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47화 (547/1,007)

27권 6화

새롭게 뜬 오프닝은 철권 태그토 너먼트 HD 였다.

98년에 아케이드 게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게임이었지만, X박 스용으로 포팅되면서 HD라는 부제 가 더해졌다.

720P에서 60프레임을 안정적으 로 뽑아주었고, 높아진 해상도에 따라 캐릭터 그리고 배경, 파괴 가 능한 오브젝트 등등의 텍스처 화질 을 HD급으로 업그레이드했기 때문 이다.

이미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뽑을 만큼 뽑았고, 있는 그대로 내도 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남코 측에서 먼저 나서서 HD 로 업그레이드를 해줄 리 만무했다.

그것은 ID 그룹의 개발비 지원과 기술 지원을 통해 이뤄진 작업이었 다.

얼마나 큰돈이 지원된 것인지는 비밀 엄수 계약으로 공개하진 못한 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개발사마다 각자 다른 크기의 지원금이 나갔다.

이게 공개가 되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원금의 크기는 ID 그룹이 결정했지만, 액수에 따라 줄 세우기가 이뤄질 수도 있고, 누구는 많이 주 고, 누구는 적게 줬다고 불평이 쏟 아질 수도 있었다.

하여튼, 철권 태그토너먼트 HD 를 만든 남코에도 퍼스트파티 개발 사만큼 많은 돈이 주어졌다.

덕분에 철권 태크토너먼트 日日에 는 X박스 독점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었다. ID 그룹에서 지원해서 만들어진 게임이 그대로 플레이스 테이션2로도 나온다면 지원금을 줄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플레이스테이션2 에도 철권 태그토너먼트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HD 버전은 X박스용으로만 나온다는 이야기다.

남코 측에선 처음엔 독점안을 거 부했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2의 최종 스펙이 확정되고 나서 ID 그룹 손 을 들어줬다.

HD 버전은 고해상도 텍스처, 다 이나믹한 광원과 그림자 등등이 추 가되어 CPU와 GPU의 연산력이 대거 필요해졌다.

아케이드 버전보다 더 퀄리티가 좋아졌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문제 는 X박스는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연산력 이 었는데, 플레이스테 이션2 에서는 부족했다.

해상도를 내리고, 광원 몇 개를 빼고, 그림자의 퀄리티를 좀 줄이 는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어떤 식으로든 다운그레이드가 필요했는데, 그대로 내면 게이머들 의 원성이 자자할 것 같다는 내부 적인 판단이 선 것이다.

-철권 태크토너먼트 HD의 업그 레이드는 단지 비주얼적인 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인터넷 시대 아 닙니까? 철권 태그토너먼트 HD에 는 전 세계의 고수들과 온라인으로 대결할 수 있는 온라인 매칭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우와아아!

환호가 터지지 않을 수가 없었 다.

철권은 이미 북미에서도 인기 게 임이 었다.

버추어 파이터가 첫 3D 대전 게 임의 시초가 되었지만, 곧 철권이 이를 능가했다.

플레이스테이션 1의 킬러 타이틀 로 철권 3가 큰 몫을 차지했을 만 큼 인기가 좋았다.

그러면 당연히 철권 4가 런칭 타 이틀이 되어야 했지만, 4는 사실상망작이 었다.

대신 남코 측에서도 전혀 기대하 지 않았던 땜질식 타이틀인 태그토 너먼트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대전 기능은 당연히 ID 그룹이 제공하는 서버를 통해 지원 되었고, 미리 공인한 것처럼 첫 3 개월 동안은 무료였다.

이후에도 계속 온라인 대전을 즐 기고 싶다고 하면 온라인 구독권을 구매하면 된다.

-마지막 런칭 타이틀은 뭘까요?

유재원의 물음에 객석 사람들은 앞다투어 한 글자를 외쳤다. 열광적인 반응 속에서 유재원은 역시 우리 고객님들 하는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역시 이 타이틀을 빼놓고 차세 대 게임기를 말할 수 없겠죠. 둠3 를 소개합니다.

둠 3.

헤일로가 차세대 SF FPS였다면 둠은 전통의 최강자였다.

비슷하게 SF의 배경이었지만, 헤 일로가 푸른 톤으로 경쾌하고 밝은 느낌이었다면 둠은 붉은 톤에 굵고 묵직한 느낌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일찍 완성된 둠3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호러물이었던 예전의 둠이 아니 라, 액션성이 극한으로 치달아 오 른 본래의 둠을 계승하고 발전했다.

