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권 12화
금강산 관광 호텔이 있는 해변에 서 경계 초소를 옮기도록 유도한 것이다.
해변가에 있던 걸, 관광객들은 볼 수 없는 근처 야산 위로 올려놓 았다.
그런데 그 산은 제법 가파른 편 이었다. 덕분에 경계 근무를 하기 위해 산을 올라갈 때마다 전명헌 욕을 그렇게나 했다고 전해진다.
초소를 옮기게 만든 원흉은 여기 금강호에서 호화로운 대접을 받고 있는 유재원인데 말이다.
더욱이 유재원은 아무리 북한군이라도 살인자가 되는 것보다는 비 록 산을 타고 올라가야 하지만, 평 범하게 사는 게 훨씬 좋은 것이라 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환영 행사가 끝나고, 금강호가 우렁찬 고동 소리를 내며 출항을 알렸다.
유람선이었기에, 빠른 속도는 아 니었지만, 유재원 부부와 일행은 빠른 속도로 북한 땅에 가까워져갔다음 날.
금강산 근처에 만들어진 임시 항 구에 접안했다.
느릿하게 운항한 터라 배 위에서 만 12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배 안에서도 즐길 거리는 많았다.
버섯, 인삼, 뱀술 등등, 북한산 기념품도 잔뜩 구입했고, 그럴싸하 게 차려진 저녁도 먹었다.
남북경협의 물고를 빠르게 튼 덕 에 고난의 행군은 흑역사가 되어 사라져, 상차림도 제법 괜찮았다.
그렇게 북한 땅에 도착한 금강호 는 배에서 내릴 때도 환영 행사로 시끌벅적했다.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들어올 때 환영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번 엔 유재원과 티파니가 추가되면서 그 규모가 훨씬 성대해졌다.
환영 행사가 끝나고서 유재원을 향해 인민복 차림의 무리가 다가왔 다.
"안녕하십니까? 유재원 선생, 티 파니 유 선생의 역사적 금강산 관 광의 안내를 맡은 강철웅이라 합니 다. 여기는 보조를 맡은 수행원 동무들입니다. 두 분의 결혼을 진심 으로 축하하며, 무궁한 앞날이 있 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부진 얼굴의 강철웅과 여성 안 내원들이 었다.
선생이라고 하니 참 묘한 기분이 었다.
한국에서는 학생들 가르치는 사 람을 칭하는 단어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상대를 높 여 부를 때 붙이는 호칭이라고 한 다니 그러려니 했다.
동시에 유재원은 강철웅의 말 덕 에 결혼했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미국은 결혼하게 되면 아내는 남 편의 성을 따르게 된다.
그렇기에 티파니의 정식 이름은 티파니 유였다. 이제까지 풀네임으 로 불러볼 일이 없었으니, 이름이 바뀐 걸 인지하진 못했는데, 이제 야 실감이 났던 것이다.
"축하해주셔 감사합니다. 오늘 행사를 만들어주신 김정일 위원장 님께 감사하다고 꼭 전해주세요."
"예!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도 유재원 선생 부부를 특별히 신경 쓰라 말씀하셨습니다. 금강산 관광 에 그 어떤 불편함도 없을 것이라확실히 약속드립니다."
강철웅 일행과 인사를 하는 건 사전에 고지된 사안이었기에 유재 원과 티파니도 부드럽게 웅대했다.
"아, 그리고 저희도 답례품을 준 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준비된 선물을 김대석 을 통해 전달했다.
유재원이 가져온 선물의 규모는 제법 컸다.
i웍스 노트북 30대 그리고 X박 스 1,000 세트에 둠3, 헤일로, 철권 게임 DVD도 각각 1,000장을 챙겼 다.
i웍스 노트북은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가 쓰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서였고, X박스는 북한의 청 소년들을 위해 가져왔다.
"유재원 선생의 호의에 공화국을 대신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물론 이러한 선물도 사전에 협의 가 된 것이라 강철웅은 기다렸다는 듯 고맙다는 말을 했다.
다만 유재원은 지금 하는 선물이 과거 에그 시리즈처럼 북한 최고 지도자 앞까지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북한도 거의 보통 국가 수준이
되었다.
덕분에 여러 나라와 무역을 트는 중이었다.
과거처럼 북한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가 강하게 있지도 않았다.
덕분에 북한은 핵개발에 직접 관 련된 것만 아니면 정식 통로를 통 해 얻을 수 있었다.
