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09화 (509/1,007)

25권 18화

"사람들이 꽤나 모였다고 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유재원과 티파니가 숙소에서 나 와서 준비된 차에 오를 때, 김대석 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극장 앞에 는 레드카펫이 깔리며 화려한 시사 회를 위해 워너브라더스에서 초대 한 VIP들이 입장 중이었다.

코닥 극장 앞에는 그런 스타들을 보기 위해 몰린 팬들로 매우 혼잡 한 상태였다. 김대석은 워너브라더 스 측에서 미리 연락을 받았고 그 말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었다.

유재원과 티파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

워너브라더스에서 준비한 리무진 자동차였기에 좀 낯설긴 해도 기분 은 좋았다.

"재원아, 매트릭스는 어떤 영화 야?"

티파니는 아예 매트릭스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모양인지 매우 두루 뭉술한 질문을 했다.

"내가 선택한 영화지!"

덕분에 유재원의 답변도 매우 포 괄적 이었다.

"그럼 대박이겠네?"

그렇지만 티파니는 찰떡처럼 알 아들었다. 유재원의 영화에 대한 투자 성공률은 그야말로 기적적이 었다. 할리우드에서도 유재원에게 찍히면 대박이 난다는 건 이미 유 명해졌을 정도로 말이다. 월스트리 트에서도 기적의 투자법을 따라해 보겠다고 나서는 투자 회사들이 조 금 있었지만, 하나 같이 흉내만 내 다가 망했다.

"그럼! 이번 영화는 SF장르라는 약점에도 할리우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영화가 될 거야."

"오! 진짜? 자기가 그렇게까지 장담하는 건 처음 보는데. 괜찮겠어'?"

그런가?

티파니의 말에 살짝 흔들렸지만, 유재원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매트릭스가 만들어질 때, 유재원 은 단순히 투자금만 낸 게 아니라 기술도 지원했다. ID 엔터테인먼트 의 CG팀을 지원했고, ID 테크놀로 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도 거의 원가에 가깝게 지원해줬다.

이뿐만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 는 소품을 직접 만들어준 것도 있 다. 컴퓨터, 휴대폰과 같은 물건이 었다. 영화의 톤과 매너에 맞게 수 정을 하긴 했는데, 그대로 출시해 도 될 만큼 완성도가 뛰어났다.

매트릭스가 큰 성공을 거둘 것을 확신하는 매우 특별한 아이템까지 도 준비해 놓았을 정도다.

"곧, 도착합니다!"

티파니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목적지인 코닥 극장에 도착했다. 리무진의 두터운 차체를 뚫고 시끌 벅적한 소리가 그대로 전달될 만큼 흥겨운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가 유재원과 티파니가 탄 리무진이 도착하니, 레드카펫 주변 으로 모여 있던 사람들이 어떤 스타가 탄 건지 궁금해 하며 시선들 이 집중되었다.

그러한 팬들 중 최소 2/3는 사진 을 찍을 준비 중이라는 점이었다. 대형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반이었고, 나머지 반은 티파니폰2와 같은 최신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하차를 준비하다가 그 모습을 본 유재원은 문뜩 세월의 흐름이 보였 다.

"흐음?"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는 초보적 수준이었 다. 필름 카메라 회사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애들 장난감 정도로 취급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 도 있는 제품이 쏟아지면서 필름 카메라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었 다. 현상이라는 추가 작업을 해야 하는 필름 카메라와 달리, 찍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컴퓨터로 수 정과 편집도 자유로운 디지털 카메 라는 훨씬 가용성이 좋았다.

더욱이 티파니폰과 같이 카메라 모듈이 기본으로 장착된 휴대폰이 나왔고, 큰 인기를 끌면서 다른 휴 대폰 제조사들 역시 카메라 모듈을 기본 채용하면서 필름 카메라의 입 지는 더더욱 줄어들었다.

아이러니한 건 오늘 레드카펫 행 사를 하는 극장이 바로 아날로그 필름의 상징인 코닥이 만든 코닥 극장이라는 점이었다.

아직 할리우드는 감독들의 고집 과 영화 제작 환경의 보수적인 성 향 때문에 필름 촬영이 대세였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할리우드라도 대세를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영화 촬영용 대형 디지털 카메라도 나오고 스토리지 기술도 좋아져서 장시간 촬영이 가능하게 되면, 필 름과는 차원이 다른 효용성을 보여 줄 테니 말이다.

