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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527화 (527/1,007)

26권 11화

-음, 그러면 인력 충원 계획도 장기적으로는 크게 달라지겠군요.

최강욱이 말을 이었다.

예전 유재원은 2000년 2분기 이 후로 한국에도 주5일제 근무를 도 입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최강욱은 더 늘어난 인 력 자원에 대한 수요를 조사했고, 오늘 보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재원이 LCD 패널 공 장 신설을 들고 나오면서 변동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죠. 하지만 당장은 아니잖 아요."

그나마 최첨단의 LCD 패널 공 장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건 아니었기에, 당장 숫자를 바꿔 야 하진 않았다.

-예, 그래서 일단 하반기 공채 인원으로 7천 명을 잡아보았습니 다.

7천 명이라면 IMF로 꽁꽁 얼어 붙은 신규 채용 시장에서 엄청난 규모였다.

IMF 직전, 1996년 거품이 피크 이던 시절에도 미래, 일성, 대호 3 사를 합친 공채 규모가 1만 명 수 준이었으니 말이다.

대기업 공채가 1만 명을 넘던 시 절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기업 하나가 단독으로 7천 명을 뽑는다 는 건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응? 생각보다 좀 적은데요?"

반면 7천이란 숫자를 들은 유재 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근무 환 경을 주5일제로 전환하면서 추가로 생겨난 인력 수요는 전체 인원의 16%였다.

ID 그룹의 계열사와 이번에 통합 된 회사들의 인력을 모두 다 더하 면 10만은 거뜬히 넘는다.

가장 거대한 덩치를 가진 게 ID 일렉트로닉스였고, 다음이 디스플레 이와 테크놀로지, 인베스트먼트가 뒤를 따르고 있다.

재미있는 건 밖으로 알려지진 않 았지만 ID 그룹 회계 재무 당담 파 트도 수천 명이 넘는 수준으로 글 로벌헤드쿼터 빌딩에 입주해 있다 는 것이다.

최강욱의 제안으로 ID 그룹의 전 체적인 회계 처리는 서울 사무소에 서 진행했었다.

이 정책은 지금도 유효했다.

그 사이 ID 그룹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했고, 자연스럽게 처리해야 할 회계 자료가 많아지면서 회계, 재 무 파트에 엄청난 증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밖에도 백호 펀드를 통해 인수 된 우량 기업들도 그 경영권은 ID 그룹이 행사하고 있었고, 이들 기 업 역시 주5일제 전환을 결정했다.

하여튼 이러한 이유로 ID 그룹의 한국 지역에서의 직접 고용 인원만 해도 10만을 가뿐하게 넘겼다. 10 만의 16%라고 하면 1만6천 명인 데, 최강욱은 7천이라고 말하니 예 상 치와 크게 빗나간 것이다.

-회장님도 알다시피 인력이라는게 투입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ID 일렉트로닉스로 통합된 조직의 인력 조정이 현재 진행형이고, 백 호 펀드로 인수된 회사들 역시 안 정화 작업에서 생기는 잉여 인력들 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추가 고용보 다는 이렇게 생겨난 인력을 재배치 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최강욱의 말은 그야말로 정론이 었다.

유재원도 잠깐 생각을 하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한국은 정규직을 미국처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세 한 자료를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인력 충원 계획서라는 문서가 넘어왔다. 유재 원은 결재를 먼저 하고서 문서를 열어 놓았다.

최강욱과의 화상 미팅이 끝나면 챙겨볼 생각으로 말이다.

-채용 방식은 어떻게 할까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할까요?

최강욱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ID 그룹이 공개 채용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면 이전엔 어떻게 했냐? 완 전 미국식이었다.

비정규로, 비공개로 채용했다. 특 채도 많았다. 이를테면 유재원의 머릿속에 있는 네임드 개발자들은 면접으로 한 방에 합격이었다.

이찬수와 우원식, 김형집, 김택수 등등이 이런 식으로 입사했다.

유재원의 리스트에는 없는 일반 개발자들의 경우엔 시험을 쳐야 했 다.

국영수 같은 보통의 시험이 아니 라,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프라인 시험으로 보 는 것은 아니다.

시험장을 잡고 시험을 감독하는 건 매우 불편한 일이었기에, ID 그 룹은 예전부터 온라인 시스템을 만 들었다.

