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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550화 (550/1,007)
  • 27권 9화

    회귀하고서 쉬지 않고 달린 지도 12년이나 되었다.

    덕분에 현재의 ID 그룹을 일굴 수 있었다. 하지만 유재원이 생각 하는 궁극의 목표점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었으니, 제때 쉬어줘야 했다. 아니, 아무리 내구 성 좋은 기계라도 틈틈이 닦고 조 이고 기름칠 해줘야 탈 없이 운용 할 수 있었다.

    유재원은 ID 그룹의 임직원들에 게는 꼬박꼬박 휴식을 챙겨줬으면 서 본인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 갈 수는 없었다.

    결혼을 기회로 이번에 세계를 돌 아보면서 푹 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티파니도 당연히 찬성이었 다.

    티파니도 T&U 리서치라는 회사 를 창업한 사장님이긴 했지만, 1달 정도 시간을 빼는 것에는 문제없었 다.

    직원들의 숫자는 30명 정도로 소 규모였지만,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들었고, 쉐브롱을 나올 때 티파니를 따라퇴사한 임원도 있어 회사 운영을 믿고 맡길 수가 있었다.

    그리하여 30일 간의 세계 일주라 는 테마로 신혼여행 코스가 정해졌 다.

    하와이, 발리, 몰디브 같은 기존 의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던 장 소는 물론이고, 전혀 새로운 코스 도 잔뜩 들어 있었다.

    이를테면 제주도였다.

    80년대 말까지 한국에서 신혼여 행은 무조건 제주도였던 때도 있었 지만,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지금 은 아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제주도 에 유재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있었 고, 이후 제주도는 몰라보게 달라 졌다.

    지금까지 관광자원 개발, 그리고 전지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제 주도에 투입된 유재원의 자금은 조 단위를 훌쩍 넘었다.

    그렇기에 제주도는 유재원의 앞 마당이나 다름이 없었고, 이번에 신혼여행도 즐기면서 홍보도 함께 하기 위해 추가된 코스였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추가된 코스 가 또 있으니, 금강산이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 강산 관광은 아직 한국에서만 인기 가 있었다.

    한국에서의 인기만으로도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북한의 욕심은 금강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유재원은 과거에도 한 번 가보지 못한 금강산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 다. 북한 당국의 의지와 유재원의 호기심이 맞물리면서 신혼여행 코 스에 금강산이 들어가는 게 성사되 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배웅 나온 가족들 그리고 회사 식구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마친 유 재원은 티파니와 함께 비행기에 탑 승했다.

    잠시 후, 유재원과 티파니 그리 고 경호팀과 수행원들이 탑승한 ID 그룹 전용기는 활주로를 박차고 하 늘로 떠올랐다.

    곧이어 비행기는 첫 번째 목적지 인 제주도를 향해 기수를 정했고 속도를 높였다.

    ID 그룹 전용기가 제주 국제공항 에 우아하게 착륙했다.

    경호팀이 제일 먼저 내렸고, 다음이 신혼부부라고 바로 표가 날 만큼 차려입은 유재원과 티파니도 뒤따랐다.

    그리고 김대석을 비롯한 수행원 들이 마지막으로 내렸다.

    이후 ID 그룹의 전용기는 제주 국제공항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다 시 날아올랐다.

    전용기에는 한국에서 오셨던 부 모님 그리고 하객들이 남아 있었고, 이들을 모두 서울에서 한 번에 내 려주기 위해 다시금 날아오른 것이 었다.

    " 이쪽으로."

    전용기가 고도를 올릴 때까지 손 을 흔들어준 유재원과 티파니는 김 대석의 안내에 따라 제주 국제공항 을 빠져나갔다.

    유재원 부부가 온다는 소문을 또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공항 입 국장은 기자들로 가득했다.

    다행히 큰 소란이 일어나진 않았 다.

    출입국관리소 측에서 유재원 일 행의 편의를 봐주어서 입국 절차는 빠르게 끝났고, 먼저 나간 경호원 들이 포토라인부터 깔끔하게 정리 를 해놓고 나서 유재원과 티파니가 움직였다.

    시원한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 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유재 원과 티파니가 입국장을 나서자 카 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지기 시 작했다.

    -회장님! 이쪽도 봐주세요!

    -신혼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하 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주도에서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으십니까?

    플래시 세례를 터트리는 기자들은 질문도 중구난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은 잠 깐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줬다.

