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권 16화
"하하하."
모니터에 집중하던 유재원은 웃 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폰이라 당당 히 말하면서 기대감을 극한까지 끌 어올린 스티브 잡스였다.
그러니 슬라이드가 바뀐 스크린 에는 당연히 아이폰의 모습이 공개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화면을 장식한 것은 아이팟 1세대의 본체에 다이얼 전 화기의 커다란 다이얼을 대충 달아 놓은 모습이었다.
미국식 농담이었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 을 공개합니다.
잠깐 멘트를 정지하며 장내의 웃 음이 가라 안길 기다린 스티브 잡 스는 이번엔 제대로 공개했다.
"호오."
메인스크린에 떠오른 아이폰은 이제야 제대로 된 모습이었다.
유재원도 모니터에 집중하면서 7 년은 일찍 세상에 등장한 아이폰의 모습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가장 먼저 든 소감은 두툼하다는 것이었다.
딱 보기에도 두께가 1cm는 넘어 갈 듯 보였다.
또한 9 : 16 비율의 디스플레이 모 듈은 대략 3.8인치 정도 되어 보이 는데, 위쪽은 스피커와 전면 카메 라로, 아래쪽에는 동그란 홈버튼으 로 베젤의 폭이 제법 두꺼웠다.
T터치폰도 두께감이 좀 있긴 했 는데, 아이폰은 그것보다 더했다.
진짜 처음 농담이라고 공개했던 다이얼 달린 아이팟 그림에서 다이 얼만 빼고, LCD 모듈을 키운다면 지금 공개된 아이폰의 모습이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휴대폰은 휴대할 수 있기만 하면 되었던 시 절이 있었다.
모토롤라의 제품이나 노키아의 제품을 보면 휴대폰인지 둔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투박하고 무거 웠다.
그에 비하면 지금 공개된 아이폰 은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었다.
스티브잡스가 공개한 아이폰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었다.
여기에 은색으로 테두리를 넣어 서 세련된 투톤 디자인을 완성했다. 감각적인 디자인이었고, 세로 베젤 을 가려서 정면에서 보았을 때는 상당히 슬림해 보였다.
다만 미래에 공개될 아이폰의 모 습을 알고 있던 유재원이었기에, 약간의 실망감이 뒤따랐다.
게다가 어딘가 익숙한 모습도 있 었다.
T 터치폰이 었다.
납작하고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 형의 모양에 비슷한 크기의 LCD모 듈이 달려 있으니 비슷하지 않을 수가 없긴 했는데, 전원 버튼의 위 치나 볼륨 버튼의 위치를 보면 T터 치폰과 매우 흡사했다.
"중요한 건 모양이 아니지."
중요한 건 화면 속 스티브 잡스 가 몇 번이고 강조하고 있는 혁신 이었다.
과연 7년이나 일찍 나온 아이폰 이 스마트폰이란 클래스에 어울리 는 기능을 담고 있을까?
유재원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아이폰이 발매된 지 며칠이 지났 다.
애플사의 행보는 마치 누군가에 게 쫓기는 것처럼 빨라서, 컴덱스 에서 발표를 하자마자 미국 전역에 서 아이폰을 구매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요 며칠간은 인터넷 커뮤 니티에서 아이폰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웠다.
-애플, 아이폰 발표!
-아이폰으로 휴대폰을 재정의하 다-경쟁사를 능가하는 미래지향적 인 스펙!
-문제는 가격과 빈약한 어플리케 이션네티즌의 여론에 부응하는 듯 매 스컴에서도 아이폰에 대한 이야기 가 쏟아졌고, 자연스럽게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의 IT 섹션에도 관련 기사가 쌓였다.
애플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가져 다 쓴 것 같은 기사도 있었고, 시 연품을 직접 다뤄가면서 분석한 것 들을 성실하게 담아낸 기사도 있었 다.
이전까지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T터치폰과 아이폰을 비교해서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제대로 다루 는 기사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이폰과 T터치폰을 대놓고 비교하는 기사가 제일 많은 클릭 수를 자랑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모바 일 프로세서의 경우에는 T터치폰의 MAP2나 아이폰에 탑재된 ARM11 이라는 프로세서나 크게 차이는 없 었다.
오히려 먼저 나온 MAP2가 초당 처리 속도는 더 높았다.
대신 아이폰은 전력 소모에서 우 위가 있었다.
그러니 단순 비교를 해보면 아이 폰의 작동 시간이 더 길어야 하는데, 실상은 비슷했다.
모바일 프로세서보다 더 전기를 많이 먹는 건 LCD 모듈이었고, 배 터리 용량은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신 애플이 앞서는 건 그래픽 처리 능력과 센서였다.
