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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552화 (552/1,007)

27 권 11화

전산망에 접속한 김에 유재원은 전 세계 판매량을 살폈다.

모니터에 뜬 숫자는 282만 6,283대.

날이 지날수록 일간 판매량이 줄 어들긴 했지만, 이 정도 기세라면 발매 한 달을 기념할 시점에 300만 대를 넘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또한, 2차 출시 국가인 유럽이나 아시아 나라에 런칭을 하면 꺾였던 기세도 다시 치솟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 판매량의 반이나 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 다.

반면 일본 런칭에 대해선 유재원 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에서 소득 수준에 제 일 높은 나라가 일본이긴 했는데, 갈라파고스 현상이 너무도 강한 나 라였다.

특히 게임에 있어서는 일본인들 의 취향은 확고부동했다.

X박스의 원투펀치인 둠3와 헤일 로는 일본인의 취향과는 확실히 거 리가 있었다.

사실 이러한 정보는 유재원에게 ID톡이나 이메일로 가장 먼저 보고 가 왔을 사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혼여행 중이라 고 회사의 공식 업무는 사장들 선 에 위임된 상태라 유재원의 ID톡이 나 이메일은 텅 빈 상태다.

"이러면 증정 행사할 맛이 나는 데."

서울에서는 신혼여행만 즐기는 게 아니라, 회사 일도 잠깐 도와줄 계획이었다.

그중 하나가 X박스 증정 행사였 다.

ID 플래그쉽 스토어에 유재원이 깜짝 방문해서 X박스 구매자에게 직접 상품을 내주는 행사였다.

당연히 X박스만 증정하고 마는 게 아니라 선물도 뿌릴 예정이었다.

깜짝 이벤트인지라 미리 공지한 건 아니었고, 구매자에게 나눠줄 라이브 코인이나 조이패드, 게임 DVD 같은 게이머를 위한 선물도 유재원의 사비로 마련했다.

"곧 도착합니다."

김대석의 말에 유재원은 고개를 들었다.

한국 ID 플래그쉽 스토어 1호인 로데오점의 모습이 들어왔다.

우와와!

깜짝 이벤트의 반응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갑자기 플래그쉽스토어에 등장한 유재원 부부를 손님들은 선망하던 연예인을 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선 천재 개발자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한국 에서는 연예인의 성향이 더 강했다.

한국에서 유재원이 대중 앞에 나 설 때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국은 IDDC나 여러 기업 관련 행사를 통해 개발자나 경영자의 모 습을 보였다면, 한국에서는 국위를 선양하는 모습으로 뉴스에 등장했 으니 말이다.

게다가 2000년 총선에서는 잠잠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仁도에 등장 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은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 다.

IMF 사태로 인해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1999년에는 10%에 가까운 무시무 시한 경제 성장률을 보이면서 잠재 력이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2000년의 잠정 경제 성장률도 6%대로 매우 좋았다.

그렇기에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유재원은 국민적 욕 망을 저격하는 존재였다.

만약 유재원이 연예인처럼 CF를 의뢰 받았다면, 일성과 대한 일보 를 뺀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선택 할 만큼 호감도가 대단했다.

덕분에 플래그쉽 스토어 로데오점에 유재원 부부가 등장해 X박스 를 증정하는 행사를 시작하자 단번 에 화제가 되었다.

"사인 부탁드려요!"

유재원에게도 무수한 사인 요청 이 이어졌다.

보통은 X박스 패키지 위에다 받 았는데, 지금 사인을 요청한 사람 은 아예 패키지를 꺼내서 X박스 본체에 해달라고 요청했다.

"성함이?"

"이성혁이요!"

이성혁?

유재원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 어 보니, 알고 있던 그 얼굴은 아 니었다.

생각해보니 원조 이성혁은 1996 년생으로 지금은 겨우 5살에 불과 했다.

게다가 레전드 리그라는 AOS게 임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아쉬움을 느끼며 유재원은 사인 을 마쳤다.

하긴, AOS가 나오려면 아직은 멀었다.

지금은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 트를 대표로한

"으의 전성기였으니 말이다.

두 게임은 대박 중의 대박이 터 졌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폭발했 고, 워크래프트는 중국에서 터졌다.

