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469화 (469/1,007)

24권 3화

타임플릭스의 발표는 대성공이었 다.

일부 언론에서는 웬만한 건 다 보여줘서 이젠 특별할 게 없을 거 라는 평으로 IDDC에 대해 김빠지 는 소리도 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사들은 화들짝 놀란 말미잘의 촉 수들처럼 쏙 들어갔다.

ID 그룹이 잘 나가는 게 보기 싫은 기자들과, 기업들이 뭘 좀 어 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기술로 무장 한 강력한 혁신 앞에선 무용지물이 었다.

단적으로 유재원의 발표가 있은 직후, 타임플릭스로 접속한 컴퓨터 나 케이블 모뎀의 숫자들은 수만에 달했다.

VOD의 조회도 그만큼 이뤄졌 다.

하지만 서비스가 불량하다는 신 고는 거의 없었다.

단지 리모컨 조작이 힘들다고 하 는 신고만 좀 들어왔다.

가장 많이 조회된 콘텐츠는 역시 드라마가 압도적이었다.

다음이 쇼프로였고, 영화 순이다. 의외로 MLB는 숫자가 적었다.

이걸 가지고 MLB의 인기가 없

다고 오해하면 금물이다.

아무래도 MLB는 매일 실시간으 로 보다보니 그걸 다시 볼 이유는 아직 없는 모양이다.

"시네마 디스플레이도 반응이 괜 찮네."

집으로 돌아와 커뮤니티를 살피 는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플릭스 다음으로 많이 언급 되는 게 27인치짜리 FHD 모니터 였다.

지금이 98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27인치 LCD모니터는 미래에서 튀 어나온 물건처럼 보일 것이다.

비록 TN 패널 방식이라서 모니 터를 바라보는 각도가 정면에서 조 금 틀어져도 색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초에 컴퓨터 모니터를 그렇게 사이드로 볼 일은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시네마 디스플레이 역 시나 i웍스와 마찬가지로 케이스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사용했기에 너 무도 고급스러웠다.

다만 가격을 알아보고 좌절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한 대에 400만 원이 넘으니, 부 자 나라인 미국에서도 살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

3,399달러.

한국의 현재 환율인 1달러에 1280원으로 대입하면 432만 원이 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 튀어 나온 다.

물가는 폭등하고 월급은 제자리, 아니면 오히려 깎이고 있는 한국이 라면 정말 무시무시한 가격이다.

경제가 활황인 미국도 예외는 아 니었다.

3,399달러라면 대형 텔레비전에 좋은 스피커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비싼 가격 이라면 유재원에게도 좀 쏠쏠하게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시 네마 디스플레이는 그런 것도 없었 다.

오히려 손해였다.

수율이 떨어지는 만큼, 원판 패 널을 대량으로 생산한 다음 골라내 서 만드는 것인데, 시네마 디스플 레이를 생산하는 만큼 B급 패널도 많이 생겨서 악성 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도 살 사람들은 사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은 시네마 디스플레이의 예약 화면을 보 며 살짝 기대감을 표시했다.

가격 따지지 않고, 최고만을 바 라는 부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물건 은 없었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 생산 업체 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픽이나 영상 편집에는 이보 다 좋은 장비는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대형 패널에 대한 수요가 많이 생기면 ID 디스플레이 공장도 열심히 돌아갈 것이고, 공장이 열 심히 돌면 노하우가 쌓여서 불량 화소 문제도 빠르게 해결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가격도 곧 내려올 것이 고, 더욱 많은 유저들의 컴퓨터에 시네마 디스플레이도 장착될 수 있 다.

선순환을 위해서라면 시네마 디 스플레이를 조금 손해 보면서 파는 것도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타임플릭스의 커뮤니티 반응을 살핀 유재원은 호평 일색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아쉬움이 아주 없는 건 아 니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했나?"

마지막까지 할까 말까 고민했던 게 타임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였 다.

현재 타임플릭스 서버에 올라간 수만 종의 콘텐츠는 모두 타임워너 의 라이브러리에서 나온 것이다.

거대한 영화 배급사이자 메이저 방송국도 소유하고 있었기에 그동 안 제작하고서 창고에 쌓아둔 필름 이 상당했다.