T터치폰에는 없는 GPS 센서, 가 속도 센서, 기울기 센서가 탑재되 어 있었고, 이를 통해 아주 기본적 인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래픽 처리 능력은 유재 원도 살짝 감탄할 정도였다.
3D 가속 능력이 제대로여서 폴
리곤을 이용한 게임도 돌릴 수 있 었으니 말이다.
기사의 지적처럼 아이폰에 적용 된 각종 센서를 활용할 응용 프로 그램이나, 3D 가속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임이 부족하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로 보였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씨가 칼을 갈았네."
직접 실물을 구해 만져본 유재원 의 평이었다.
하지만 유재원이 인정한다고 해 서 아이폰이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는 없다.
스마트폰은 시기상조라는 ID그룹 과 지금이 승부해야 할 때라고 생 각한 애플사 중에 누가 옳은 것인 지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결정될 것 이다.
물론, 선택의 결과가 나올 때까 지 멍하니 있을 유재원은 아니었다.
ID 테크놀로지에서는 아이폰의 초정밀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이었다.
아이폰 완성에 ID 그룹의 기술이 무단으로 쓰였다면 화끈한 맛을 보 여줄 작정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T터치폰의 후속작 준비도 한창이었다.
차기작이 스마트폰이 될지, 단순 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지는 유재 원의 결심만 남긴 상태였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보다 빠르게 유재원을 찾은 게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연락이었다.
유재원은 신혼집 서재에서 처음 으로 실무에 들어갔다.
여러 모로 달라진 게 많은 서재 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큰 체감이란 '나 제대로 성공했구나'하는 생각이 샘솟는 시야였다.
전면에 보이는 건 푸르른 태평양바다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언제 든 고개만 들면 볼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집 아래에 설치된 선착장까지 내려가 요트를 탈 수도 있었다.
자그마한 선착장, 파도를 막는 포구 시설도 지어졌고, 장인 할아 버지인 프데러릭 테일러 2세가 럭 셔리 요트까지 선물해주었다.
손녀사위가 본인과 같이 세일링 을 취미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었 다.
요트 가격을 알아보니 미국 돈으로 8자리는 나가는 가격을 자랑했 다.
유재원이 스위스에서 유니크한 시계를 샀던 이유도 이 요트 때문 이었다.
당연히 오션뷰에 걸맞은 인테리 어가 서재 안을 꾸미고 있었다. 티 파니의 취향이 듬뿍 적용되었지만, 프레더릭이 소개해준 인테리어 전 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이분은 서재뿐만이 아니라 신혼 집 전체의 인테리어를 봐주었다.
집을 지을 때처럼 돈은 걱정하지 마시고 최고로 꾸며달라고 호기롭게 주문했었는데, 나중에 영수증을 받고 깜짝 놀랐다.
집 공사비보다 인테리어 가격이 몇 배는 더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유재원은 만족했다.
또한, 유재원의 요구 사항을 정 확히 맞춰주기까지 했다.
집이 너무 크면 사람 사는 집 같 지 않고 휑하게 보이기 마련인지라 유재원은 사람 사는 집처럼 만들어 주길 바랐다.
전문가가 선택한 방식은 거주 공 간과 취미 공간의 분리였다.
거주 공간은 30평 내외의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모아놓았고, 취미 공 간은 조금 거리를 두어 배치했다.
또한, 상시 근무하는 20명 규모 의 경호원과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메이드 분들이 다섯 있었는데, 이 들의 공간과 어느 정도 겹치는 부 분을 두어 황량하다는 느낌 자체를 없앴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신혼집은 유 재원과 티파니 그리고 고양이 디디 셋이서 살기에는 너무도 컸지만, 그런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처럼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볼 때면, 참 만족스러웠다.
띵
덕분에 어떤 때는 푸른 바다를 넋을 잃고 보게 되는데, ID톡 혹은 이메일 수신 알람음이 현실로 유재 원을 복귀시켜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넥스트컴의 국가별 세부 서비스 가동률넥스트컴의 헨리 사장이 보낸 넥 스트컴 서비스에 대한 분석 보고서 였다.
인터넷의 역사와 함께 하는 넥스 트컴이었고, 서비스가 시작된 지도 벌써 10년 차였다.
포털 서비스가 중심이었고, 그동 안 여러 가지 서비스를 런칭했다.
가장 최근에 도입한 넥스트 트렌 드가 있고, 그 이전에는 넥스트 앤 서가 있었다.
더욱이 넥스트컴은 전 세계 주요 나라에 모두 진출한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였다.
한국과 미국에 최신의 서비스가 가장 먼저 도입되었지만, 다른 아 시아나라나 유럽 국가에도 현지화 를 통해 최대한 빠른 런칭을 하려 고 노력 중이었다.
