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466화 (466/1,007)

23권 25화

유재원은 이번 챌린지를 위해 평 가단을 따로 운영할 생각이지만,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작품이 있다 면 직접 읽어볼 생각이었다.

물론 시간 절약을 위해서 해리 포터처럼 전생의 기억을 통해 검증 된 작품은 곧장 알람이 울리도록 메일함을 설정했다.

도전자들의 투고는 이메일로만 받았는데, 이메일을 보낼 때 특정 한 형식을 따르도록 했다.

이메일의 제목 형식은 물론이고, 원고의 파일 형식까지 규정했다. 소설이라면 당연히 IDW 파일로만 받고, 웹툰이라면 가장 범용적인 JPG 파일이 다.

이러한 형식을 따르지 않으면 아 예 읽지도 않겠다고 공표를 해놨다. 이렇게 규칙을 정한 이유는 바로 이메일 제목을 모니터링하는 프로 그램을 위해서였다.

"얼불노도 좋고, 나니아 연대기 도 좋고. 드래곤 시리즈도 응모했 으면 좋겠다."

유재원이 줄줄이 읊는 제목들은 이런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등록된 제목들이었다. 작가의 이름도 확실 히 등록해놨으니, 해당 작가가 밀 리언 달러 챌린지에 응모하면 본인에게 곧장 ID톡과 티파니폰으로 알 림이 오도록 설정했다.

당연히 이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존재 자체가 비밀이다. 티파니나 영식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렇기에 모니터링 프로그램이 실 행되는 컴퓨터는 ID 테크놀로지의 데이터 센터가 아니라 유재원의 개 인용 컴퓨터다.

비밀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용할 수 있는 컴퓨터에서만 실행 하는 것 아니겠는가.

세팅해놓은 것들을 다시 한번 점 검하고, 모니터링 프로그램도 잘 작동하는지도 체크했다. 모두 정상작동 중이었다.

"음,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볼 까'?"

ID 톡 알림이 딱히 울리진 않았 지만, 그래도 밀리언 달러 챌린지 전용 이메일 계정으로 접속했다.

정식 발표된 지는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혹시나 원고를 다 써놓은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니 겠는가. 챌린지에 응모한다고 응모 작의 판권까지 넘겨받는 한국식 공 모전은 절대 아니니 부담감은 훨씬 덜할 것이라 확신했다.

유재원은 곧장 이메일닷컴에 접속해서 밀리언 달러 챌린지의 응모 용 계정으로 접속했다. 그리고서 대박을 확신했다.

-읽지 않은 메일 123건.

벌써 123건이나 되는 메일이 쌓 여 있었던 것이다. 숫자도 공교롭 게 123이었다. 여러 모로 징조가 좋았다.

"한국에서도 많이 왔으면 좋겠 다."

이번 챌린지는 미국이 중심이지 만, 지역 제한은 없었다. 한국은 아 직 장르소설이라는 분야는 이제 시 작하는 단계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그 저변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 이다. 유재원은 이번 챌린지로 도 전하는 작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 겠다는 유재원의 소박한 바람과 함 께, 그는 제일 먼저 들어온 응모 이메일을 열었다.

다음 날.

유재원은 아직도 일본에 있는 ID 인베스트먼트 사장 빈센트 그린힐 과 ID톡의 음성 대화 기능을 통해 대화 중이었다.

일본 공략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뒷정리할 것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빈센트 그린힐이 새로운 아 이디어를 줘서 그에 대한 검토를 위해 음성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보안 회선으로 연결했는데, 요즘은 컴퓨터 성능이 좋아져서 시 차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음성 은 선명했다.

-일본에서 회장님의 악명이 자자 합니다.

빈센트 그린힐이 가벼운 말로 운 을 뗐다.

"닥터 둠보다 더 높나요?"

닥터 둠은 빈센트 그린힐의 별명 이었다.

원래는 빈센트 그린힐이 언론과 만날 때마다 비관론을 제기했는데, 월스트리트의 엘리트들이 이를 비 웃으려고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런 데 진짜로 나스닥이 무너지고, 최 근에는 닛케이가 무너지면서 닥터 둠이란 별명에는 공포심이 추가되 었다.

-그럼요. 닥터 둠은 이제 새발의 피입니다. 더 무서운 대마왕이 나 타났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의 여론 동향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간단했다. 일본에서 만악의 근원 은 유재원이었다. 조금 살아나려나 싶었던 일본 경제가 2차 침몰한 것 은 그들 내부의 모순 때문이었다. 그걸 유재원이 파고들었는데, 일본 에선 그게 거꾸로 되어서 유재원이 일본에 악감정을 품고 경제를 무너 뜨렸다는 식으로 기사들이 쏟아진 다는 이야기다.