    "제주도는 금강산과 더불어 세계 적 관광지가 될 잠재력이 있습니다. 80년대의 이미지가 남긴 고정관념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 지만, 세계인에 의해 진가는 곧 드 러날 겁니다."

    FM적인 이야기를 먼저 마친 유 재원이 티파니를 보았다.

    "재원이가 제주도에 신비한 장소 가 많다고 기대하라고 했어요. 도깨비 도로, 성산 일출봉, 비자림, 고짜왈? 곶자왈도 가볼 거고, WOW 원더랜드도 빠질 수 없죠. 아! 마지막으로 한라산도 기대가 돼요."

    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티파니로부터 상당히 유창한 한 국어가 술술 나올 줄은 기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유재원이나 지인들에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원래 머리가 좋았던 티파니였고, 유재원과 교제를 하고부터 한국어 공부도 틈틈이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티파니의 한 국어 실력은 쑥쑥 올랐다.

    한인 교포보다 더 유창하고 정확 한 발음으로 말하기와 듣기, 심지 어 쓰기까지도 가능한 경지에 올랐 다.

    유창한 한국어 덕분에 기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원래 티파니에 대한 대중들의 이 미지는 긍정적이었다.

    ID 그룹에서 결혼 발표를 했을 때부터 티파니의 배경에 대한 기사 들이 종종 나왔을 정도다.

    그런 티파니가 한국어도 잘한다 고 하면 관심을 보일 사람들은 더 많았다.

    더욱이 티파니의 말은 한국 사람 에게만 어필되는 게 아니었다.

    대중들이 SNS를 통해 첼럽들의 일상을 간접 체험하는 건 이제 익 숙한 일이었다.

    티파니는 21세기 사람들처럼 틱 톡을 잘 사용했고, 덕분에 팔로워 규모는 헐리우드 배우들보다 높았 다.

    오늘의 일도 티파니의 SNS를 타 고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짧게 인터뷰를 마친 유재원 부부 일행은 곧 출구로 이동했다.

    거기엔 한참 전부터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차량들이 있었다.

    경호원들이 탈 고기동 SUV차량 과 수행원들이 탈 고급 세단, 그리 고 아주 낯선 모양의 웨딩카 한 대 가 대기 중이었다.

    차량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외 제차였다.

    전명헌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유재원의 한국에서의 의전 차량은 모두 미래 자동차로 썼다.

    지금은 미래 자동차 차량은 외국 산 차량으로 교체 중이었다.

    당장 제주 국제공항에 대기 중이 었던 차량은 독일의 자존심으로서 삼각별 마크로 유명한 메르세데스-벤츠였다.

    SUV부터 세단까지 모두 벤츠 차 량이었는데, 돈이 썩어나가서 제일 비싼 차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ID 테크놀로지의 파트너 회사로 서 상부상조하기 위해 차량을 구매 한 것이었다.

    벤츠사는 ID 테크노롤지의 초음 파센서를 제일 먼저 자동차에 채택한 회사였다.

    초음파 센서는 원래 드론에 장착 하기 위해 입수한 기술이었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장치가 바로 자 동차였다.

    차간 거리 감지부터 갑작스러운 장애물 등장과 같은 사람이 반응하 기 어려운 영역에서 자동 제어로 자동차의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장 비였다.

    초음파 센서 말고도 벤츠와 협력 하는 부분은 많았다.

    단적으로 초음파센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센서에서 오는 신호를 모두 종합해 자동차 주행에 적용하 는 기술이라든가, 자동차에 인터넷 을 결합하는 기술 등에도 협력 중 이었다.

    미래 자동차에도 관련 제의를 하 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아직 연락 이 없었다.

    아무래도 전재근 미래자동차 회 장은 유재원이 왕자의 난에서 전재 구 미래건설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고 판단하고 단단히 삐친 모양이었 다.

    개인의 감정을 기업의 경영에 적 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데, 전재근이 그걸 알아차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모양이다.

    하여튼, 파트너 회사가 된 벤츠 자동차 사이로 돋보이는 웨딩카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 는 모습이었다.

    2인승 컨버터블 차량인데, 시대 를 한참 앞서간 모습의 슈퍼카 같 았다.

    웨딩카라서 본네트와 사이드미 러, 뒤쪽 스포일러에 주렁주렁 달 린 리본과 꽃장식이 옥에 티이긴 했다.

    하지만 그러한 장식으로도 세련된 디자인을 숨길 수는 없었다.

    "멋지다. 레이싱 머신 같아!"

