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06화 (506/1,007)

25권 15화

-ID 그룹의 새로운 비전, S.N.S -T터치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 는 고도의 디바이스가 될 것-유재원 회장, T터치폰은 유비쿼 터스 세상으로 가는 열쇄다음 날 북미의 일간지에 어제 유재원이 공개한 ID 그룹의 비전이 기사화되었다. ID 그룹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던 발표였지만, 그 자 리에는 일부 기자들도 있었기 때문 이다. 그들은 IT 전문 기자였기에 유재원의 이야기를 반 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SNS라는 개념은 처음 등장한 것이라서 너무도 획기적이었다.

다만 유재원이 일부러 SNS의 핵 심인 스마트폰과 소셜 네크워크 서 비스를 숨겨 놓았기에, 살짝 두루 뭉술하게 전달된 감은 있었다.

"그렇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경쟁자들에게 대놓고 힌트를 줄 수 는 없는 법이지."

유비쿼터스로부터 SNS까지 끌어 올리긴 했지만, 그게 정확한 건 아 니었다. 오히려 IoT가 유비쿼터스 의 확장에 더 어울린다. 중요한 건 SNS를 구현할 도구가 모바일 디바 이스이고, 지금 당장은 T터치폰이 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직원들에게 T 터치폰에 만족하지 말고 보다 발전 된 다음 세대의 디바이스를 생각하 라고 주문했다.

T터치폰도 엄밀히 따지면 스마트 폰이긴 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탑재되었고 피쳐폰보다 몇 배는 큰 메모리와, 기본 128메 가바이트의 플래시 메모리 스토리 지가 들어간다. 라이브팟에서 시범 으로 보였던 앱스토어도 들어간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라 칭하기에는 모자란 부분도 있다.

일단 2G라는 데이터 통신 속도

의 한계가 있다. 또한, GPS 센서나 가속도, 기울기 센서가 없어서 활 용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SNS를 제대로 지원하는 서비스가 없었다.

그렇기에 T터치폰 다음 세대를 상상해달라는 유재원의 주문 다음 으로 이어진 말은, 단순한 개념 상 태의 SNS를 실제로 구현할 아이디 어 공모였다.

만약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가져 온다면 사내 벤처기업으로 육성해 서 제대로 지원해주겠다고 선포했 다.

ID 그룹의 사내 벤처 지원은 상 당히 매력적인 정책이었다.

사내 벤처로 출발했던 P마켓은 미국 제1의 중고품 거래 사이트가 되었다. 요즘에는 단순히 중고품을 올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소규 모 기업들은 본인들이 생산하는 제 품을 직접 등록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P마켓의 구색은 점 점 화려해졌고, 자연스럽게 사람들 도 몰리면서 이제는 종합 쇼핑몰로 자라났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는 데, P마켓의 확장 속도가 훨씬 빨 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자체 서버를 가지고 운영하는 아마존닷컴은 인터 넷 트래픽 관리가 조심스러울 수밖 에 없었다.

ID 테크놀로지를 비롯해 많은 회 사들이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를 제 공하고 있지만, 아마존의 최고 경 영자는 자체 서버를 고집했다. 당 장은 클라우드 서버가 확장도 쉽고 돈도 덜 들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는 커스텀도 힘들고, 서비스 전체 가 종속될 위험도 일찍이 간파했던 탓이다.

그렇기에 자체 서버를 도입해서 서비스를 구축 중인데, 불필요한 낭비는 최소화해야 했다. 덕분에 아마존닷컴의 상품은 텍스트 위주 였고, 구성도 단순했다.

반면 P마켓은 ID 그룹의 전폭적 인 지원이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클라우드 서버와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 전 송량이었다. P마켓에 입점하는 이 들은 고해상도의 사진으로 제품을 설명할 수 있었다. 처음엔 이 많은 용량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서 디 지털 카메라로 찍은 상품 사진을 그대로 올렸다. 지금은 전문 디자 이너의 손길을 받아 스크롤 형태의 브로셔를 만들 정도였다.

구매자들은 대량의 정보를 확인하고서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 었다.

사내 벤처의 성공은 이뿐만이 아 니다.

안드로이드 사의 알파 팀 소속이 었다가 게임 개발 기획서로 사내 벤처에 등록된 게이브 뉴웰이 이끄 는 하프라이프 팀이 있었다.

