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45화 (545/1,007)

27권 4화

1월 맥월드에서 발표된 애플사의 신제품은 아이팟 3세대뿐만이 아니 었다.

맥월드의 주인공은 아이팟 3세대 가 아니라 OS X이라는 운영체제였 다.

애플사는 독자적인 GUI인터페이 스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 이름이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줄 임말인 OS 였다.

이번에 발표된 건 버전 10이었 고, 숫자 10을 로마숫자로 치환해 X라고 했다.

그래서 OS X라고 네이밍이 된

것이다.

하지만 OS X는 기존의 애플사 의 운영체제와 호환성이 크게 떨어 졌다.

그도 그럴 것이 OS 9까지의 구 식 운영체제는 구조적인 문제로 선 점형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못했 고, 여러 신기술의 지원도 부족했 다.

특히 3D 처리 능력에 있어서 한 계가 컸다.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근본부터 바꾸기로 결 심했다.

그리하여 가져온 것이 바로 넥스 트스텝이라는 운영체제였다 .

넥스트스텝은 스티브 잡스가 애 플사에서 쫓겨나고서 창업한 넥스 트라는 회사에서 만든 운영체제였 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버금가는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했지만, 넥스 트스테이션이라는 자체 시스템에서 만 구동되는 폐쇄성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진 못했다.

대신 기술적인 완성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것을 그대로 애플사에 가져와서 맥 컴퓨터를 위한 운영체제로 계승했다.

os X의 모바일 버전이 아이팟 3세대에 탑재되었고, 이를 통해 안 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와 경쟁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좀 너무했네."

유재원의 입에서 너무하다는 말 이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라이브팟 그리고 안드로이드 ME 사용자가 아이팟 3세대나 OS X를 직접 다뤄보기만 하면 바로 알아차 릴 수 있을 만큼, 기기 그리고 운 영체제의 모습이 흡사했기 때문이다.

애플만의 독자적인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시스템을 다룰 때 안 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생각나는 모 습들이 참 많았다.

특히 보안 시스템의 경우에는 안 드로이드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 다.

개인 정보를 저장하는 보안 구역 을 만들고 이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따로 둔 것이다.

아이팟 3세대 역시 라이브팟 그 리고 T터치폰을 참조한 모습이 많 이 보였다.

한손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터치 인터페이스나 하드웨어의 구조는 거의 쌍둥이라 할 만큼 흡사했다.

오죽하면 일부 IT 전문 매체에서 는 스티브 잡스가 혁신을 포기하고 ID 그룹을 따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미투 전략이 1인자를 추격하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

다만 유재원은 스티브 잡스의 선 택에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효율만 따지면 미투 전략만큼 좋 은 건 없었으니 말이다.

잘 나가는 1등을 모방하는 건 기본이었고, 한국에서는 국가 차원에 서 취했던 전략이었다.

"영리하게 따라 하기도 했고."

물론 유재원은 어설프게 따라하 면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특허 침해가 걸리기만 하면 바로 소송에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아직 애플과 소송전이 시작되진 않았다.

애플사가 바보는 아닌지라, 특허 도용 소송을 피하기 위한 여러 가 지 장치를 마련해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기기를 뜯어보면 아이팟 3세대는 라이브팟이나 T터치폰과는 완벽히 흡사하진 않았다.

일부는 아이팟 3세대가 더 나은 점도 있었다.

바로 모바일 프로세서였다.

아이팟 3세대에 채용된 칩은 ARM이 설계한 코텍스 a4이라는 아키텍처가 탑재되어 있었다.

ID 테크놀로지의 MAP와 비교하 면 코텍스 a4가 절대 성능은 떨어 지지만 전력 효율성은 매우 좋았다.

덕분에 아이팟 3세대의 작동 시 간은 라이브팟보다 길었다.

다만 전력 효율을 위해 성능을

포기한 탓에, 게임에서는 라이브팟 이 앞서 있긴 했다.

하지만 음악 감상이 주된 목적의 기기였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os X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용자가 유사성을 가장 크게 느 끼는 부분은 인터페이스였다.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좀 비슷하 다고 소송을 걸 수는 없었다.

