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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533화 (533/1,007)

26권 17화

특별 대우가 당연한 근속자들에 게 유재원은 파격적인 선물을 결정 했다.

프로그래머 같은 핵심 직군 근속 자에겐 시계를, 일반 직군에는 금 을 주는 게 ID 그룹의 전통이었는 데, 이번에 탄생한 10년 근속자들 에게는 오데마 피게 사의 로열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모델 아니 면 순금 100돈짜리 ID 그룹 로고 가 담긴 황금 메달을 수여하기로 했다.

5년차 근속자에게 지급했던 서브 마리너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시계 였고, 그만큼 가격도 비쌌지만 부여된 의미는 확실했다.

로열오크는 대항해시대 때, 영국 의 전열함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 들어진 시계였기 때문이다.

전열함이란 무엇인가.

옛날 대항해 시절의 해전은 전열 을 만들고서 서로 화력을 주고받는 형식이었다.

최전방서 함대의 화력을 책임지 는 만큼, 주어진 임무도 막중했다.

10년차 근속자에게도 마찬가지의 역할이 요구되었다.

10년차 직원들은 직급을 따져 보 면 ID 그룹의 중추를 이루는 코어중의 코어였다.

프로그래머라면 프로젝트 매니저 이상이었고, 일반 직군이라면 과장 혹은 파트장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하나에 수천만 원씩 하 는 고급 시계를 선물하는 것에 대 해 사람들이 낭비라고 해도, 유재 원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5년차 근속자에게는 저번과 똑같은 서브마리너, 혹은 30돈짜리 황금 열쇠가 주어졌다.

마지막으로 아직 연차가 쌓이지 않은 이들도 놓치지 않았다.

다만 그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선물 대신 적당한 액수의 현금이 지급되었다.

보너스 액수는 근무일수에 비례 해 공평하게 주어졌는데, 4년차 근 속자들이라면 최대 500만 원이었 고, 바로 어제 입사한 하루짜리 신 입사원은 10만 원이었다.

ID 그룹의 선물 대잔치는 당연히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차를 넘긴 IT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 했고, 그런 기업 중에 ID 그룹처럼 근속자들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하 는 기업은 드물었으니 말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근속자들을 잘 챙기는 것을 보고, 그것이 ID 그룹 의 성공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하 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유재원이 재조명되었 다.

정작 주인공인 유재원은 ID 그룹 직원들이 보너스 잔치에 다들 신나 했을 때, 컴퓨터 앞에서 시름 중이 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이벤트 프로그램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었 던 시점이었으니 말이다.

근속자에 대한 표상은 각 계열사사장들이 진행하도록 했고, 유재원 은 최강욱, 레밍턴, 빈센트 그린힐, 헨리 사무엘 사장 정도만 직접 챙 겼을 뿐이다.

"됐다!"

덕분에 유재원은 스스로 설정한 데드라인에 닿기 전 무사히 목표했 던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직접 만나 이벤트 를 해주는 것뿐이었다.

"떨리네."

T터치폰을 잡고 티파니의 전화번 호가 입력된 단축번호를 길게 눌렀 다.

그러자 통화 연결음으로 R. 켈리 와 셀린 디옹이 부른 I'm Your Angel 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서 몇 초 지나지도 않아서 티파니의 목소리가 나왔다.

-재원아? 무슨 일이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올 수 있어?"

-응! 안 불러도 가려고 했어! 그 런데 무슨 일이야?

티파니의 추수감사절 일정은 간 단했다.

수요일은 부모님과 함께 보내고, 추수감사절 당일에는 프레더릭 테 일러 2세의 집으로 모이는 것이었 다.

이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집에 일 찌감치 돌아온 티파니였기에, 근처 에 있는 유재원의 집을 찾는 건 당 연했다.

유재원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하고 싶었기에 직접 전화 를 한 것이었다.

"키보드 워리어 알지?"

-당연하잖아. 자기가 만든 최초 의 히트작인데.

"그 정식 후속작의 베타테스트버전을 방금 완성했거든. 티파니에 게 처음 공개하고 싶어서 말이야. 해보고 소감도 솔직하게 말해주면 더 좋고."

-진짜? 와와! 바로 갈게!

티파니의 호들갑이 전화기 너머 로 생생하게 들렸다.