이러한 콘텐츠를 텔레비전과 컴 퓨터에 맞게 디지털 컨퍼팅을 해서 열심히 업로드하는 작업이 24시간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인기가 많았던 콘텐츠가 중심이 었지만, 종국에는 모든 자체 콘텐 츠를 업로드 할 것이고,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도 송출이 끝난 즉시 업로드 되도록 했다.

영화의 경우엔 좀 애매했다.

비디오테이프 판매와 렌탈 시장 이 제법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었 던 탓이다.

하지만 렌탈 시장은 타임워너 같 은 회사에는 딱히 이익은 아니었기 에, VOD가 비디오테이프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모니터링을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타임워너의 콘텐츠만으로는 타임플릭스가 완전 히 뿌리 내리긴 힘들 것으로 보았 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자체 콘텐츠 아니겠는가.

현재 진행 중인 밀리언 달러 챌 린지도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비단 드라마나 영화뿐만이 아니 라, 획기적인 쇼 프로그램도 유재 원의 머릿속에는 많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타임플릭스 발표에서는 끝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일단 타임플릭스가 뭔 서비스인 지 알리는 게 중요하지."

아직 VOD에 대한 개념도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렇기에 타임플릭스에 대한 인 식을 심어주고, 쓸 만한 서비스라 는 걸 알려주고 나서야 다음 스텝 을 밟는 게 순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쇼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 한다더라도 시청자층이 굳건한 타 임워너의 방송사를 통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살짝 미련이 남았다.

차라리 티저 영상이라도 만들어 서 호기심을 좀 자극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기도 했다.

"지나간 일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미련한 짓이지."

잠깐 삼천포에 빠졌던 유재원은 곧 현실로 돌아왔다.

유재원은 곧장 컴퓨터에 띄워져 있던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그렇다고 뭔가 새로운 문서를 열어 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과감하게 컴퓨터를 종료했 다.

지금은 두 번째 날, 넥스트 뮤직 서비스 발표를 위해서 잠을 자는 게 지금 할 일이라는 걸 인식한 것 이다.

이미 넥스트 뮤직의 발표 준비는 완벽했다.

스테이지의 준비부터 소품, 스크 립트 그리고 깜짝 놀랄 초청 가수 까지. 모든 준비는 유재원과 레밍 턴의 합작이었다.

지금 할 일은 잠을 자는 것이다.

컴퓨터를 완벽하게 끈 유재원은 곧장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침 대로 들어갔다.

이부자리에 막 들어갔을 때의 차 가운 느낌은 없었다.

침대엔 피곤하다며 먼저 잠든 티 파니가 인간 보일러 역할을 하면서 이부자리를 적당한 온도로 데워뒀 기에, 유재원도 곧장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IDDC 98의 두 번째 날이 되었 다. 이번에도 메인스테이지에 발표자로 선 사람은 유재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유재원입니다."

박수를 받으며 스테이지에 올라 온 유재원은 어제보다는 훨씬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관객들을 맞이 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화끈할 거 라고 장담합니다. 어쩌면 오늘 발 표할 게 뭔지 알고 계신 분도 많겠 지요? 그럼에도 제 장담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대놓고 장담할 수 있을 만큼 발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춘 유재원이었다.

"오늘의 여러분께 발표할 서비스 는 바로 넥스트 뮤직입니다."

발표가 시작되자마자 넥스트 뮤 직이 공개되었다.

참 안타까운 건 넥스트 뮤직 서 비스는 소프트웨어이자 서비스였기 에 레밍턴과의 상황극은 벌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언제까지 그 카트 쇼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만 있 다면 계속 하고 싶은 게 유재원이 었다.

그렇다고 물건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상황극을 하면 식상해질테니, 앞으로는 여러 가지 변형으로 만들 어볼 심산이었다.

하여튼 유재원의 말과 동시에 뒤 쪽 거대한 스크린에 넥스트 뮤직이 라는 글자가 압박적인 크기로 떴다.

곧이어 안드로이드 98의 라이브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바탕화면과 아이콘엔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가 있었는데, 거기엔 넥스트 뮤직의 로고가 아른거렸고, 아이콘들은 음표나 앨범 아트 같은 것들로 꾸며져 있었다.

이렇게 보기엔 참 좋은데, 컴퓨터의 성능을 많이 깎아 먹기에, 파 워 유저라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안 드로이드 98을 설치하자마자 제일 먼저 비활성화 시키는 기능이기도 했다.

곧이어 웹브라우저가 열렸고, 기 본 화면으로 설정된 넥스트컴 홈페 이지가 나타났다.