화성의 악마들이 측은해 보일 정 도로 둠가이의 파괴력은 거침이 없 었다.

또한 호쾌한 액션을 방해하는 요 소는 최대한 배제하는 쪽으로 디자 인되었다.

이를테면 리로드 같은 건 둠가이 에게 필요 없었다.

탄창이 비워질 때까지 화력을 퍼 부을 수 있도록 무기들이 재설계되었다.

당연히 그래픽적인 면에서도 압 도적인 진보를 이뤄냈다.

철권 태크토너먼트 HD가 시연될 때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던 객석이 었는데, 지금은 그저 넋을 놓고 화 면에 집중했다.

길버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떡 벌어진 입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푹 빠졌다.

징그럽게 꿈틀대는 괴생명체의 미끄덩한 질감이나 매카닉과 이상 하게 결합된 악마들은 꿈에 나올 것처럼 무서웠고, 비현실적이지만 사실적이 었다.

더욱이 그런 악마들을 썰어 나가 는 둠가이의 플레이는 전작보다 훨 씬 호쾌했다.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한 발 더 미래를 향해 나아간 둠3의 모습에 게이머들은 하나 같이 감동했다.

둠은 그들에게 이런 게임이었다.

유재원의 X박스 발표가 끝나자 마자 쿠타라니 켄의 플레이스테이 션2의 발표가 있었다.

소니의 계획은 유재원의 X박스 가 무얼 발표하든 플레이스테이션2 와 압도적인 수량의 타이틀로 묻어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쿠타라니 켄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있던 것은 유재원 덕 (?)에 한층 레벨 업이 이뤄진 플레 이스테이션2의 성능과 5년간 다진 압도적 퍼스트파티의 지원이었다.

더욱이 3개월의 시간이 더 생기 면서 개발사들이 게임을 완성할 시 간이 추가로 주어졌다.

원래 일정이었다면 런칭 타이틀은 한 손에 꼽지도 못할 정도로 적 었지만, 지금은 10개가 넘는다.

그렇기에 압도적인 팬덤에, 물량 공세로 X박스가 뜨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다.

뚜껑을 열어 놓고 보니, 소니 측 의 계산은 완전히 무너졌다.

예상 자체가 너무도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것들만 가득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X박스의 실제 성능은 강화가 이 뤄진 플레이스테이션2보다 50%는 더 높았다.

HD해상도에서 고정 60프레임을 뿜어준다니. 쿠타린 켄도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HD급 디스플레이 장치도 없는 상황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 다.

실제로 어렵게 입수한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2를 브라운관 TV와 연결해 DVD를 재생한다든가, 동시 발매 타이틀을 돌려 보면 결과물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대형 스크린으로 보니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2의 퀄리티 차이가 극심해 보였다. 만약 LCD TV의 시대가 빨리 찾아온다 면 플레이스테이션2의 수명은 예정 보다 훨씬 빠르게 끝날 수도 있다 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더욱 큰 문제는 입소문이었다.

E3는 수십만 명이 찾는 거대한 행사였고, 이들의 평가는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CPU, GPU, 메모리 용량이라는 게임기의 핵심 장치를 비교할 때 숫자 차이가 너무나 났다.

천재적인 언플 능력을 가진 쿠타 라니 켄이라도 이를 뒤엎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플레이스테이션2와 X박 스는 299달러라는 동일 가격이었 다.

숫자 대결로 가면 턱없이 밀린 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듀얼 코어도 아니었고, GPU의 성능도 부족했고, 메모리 용량도 X박스보다 작았다.

소니도 플레이스테이션2 기기 자 체는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인데, 손 해의 크기는 X박스 보다는 작았다.

문제는 X박스보다 대당 손실액 이 훨씬 작았음에도 소니에겐 훨씬더 치명적이었다는 점이다.

자본력에 있어서 ID 그룹을 당해 낼 수 없었던 탓이다.

90년대 막강했던 소니의 가전 분 야는 이제 점점 손실이 나고 있었 고, 음반과 영화 부문도 신통치 않 았다.

소니 그룹이 거느린 포트폴리오 에서 그나마 돈이 나오는 구석은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였기 때 문이다.

그나마 쿠타라니 켄이 희망적인 건 동시 발매 타이틀의 구색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액션부터 RPG까지 매우 다양 장르를 자랑했다.

반면 X박스는 액션과 FPS게임이 전부였다.

원래 과거에도 X박스는 FPS 머 신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특정 장르에 편중되긴 했다.