하프 라이프는 ID 소프트웨어의 둠, 울펜슈타인과 비슷한 FPS 게임 이었지만,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게다가 인게임 화면에서 스토리의 진행은 물론 각종 오브젝트와의 상 호작용, 컷신까지 다 구현하면서 FPS 장르의 혁신을 일으켰다.

유재원은 이렇게 전폭적으로 사 내 벤처를 후원한 것처럼 제대로 된 SNS 서비스만 가지고 온다면 있는 힘껏 밀어줄 생각이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무리겠지? 유튜브는 어림도 없고."

21세기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진 SNS의 대표적인 업체들이 자연스 럽게 열거되는 유재원이었다. 하지 만 이제 막 SNS의 개념을 발표한 상태인데, 벌써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아이디어가 막 쏟아지진 않 을 것이다.

"아이러브스쿨 정도가 최선이겠 지?"

어쨌든 뭐라도 좋았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것 아니 겠는가.

중요한 건 SNS의 개념을 탑재한 SNS 서비스와 사람들의 손에 들려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디바이스 모두가 ID 그룹의 이름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제국이로군."

이미 이룩한 ID 그룹의 성과만 해도 대단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디바이스, 스마트폰에서 가 동될 중요한 SNS 서비스까지도 보 유한다면 디지털 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 다.

유재원이 회귀를 통해 놀라운 능 력을 갖추긴 했다지만, 그는 일개 개인이었다. 머릿속에 잠들어 있는 첨단의 미래 기술도 현재의 컴퓨터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작 동 속도 1GHz짜리 CPU가 이젠 대중화되는 중이지만, 공정 수준은 나노 단위에도 접어들지 못했다.

결국 유재원도 현재의 부품을 이 용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고, 현재로써는 그 한 계가 丁터치 폰이었다. 그렇기에 경쟁자들은 T 터치폰을 보고서 카피 제품을 만들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핸드폰에 필요한 몇 가지 부품을 독점 중이지만, 약간 성능이 떨어 지는 것들을 가져다 조합한다면 최 고는 아니어도, 적당히 쓸 만한 물 건은 만들어지니 말이다. 특히 애 플의 스티브 잡스라면 유재원이 발 표한 T터치폰을 보고 원래보다 몇 년 더 빠르게 스마트폰을 떠올릴확률도 매우 높았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것! 멈추면 쓰러지는 외발 자전거를 탔다고 생 각하고 열심히 달리는 것만이 제국 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유재원이 서재에서 궁상을 떨고 있을 때, i웍스 컴퓨터에서 알람이 울렸다. ID톡으로 메시지가 날아온 것이다.

"응?"

반사적으로 메시지를 보던 유재원은 의문의 소리를 냈다. 티파니 아니면 김대석이 보낸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발신인은 러시아 지사장이고, 다 급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문장 속에 담겨 있는 건 푸틴의 정중한 초대 장이다.

디지털 제국과 같은 단순한 수식 어로서가 아닌, 21세기 러시아의 진정한 차르로 등극하는 푸틴의 초 대장이었다.

#381. 매트릭스

세계 2강으로 한때 미국과 군비 경쟁을 하던 시절이 있었던 러시아 였다. 당시에는 사회주의의 맹주였 던 소련이란 이름이었지만, 시작부 터 한계가 분명했던 체제였고, 결 국 과대한 군비 경쟁으로 붕괴되고 말았다.

이후 일부 동구권 나라들이 소련 으로부터 탈퇴해 독립 국가를 이뤘 고, 소련은 러시아 연방으로 재편 되었다.

물론 러시아의 경제 위기는 아직 도 진행형으로 작년에는 모라토리 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 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실토 였고, 이는 러시아에 돈을 빌려준 은행과 나라를 큰 곤경에 빠뜨렸다.

물론 가장 위험한 궁지에 몰린 건 러시아 그 자체였다.

사회주의의 본고장에 러시아에 시장경제를 도입하고자 했던 엘친 의 모든 정책은 실패했다. 그 결과 로 엘친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율이 아예 증발해버렸다. 오죽 하면 쿠데타까지 일어났고, 진압하 는 과정에서 러시아 국회가 불타기 까지도 했다.