    기름집 딸이라고 자동차에 나름 안목이 있는 티파니마저도 단번에 멋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티파니는 주머니에 서 T터치폰을 꺼내 준비된 자동차 를 찍었다.

    "역시 사모님의 안목이 대단하군 요!"

    그 모습에 라이트닝볼트 사의 볼 트 사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웨딩카로 준비된 차량은 라이트닝볼트 사의 최신 전기 자동차였다.

    제주도에 입성한 지도 벌써 5년 이 넘은 라이트닝볼트 사의 규모는 상당히 거대해졌다.

    개발직에만 100명이 넘는 석박사 급 인재들이 활동 중이었다.

    라이트닝볼트 사에 내려진 임무 는 100% 전기로만 작동하는 제대 로 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상당한 난이도의 과제였지만, 라 이트닝볼트 사는 그 과제를 성실하 게 수행했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물건이 지금유재원과 티파니 앞에 놓인 슈퍼카 형태의 전기자동차였다.

    100% 전기 모터로만 움직이는 자동차였고, 그 성능은 슈퍼카에 못지않았다.

    정지 상태의 자동차를 시속 100km로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은 불과 3.6초로 처음부터 최대 토 크가 나오는 전기 모터의 힘을 제 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대단한 힘을 뿜어주는데, 너무도 조용해서 인위적인 모터 소 리를 내도록 스피커 장치를 해야 했다.

    보통 차가 달릴 때 소리가 나지 않으면 어색하게 느끼고, 주변 사 람들이 차가 오는 걸 인지하지 못 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어서 추 가된 기능이었다.

    덕분에 듣기 좋은 엔진 소리를 조합하는 일까지 해야 했다.

    동시에 유재원은 시대를 앞서가 는 멋진 디자인을 요구했다.

    전기 자동차라면 당연히 미래에 서 튀어나온 듯한 디자인이어야 한 다.

    기존의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모터로 간소화된 구동 계 덕분에 기존 자동차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동시에 이렇게 해야만 전기자동 차가 안고 있는 단점을 희석할 수 있었다.

    "LV-F1 입니다."

    볼트 사장이 웨딩카를 앞에 두고 짧게 설명을 시작했다.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 다.

    보잉의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취미로 전기 자전거를 만들 때만 해 도, 이렇게 번듯한 슈퍼 전기차를 만들어 낼 거라는 상상은 조금도 못 했다.

    그러다가 유재원에게 발탁되고 나서 볼트 사장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카본 프레임의 전기 자전거 양산 에 성공했고, 실리콘밸리에서는 대 박을 터트렸다.

    수많을 가능성과 미래를 바꿀 혁 신을 연구하는 실리콘밸리의 일꾼 들 사이에 전기 자전거로 출퇴근하 는 모습을 보는 건 어색하지 않았다.

    LV-Fl은 볼트 사장의 욕심이 담긴 물건이었다.

    유재원이 요구한 미래지향적인 세련됨이란 볼트 사장의 로망이기 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의 오류도 남 아 있어서는 안 되는 법.

    예산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입한 덕에 지금 눈앞에서 LV-Flo] 완성 되었다.

    안타까운 건 원래 공개할 시점은 유재원의 결혼식이 아니라 새천년들어 가장 처음 열리는 국제 모터 쇼인 제네바 모터쇼였다는 점이다.

    결국 제네바 모터쇼에는 프로토 타입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파격적인 디자인에 100% 전기로 구동되는 프로토타입은 제 네바 모터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 켰다.

    그리고서 실제 작동되는 첫 번째 모델이 오늘 유재원과 티파니의 웨 딩카로 공개된 것이다.

    효과는 충분했다.

    유재원과 티파니 부부의 한국 입국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매스컴의 규모는 웬만한 팝스타 내한보다 더 많았으니 말이다.

    입국장에서 간단히 인터뷰를 마 친 후에도 기자들이 계속 따라와서 지금은 볼트 사장과 LV-F1 을 찍고 있으니 말이다.

    "한 번 교환으로 200KM를 움직 일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50개 나 되는 교환소를 만들어 뒀으니 마음껏 속도를 즐기셔도 문제없을 겁니다."

    볼트 사장은 LV-F1 의 스펙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전이 아닌교환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고출력 충전기로도 완충을 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리는 탓이다.

    연료탱크가 텅 비어 있어도 몇 분이면 충전이 끝나는 기존의 자동 차에 비해 가장 큰 단점이 충전이 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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