈페이지에 등록된 공용 이메일 주소였던 것이다. 게 다가 날짜도 이틀 전이었다.

유재원이 가진 이메일 주소는 여 러 개였다.

외부로 공개된 것에도 등급이 있 는데, 누구나 다 보낼 수 있는 공 용 이메일이 있고, 비즈니스 파트 너에게 공개되는 이메일이 있고, ID 그룹 인트라넷 안에서만 전송할 수 있는 이메일이 있었다.

당연히 이메일의 종류에 따라 관 리하는 주체가 다양했다.

회사 내부의 이메일이면 유재원 이 직접 확인한다.

필터링으로 한 번 걸러놓긴 하는 데, 웬만한 것들은 놓치지 않고 훑 어보는 편이었다.

덕분에 직원들이 멋모르고 보낸 메일까지도 가끔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룹 직원들이 보통 올리는 이메일은 잡담보다는 공익 제보라 든가 비리 신고 같은 것들이 훨씬 많았다.

스티브 잡스가 적어도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공개된 이메일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면, 유재원이 즉각확인했을 터인데, 홈페이지 이메일 로 보내는 바람에 확인이 늦어졌다.

"흐음,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 자는 건 안 들어 있네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메일 발 송자가 스티브 잡스라는 건 애플사 에 문의해서 확인했습니다."

"흠, 그럼 최대한 가까운 날로 약속을 잡아주세요."

유재원은 잠시 고민한 후 승낙 했다.

생각해 보면 몇 년 전에 스티브 잡스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티브 잡스 측에서 약속을 파기했다.

당시에는 회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스티브 잡스에 대한 선망이 제법 강하게 남아 있었고, 때문에 실망감도 그만큼 컸다.

하지만 지금은 선망과 존경심은 꽤나 옅어진 상태였다.

오히려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경 쟁할 사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동시에 스티브 잡스가 왜 자신을 보자는 것인지 너무도 궁금하기도 했다.

며칠 후.

유재원과 스티브 잡스는 산호세 의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마주했다.

스티브 잡스는 얼마 전 컴덱스에 서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 약속했던 시간 정시에 딱 맞춰 등장했다.

청바지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 고 뉴발란스 신발도 신었다.

은색 안경 역시 빠지지 않았다.

반면 유재원은 티파니가 골라준 정장차림이었으니, 둘은 스타일부터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아이폰 발매를 준비하는 데 무척이나 고됐던 모양인지, 후덕했 던 얼굴이 조금은 갸름하게 보였다.

아니면, 스티브 잡스를 죽음으로 몰았던 그 암이 벌써 발병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둘이 앉은 자리의 분위기는 꽤 어색했다.

유재원이야 스티브 잡스에 대한 존경심은 아직 남아 있었기에, 이 자리가 상당히 즐거웠지만, 그걸 그대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유재원과 처음 대면하는 거라 어색한 모습이었고, 애초에 사교성이 좋은 사람도 아니 었다.

그렇지만 스티브 잡스가 훨씬 연 장자였고, 이번 미팅을 만든 용무 도 그에게 있던 만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스티브 잡스였다.

"아이폰을 만들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지요."

스티브 잡스의 말투는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말하는 것처럼 진중했 다.

"ID 그룹은 어째서 스마트폰을 내지 않는 건가? 오늘 자리를 만든 건 이 의문을 풀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드셨는데 요?"

"유 회장, 본인이 잘 아실 텐데 요. 아이폰을 만들면서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게 T터치폰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에 유재원은 고 개를 끄덕였다.

T터치폰에 누락된 센서들과 3D 가속칩을 더하면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물론 ID 그룹이 준비하는 스마트 폰은 단순히 T터치폰의 업그레이드 판은 절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한국의 전자 회사 3곳을 인수 합병한 ID 그룹이 스마트폰 시장을 버리진 않을 터인데, 우리에 첫 스 마트폰을 양보한 이유가 뭡니까?"

유재원을 보는 스티브 잡스에게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선점 효과가 대단하지만, 그보 다 더 무서운 건 동시대성을 맞추 지 못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아직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시기는 아니 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입을 열기 직전까지 여러 가지 상념이 드는 유재원이었지만, 진실 을 말해주었다.

최초의 스마트폰이란 타이틀을 얻은 아이폰은 현존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7년이나 일찍 나온 만큼 오리지널에 비해 한참이나 모 자랐다.

