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482화 (482/1,007)

24권 16화

기획사 이름인 LSM은 사장 본 인 이름인 이승만에서 따온 약자였 다.

이승만 사장도 원래는 가수였다. 인기곡도 몇 개 있긴 했는데, 가요 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일본으로 유학 을 갔고, 거기서 쟈니스라는 아이 돌 기획사를 보고 크게 감명을 받 았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 온 이승만 사장은 쟈니스 시스템을 한국에 접목시키려고 했다. 몇 차 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리고서 마지막 한 방을 쏟아 부은 것이 바로 HxT라는 아이돌 그룹이었다.

1집 때부터 크게 성공했고, 2집 때에는 10대들을 완전히 휘어잡았 다. 이번 3집에서 그렇게 모은 원 기옥을 터트리려고 했는데, 표절 논란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지금은 재 판에 모든 걸 걸어볼 생각인 거 같 습니다. 어쩌면 재판에 돌입하기 전 폐업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 유재원의 생각도 비슷했다.

21세기 초반만 살짝 넘으면 연예 계의 규모도 엄청나게 커진다. 지 금엔 100억이 어마어마한 액수로 보이지만, 그때가 되면 연간 매출 액이 수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거 대하지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 장은 수십억 원도 부담인 상황이니, 아예 빠른 폐업으로 재판 성립 자 체를 막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이번 앨범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의 배상 의무 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이승만 본인은 빠져나갈 구멍은 생기니 말 이다.

"어쨌든 LSM이 망하는 건 사실 이겠군요."

이번 일로 K-pop의 고질병인 표절이 완전히 근절되면 바람직한 일이다. 대신 LSM의 공백은 없어 선 안 된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LSM이 파산하면 그 자산은 우 리가 인수하죠."

-우리? ID 그룹 말씀이십니까?

"정확하게는 ID 엔터테인먼트죠. 음악 사업도 하는데 기획사 하나 못 굴릴 이유도 없잖아요."

이승만이 만든 아이돌 시스템은 괜찮았다.

단지 표절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아이돌 관리만으로도 여력이 부족해서 팬클럽 관리에도 서툴렀 다는 게 문제였다.

ID 엔터테인먼트가 LSM의 빈자 리를 대신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잘할 자신이 있다.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준비해 보겠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최강욱 의 목소리에 약간의 떨떠름함이 담 겨 있었다. 문어발식 확장은 최강 욱이 제일 걱정하는 일이었다. 게 다가 연예계에서 흘러나오는 소문 들은 좋은 게 하나 없었다. 괜히 유재원의 명성에 누가 될까 걱정이 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최강욱은 크 게 만류하진 않았다.

유재원이 미디어 쪽으로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해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공감대도 있었으니 말이다. 넥스트 뮤직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 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음원의 제 작까지도 같은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었다.

며칠 후.

유재원이 마화텅을 만나러 갔던 그날.

대한 일보 인터넷 판에 유례가 없는 주말 단독특종이 터졌다. 그 것은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의 뇌물 수수 의혹을 담은 단독 특종이었다. 다들 깜짝 놀라는 가운데, 조금의 동요도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먼저 받아본 이들이었다.

예상은 여지없이 적중했고, 준비 해 놓았던 트리거도 즉각 발동되었 다.

#379. 제7 공화국

주말 유재원은 마화텅과의 미팅 으로 하루를 다 보냈다.

마화텅은 텐센트가 세계에서 제 일 큰 게임 회사가 된 이후로 전면 에는 나타난 적이 거의 없는 인물 이라서, 전생에서 가져온 정보가 얼마 없었다.

직접 본 마화텅은 평범하게 생긴 중국 상류층의 젊은이였다. 나이는 유재원보다 6, 7살 정도 많아 보였 다. 창업 후 승승장구하는 중이라서 온몸에 기운도 넘쳐흘렀다.

"중국에서는 신작인 스타크래프 트보다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대인 기입니다. 저희 텐센트에게 라이센 스를 주시면 1천만 카피를 팔아 보 이겠습니다."

출시된 지 1년은 지난 게임인데 1천만 카피라니.