대신 운영체제의 핵심이 커널 시 스템은 완전히 달랐으니 말이다.

"아이폰도 똑같으려나?"

애플사의 동향을 보면 빠르면 늦여름 늦어도 추수감사절 때 비장의 카드인 아이폰을 꺼내들 확률이 매 우 높았다.

ID 그룹도 당연히 스마트폰을 준 비 중에 있었지만, 아이폰은 이보 다 1년쯤은 빠른 출시를 하는 것이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은 걱 정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유재원이 예상하는 대로 올해에 아이폰이 나온다면, 원래의 역사보 다 7년이나 앞선 시점에서 출시하 는 것이었다.

IT 분야에서 엄청난 기술 혁명이 일어나서 시간 가속이 이뤄졌다고 해도, 이렇게나 빨리 출시된 아이 폰은 그 완성도를 장담하기 힘들었 다.

더욱이 애플사의 신제품들이 안 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성 이었다.

아이팟 3세대가 라이브팟보다 좋 은 건 사실이지만, 가격까지 포함 한다면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진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100만 원이 넘었다.

미국의 소득 수준이 높다고는 해 도, mp3 플레이어에 100만 원을 선뜻 쓸 수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 로 극소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다면, 일단 가격이 발목을 잡을 게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에 이른 유재원은 정보팀의 보고서를 닫았다.

애플사의 동향보다 더 시급한 일 이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전자오락 박람회, 보통은 E3라 불리는 세계 최대, 최 고의 게임쇼였다.

E3쇼에도 ID 그룹은 그간 꾸준 히 참석했었다.

ID 엔터테인먼트의 게임들을 소 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E3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스 가 꾸려졌다.

아쉬운 건 단독으로 이름을 기록 하진 못했다는 점이다.

SCE,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에서도 D 그룹 부스만큼이나 크게 부스를 열었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E3의 주관 단체에서도 아예 올해의 테마 를 X박스 대 플레이스테이션2로 잡았다.

소니 측에선 그?러한 라이벌 구도 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했다.

비디오 게임 업계 최강 타이틀을 수년간 독차지한 플레이스테이션과 아직 타이틀 하나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X박스가 무슨 라이벌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E3가 열리는 곳은 유재 원의 앞마당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였고, 대다수 게이머는 이미 라이 벌 구도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확실한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 면서 E3에 관한 관심은 역대 최대 치로 폭발해버린 상태였다.

오죽하면 온라인 상에서는 플레 이스테이션파와 X박스파 사이에 큰 싸움이 붙을 지경이었다.

유재원 역시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가 끝난 덕이다. 바 로 내일 각자 준비한 것들을 모두 꺼내서 게임계의 최강자가 누구인 지 가릴 진검승부를 펼칠 시간만 남았다.

다음 날.

"오랜만이네요!"

유재원은 E3의 행사장인 라스베 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무대 뒤에서 한 사람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헉!"

행사 시작까지는 1시간 정도 남 은 시간에 최종 점검을 하느라 여 념이 없던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 트의 쿠타라니 켄 사장은 갑작스러 운 인사말에 고개를 돌리고는 깜짝 놀랐다.

방긋 웃고 있는 유재원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사장님으로 승진도 축하드려요."

유재원의 축하가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회장님도 결혼 축 하드립니다."

그제야 쿠타라니 켄도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쿠타라니 켄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한참된 일이었고, 유재원의 결혼 발표도 한참이 지난 일이었지 만, 이제야 축하를 주고받는 둘이 었다.

최근 만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 할 정도로 오래되었으니 당연한 일 이었다.

다만 결혼을 축하한다는 쿠타라 니 켄 사장의 목소리에서는 뭔가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ID 그룹이 게임기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소니는 전쟁에 돌입한 상태였다.

추격은 절대 불허하겠다는 소니 였고, 단번에 소니를 능가하겠다는 게 ID 그룹이었다.

최근에는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 로 날이 선 말을 주고받았는데, 유 재원이 친근하게 다가오니 어색할 수밖에 없다.