아이폰이 아니라 아기폰이라고 해도 된다.

결정적으로 데이터 통신 속도는 2G라서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 기에도 부족했다.

최소한 IMT-2000 정도가 되어 야 스마트폰의 기본기라 할 수 있 는 화상통신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T터치폰의 출시 시가도 IMT-2000이 상용화되는 내년 말 을 유력하게 보고 있던 것이었다.

유재원의 말에 스티브 잡스는 고 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후발주자가 되어도 따라잡을 수 있단 자신감이군요. 역시 유 회장 답습니다. 덕분에 이런 염치없는 부탁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염치없는 부탁?

"당장 ID 그룹서 스마트폰을 낼 생각이 없으시다면 아이폰에 투자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이폰에 투자라니.

유재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너무 도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예상치 못한 제안에 유재원이 깜 짝 놀란 것처럼, 스티브 잡스도 투 자를 말하기 직전 멈칫한 게 생생 히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ID 그룹과 애플사는 자타공인 완벽한 경쟁자 였다.

두 회사 모두 PC 완제품을 만들 었고, 독자적인 운영체제도 보유하 고 있었다.

여기에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같은 PC용 주변기기도 출시했다.

최근엔 mp3플레이어, 음원 사이 트도 보유했고, 이번에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휴대폰 시장에서도 격 돌 중이었다.

물론 ID 그룹의 규모가 훨씬 크 긴 했는데, ID 그룹의 핵심은 PC 분야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투자라니. 너무 갑작스럽긴 한 데, 어떤 투자를 원하세요?"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의 투자 제 의는 상식적으로 거절하는 게 옳았 다.

하지만 유재원은 세상 일이 모두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분 투 자. 다른 하나는 아이폰에 대한 투 자죠."

지분?

"거래를 수락한다면 신주를 발행 해 드리지요. 전체 지분으로 따지 면 10%입니다."

그러니까 유재원보고 애플사의 주식을 구입하라는 것이었다.

크게 보면 이상한 건 아니었다.

MS가 건재했던 전생에서도 MS 는 애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 으니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었지만, 인텔이 AMD의 일 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 은 이유였을 것이다.

기업을 경영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돌발 상황이었다.

경쟁자의 행보도 예상 가능해야 안정적인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다만 ID 그룹과 애플사는 유재원 이란 존재 덕에 그럴 필요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또 다른 마이너스 요소는 애플사 는 배당을 잘 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애플뿐만이 아니라, 미국 IT기업들의 특징이 배당을 잘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다가 서브프라임 경제 위기 다음에 기존의 경영진들이 싹 갈리 고 나서야 배당을 시작하는 기업들 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애플은 좀 심했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CEO로 있 던 동안에는 천문학적인 사내 유보 금을 쌓아놓고도 주주 배당은 눈꼽 만큼만 했다.

그야말로 생색만 내는 데 그쳤

다.

유재원에게 지분 투자를 쉽게 권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배당은 할 생 각이 없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몰랐 다.

하지만 유재원의 예상과는 살짝 다르게, 스티브 잡스는 매우 절박 한 심정으로 이 자리를 만든 것이 었다.

유재원에게 지분 투자를 권하는 건 그야말로 제일 미루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애플의 속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권하게 된 것이다.

그 사정이란 다름 아닌, 자금난 이었다.

유재원의 머릿속에는 21세기 초 중반 엄청나게 잘나갔던 애플의 이 미지가 생생했지만, 그것은 아이폰 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고 나서 얻은 성과였다.

지금의 애플은 90년대 말 엄청난 실패만 거듭하며 손실이 누적된 누 더기 같은 재무 재표를 지닌 병든 사자와 같았다.

맥OS X와 아이폰은 스티브 잡 스가 애플의 모든 역량을 쥐어짜 만든 회심의 역작과도 같았다.

모 아니면 도와 같은 도박이었 다.

그나마 맥 OS X는 넥스트 스테 이션이라는 바탕이 있어서 큰 어려 움은 없었다. 문제는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을 만들면서 두 가지 난 제에 맞닥뜨렸죠."

유재원은 스티브 잡스의 말에 귀 를 기울였다.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아이폰에 대한 베사가 스티브 잡스를 통해 나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전생에 서도 없었던 일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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