전 세계를 상대로 출시했던 둠 시리즈나 울펜슈타인도 아직 달성 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중국인의 허세라고도 봐도 되겠지 만, 한편으로 완전히 허풍으로 들 리지 않았다.

실제 중국에서는 가능한 일이었 으니 말이다.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으면, 세계 매출 1위에 등극을 하는 게 21세기 게임 업계의 일반적인 상황 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중국인들 의 워크래프트 사랑은 유재원도 알 고 있던 사안이었다.

"회장님께서 무얼 우려하는 것인 지도 스테판 사장께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나서면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여드리지요."

마화텅은 자신감이 넘쳤다.

불법 복제 문제도 워크래프트의 정식 레더 서비스와 배틀넷이 있다 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임을 확 신했다. 게다가 본인이 가지고 있 는 특별한 시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민망한 말이지만, 중국에서는 법상식보다 위에 있는 것이 시라 는 매우 특별한 관계입니다. 다행 히 저희 부모님께서 게임을 유통과 관련된 분들을 많이 알고 계시니 확실히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겁니 다."

마화텅은 유재원과의 미팅 준비 를 위해 철저하게 대비한 것처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그의 말처럼 텐센트가 시라는 특수 인맥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했 다고 해도, 마화텅 본인의 능력도 출중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프레젠테이션 을 모두 들었음에도 확답을 주진 않았다. 마화텅이 이번 미팅을 준 비한 것처럼, 유재원도 본인과 ID 그룹에 최대한 이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다 계산해보고 이 자리에 나왔기 때문이다.

"라이센스 대신,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ID 그룹이 마화텅 사장 님의 텐센트에 지분 투자를 하겠습니다. 한 가족이 되면 라이센드 운 운할 필요도 없어지는 거죠."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건 아니라 는 건 일찌감치 내린 결론이다. 대 신 텐센트의 지분을 일찍 취득하는 것으로 중국이 성장할 때, 그 수익 을 일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분 투자요? 어, 얼마나 생각 하시는지?"

"49%입니다. 경영권 행사는 하 지 않겠습니다. 배당만 착실히 챙 겨주시면 만족합니다. 대신, 마화텅 사장님이나 다른 투자자들 사이에, 어떠한 지분 변동이 생기더라도, 저희 ID 그룹은 항상 49%라는 지 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텐센트가 거대해질 때마다 지분 조정이 있었다. 특히 중국 공산당 의 고위층의 개입은 상식을 초월하 는 수준이었다. 마화텅이 자신있게 말한 시라는 관계는 기름칠을 하 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데, 거기 에 주로 쓰이는 것이 회사 지분이 었다.

"어렵나요?"

"음, 지분 투자를 받는 건 생각 해 보지 않아서요."

빈말이 아니라 마화텅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게다가 지 분 변동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든 49%의 비율을 계속 유지해달라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 결정하라는 건 아니에요. 돌아가셔서 동료들과 잘 상의해보 시고 결과를 알려주세요."

그런 마화텅의 모습에 유재원은 시간을 더 주겠다고 했다.

"아닙니다. 여기 올 때부터 제가 전권을 다 가지고 왔습니다. 최대 한 빨리 결론을 내서 알려드리겠습 니다."

마화텅 역시 타이밍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건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중국으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이야 기해볼 것도 없이, 며칠 내로 결론 을 내겠다고 했다.

그렇게 마화텅과의 미팅을 마친 유재원은 평범한 주말을 맞는가 싶 었지만, 아니었다. 유재원이 대한 일보의 행태를 예언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즉각 반응한 것이다.

다음 날, 일요일.

깊은 저녁 시간인데도 대한 일보 본사의 몇몇 사무실이 환하게 밝혀 져 있었다.

월요일 조간신문을 만들기 위한 최종 회의가 열리는 중이었기 때문 이다. 다들 기사를 쓰는데 바쁜 와 중에, 편집 국장실만큼은 떠들썩했 다.

"청와대 민정수석, 미래 자동차 비위 포착하고도 직권으로 무마? 이 정도로 되겠어? 이봐, 심 부장. 자네 능력이 이거밖에 안 돼? 더 섹시한 야마 없어?"