다만 시험에 합격한다고 바로 정 직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 상 태가 된다.

이후 인력 수요가 생긴 부서에서 충원 요청을 넣고, 경영진이 회사 의 여력을 판단해 승인하면, 등록 된 합격자들에게 면접을 오라는 통보가 간다.

이들의 숫자는 요구 인원의 3배 수 정도로 추려진다.

면접 통보에도 규칙이 있다. 성 적순이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취업에선 가장 큰 요소였 다.

그나마 ID 그룹은 학벌은 안 본 다.

다만 1차 시험이 절대 평가 방식 인 만큼 동점자가 제법 나올 수 있 는데, 그러면 랜덤 추첨이다.

덕분에 취업자들에겐 자체 시험이 제일 어려운 관문이긴 해도, 다 른 기업보단 쉽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대기업들은 학벌은 기본이고 토익과 같은 영어 능력까지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심지어 그것도 커트라인이 점점 높아지면서 도움이 되는 다른 자격 증을 따거나 봉사활동까지도 챙겨 야 했으니 말이다.

ID 그룹은 면접도 단순했다.

충원 요청을 넣은 부서의 팀장과 팀원들이 최소 3명 이상 참석해, 실무와 관련된 것들을 물어보는 실 전 면접이다.

면접 중에 압박은 전혀 없다.

유재원이 압박식 면접을 싫어하 다 못해 증오하기 때문이다.

전생에 군대에서 겨우 정신을 차 렸고, 제대 후에 본격적인 취업 활 동을 시작했던 유재원이었다.

사회성이 자라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엉망으로 보낸 탓에 단순한 대화도 어려움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압박 면접을 보면 말을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다.

먼 길 달려와 그렇게 떨어지면 해당 회사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크게 쌓였다.

압박 면접이라는 건 임기응변이 나 자제력, 순발력, 상황 대처 능력 을 보려고 하는 것인데, 어째서 면 접관이 구직자를 가지고 노는 자리 로 변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ID 그룹의 면 접 방식에 압박이란 단어는 완전 삭제했다.

대신 앞으로 함께 일해야 할 이 들이 직접 구직자들을 살펴보고, 직무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평가 하도록 했다.

당연하게도 면접에 응하러 온 이 들에겐 면접비도 적절하게 챙겨줬다.

지금 와서 보면 탁월한 결정이었 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ID 그룹은 인사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자그마한 사고조차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규모 채용에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쓰기는 무리겠죠?"

-물론입니다. 저희가 예상하기에 이번 공채 경쟁률은 최소 100 : 1 이 상이니 말입니다.

100 : 1이라면 70만 명은 몰린다 는 이야기다.

"설마요. 7천 명 전체가 사무직 은 아니잖아요."

이번 공채 중에 최소 60%는 생 산직이 었다.

대졸 신입이 선호하는 사무직은 30%에 불과했다.

회사가 확장될 때 가장 많은 인 력 수요가 생기는 건 생산 라인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예! 그걸 다 감안해서 나온 수 치가 100 : 1입니다.

ID 그룹의 대우가 좋다는 건 정 평이 났고, 다른 기업들은 공채를 미루거나 축소하는 탓에 몰린다는 이야기였다. 생산직 역시 마찬가지 다.

구조조정은 사무직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사회로 쏟아져 나온 블루 컬러 노동자들도 포화 상태라고 한다.

"그러면 개발직만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고, 다른 직들은 평범하게 뽑는 걸로 해야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ID 일렉트로닉스에서 게 임기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랑 노트북 컴퓨터 메인보드를 설계했 던 사람들을 추려서 샌프란시스코로 보내주세요."

게임기 만들어본 사람?

최강욱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 다. 회사에 그런 사람들이 있나 싶 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재원은 90년대 초 미래 전자와 일성 전자에서 게임기 사업 을 적극적으로 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일본의 게임기를 그대로 가져와 유통했던 것이지만, 그 사람들은 아직 회사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의 경험을 X박스 사업에 적극 활용할 생각에 샌프란시스코로 부른 것이었다.

여기에 노트북 메인보드 설계자 들을 추가한 건, X박스의 보드가 노트북 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 회장님.

유재원의 설명에 최강욱도 고개 를 끄덕였고, 화상미팅을 마무리하 려고 했다.