컴퓨터와 같은 물건도 최신 CPU 가 부착된 모델을 출시하자마자 구 매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약간의 기대를 하는 건 김정일의 본인에 대한 관심이었다.
과거 김정일에게 에그 컴퓨터가 전해졌을 때, 본인의 이름을 인터 넷으로 검색하면서 유재원의 이름 도 넣었다.
에그 컴퓨터에 넣어둔 루트킷을 통해 전해진 정보였으니, 신뢰도는 100%였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소름이 쫙 끼 쳤다.
경호의 강화도 그때부터 시작되 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루트킷의 덕을 톡톡히 보 았지만, 유재원은 이번에 전해지는 i웍스에는 루트킷을 담지 않았다.
파악될 우려 때문이다.
한국이 보는 북한에 대한 선입견 은 못사는 나라였다.
실제로도 북한은 최빈국이긴 했 다. 하지만 국가 단위에서 전략적 으로 힘을 준다면, 상상 이상의 효 과를 내놓기도 한다. 북한의 IT 전 문가 육성이 그러했다.
IT에 대한 북한의 투자는 국가적 차원이었다.
아무래도 유재원이 맨손으로 ID 그룹이란 어마어마한 성과를 낸 것 을 보고 김정일이 뭔가 자극을 받 은 게 분명했다.
실제 IT 분야는 아이디어 하나로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이 기도 했다.
물론 유재원은 북한의 IT 육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독재국가에서 육성된 이들이 어 떤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나 싶다.
이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유튜브나 넷플릭스, 페이스북 같은 건 절대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양성할 수 있는 건 해커 들이다.
아니, 이런 이들은 해커도 아니 고 저질의 크래커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만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 았다.
그러니 유재원이 열심히 루트킷 을 만들어 숨긴다고 해도, 전문 크 래커들이 작정하고 달라붙어 분석 하면 찾아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더욱이 이제는 루트킷을 설치하 지 않아도 합법적인 방식으로 사용 자의 활동을 대강이나마 알아낼 방 법이 있었다.
i웍스 노트북의 랜카드 MAC 주 소와 설치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의 인증키를 통해서 말이다.
성대한 환영 행사가 끝나고서 2박 3일 일정의 금강산 관광이 시작 되었다.
3일 후.
조금 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 이 흘러 벌써 마지막 작별의 시간 이 되었다.
"또 올게요!"
"유재원 선생과 티파니 유 여사 의 방문은 언제나 진심으로 환영하겠습니다."
다시 찾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금강산의 절경은 절대 잊지 못할 모습이었다.
주변의 위험하다는 만류에도 금 강산 행을 결정한 것에 대해 조금 도 후회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직접 금강산 관광 호텔과 해안가를 돌아보기도 했는데, 과거 큰 문제를 일으킨 그 초소도 깔끔 하게 사라진 상태임을 확인했다.
다만 옥에 티가 몇 있었다.
금강산의 절경을 해치는 낙서들 이었다.
유재원이 말한 낙서라는 건 관광 객들이 누구누구 왔다감 하면서 해 놓은 낙서 따위가 아니었다.
-조선아 자랑하자, 5천 년 민족 사에 가장 이대한 김일성 동지를 수령으로 모시었던 영광을!
독재자 찬양을 위한 노골적인 글 귀가 금강산의 바위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티파니도 한글은 쉽게 읽을 수 있었기에, 그 글귀를 보고 웃음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절로 보였을 정도다.
손발이 절로 오그라지는 문장이었고,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께 미안해졌다.
마음 같아선 대놓고 비웃어주고 싶었는데, 북한 최고의 금기는 김 씨 부자를 모욕하는 것이니 애써 참았다.
다행히 내금강으로 들어서자 바 위에 낙서질은 거의 사라졌다.
내금강은 군사 지역이었기에 민 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서 프로파 간다를 위한 글귀를 새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 서 힐링을 제대로 하고 가는 유재원 부부였다.
북한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유 재원과 티파니는 다시 배를 타고 동해항으로 돌아왔고, 곧바로 김포 공항으로 가서 다음 일정을 위해 출국했다.
김포 공항을 떠난 전용기의 다음 목적지는 상하이였다.
"동방의 밝은 보석, 상하이에 오 신 걸 환영합니다."
상하이에 도착한 유재원 부부를 맞이한 건 텐센트의 마화텅 사장이 었다.
유재원을 반기는 마화텅의 모습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지만, 따지 고 보면 좀 이상한 그림이었다.