"재원아! 이제 내려야지!"

"응? 아! 미안."

유재원이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 이, 자동차는 완전히 정차했다. 유 재원은 곧 현실로 돌아왔고 환안 웃음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곧이 어 티파니가 유재원의 옆에 서서 팔짱을 꼈고, 그 모습에 플래시 세 례가 쏟아졌다.

-매트릭스, 충격적 스토리! 충격 적 비주얼!

-유재원의 선택은 이번에도 적 중!

-사이버 세상에서는 매트릭스 신 드롬!

다음 날, 할리우드 관련 매체에 는 매트릭스에 대한 호평이 가득했 다.

특히 호평을 받은 것은 한 화면 을 전방위에서 동시에 찍은 후, 이 어 붙여 360도 방향에서 보는 것과 같은 플로모션 기법 연출이었다.

초반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공 중 발차기 장면에서도 쓰였고, 각 성한 네오가 매트릭스 요원들의 총 알을 피하는 장면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주인공과 조연 들이 사용하는 휴대폰도 조명을 받 았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T터치폰의 매트릭스 버전이었는데, 딱 보기에 도 미래의 물건 같은 세련됨이 철 철 흐르는 아이템이었다. 더욱 놀 랄 일은 단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생긴 게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물 건이라는 점이었다.

이것이 바로 유재원이 준비한 특 별한 아이템이었다.

ID 그룹 로고가 크게 찍혀 있는 매트릭스 폰이었으니, 온갖 매체에 서 아이템이 소개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광고 효과는 계산도 하지 못할 정도다.

언론에서만 호들갑이 아니라 ID 테크놀로지 고객 센터, 혹은 플래 그쉽 스토어로 일명 매트릭스폰이 란 걸 언제 살 수 있느냐, 얼마냐 는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유재원도 예상은 했는데, 이정도 로 뜨거울 줄은 몰랐다. 덕분에 준비된 것들을 보다 빨리 풀어야 했 다.

파워 블로그닷컴 이 었다.

역사부터 IT까지 다방면에 걸쳐 퀄리티 높은 좋은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오는 파워블로그닷컴은 이미 유명한 사이트였다.

RSS 구독 방식을 지원해서 웹브 라우저만 실행하면 구독한 주제, 혹은 아이디의 최신 글을 간편하게 읽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 장 높은 구독자를 자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유재원이었다.

파워블로그닷컴을 만든 장본인이었고, 제일 활발히 활동하는 인물 이기도 했다.

가벼운 일상부터, 제주도를 메인 으로 한 여행기, 할리우드부터 워 싱턴의 거물 정치인 등등 셀럽과 만난 이야기, ID 그룹 신제품의 언 박싱과 사용기, 심지어 고난도 프 로그래밍에 대한 Q&A까지, 유재 원의 블로그는 그야말로 다양한 주 제의 게시물들이 올라오는 곳이었 다.

'D-10'

제목은 간단했다.

내용은 더 간단했다. 제목을 클릭하면 나오는 건 그림 한 장이 전 부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림의 내 용은 특별했다. 그것은 매트릭스 폰의 부팅 화면이었다.

제목과 사진, 두 개를 합쳐보면 매트릭스폰에 대해 10일 후 뭔가 발표가 있다는 의미였다. 다만 10 일 후에 밝혀질 뭔가가 대체 무엇 인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단순한 제품 발표인지, 아니면 소 매점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지 가늠할 정보가 없었으니 말 이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매트릭스 영화를 자세히 봤고,

인터넷 기술과 컴퓨터에 익숙한 사 람들은 D-10이라 올라온 게시물의 소스 코드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속에서 주인공 네오가 매트릭스의 소스 코드를 보는 것처 럼 말이다.

유레카!

혹시나 하고 소스 코드를 뜯어본 파워 유저는 유레카를 외쳤다. 유 재원은 영화에 푹 빠진 사람이 나 올 것을 예측했고, 해당 게시물의 소스 코드에 몇 가지 힌트를 더 숨 겨 놓았다. 힌트를 통해 사람들은 보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매트릭스폰, 4월 9일 예약 판매

-500대 한정 수량

-파워블로그닷컴 접속량 폭주

매트릭스폰에 대한 정보 그리고 소스 코드를 보겠다고 파워블로그 닷컴에 네티즌들의 접속량이 폭발 했다.