그러더니 뭔가 부산스러운 소리 가 이어졌고, 30분 후에 도착할 거 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자 긴장감이 유재원의 가슴에 스멀스멀 피어올 랐다.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해본 유재원이었지만, 연애와 결혼은 예외 였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으로 많은 상 상을 하긴 했는데, 실전은 역시 달 랐다.

잠시 후.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 로 들어왔다.

화려하게 꾸며진 유재원의 멀티 미디어실에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평소의 톤이 아닌 목소리 연기에 들어가, 낮고 중후하게 깔린 듯한 목소리였다.

"어? 자기가 직접 녹음한 거야?"

티파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키보드워리어2라는 소리에 한달 음에 달려온 티파니였다.

유재원은 그런 티파니를 떨리는 마음이지만, 평소처럼 반갑게 맞이 해 게임을 시작했다.

티파니는 잔뜩 상기된 상태였다.

그리고는 키보드워리어2에 추가 했다는 협동 미션을 먼저 해보자는 유재원의 제안에 바로 고개를 끄덕 였다.

다만 티파니는 유재원이 준비한 세팅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했다.

협동 미션은 한 대의 컴퓨터에 사람 둘이서 동시에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플레이 어들끼리 함께 매칭이 되어 플레이 되는 스테이지였다.

그렇기에 i웍스 노트북 같은 걸 무릎에 올려놓고 플레이하는 게 제 일 간편한데, 유재원은 본인의 컴 퓨터를 티파니에게 내어줬고, 프로 젝터와 연결된 화면을 준비했다.

정작 유재원 본인은 i웍스 노트 북으로 플레이하면서 말이다.

"협동 미션의 목표는 보물찾기 야. 많은 골드를 모으는 것도 중요 하지만, 희귀한 무기나 방어구를 찾는 게 진정한 목표야. 여기서 습 득한 아이템은 다른 게임 모드에서 도 활용할 수 있거든."

협동 미션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이어졌다.

"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얼른 시작해!"

티파니도 한 번에 알아듣고, 시 작을 재촉했다.

유재원도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 고 바로 시작 버튼을 눌렀다.

2인용 스테이지답게 시작하자마 자 좀비들이 쏟아졌다.

정신없이 키보드를 눌러서 잡다 한 몬스터를 처리하지 않으면 쉽게 게임 오버가 되어버린다.

다행히 유재원이나 티파니나 타 자 속도는 수준급이었고, 키보드 워리어에도 익숙한 이들이었기에 타격감을 즐기며 신나게 싸워나갔 다.

그리고 의도했던 함정에 빠져버 렸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는 스 테이지 보스와 조우했고, 어렵사리 공략 중이었다.

한 단어만 치면 끝인 상황에서 유재원의 미스가 나왔다.

의도적인 오타였다.

그러자 보스가 반격했고, 시공의 균열이 생겼다.

블랙홀처럼 커진 시공의 균열에 유재원과 티파니의 캐릭터가 휘말 렸다.

순식간에 화면이 새카맣게 뒤덮 였고, 소음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더니 일순 정적이 일어나고 서 화면이 밝아졌다.

"응? 뭐야? 어라? 우리 학교네?"

새롭게 등장한 스테이지의 배경 은 붉은 기운이 도는 주황색 지붕 에 벽돌로 쌓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들이었다.

딱 봐도 스탠포드 대학교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의 디테일 이 살아 있었다.

곧 유재원과 티파니의 캐릭터도 나타났다.

SD화로 귀엽게 구현되었지만 한 눈에 봐도 본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곧이어 유재원이 그간 일주일동 안 고심해 만든 이벤트 신이 펼쳐 졌다.

-내 자전거잖아! 자전거 도둑이 야!

-도둑이라니? 설마 나보고 하는 소리니?

흔하지 않은 전기 자전거였던 탓 에 큰 오해가 생겼지만, 그로 인해 티파니와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지 금에 이르렀다.

몇 년 동안 쌓은 둘만의 이야기 가 펼쳐졌다.

"재원아."

티파니의 날카로운 직감이 이 화 면은 단순한 게임 이벤트가 아니라 는 걸 단번에 알아 맞혔다.

덕분에 한껏 감동을 하려는데, 쿠어억 하는 소리와 함께 스탠포드 대학교 건물들이 무너지며 괴물들 이 몰려나왔다.

아직 게임은 끝난 게 아니었다.

둘은 다시금 키보드를 터져라 눌 러댔고, 몰려드는 괴물들을 정신없 이 처리해야 했다.