"인터넷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면, 한국 넥스트 뮤직에 대한 이 야기도 분명 들어보셨을 겁니다. 많이들 비슷할 거로 생각하실 텐 데, 바로 지금 그 고정관념을 확 실히 깨뜨려 보겠습니다. 지금 보 시는 화면은 우리 ID 테크놀로지의 엔지니어가 뉴에그 PC로 실시 간으로 조작하는 화면입니다. 가 장 빠른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기 위해선 i웍스를 동원했을 테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의 PC환경이 뉴 에그였기에 이에 맞춰 세트를 구 성했습니다."

넥스트뮤직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전 중요한 정보들을 사전에 공지하 는 유재원이다.

말 그대로 현존 최강 PC인 i웍스 를 놔두고 일반 뉴에그를 가져온 건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매끄럽게 구동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자, 그럼 시작하죠! 넥스트 뮤직페이지에 접속하세요."

유재원의 말에 마우스 커서가 음 직이며 ID 웹브라우저의 즐겨찾기 목록을 펼쳤다.

즐겨찾기 된 목록은 단 네 개. 게다가 두 개는 물음표로 내용이 알 수 없게 가려져 있었고, 표시된 두 개 중 하나는 타임플릭스였다.

당연히 나머지 하나는 넥스트 뮤 직이었다. 넥스트 뮤직에 접속하자 깔끔하게 정리된 음악 사이트가 나 타났다.

21세기 한국에서는 매우 평범하 게 접속하던 바로 그 음원 사이트의 구성과 매우 흡사했다.

일단 넥스타 핫 100 차트라는 실시간 차트가 제일 먼저 보였고, 다음이 가수, 장르, 국가, 시대 등 으로 카테고리가 나눠진 탭들이 있 었다.

"넥스트 뮤직은 범람하는 해적 mp3 사이트와 달리 100% 합법적 인 계약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음원 을 서비스하는 정식 사이트입니다. 해적 사이트에서 mp3를 받는 건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에 아무런 도 움이 되지 않지만, 넥스트 뮤직에 서는 그 어떤 클래식 매체보다 더 도움이 됩니다."

넥스트 뮤직의 정산 비율은 7 : 3.

당연히 7의 비율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부분이었다.

창작자가 소속사나 세션들과 어 떤 식으로 계약했는지에 따라 실제 분배 받는 액수는 달라지겠지만, 그건 CD나 테이프, LP에서도 마찬 가지였다.

게다가 넥스트 뮤직에는 +a가 있다. 온라인 음원 유통 계약을 할 때 선지급금을 주는 제도가 있는 데, 유명세나 잠재력 등 다양한 요 소를 고려해 융통성이 크게 발휘 된다.

소속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초대형 아티스트라면 그 융통성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그러면, 넥스트 뮤직의 런칭에 어떤 아티스트가 함께했는지 확인 해 보시죠."

유재원의 멘트 중에도 마우스는 움직이고 있었다.

핫 100 차트 아래로 넘어가서 가수 카테고리를 선택했고, 최근 등록된 가수 순으로 클릭이 이어졌 다. 그러자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대표 사진들이 쭉 나타났다. 하나 하나가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팔아치운 최고의 인기 가수들이었다.

마우스 커서는 점점 위로 올라갔 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메탈리카.

메탈리카를 선택하고 그들의 대 표곡인 엔터 샌드맨이 클릭되었다. 그러자 메인 스테이지 안에 그 유 명한 기타 리프가 시작되었고, 베 이스와 드럼이 뒤를 따르기 시작했 다.

마우스 커서가 메탈리카를 고를 때부터 이미 메인스테이지의 관객 들은 꿈뻑 넘어갔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가 힙합으로 점령당하기 전이었고, 록의 인기가 여전히 살아 있을 때였다. 게다가 메탈리카는 mp3에 대해 매우 부정 적인 인식을 숨기지도 않았던 록 그룹이었다.

심지어 불법 mp3 공유 프로그램 인 냅스터와의 고소를 불사하려고 하기도 했다. 그런 메탈리카가 넥 스트 뮤직에 참여했다는 확실한 증 거였으니, 이보다 강렬할 수는 없 다.

하지만 유재원이 준비한 쇼는 이 게 끝이었다.

갑자기 엔터 샌드맨이 뚝 끊겼 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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