"일본 사람들이 그걸 믿어요?"

-찰떡 같이 믿고 있습니다.? 덕 분에 우리 ID 인베스트먼트나 신일 본 투자은행의 존재감도 몇 배는 커졌습니다.

하긴, 일본 국민들이 언론 보도 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일본 이 이 지경까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분간은 일본에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유재원 이다. 그런데 빈센트 그린힐의 말 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투자금을 맡기겠다고 문의하는 큰손들도 많아졌습니다.

악감정과는 별개로 ID 인베스트 먼트에는 돈을 맡겨도 된다는 증명 은 확실히 했다. 일본 공략은 손실 이 날 수도 있는 일이라 남의 돈을 끌어와서 쓰진 않았지만, 이번 일 로 일본에서는 ID 인베스트먼트의 그간 행보들이 재조명되었다.

투명하게 운영되는 건 기본이다. 수수료도 저렴한데, 수익률은 굉장 했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 는 수백 % 대의 대박을 터트린 적 도 있었고, 입금이나 출금이 자유 로운 뮤추얼 펀드마저도 월스트리 트 전통의 강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ID 인베스트먼트에 비하면 골드 만삭스나 JP모건의 펀드들은 은행 예금 정도처럼 보일 정도로 차이가 났다.

아무리 악감정이 있어도, 여유 자금이 있으면 좀 넣어 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일어날 만큼의 차이였다. 빈센트 그린힐의 설명은 실제 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 금액은 상당한 규모라는 이야기였 다.

"오, 그러면 ID 인베스트먼트도 일본에 지점을 몇 개 내보세요."

한국처럼 지방 도시까지도 모두 내보는 건 모험이지만, 도쿄나 오 사카 등 규모가 큰 대도시에 서너 개 내보는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 다. 공장을 짓는 것도 아니니, 영업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하면 바로 정 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빈센트 사장님께 그 정 도 결정할 권한은 충분해요."

무엇보다 지점 몇 개 늘릴 정도 의 권한은 빈센트 사장의 결정만으 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역시, 저랑 빈센트 사장님이랑 잘 맞네요."

- 그렇습니까?

"네! 이번에 일본에서 크게 벌은 덕에, 신일본투자은행의 규모도 크 게 확대할 생각이었거든요."

일본은 낙폭 과대 상태다.

일본의 국가적 이미지와 신용도에 큰 상처를 내놓은 유재원이 할 말은 아니지만, 이것도 엄연한 사 실이다. 몇몇 기업들은 헐값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원천 기 술을 보유하고, 기초 기술이 탄탄 한 기업들의 경우엔 인수할 수 있 다면 지금 기회에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유재원의 계획에 빈센트 그린힐 도 즉각 동의했다. 현재 신일본 투 자은행의 이름으로 보유 중인 회사 들로 쏠쏠한 이익이 나는 중이었다. 유재원의 안목도 이미 검증이 끝났 다. 일본에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자금으로 신일본 투자은행의 규모 를 불려 놓는다면, 21세기에도 ID 인베스트먼트의 찬란한 미래는 보 장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리스트를 보내드릴 테니 접촉해보세요. 정 안 되면 적대적 M&A도 불사해도 좋아요. 총알은 넉넉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유재원은 빈센트 그린힐에게 유망한 일본의 기업 리 스트를 전송했다. IT 특기인 유재 원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어서 반 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 위주였다. 그렇지만 천편일률적이진 않았다. 의외의 기업 이름도 좀 보였다. 빈센트 그린 힐이 그걸 바로 알아봤다.

-유니클로? 여기는 조그만 의류 회사입니다만.

"네,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요."

의류 분야도 농산물처럼 유통 단 계가 복잡한 분야였다. 유통 단계 가 많다는 말은 이를 단순화하여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특히 인터넷 쇼핑의 발전과 패스트 패션의 발전은 거의 비슷했 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앞으로 ID 인 베스트먼트에서 유니클로를 비롯한 패스트 패션 회사들을 포트폴리오 로 편입할 작정이었다.

빈센트 그린힐과의 음성 대화를 마친 유재원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 갔다. VOD 서비스와 넥스트 뮤직 그리고 포터블 기기인 DAP의 발표 회 체크였다.

기기부터 시스템까지, 심지어 행 사장의 인테리어와 파트너사들, 그 리고 이번 비즈니스와 관련된 VIP 초청까지. 유재원이 큰 신경을 쓰 지 못했지만,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다.

이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발표만 남았다.

초청된 사람들 앞에서 역사에 남 을 프레젠테이션하는 건 당연히 유 재원의 몫이었다.

IDDC 98.

풀어보자면 1998년에 열리는 ID 그룹 개발자 콘퍼런스라는 단어였 다.

