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42화 (542/1,007)

27권 1화

CIA에서 이 시스템을 어떻게 운 영했는지는 유재원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동안 CIA의 행보를 돌아보면 꽤나 쏠쏠하게 활용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는 있다.

미국이 엄청난 현상금을 내걸었 던 국제 테러리스트 몇이 체포되었 으니 말이다.

영화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는 무능의 대명사처럼 그려지는 CIA 였지만, 실상은 매우 유능한 편에 속하는 정보 조직이었다.

안방에서만 목이 두꺼워지고, 큰 소리 뻥뻥 치는 한국의 국정원과는 차원이 달랐다.

빅데이터 검색기에 대한 만족도 만큼이나 CIA 내부에서의 수요는 폭증했던 모양이다.

컴퓨팅 파워를 30만 대로 확장하 는 주문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액수로 따지면 무려 60억 달러짜 리 사업이었다.

빅데이터 검색기의 가격은 CPU 당 2만 달러로 책정되었으니, 30만 개짜리 시스템이면 60억 달러였다.

더욱이 할인 같은 건 단 1달러도 없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은 이제범용적인 시스템이 되었고, ID 테 크놀로지 말고도 많은 IT회사에서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통의 IBM은 물론 HP나 Dell 과 같은 대형 업체들도 클라우드 시스템을 세팅할 수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 검색기는 그 어 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었다.

당연히 CIA에서는 유재원을 배 제하고 자체적으로 빅데이터 검색 기의 컴퓨팅 파워를 증설해보고자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CPU 1개당 2만 달러라는 가격

은 천하의 CIA라도 부담스러운 가 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제 값을 치르고 시스템을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참 대단해."

유재원의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은 웬만한 나라들에서는 수의 계약으로 진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무려 60억 달러짜리 사업이니 말 이다.

CIA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유재원에게도 나쁠 건 없었다.

일단 엄청나게 남는 장사였으니 말이다.

일단 마진이 최소 50%가 넘는 사업이었다.

안정성이 확인된 서버용 부품은 무척이나 비쌌고, 이번에 납품되는 시스템엔 그런 고급 부품이 대량으 로 투입되어 구성되었지만, 그래도 마진율은 엄청났다.

이렇게 남는 장사를 하게 되면 개평을 좀 나눠줘야 하는 게 일반 적인 상식이지만, 이번 사업엔 그 것도 필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업은 프 리즘 프로젝트라는 디지털 네트워 크의 전사적 모니터링 체계의 핵심 이었기 때문이다.

프리즘 프로젝트는 존재 자체가 극비로 다뤄지는 사안이었기에, 예 산을 관리하는 미국 국회에서조차 일부 의원들만이 아는 사안이었다.

그러니 개평을 나눠준다고 여기 저기 돈을 돌리는 것 자체가 비밀 엄수 서약을 깨는 행위였던 탓이다.

동시에 이 사업은 유재원에게 주 는 미국의 러브콜 같은 것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미국의 국익과 부합되 는 일을 한다면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케이스였다.

유재원은 미국을 두고 다른 곳에 갈 생각은 전혀 없지만, CIA의 높 은 자리에 있는 이들에겐 만에 하 나라는 변수도 차단해야 할 일이었 다.

그렇기에 빅데이터 검색기의 성 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유재원의 마 음을 사려고 60억 달러 정도를 쓰 는 건 전혀 낭비가 아니었다.

"오랜만입니다."

랭글리에 도착하자 예전에 보았 던 존 맥마흔이 유재원을 맞이했다.

"네! 오랜만이에요. 부국장 영전 도 축하드려요."

유재원도 존 맥마흔을 보며 반갑 게 인사했다.

몇 년 전에 만났을 때는 CIA의 과학기술 본부장이었다면, 지금은 그보다 직급이 더 높아진 부국장이 란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부국장 승진은 몇 주 전에 있었기에 좀 늦은 감이 있긴 했지만, 어색한 건 아니었다.

더욱이 CIA 내에서 부국장이 가 지고 있는 의미도 특별했다.

가장 높은 자리는 국장이지만, 여기는 매우 정치적인 직책이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정 치적 계산을 통해 임명하는 자리였 기에, 외부인이 낙하산처럼 들어올 확률이 매우 높았다.