"와, 무대가 대단하네요."

반면 유재원은 언론플레이와는 별개로 쿠타라니 켄에 대한 친근감 이 있었고, 그걸 숨길 마음이 없었 다.

비즈니스와 개인감정은 얼마든지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 유재원이었 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소니가 준비하는 무대 에 대해서도 순수하게 감탄했다.

"허허, 회장님 덕이죠."

쿠타라니 켄도 시간이 지나자 어 색함이 좀 사라졌는지, 뼈 있는 농 담도 했다.

게다가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 어떤 게임쇼보다 화려한 무대 가 꾸며진 이유에 유재원의 지분이 대단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 다.

플레이스테이션 2의 원래 출시일 은 올해 3월이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작년 여름쯤에는 실기가 거의 완성된 상태였다.

그런데 ID 그룹에서 게임 산업 진출을 발표했고, 어마어마한 스펙 에 초저가를 예고하면서 소니 컴퓨 터 엔터테인먼트가 완전히 뒤집어 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완성된플레이스테이션2의 스펙은 유재원 의 예고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물 건이었으니 말이다.

쿠타라니 켄 사장은 전작인 플레 이스테이션1의 성공 요소가 무엇인 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월등한 스펙, 질 좋은 게임들 그 리고 적당한 가격, 삼박자가 잘 맞 아 떨어진 탓에 소니는 5세대 게임 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회장님의 X박스도 엄청나다 들 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고생했 죠."

그렇기에 플레이스테이션2의 대대적인 스펙 업이 이루어졌다.

쿠타라니 켄에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유재원의 경우 본인이 결정하면 수억 달러의 예산은 아무렇게 집행 할 수 있었지만, 쿠타라니 켄은 소 니 그룹의 높으신 양반들을 설득해 야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설득에는 성공했다. 전작 이 워낙 성공한 탓에 쿠타라니 켄 의 그룹 내 발언권이 상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집행된 예산은 쿠타라니 켄이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다.

겨우 X박스의 예상 스펙과 경쟁 이 가능할 정도였지, 능가할 정도 는 아니었던 탓이다.

한정된 지원으로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야 했던 쿠타라니 켄은 스트 레스로 인한 탈모가 찾아 왔을 정 도다.

"하하, 제가 게임에 좀 애정이 있어서요.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할 수록 게이머들에겐 기쁜 일이 많아 지겠죠."

그런 쿠타라니 켄에게 유재원은 간단히 답했다.

유재원의 말에 쿠타라니 켄은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임에 대 한 애정이라니.

애정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아주 죽어나가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 기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

ID 그룹과 소니가 강하게 충돌하 면 할수록 좋은 건 게이머라는 말 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단적으로 최종 확정된 플레이스테이션2의 스 펙은 프로토타입과 비교해 확실히 보강되었으니 말이다.

"아, 이제 쇼를 시작할 시간이네 요."

아쉽게도 쿠타라니 켄과의 해우 는 여기까지였다.

게임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느낄 이야기가 많았지만, 컨퍼런스를 시작할 시간이 되었기 에 유재원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예, 그럼 다음에 또 뵙죠. 건승 을 기원하겠습니다."

쿠타라니 켄 역시 고개를 끄덕이 며 손을 잡았다.

잠시 후.

-신사 숙녀 여러분, 메인스테이 지 A에서 X박스 컨퍼런스가 시작 됩니다.

E3가 진행 중인 컨벤션 센터에 전체 알람이 울렸다. E3의 첫 번째 메인이벤트가 시작된다는 걸 알리 는 안내 음성이었다.

E3를 준비하는 초기에는 컨퍼런 스의 순서를 두고 약간의 눈치 싸 움이 있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주인공이 라는 관념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에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눈치 싸움이 허무하게 끝 난 건 유재원이 먼저 하겠다고 말 하고 나서였다.

그것은 마지막에 하는 소니의 발 표에 X박스가 묻히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니가 X박스에 눌려 죽 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할 것 이다.

그러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유 재원은 평소의 당당한 모습으로 준 비된 메인스테이지에 올라섰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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