"오, 드디어 단독 발표라니."

유재원은 실리콘밸리에서 제일 거대한 컨벤션 센터의 입구에 커다 랗게 걸린 배너를 보며 살짝 감동 했다.

디데이는 8월 1일이었으니 아직며칠 남긴 했지만, 드디어 여기까 지 왔구나 싶었다.

아주 오래전 ID 그룹에 계열사가 ID 테크놀로지만 있었을 때, 신제 품을 홍보하고자 찾았던 곳은 컴덱 스였다.

컴퓨터 관련 신제품 전시회에서 컴덱스만큼 거대한 행사는 없었고, 반응도 항상 좋았기에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참석 중이었 다. 다만 컴덱스 행사를 준비하는 ID 그룹의 책임자 직책이 개발 팀 장 급으로 낮아졌을 뿐이다.

이유는 IDDC에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ID 그룹의 단독 콘퍼런스다.

ID 그룹은 이제 대규모 신제품 발표회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수 준에 올랐고, 관객도 그만큼 끌어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제 1회 행사라서 티켓을 무료로 풀었 지만, 2회부터는 유료로 전환할 예 정이다.

그만큼 인기가 좋았다.

넥스트컴에 IDDC 가 열린다는 것을 메인 배너로 공지했고, IDDC 를 위한 홈페이지도 오픈했다. 거 기서 티켓도 배부했다. 참가 신청서를 쓰고 등록을 하면 컴퓨터에서 출력할 수 있는 QR코드가 나오고 이걸 프린트하면 티켓이 되는 것이 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컨벤션 센터에 3일이나 진행하는 행사였 고, 하루에 입장객만 수만 명을 수 용할 수 있었다. 다만 수용 인원의 최대치로 티켓을 발부하면 사람들 에 떠밀려 다니게 되니, 적당한 수 준으로 줄여서 티켓을 나눠줬다.

그런데도 순식간에 바닥이 난 것 이다.

다만 QR코드가 생소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짧은 비디오 파일과 웹페이지 문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안내했다. 관객 측에선 QR코드가 담긴 프린트물을 가지고 오면 끝이 었고, 컨벤션 센터 입구에서는 스 캐너로 찍고 확인이 되면 팔찌 형 태의 티켓으로 바꿔 주는 형식이었 다.

참고로 1994년에 덴소 웨이브라 는 일본 회사가 만들었고, 특허권 을 행사하지 않았기에 무료로 누구 나 쓸 수 있었다. 단지 '(느코드는 일본 및 여러 나라에서 덴소 웨이 브 INCORPORATED의 등록 상 표입니다'라는 문구를 조그맣게 적 어 놓기만 하면 된다.

"회장님! 이쪽입니다."

막 컨벤션 센터에 도착한 유재원 을 안내하려고 레밍턴이 다급히 달 려 나왔다.

이번 IDDC의 주인공은 누가 뭐 라고 해도 타임워너넥스트컴이었다. 그렇기에 컨벤션 센터를 꾸미는 일 부터 발표회 준비까지 모두가 레밍 턴이 담당했다. 물론 다른 계열사 들 상품도 모두 전시가 될 것이라 서 ID 테크놀로지의 앨런도 와 있 는 상태다.

오랜만에 두 분이서 콤비를 갖춰 일을 처리하니 거대한 행사의 준비도 별 탈 없이 매끄럽게 준비가 끝 났다.

"여기서 QR코드를 팔찌 티켓으 로 교환합니다."

유재원은 점검을 위해서 일반 방 문객의 루트를 따라 진행했다.

"네, 여기요!"

요식 행위긴 해도 유재원은 직접 가져온 QR코드를 내밀었다. 레밍 턴도 유재원이 그렇게 QR코드를 가져올 줄은 몰랐던 모양인지 살짝 당황한 얼굴이었다. 다행히도 모든 시스템은 가동 중이었기에 바로 스 캐너로 QR코드를 읽으니 PASS라는 글자와 함께 유재원의 간략한 인적 사항이 나왔다. ID 그룹 회장 이라는 직책도 선명했다.

"VIP는 스카이민트색입니다."

팔찌형 티켓은 4가지 색이었다.

하얀색은 기본형 티켓이고, 파란 색과 빨간색, 그리고 가장 높은 것 은 스카이민트색이었다. 티켓에 따 라 행사장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 는 영역이 한정되어 있고, 제공되 는 서비스도 조금 달라진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차별이 있는 건 아니다. 하얀색 기본형 티켓도 음료와 과자, 햄버거 등은 기본으로 제공했고, 체험형 부스도 대부 분 입장할 수 있다. 단지 B2B제품 들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장소에 대 한 출입이 제한되어 있을 뿐이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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