4월 9일이 되었을 때, 예악 사이 트가 열렸고, 기다렸다는 듯 네티 즌들의 접속이 몰렸다. 하지만 대 다수 네티즌들은 원하는 매트릭스 폰을 얻지 못했다.

준비된 수량은 500개였지만, 접 속은 수만 명이 일시에 몰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버 다운과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인터넷 업체들은 네티즌들 이 몰려서 서버가 다운된 것을, 마 치 자랑으로 여기면서 마케팅 재료 로 삼았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한 국에서 강했다. 온라인게임이 오픈 을 하고서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게임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을 자랑 으로 생각한 것이다.

제대로 게임을 못해 불만이 폭발 한 유저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이 얼마나 몰렸으면 서버가 박살이 났겠느냐는 식으로 언론 플 레이를 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달랐다.

클라우드 서버의 장점이 필요한 만큼 서버의 성능을 조절할 수 있 다는 것에 있었다. 또한, 서버가 다 운되는 걸 예비할 수 있는 시스템 적인 보완도 있었다.

-예약 구매 대기 인수 34,235!

울티마 온라인에서 처음 선보였 던 접속 대기 시스템을 여기에도 가져다 쓴 것이었다.

선착순 판매가 아니라는 것도 접 속 대기 시스템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요소였다. 예약 구매 신청은 하루 동안 받고, 신청자 중 에 500명을 랜덤 추첨하여 판매하는 방식이었기에 조금 늦어도 상관 이 없었다.

덕분에 호기심이 끌린 네티즌들 이 더욱 몰렸다. 일부 돈 버는 감 각이 뛰어난 이들은 이렇게나 많은 인기를 받는 매트릭스폰이라면 엄 청난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다 는 결론이 뚝딱 나왔다. 당첨만 되 면 대박이라 생각했기에, 수많은 아이디를 동원해서 응모에 참가하 기 시작했다.

덕분에 대기인 메시지는 예약 페 이지가 열리고 나서부터 몇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매트릭스폰 응모가 마감되었다.

접수된 응모자 숫자는 총 200만 명을 넘었고, 이중에 500명을 뽑아 서 결제 페이지를 안내했다. 500명 중 몇몇과는 연락이 되진 않았지만, 그 숫자는 매우 적었다. 오히려 내 일 취소 분 판매를 하겠다고 발표 하자 네티즌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이 소식이 다시 매스컴을 타면서 ID 그룹의 이름값은 더 높아졌다.

-마케팅 팀들이 많이 배웠습니

"이 정도야 기본이죠."

엘런 사장의 칭찬에 유재원은 가 볍게 답했다.

21세기에 이 정도는 기본 중 기 본이었다. 양파를 까는 것처럼 티 저를 하나씩 공개하면서 대중의 호 기심을 끌어올리는 기법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 다. 인터넷 마케팅은 이제 시작인 단계였다.

인터넷을 이용한 여러 가지 광고 들이 날마다 쏟아져 나왔다. 무료 가입과 같은 말장난은 이제 기본이었다. 요즘에는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게 한창 유행이었다. 하지 만 대다수 광고는 스팸으로 인식되 었고, 인터넷 광고가 많아질수록 광고 차단 유틸리티의 다운로드 숫 자도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원이 보여준 건 티저 사이트를 이용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라 고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는 영화 매트릭스의 제작 단 계부터 계획된 일이었기에 그렇게 가볍게만 볼 일도 아니었다.

애초에 영화 속 아이템이 그 모 습 그대로 작동되게 하려면 엄청난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이템을 준비한 부서에서는 의문 이 나왔다. 겨우 500대만 팔기에는 들인 비용이 낭비라는 것이다.

반면 유재원은 500대 만으로 충 분하다고 봤다.

매트릭스폰은 T터치폰을 바탕으 로 했다. 모양이 좀 다른 거 말고 는 본질적으로 똑같은 아이템이었 다. 오히려 세부 스펙은 T터치폰이 더 좋다.

-5월에 제대로 터트려 보겠습니 다.

매트릭스폰의 역할은 T터치폰의 바람잡이 였다.

매트릭스폰의 발송일이 T터치폰 의 글로벌 발매일이었다. 게다가 SF영화에 등장하는 휴대폰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T터치폰이라는 식으로 마케팅을 할 예정이었다.

T터치폰으로 2G 핸드폰의 궁극 을 찍고 나서, IMT2000에서는 스 마트폰 시대를 여는 것이 최근 갱 신된 유재원의 마스터플랜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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