그렇게 수십 마리를 잡고 나서야 합동 미션의 목표였던 희귀한 아이 템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등장한 아이템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그런데 아이템과 금화가 쌓인 있 는 곳엔 특별한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둘이 동시에 열지 않으면 절대 열리지 않는 식이었다.

게다가 문 너머로는 시공의 균열 까지 있었기에 아이템을 서로 시공 간이 엇갈려 둘은 함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순간 황금색으로 빛나던 아이템쪽으로 향하던 유재원의 SD캐릭터 가 멈칫했다.

-나에겐 그 어떤 희귀한 아이템 보다 티피니 네가 더 중요해.

아이템보다 소중한 건 바로 곁에 있는 티파니였다는 걸 깨달은 것이 다.

유재원은 떨리는 눈으로 티파니 를 바라봤다.

키보드워리어답게 회면에 등장한 모든 글자는 키보드로 입력해야 했 다.

게임이란 포멧을 빌려 하는 유재 원의 고백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티파니는 좀 달랐다.

입력 칸이 뜨긴 했지만, 정해진 글자는 없었다.

이미 감동을 받은 티파니는 유재 원과 스크린을 번갈아 보더니 간단 한 단어를 입력했다. '나도!'라는 단어였다.

-티파니, 나랑 결혼해줄래?

고백 문구에 대해 수없이 생각해 봤다.

기억의 궁전 속에는 좋은 문구도 많이 있었지만, 결국 유재원이 선 택한 건 가장 짧고 명확한 말이었 다.

"응!"

티파니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 다. 벅찬 감동을 참지 못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 유재원에게 안겼 다.

순간 유재원은 당황했다.

YES라는 대답도 키보드로 해줄 줄 알았고, 그 입력에 반응한 효과 도 미리 입력해놨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파니는 유재원의 예상 보다 훨씬 더 격한 반응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티파니의 모습만 으로 일주일간 고생한 보람이 확실 히 느껴졌다. 그렇지만 마무리까지도 확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유재원 은 비상 단축키를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스테이지 클리어 라는 타이틀로 바뀌었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3D 폴리곤으로 구현 된 폭죽이 터졌다.

그러면서 진짜 보상을 확인하라 는 메시지가 떴고, 뭔가 열리는 듯 한 지잉 하는 소리도 리얼하게 났 다.

티파니가 열심히 게임을 했던 i 웍스의 DVD롬이 스스로 열리는 소리였다.

슬라이드 안에는 DVD대신 은빛

반지가 있었다.

귀금속 장인에게 직접 부탁해 만 든 프러포즈 반지였다.

보석은 쓰지 않고, 백금만을 이 용해 만들어져서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반지였다.

유재원은 반지를 뽑아 티파니의 손에 채워주는 것으로 준비된 이벤 트를 확실히 마무리했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11월

29일.

전 세계로 하나의 속보가 타전되 었다.

맨손으로 미국에 넘어와 세계적 IT 기업 ID 그룹을 창업한 유재원 과 세계적 투자 은행 블랙스톤의 외동딸이자 초거대 석유 기업의 손 녀인 티파니 핑크의 결혼 소식이었 다.

프러포즈에 성공한 유재원이었 고, 덕분에 몇 가지가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양가의 허락을 받고 티파니가 유재원과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이 사귄 날짜를 생각하면 오히 려 동거가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미국은 의외로 보 수적인 나라였다.

특히 티파니네 집은 더욱 그랬 다.

프러포즈 이후, 티파니네 집안이 나 외가에도 그 사실을 알리고 결 혼 날짜가 확정되자 비로소 허락이 떨어졌다.

결혼식 날짜는 내년 7월이었고, 미국서 성대한 규모로 열기로 했다.

유재원이야 스몰웨딩이라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유재원의 부모님과 티파니네 외가는 그렇지 않았다.

결혼은 유재원과 티파니의 결합 이기도 했지만, 집안과 집안의 결 합이기도 했다.

참석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지 금도 줄을 서고 있었고, 이는 유재 원 쪽이나 티파니 쪽이나 마찬가지 였다.

청첩장을 보내는 일부터가 거창 한 행사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유재원은 자신을 도울 사 람들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미국은 스드메에 목숨을 거는 문화도 없었다.

티파니와 전문 웨딩 플래너에게 결혼식 계획은 완전히 위임을 하고 서 본업에 집중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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