반면 부국장은 CIA의 내부 승진 을 통해 올라온 자리인 만큼 본인 의 능력과 조직 장악력, 성과 등등 을 인정받았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자리였다.

"허허, 모두 유 회장 덕분이죠."

존 맥마흔은 그 공을 또 유재원 에게 돌렸다.

사실 원래 역사대로라면 부국장 승진은 다른 인사에게 돌아갈 일이 었다.

하지만 존 맥마흔의 결단으로 빅 데이터 검색기가 CIA에 도입되었 고, 이를 통해 수많은 첩보전과 정 보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존 맥마 흔의 내부 평가가 대폭 상승했다.

존 맥마흔 본인도 그 덕에 부국 장에 올랐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유재원을 보자 고맙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렇기에 이번 사업에 거는 기 대도 매우 큽니다."

"당연히 잘해드려야죠. 걱정 마 세요."

국방비로만 1천억을 쓰는 미국이 었고, 프리즘 프로젝트에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안보를 위해 돈은 얼마든지 써도 아깝지 않았지만, 잘 작동하는지에 대한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목표한 성능이 나와야 대규모 도 입을 주장한 존 맥마흔도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럼, 가시죠. 바로 세팅해드리 죠."

이번에도 유재원은 곧장 본론으 로 들어갔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증명을 하는 것이었다.

이미 하드웨어의 세팅은 끝난 상 태였으니, 세팅만 하면 끝날 일이 었다.

"예, 그럼 모시겠습니다."

존 맥마흔은 역시 유재원이라 생 각하며 비밀스러운 장소로 그를 안 내했다. 어른 키보다 더 큰 렉마운트 서버가 숲을 이루고 있는 거대 한 지하실이었다.

3일 후.

"어휴, 끝났네요."

1천 대 규모의 시스템 세팅은 몇 시간 만에 끝났다면, 30만대 규모 로 확대된 지금은 3일이나 걸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유재원 옆에서 뜬 눈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존 맥마흔은 수고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유재원은 맨몸으로 이 비밀스러운 장소에 입 장했기 때문이다.

미리 외부에서 만들어진 프로그 램을 가져와 설치하고자 하면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하 고, 검증에도 시간도 걸리니 유재 원은 예전처럼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했다.

귀찮긴 했지만, 60억 달러짜리 사업이니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세팅된 클라 우드 컴퓨팅 시스템에는 기본 작업 은 다 끝나 있었다는 점이다.

CIA에서 철저히 검수한 프로그 래밍 툴과 라이브러리가 준비되어 있었고, 1천 대짜리 시스템에 세팅 되었던 빅데이터 검색기도 설치된 상태였다.

유재원이 수행한 작업은 기존의 검색기에 30만의 컴퓨팅 파워를 연 결해 연산력을 극대화하는 일이었 다.

추가 작업도 당연히 있었다.

CIA가 그동안 빅데이터 검색기

를 운용하면서 받아 놓은 피드백을 30만 대짜리 시스템에 적용하는 버 전 업 작업이었다.

여기까지는 CIA의 요구 조건이 었는데, 유재원은 특별히 선심을 하나 더 썼다.

"이제는 현장에서 빅데이터 검색 기에 원격으로 접속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원격 접속 서비스였다.

현장 요원을 위한 기능은 아니 다.

현장 요원을 지근거리에서 지원 하는 작전 본부를 위한 기능이었다.

빠르게 상황이 변하는 현상에서 최적의 판단을 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CIA가 구축 한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일일이 대 응하기가 힘들었다.

최근 쏟아지는 영화 중에 첩보 장르를 보면 어렵게 얻은 사진을 가지고 CCTV를 실시간으로 검색 하는 게 기본으로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이 었다.

영상을 판독해 비슷한 얼굴의 용 의자를 선별하는 작업은 엄청난 연 산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그게 어느 정도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CCTV와 서버 시스템 사이 에 데이터 연동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30만 대라는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가 추가된 빅데이터 검색기의 능력은 1천 대 규모 때와는 차원이 달라진 덕이다.

"진짜 옆에서 보고도 믿지 못하 겠군요."

존 맥마흔은 혀를 내둘렀다.