강희석 편집국장의 심재철 정치 부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대한 일보에 입사한 지 거의 15 년에 가까워진 심재철이지만, 아직 도 눈앞 데스크에 앉아 있는 저 강 희석 같은 강단은 아직 없었다.

벌집을 건드려놓고 야마 타령이 라니.

야마라는 건 신문에 실릴 타이틀 이었다. 신문 판매 부스에도 지대 한 영향을 줄뿐만이 아니라, 앞으 로의 정치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 는 만큼, 심재철은 이번 사안을 놓 고 매우 고심하고 고심해서 뽑은 문장이었다.

"이 정도가 최선입니다. 크로스 체킹 중이니까요."

"이봐, 제보 확실하다며? 민정수 석이 접대 받고, 돈 받고 하면서 미래 자동차 횡령 무마해준 정황이 있다며? 그리고 덤으로 유봉만이랑 자주 골프도 치고 말이야. 그러면 서 ID 파운데이션의 사학 사업도 밀어주고? 틀려?"

"아닙니다. 그건 모두 팩트입니 다."

"그러면 더 확실하고 강력하게 써야 할 거 아니야? '민정수석, 대통령 아들들 비리 무마.'라고 하면 독자님들 귀에 딱 꽂히잖아."

"아들들? 이번에 들어온 제보로 는 대통령 직계는 미래 자동차 회 장 하나인데요?"

"아, 이 사람아. 유재원 회장이랑 할아버지, 손자 하는 사이인 거 모 르는 국민들 있나? 그러면 아들들 인 거지."

강희석 편집국장의 말에 심재철 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걸 이렇게 이어붙일 수 있다니, 참 놀라웠다.

"이 사람 참, 그래서 대한 일보 국장 타이틀 달 수 있겠어?"

반대로 강희석은 좋은 제보 받아 놓고 저렇게 말랑하게 나오는 심재 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 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가 경찰이야? 검찰이야? 우 리는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면 열심 히 보도만 하면 되는 거야."

편집국장의 말에 심재철은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얼굴이 얼 마나 두꺼우면 저런 소리를 천연덕 스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면 보도한다면, 캐비닛에 잔뜩 쌓여 있는 묵 은 파일들은 다 뭐란 말인가. 편집 국장 사무실 한편에 있는 캐비닛에 는 대한 일보로 들어온 온갖 제보 중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무게감은 확실히 있는 사건들이 가득했다.

검찰에도 비슷한 게 있다는 걸 들은 다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인데, 성 추문부터 금품 관련 비 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잠들어 있는 사건들이 한가득이었다. 편집 국장 말대로라면 이런 캐비닛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대한 일보 는 필요에 따라 묵혀 놓기도 하고, 이번처럼 제보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기사를 쓰기도 했다.

기준은 딱 하나, 대한 일보를 비 롯한 사주 일가 그리고 사주와 여 러 가지 형태로 엮인 세력에 이득 이 되느냐였다.

"신문사에 들어왔으면 편집 국장 자리는 한 번 앉아보고 가야지. 자 네도 생각이 있다면, 공격성을 더 길러."

"그래야죠. 그런데 먼저 나섰다 고 나중에 정에 맞을까 걱정되네 요."

"또또, 약한 소리 하네. 이봐, 여 기서 밀리면 뒤가 있나? 이래 죽이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야. 설사, 정에 맞는다고 해도 지금 정부가 뭘 할 수 있는데? 보도 지침 내리 고, 기자들 잡아가고 하는 시절은 다 지났다 이거야. 끽 해봐야 명예 훼손 소송이나 좀 걸고 말겠지."

편집 국장의 말에 심재철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럴 것 같 지 않은 느낌이라 말해본 것이다.

심재철은 확실한 미래 자동차 정 도만 건들고 말았으면 좋을 것 같 은데, 거침없는 편집 국장은 ID 파 운데이션까지 걸고넘어진다는 게 문제다. ID 파운데이션 너머에는 언급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유재원 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뒤가 없다는 것도 사실 이었고, 우려를 말해 봤자 또 약한 소리 한다는 타박이나 돌아올 것이 기에, 고개를 끄덕이곤 말았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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