더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었던 엘친은 후임에게 정권을 넘길 수밖 에 없었다.

"그게, 푸틴이지. 그날이 올해 마 지막 날이던가?"

푸틴의 현재 지위는 총리였다. 그렇기에 엘친이 사임하면서 생긴 대통령 자리에 임시 대행으로 자리 할 수 있었다.

임시 대행 시절 푸틴은 러시아 경제를 좀먹는 경제 마피아를 때려 잡음으로써 러시아 국민들에게 본 인의 존재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후 정식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 에서 당선되면서 대행 딱지를 떼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유재원은 몇 년 전 접촉이 혹여 푸틴의 행보에 변화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푸틴 은 그러한 우려를 깔끔하게 씻어내 며 본래의 자리에 앉았다.

"푸 차르가 무슨 일이지?"

처음엔 MS의 러시아 대리점 점 장이었다가 지금은 ID 그룹 러시아 지사장 자리에 오른 미하일 이바노 프의 ID톡으로 온 푸틴의 초대장은 장황한 설명과 달리 비교적 간단한 용무였다. 러시아 정부 주관으로 IT 관련 투자 설명회를 하는데 여 기에 유재원을 모시고 싶다는 것이 었다.

"ID톡 메시지가 정식 초대장은 아닌 모양이네."

미하일을 통한 메시지는 사전 교 섭의 성격이었다.

유재원이 관심을 보인다면 정식 으로 초대장을 보내겠다는 식으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하긴, 총리 명의로 나가는 초청인데 빈자리가 생기면 체면이 뚝 떨어질 것 아니 겠는가.

"음! 러시아라……

유재원의 흥미를 돋우는 투자처 는 아니었다.

러시아의 산업은 천연가스와 원 유 수출이었고, 나머지는 별 볼일 없었다. 그렇지만 완전히 불모지라 는 것도 아니다. IT 분야에서는 나 름 괜찮은 인재가 발굴되는 나라이 기도 했다. 단적으로 ID 그룹이 출 시하는 소프트웨어나 ID 테크놀로 지의 클라우드 서버의 보안 체계에 큰 역할을 한 카스퍼스키가 러시아 출신이었으니 말이다.

얀덱스와 같은 러시아 최대의 포 털 사이트가 될 업체라면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더욱이 이번 행사는 IT 투자 설명회 정도가 아니 었다.

푸틴이 주관하는 행사라는 게 중 요하다.

옐친에게 본인의 능력을 어필하 기 위함도 분명 있었다. 그러니 유 재원의 존재감이 필요해서 이렇게 사전 교섭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몇년 전 레닌그라드에서 만났을 때부터 후원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때로는 돈보다 직접 가 얼굴을 비 춰주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이번 행사가 바로 그 예다.

"당연히 가야지."

행사 일정을 보니 7월 초로 여유 는 충분했다.

유재원은 바로 ID톡을 다시 열어 서 초대에 기쁜 마음으로 응하겠다 는 답신을 보냈다. 김대석에게도 7 월 중 러시아 방문을 위해 스케줄 을 비워 놓으라고 지시했다.

며칠 후.

새천년을 준비하는 ID 그룹의 비 전까지 선포하면서 중요한 행사를 끝낸 유재원은 바로 본업으로돌아 왔다.

출시가 이제 몇 달 남지 않은 차 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완성도 를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안드로이 드 사의 규모가 커지고 소속 프로 그래머의 능력도 높아지면서 웬만 한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유재원은 방심하지 않았다.

"뭐야? 왜 이렇게 짰어?"

역시나 커널 시스템의 소스코드 를 살펴보던 유재원의 얼굴은 절로 찌푸려졌다.

직관적이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비효율적인 코드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버그가 만들어질 위험도 있 었다.

소스코드에는 누가 작성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테크가 붙어 있었기에, 유재원은 눈에 거슬리는 코드가 나올 때마다 거침없이 수정 했고, 작성자에겐 경고 딱지를 날 려 주었다.

경고 딱지가 붙자마자 알파 팀에 는 '보스 떴다' 라는 소리와 함께 소란이 일어났다.

안드로이드 사의 알파 팀을 비롯 한 모든 개발 팀은 유재원이 만든 팀 프로그래밍용 플랫폼을 사용했기에, 유재원이 접속해 코드를 수 정하고 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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