안타깝게도 쿠타라니 켄이 파악 한 단점은 유재원도 익히 알고 있 던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동시 발매 타이틀이 액 션에 치중된 이유는 간단했다.

무려 헤일로와 둠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 르는 FPS 였고, 둠3면 끝이었다.

이제부터 모든 행보가 전설이 될 헤일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원투 펀치에, 철권이라는 최고의 접대용 게임이면 앞으로 몇 달간은 문제없다는 것이 유재원의 판단이었다.

이후 추수감사절 시즌을 대비하 고 있는 것은 폭력적인 게임 록스 타 게임즈를 일약 업계 최고로 끌 어 올려주는 GTA 3였다.

원래 유재원의 X박스 로드맵은 E3에서 게임기를 공개하고, 소매점 판매 시작은 추수감사절로 생각했 었다.

사실 그것은 최후의 데드라인 같 은 것이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X박스 프 로젝트의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진 행되었고, 덕분에 E3에서의 발표를 마치자마자 전 세계 ID 플래그쉽 스토어 그리고 각종 전자제품 매장 에서 대대적인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최후로 잡았던 추수감사절 에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면, 플레 이스테이션2에 밀릴 수도 있었다.

모든 일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지만, 시장을 선점하는 건 성공적인 비즈니스에 있어 큰 플러스 요소였으니 말이다.

천만 다행히 X박스가 최후의 가 이드라인보다 한참 일찍 발매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헤일 로와 둠3의 지연 없는 완성 덕이었 다.

두 타이틀에 대해 유재원이 거는 기대는 너무도 거대했다.

하지만 시간을 맞춘다고 일찍 발 매하도록 압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 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면서 미완 성 상태로 발매해 망친 게임들은 수도 없이 많았으니 말이다.

유재원은 제작자들이 스스로 만 족할 때까지 묵묵히 자금과 기술을 지원했다. 그 결과가 오늘 빛을 발 했다.

다음 날.

X박스의 초고스펙 기기와 헤일 로, 둠 3은 놀라운 폭발력을 발휘 하기 시작했다.

전자오락 엑스포, 일명 E3의 개막식에서 X박스의 컨퍼런스가 있 었고, 그날 곧장 미국과 캐나다를 묶은 북미, 그리고 한국에서 정식 발매가 시작되었다.

X박스 프로젝트의 완성이 최후 의 데드라인보다 훨씬 일찍, 최상 의 타이밍에 이루어졌지만, 글로벌 출시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탓이다.

전자기기를 출시하려면 전파인증 을 통과해야 하는데, 유럽은 특히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행정적 인 처리도 매우 느렸다.

더욱이 ID 그룹의 최우선 국가는 미국과 한국이었기에, 두 나라에서 제일 먼저 출시되고, 여건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도 순차적인 발매를 예고했다.

-X박스, 새천년에 걸맞는 최강 스펙의 게임기!

-AV포럼, X박스의 DVD 재생 능력, 역대 최강-홈미디어 허브로도 각쾅!

다음날부터 매스컴에서는 X박스 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ID 그룹 홍보 부서가 쉬지 않고 일한 덕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 한 X박스 자체가 경쟁사를 능가할 만큼 잘 만들어졌기에, 홍보실은 본연의 업무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언론의 성향에 따라 어필하는 부 분도 제각기 달랐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당연히 강력한 성능이었다.

숫자로 놓고 보면 딱 비교가 되 어 더 알아보기 쉬웠으니 말이다.

덕분에 X박스는 플레이스테이션 2와 동급이지만, 성능은 최소 50% 이상 앞서 있다는 것이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다음으로 둠3와 헤일로, 그리고 철권 태그토너먼트 HD에 대한 이 야기가 많았다.

게임기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즐길 게임이 많아야 하니 말이다. 플레이스테이션2가 현재 유일하게 앞서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X박스는 일찍 나왔고, 플레이스 테이션2는 3개월 늦게 나오면서 출 시일이 같아졌다.

3개월의 시간이 더 주어졌던 플 레이스테이션2는 퍼스트파티와 서 드파티가 준비할 시간도 많아지면서 동시 발매된 게임도 많았다.

하지만 북미에서 만큼은 X박스 가 플레이스테이션2에 밀리지 않았 다.

국민 게임 둠3와 이제 막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헤일로가 플 레이스테이션2의 다른 게임들을 다 잡아먹어버릴 만큼 존재감이 대단 했기 때문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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