30만 대의 컴퓨터를 하나로 묶는 것부터, 빅데이터 검색기의 성능을 끌어 올리는 것까지.

유재원은 혼자서 그 모든 작업을 수행했다.

CIA의 과학기술본부 소속의 컴 퓨터 공학자들은 불가능하다고 보 았다.

오죽하면 유재원이 언제 포기하 고 인력 지원을 요청할지에 대한 내기가 있었을 정도다.

유재원은 보란 듯이 해냈다.

사실 연구원들의 예상과 달리 난 이도만 따지면 전보다 더 쉬웠다.

빅데이터 검색기의 핵심 알고리 즘은 크게 변한 게 없었으니 말이 다.

대신 이전 검색 데이터와 자료를 마그레이션하고, 30만 대의 PC를 효율적으로 묶고 체계적인 분산 처 리를 할 수 있도록 스케줄러를 고 도화하는 작업에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다.

세팅은 다 끝났으니 남은 건 성 능 검증이다.

"운영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연락 하세요."

유재원은 그것을 CIA 측에게 완전히 위임했다.

성능 검증은 오래 걸리는 일이었 다.

시간이 금인 유재원이었다.

당장 얼마 남지 않은 E3쇼에서 X박스를 발표해야 한다.

발매 예정은 연말 추수감사절 시 즌이니 약간의 시간은 좀 더 있긴 했지만, 촉박한 건 변함없는 사실 이었다.

이밖에도 주관해야 할 중요한 일 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 검증 작업 을 옆에서 지켜볼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최소 200배의 성능 향상은 보증 하니까 그 이하로 나오면 말이죠. 만약 200배 밑이라면 제가 사비를 들여서라도 부족한 분량을 채워드 리죠."

병렬 연산의 가장 큰 단점은 1+1=2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컴퓨터 2개를 놓는다고 능률이 두 배로 향상되는 일은 좀처럼 없 다.

요즘 핫이슈인 AMD사의 듀얼코 어 CPU를 구매한 이들 중에 실망 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와 비슷했다.

구매자들은 듀얼 코어이니 게임 에서의 성능도 2배로 향상되길 바 라지만, 웬만한 게임들에선 비약적 인 향상은 없었다.

오히려 작동 속도가 중요한 구식 게임에서는 더 느리기까지 했다. 그나마 ID 엔터테인먼트의 일부 게 임이 다중 코어를 제대로 지원하면 서 성능 향상이 좀 되긴 했지만, 그것도 2배까지는 아니었다.

그나마 빅데이터 검색기에서 사 용하는 알고리즘은 분산 처리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었다.

1천대 규모의 시스템에 대비해 200배의 성능 향상은 유재원이 확 실히 보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역시 유 회장님의 자신감은 대 단하군요."

"뭘요. 세계 안보를 책임질 시스 템인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존 맥마흔은 유재원의 말에 고개 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특히 세게 안보를 책임질 시스템 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그의 눈에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구성하는 렉마운트 서 버의 숲이 들어왔다.

에너지국의 슈퍼컴퓨터를 능가하 는 위용이었지만, 이를 대중에 자 랑하지 못한다는 게 참 아쉬웠다.

유재원도 마찬가지였다.

ID 테크놀로지가 운영 중인 데이 터 센터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시 스템으로 구축되어 있긴 했다.

전체를 다 합치면 그 숫자는 100만 단위를 훌쩍 넘는다.

ID 테크놀로지의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지만, CIA의 빅데이터 검색기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실 공동 하나를 통째로 점유하 고 있었다.

덕분에 유재원도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전적으로 CIA에서 사용할 시스 템이지만, 이를 구축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랭글리의 CIA 본부를 마지막으 로 동부 출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유재원은 곧장 집이 있는 샌프란시 스코로 복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린 유재원은 집으로 곧장 돌아가진 못했다.

갑작스러운 영식이의 미팅 요청 이 있었던 탓이다.

티파니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 으니 웬만하면 내일 보려고 했지만, 영식이와 통화를 한 유재원은 바로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영식이의 용무는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매우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유재원도 기다리고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재원을 태운 차의 목적 지는 실리콘밸리 남쪽에 자리한 코 요테 시티의 데이터센터가 될 수밖 에 없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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