"아, 그런데 혹시 요즘도 과로하 세요?"

-아닙니다.

"그런데 왜 전보다 주름이 늘은 거 같죠?"

유재원의 물음에 최강욱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날카로운 유재원의 눈썰미는 최 강욱의 이마 주름이 깊어지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있음을 놓 치지 않았다.

-음, 그게…….

최강욱의 얼굴에 난감한 표정이 떠올랐다.

ID 그룹 한국 계열사들이 대대적 으로 주5일제 근무를 시작하는 건, 전명헌의 영향이 컸다.

유재원은 근무 형태에서 자유로 운 계약직 임원들에게도 무리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유재원의 표정이 점점 단호해지 려고 할 때, 최강욱의 변명이 이어 졌다.

-요즘 둘째 계획 중이라 말입니 다…….

"아."

최강욱처럼 좋은 사람들과 오래 오래 함께하고 싶었던 유재원은 일 에 있어선 무리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던 건데, 이건 무리고 자시고 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서로 민망해진 얼굴로 화상 미팅 은 종료되었다.

며칠 후.

-국민의 정부 IMF 조기 졸업 할 수 있다!

-30억 달러 단기 차입금 조기 상환!

한국의 신문들 그리고 텔레비전 공중파 뉴스가 30억 달러 조기 상 환에 대해 대문짝만하게 뉴스를 띄웠다.

뉴스에 등장한 김대중 대통령은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 을 각종 지표로 설명하며, IMF 조 기 졸업을 자신했다.

-ID 디스플레이, 차세대 LCD 공정 대규모 증설 확정-대전에 50만평 규모 최첨단 LCD 패널 공장 신설-ID 그룹의 끝없는 고공행진!

-사업 확장, 주5일제 도입을 위 한 하반기 공채 결정!

-공개 채용 규모 무려 7천 명! 취업난 숨통 트일 듯 하루라도 빠지면 섭섭한 ID 그룹 발 굵직한 뉴스도 텔레비전과 신문 을 가득 채웠다.

-주5일제 근무는 논란. 전경련, ID 그룹이 특수한 케이스. 산업 전 체로 확대하는 건 불가능.

동시에 주5일제 근무에 대한 논 란도 끓어올랐다.

그러는 사이에 샌프란시스코로 일단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오중근 외 5명이다.

막 입국 심사대를 통과한 오중근 의 얼굴엔 황망함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중근의 입장에 선 본인의 처지가 순식간에 바뀌었 던 탓이다.

IMF가 막 터질 때만 해도 국내 최대의 전자 업체인 일성 전자가 무너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던 일 이었다. 하지만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그렇게 굳건했던 일성 전 자가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자식들이 막 대학에 들어갈 때가 되어 가계지출이 크게 늘어난 시점이라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대로 망하나 싶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일성 전자 전체가 세계적 IT 기 업인 ID 그룹에 넘어갔고, 번갯불 에 콩 구워먹는 속도로 미래 전자, 대호 전자가 통합되며 ID 일렉트로 닉스라는 초거대 전자 회사로 거듭 났다.

격변 속에서 오중근의 처지는 폭 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 뜬 표주 박처럼 위태로웠다.

영상사업단 팀장이라는 적성을 겨우 살려 마케팅부서의 영상 파트 로 보직이 주어졌다.

일성 시절보다는 직급이 하락하 긴 했지만, 수입이 줄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 게다가 보너스 체 계는 ID 그룹이 훨씬 좋았다.

오중근은 심기일전해 본인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감을 잡아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회장님의 호출 이 있었다.

일성에서 게임기 관련 일을 해봤 느냐는 부회장님의 질문에 그는 고 개를 끄덕였고, 그 결과 샌프란시 스코 행이 결정된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5명 더있었고, 그들 중 오중근의 직급이 가장 높은 관계로 인솔자가 되어버 렸다.

"오 팀장님, 이제 어디로 가아합 니까?"

팀원의 물음에 오중근은 난감해 졌다.

"아. 그게……

오중근이 전해들은 지침은 도착 하면 픽업이 있을 거라는 말이 전 부였다. 이윽고 헉 하는 소리가 절 로 나왔다.

"오중근 팀장님?"

김대석!

ID 그룹 비서실장인 김대석이 오 중근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 기 때문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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