유럽이나 미국은 스타크래프트로 조금 기울긴 했는데, 워크래프트 역시 인기였다.

당연히 e스포츠는 크게 활성화되 었다.

한국에서는 여러 기업이 팀이나 개인과 계약한 스폰 방식으로 운영 중이었다.

아직 프로팀 창단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시간문제라고 보았다.

더욱이 프로팀이 없었음에도 프 로게이머에 대해 대우와 인식은 아 주 좋았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의 개 인전 리그는 ID 엔터테인먼트 주관 으로 대회가 치러졌고, 상금의 규 모도 상당했다.

이와 별개로 출전 수당도 있으니 본선 무대를 밟기만 하면 상당한 출전료를 받을 수 있다.

생활이 안정되자 경기의 질도 크 게 올라갔고, 그에 따라 선수들에 게도 팬덤이 생기면서 관중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중이다.

유재원은 진짜 이성혁을 만날 때 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마음을 먹 었다.

그전에 해야 할 건 회귀 전에 블 리자드가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 지 않는 것이었다.

레전드 리그, 그 이전엔 도타, 그 이전엔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이 있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을 단번에 사로 잡은 게임이 블리자드의 유즈맵 게 임으로부터 태동했지만, 정작 블리자드는 이걸 무시했다가 큰 코를 다쳤다.

하지만 유재원이 이렇게 눈을 크 게 뜨고 있는 한, 그러한 실수는 절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증정 행사를 잘 마친 유재원은 그냥 가기 아쉬워서 X박스로 게임 도 플레이했다.

유재원의 제안에 순식간에 플래 그쉽스토어 2층에 공간이 생겨났 고, 프로젝터 스크린도 걸리면서 구경하기 편하게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리에서 유재 원은 매장을 찾은 고객들과 헤일로의 협동 플레이도 했고, 철권으로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유재원은 손님이라고 봐주는 법 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 승부했다.

그 결과 평소와 같이 게임 잘한 다는 소리가 당연하다는 듯 뒤를 따랐다.

그런데 이번에 약간 달라진 게 있었으니, 티파니의 활약이었다.

티파니도 유재원 못지않은 게임 마니아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플레이를 하 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티파니는 그런 과도 아니었다.

덕분에 행사가 끝날 때가 돼서는 부부가 다 게임을 잘하네라는 소리 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서울에서 간단한 공식 일정을 마 친 유재원과 티파니는 경복궁 투어, 인사동 쇼핑과 같이 티파니의 취향 을 저격하는 관광도 했다.

하룻밤 묵는 숙소는 당연히 ID 글로벌헤드쿼터 빌딩의 펜트하우스였다.

오랜만에 찾은 서울집이었지만, 느긋하게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다음 일정인 금강산 관광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기 때문이 다.

한산한 포구였던 동해항은 이제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한산했던 항구 가 지금은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 이 찾는 대한민국의 핫플레이스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금강산 관광의 첫 관문이 바로 동해항이기 때문이다.

김영삼, 김일성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타게 된 남북관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판 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담과 종 전 선언으로까지 이어졌다.

남북 화해 무드를 정착시킨 공로 로 클린턴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도 거론되고 있을 정도였다.

원래는 종전 선언이 있던 다음 해에 타는 것이 정상적인 행보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이라든지, 코소 보 사태 등등에서 클린턴이 실책을 보이면서 물을 먹었다.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올해의 노 벨 평화상은 클린턴일 가능성이 매 우 높다고 한다.

종전 선언을 이끌었던 전명헌과 김일성은 죽었고, 클린턴도 올해 퇴임을 하니 더는 미룰 수가 없다 는 이야기다.

노벨 평화상이 당연할 만큼 남북 평화는 세계적인 이슈였다.

자연스럽게 금강산 관광도 각광 을 받았다.

미래 그룹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아산의 주관으로 시행되는 금강산 관광은 예약이 내년까지 꽉 차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유재원 부부도 개인 자격으로 신 청했으면, 예약이 밀려 한참 기다 려야 했을 텐데, 북한과 아산이 먼 저 제안해주었기에 순식간에 허가 가 나왔다.

김대석의 말로는 아주 문제가 없 던 건 아니었다고 한다.