지금은 지극히 개인적인 유재원 과 티파니의 신혼여행 중이었으니 말이다.
ID 엔터테인먼트사의 중국 파트 너인 마화텅이 등판한 이유는 티파 니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전 세계를 둘러보는 김에, 현지 의 회사들이나 파트너사의 일도 잠 깐 챙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미 국이나 한국 말고 해외로 나가보는 건 처음이잖아.'
생각해 보니 스위스로 필즈상 메달을 받으러 간 거 말고는 다른 나 라에 가본 기억이 없었다.
그러니 신혼여행의 코스를 조금 조절하면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덕분에 신혼여행 코스가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유럽, 러시아 등을 거치는 식으로 짜여졌다.
전 세계의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위해 움직일 때, ID 그룹만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전 세계가 떠오르는 중국에 시선 을 빼앗기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 할 때에도 ID 그룹은 딱히 중국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 기업들에서도 활발 하게 이뤄지고 있는 생산 시설 이 전에 대해서도 최강욱 선에서만 조 금 논의되다가 말았다.
중국의 장점은 세계적으로 경쟁 력이 넘치는 저렴한 노동력에 있었 다.
게다가 중국 정부 차원에서 개방 을 선도하며 세계의 공장을 유치하 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 중이 었다.
공장 부지를 50년, 혹은 100년 초저가로 임대해준다든가, 세금 감면책은 기본이고 공장 이전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ID 그룹도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 다 노동 집약적인 조직이 많이 있 었다.
이를테면, 패키지 생산 공장, 키 보드나 조이패드, 마우스 따위를 만드는 안드로이드사의 하드웨어 파트, T터치폰이나 뉴에그3, i웍스 같은 전자기기를 조립하는 파트도 있다.
이러한 제품들의 조립은 대부분 한국에서, 일부는 미국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건비가 가장 비싼 미국이나, 상당히 상승한 한국에 비하면 중국 의 인건비는 거의 공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D 그룹은 중 국 진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중국이 펼치는 세계 기업들 의 유치는 방울뱀이 꼬리를 흔들어 먹이를 꾀어내는 소리와 똑같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조만간 경제 규모가 G2 까지 성장하지만, 선진국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다.
선진국의 가장 큰 미덕이란 모든 분야에서 상식적으로 예측이 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법을 어기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 한국에서 도 법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아니었다.
ID 그룹이 가진 자산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건 지적재산권 이다.
매년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생 산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눈 으로 볼 수 없는 소프트웨어다.
패키지라는 형태가 있긴 했지만, 불법 복제를 통해 짝퉁 CD에 담기 더라도, 컴퓨터에 설치하면 똑같으 니 말이다.
이러한 불법 복제 CD가 가장 많 이 생산되는 나라가 중국이었다.
당연히 ID 그룹은 중국 당국에 불법 CD 근절을 요청하고, CD를 만드는 이들의 처벌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떨어진 적은 없었고, 불법 CD 생산이 줄 지도 않았다.
한국도 불법 CD가 없는 건 아니 지만, 걸리면 패가망신 당하는 것이 당연한 나라였다.
과거에는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덕에 불법 CD 업자들은 본인 들이 이득을 본 것을 다 토해내고 도, 징벌적인 수준의 배상을 또 따 로 해야 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중국은 법률이 미비할 뿐 만이 아니라, 중국 지도체제 자체 가 불확실성의 총집합이었다.
각종 이권을 보장하는 중국의 보 증을 믿고 진출했던 많은 기업이 시간이 좀 지났다고, 호떡 뒤집듯 뒤집는 중국 당국의 조치에 피눈물 을 흘리며 탈출해야 했다.
애초에 중국이 저렴하게 세계 기 업들의 공장을 유치한 이유도 기술 획득을 위해서이지, 세계 기업들의 자선사업을 위해서가 절대 아니었 다.
이처럼 중국의 행보를 훤히 꿰뚫 고 있는 유재원이지만, 중국 시장 을 버릴 생각은 없었다.
G2라는 타이틀처럼 개혁 개방에 성공한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에 비 견될 정도였다.
중국 시장은 텐센트와의 협력처 럼 간접 진출의 형태로 최대한 이 득을 보려는 것이 유재원의 방침이었다.
그렇기에 첫 단추인 마화텅과의 관계는 중요했고, 중국 땅을 처음 으로 밟은 후에 제일 먼저 만난 인 사가 마화텅이 되는 것도 당연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