그럼에도 속도의 차이가 나는
건, 허가와 같은 행정적인 처리가 나라마다 다른 탓이다.
한국이 제일 빨랐고, 유럽이 가 장 느렸다. 특히 프랑스의 악명은 넥스트컴 내부에서도 자자했는데, 만약 프랑스에서 8월 초에 허가가 필요한 서비스를 준비한다고 하면, 허가가 나오는 건 9월 혹은 10월까 지 기다려야 했다.
프랑스는 8월이 되면 국민 대부 분이 다른 나라로 휴가를 떠나버리 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8월이 아닌 달에 승인 요청 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처럼 며 칠 만에 허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건 무리였다.
하여튼, 수많은 나라에 진출한 넥스트컴이었던 만큼, 국가별 통계 자료는 상당한 분량을 자랑했다.
역시 가장 먼저 등장한 나라는 미국이었고, 다음이 한국이라는 건 ID 그룹의 보고서 형식의 기본이었 다.
"미국은 을 그린!"
역시 미국은 유재원을 배신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넥스트 트렌드도 반 응이 아주 좋았다.
보통의 네티즌들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가수나 관심이 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 주로 검색을 했다면, 기업들은 본인들의 서비스나 상품 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인터넷 반응만 분석하는 거라서 실제와 오차가 컸지만, 애초에 이 런 온라인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 해주는 도구 자체가 없었기에 넥스 트 트렌드는 기업 시장에서 큰 화 제였다.
게다가 인터넷 사용 인구는 빠르 게 늘어나는 중이었기에, 실제와의 오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게 되어 있었다.
넥스트 앤서 역시 마찬가지다.
영악한 아이들은 학교 숙제를 넥 스트 앤서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대중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그와 함께 넥스트 앤서에 답변을 다는 기여자들의 숫자도 빠르게 늘 어났고, 자연스럽게 애드센스 (AddSence)로 고액을 정산 받는 이 들도 등장했다고 한다.
ID 그룹의 인터넷 광고 시스템인 애드센스와 넥스트 앤서의 결합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네티즌들이 보편적으로 궁금한 사안이나 핫이슈는 클릭수가 매우 높았고, 여기에 정확하고 유용한 답변을 달아 정식 답변으로 채택이 되면 애드센스의 분배금도 높아졌 다.
"오, 10만 달러 이상 정산 받은 사람이 벌써 10명도 넘었네."
10만 달러?
인플레이션이 마구 일어난 21세 기 중반 기준으로는 좀 적다하는 느낌이지만, 지금은 2000년이었다.
10만 달러 이상 받는 고액 연봉 자는 실리콘밸리 전체에서도 30% 미만이었다.
더욱이 넥스트 앤서는 이제 시작 이었을 뿐이다.
이용자가 보다 늘어나면 광고의 가치와 종류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 고, 지식 공여자들에게 돌아가는 액수도 많아질 것이다.
"UCC 서비스도 생기기만 하면 폭발적인 반응이 올 것 같은데."
유저 창작 콘텐츠라는 단어가 인 터넷에 등장한 지는 좀 되었다.
동영상 녹화 기능이 있는 丁터치 폰이 출시되고 나서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쉽게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컴퓨터의 성능이 크 게 오르면서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영상 편집이 PC로도 가능해졌다.
감각이 있는 몇몇이 이를 이용해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본인의 개 인 홈페이지나 톡톡에 올렸고, 상 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UCC는 1인 미디어로 가는 초입 이었다.
이 기세로 보자면 곧 동영상 UCC 사이트들이 나올 것이고, 궁 국의 UCC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유튜브도 조만간 등장할 거라고 기 대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러한 1인 미디어 서비 스는 애스센스와 찰떡궁합이었다.
짧은 텍스트 광고나 작은 배너
광고는 단가가 작지만, 동영상 광 고는 상당히 높은 가치를 자랑하니 말이다.
하여튼, 애드센스 정산금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넥스트컴 점유율은 탄탄했다.
야후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열심 히 따라하고 있지만, 일찌감치 포 털 시장과 뉴스 시장 그리고 각종 유료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넥스트 컴을 넘볼 수 없었다.
라이코스나 알타비스타 같은 최 약체는 매각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을 정도였다.
수익성이 없었던 탓이다.
미국의 IT버블 붕괴 전이라면, 온갖 곳에서 묻지 마 투자금이 물 밀듯 들어왔으니 돈을 벌지 못해도 사업을 확장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옥석을 선별했고, 수익 모델이 없는 곳은 투자를 꺼 렸다.
돈줄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라이 코스와 알타비스타가 취약한 수익 모델로 더욱 부각되었고, 그로 인 해 신규 서비스 런칭을 못하면서 뒤처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