유재원의 수행원과 경호원에 대 한 문제였다고 한다.

유재원이 한 번 움직이면 동시에 움직이는 인원은 10명이 넘는다.

특히 경호에 민감했다.

반면 북한은 본인들을 믿지 못해과도한 경호를 한다고 생각했던 모 양이다.

결국, 북한 측에서 선심을 쓰는 척 유재원의 경호원들을 그대로 받 기로 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성사되 었다.

동해항에 도착해 설치된 출입국 심사대를 넘을 때, 느낌이 뭔가 좀 묘했다.

한 나라임에도 다른 나라에 들어 가는 것처럼 입국 절차를 다 밟아 야 했으니 말이다.

"신기한 느낌이야."

티파니도 유재원과 같은 기분이었나 보다.

한국 국적을 가진 유재원과 결혼 했지만, 티파니는 미국 국적을 그 대로 유지했다.

티파니야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 관없었지만, 유재원은 미국 국적이 좋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 다.

그렇다고 유재원은 티파니와 결 흔했다는 이유로 미국 시민권을 신 청하지는 않았다.

미국 국적 문제는 무척이나 예민 한 사안이었던 탓이다.

오죽하면 티파니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한국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된 건 티파니의 외가인 쉐브롱에 대한 이야기보다 국적 문제였다.

ID 그룹이 이제 미국 기업이 되 는 거냐 하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 다.

특히 유재원과 티파니의 2세가 태어나면 ID 그룹은 미국 국적 기 업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유재원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데, 언론과 네티즌들이 지지고 볶 으면서 루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미국이 좋은 나라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재원이지만, 앞 으로도 한국 국적을 놓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도 미국만큼이나 좋은 나라 이기 때문이다.

전생에 유재원이 한국서 겪은 고 생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 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로지 쓴맛만 보았던 건 아니었다.

게다가 2020년 이후로 기후가 크게 바뀌는데, 기후변화의 큰 영 향을 받는 나라 중에 미국은 최고 수위를 다투는 나라였다.

반면 한국의 변화는 지극히 드물 었다.

얼어붙은 땅인 시베리아가 광활 한 초원으로 바뀌고, 미국의 옐로 스톤 국립공원이 불바다가 되었을 때도, 딱히 심각한 변화는 없었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들 이 극심한 기후변화로 경제적, 정 치적 고난을 겪을 때도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기후 변화로 인한 4차 산 업혁명이 급속도로 이어질 때, 주 도하진 못해도 막차엔 탑승해 선진 국의 지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처럼 먼 미래를 생각하는 유재 원이었기에, 미국 국적은 본인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딸 생각은 추호 도 없었다.

대신 내년에 터칠 9.11 에서 막강 한 능력을 보여 명예시민증을 받는 게 유재원의 큰 그림이었다.

"유재원 부부의 금강호 승선을 열혈이 환영합니다!"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항구에 정 박해 있던 금강호에 오르니 요란한 환영식이 시작되었다.

유재원과 티파니에게 꽃다발을 증정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승무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동시에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조선중앙TV의 카메라도 보였다.

유재원과 티파니는 북한 측이 준 비한 환영 행사에 적극 호응했다.

지금이야 남북관계가 최고조에 오른 상태이지만, 언제 또 최악으 로 변할지 모른다.

이전 생에서 금강산 관광은 북한 이 예상치 못한 인명 사고를 내는 바람에 갑작스레 중단되었다.

되지도 않는 이유로 사과와 재발 방지까지 거부했다.

결국, 금강산 관광은 딱 10년간 유지되다가 무기한 중단되었다.

인명 사고라는 건 바로 경계병의 관광객 조준 사격이었다.

북한이 유일하게 개방한 관광지 에 무장한 군인이 경계를 서는 초 소가 남아 있었고, 심지어 초소에 근무하던 초병이 관광객인 걸 뻔히 알면서도 탄을 발사했다.

사고가 나고 나서 후폭풍을 수습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북한 은 나 몰라라 했다.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김정일은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인민군의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때까 지 걸린 시간은 거의 30년에 가까 웠다.

유재원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때, 전명헌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조언을 드리면서, 과거의 어처구니 없는 인명 사고가 발생할 여지를 초반부터 제거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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