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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446화 (446/1,007)
  • -23 권 5화

    ID 엔터테인먼트의 IP를 가지고 만드는 테마파크도 한창 공사 중이 었다. 규모는 일본의 디즈니랜드보 다 더 컸다. 게다가 타임워너와의 합병으로 워너 브라더스가 보유한 영화 콘텐츠도 사용할 수 있게 되 면서 테마파크의 규모가 더욱 커졌 다.

    ID 그룹은 제주도에 관광이나 놀 이 시설만 짓는 게 아니었다.

    ID 테크놀로지 산하의 전기자동 차 회사인 라이트닝볼트사의 전기 차 개발 특구로 제주도를 지정했고, 전기 자동차 연구소와 전기 차 충 전소 등의 인프라도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이밖에도 ID 테크놀로지 가 지분을 가진 여러 벤처기업들이 제주도에 와서 첨단 IT 기술을 연 구 중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투자로 인해 현재 제주도의 경제에서 ID 그룹이 차지 하는 비중은 20%를 훌쩍 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제주도의 1년 예산은 아직 1조 원을 넘지 않았 다. 그런데 ID 그룹에선 매년 수천 억 원씩을 푸니 제주도 경제가 살 아나는 건 당연했다.

    어떤 진보적인 경제 전문가들은 유재원이 제주도 개발에 돈을 쓰는 게 못마땅한 모양인지, 부정적으로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 에게 제주도는 더 이상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니었고, 전기 차는 까 마득한 미래의 일이라는 점이었다.

    이러한 근거로 제주도에 도박적 인 투자를 거침없이 하는 ID 그룹 의 경영체제는 독재와도 같다고 마 무리했다.

    최강욱은 물론, 제주도 개발 사 업을 책임지고 있던 황재홍이 그 기사를 보고 크게 분개했다. 반면 유재원은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 다.

    웰빙이라든가, 전기차는 나이 많 으신 분들에게는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는 요소일 테니 말이다. 외환 위기로 기업들이 줄도산인데, 무슨 관광이란 말인가 하는 소리도 지금 은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독재도 마찬가지다.

    사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민주주의 라는 건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결 정권이 있다는 게 핵심인데, 자본 주의에서는 주식을 가진 만큼 권리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주주 의의 나라에서 가장 반민주적인 조 직이 바로 주식회사라고 할 수 있 다.

    그렇지만 주주의 권리는 법으로 보장받는 것이고, 유재원은 합법적 으로 권리를 행사했기에 그 누구도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순 없다. 그 래서 하는 게 기사처럼 글을 쓰는 게 전부다. 결정적으로 이 기사는 공감도 그다지 많이 얻지 못했다.

    결과가 어떻든 투자가 최고인 시 절이니 말이다.

    덕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재 원과 사진 한 번 찍겠다고 저렇게 나서는 것 역시나 자연스러운 그림 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건 통일국민당은 제주 도 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최소의 커트라인을 넘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 도지사는 물론이고 우근민이 라는 민주당 후보도 통일국민당의 문을 제일 먼저 두드렸다. 둘 다 강력한 괸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둘 중 하나만 입당시키면 제 주도는 통일국민당의 당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가 없는 건, 매우 깐깐한 자격 심사가 있었 기 때문이다.

    통일국민당은 근본 없는 사람들 이 모인 당이었다. 덕분에 시스템 을 만들기가 수월했다. 그렇게 완 성된 공천 시스템이 이번에 확실히 작동하면서 불량 후보들을 다 걸러 낸 것이다. 기존 정당이라면 광역 단체장 한 석이 아까워서 억지로라 도 냈을 텐데, 전명헌의 압도적 카 리스마로 관철시켰다.

    연정 중인 민주당을 배려하고, 통일국민당의 남다른 윤리 의식을 국민에게 강력히 어필하는 좋은 결 정이었다. 게다가 제주도는 이미 경제적으로 ID 그룹 영향력 안에 있으니, 누가 도지사가 되었든 상 관없다는 남모를 속셈도 있었다.

    유재원은 공평하게 두 후보 모두 와 사진을 찍어주고는 제주도 현지 시찰 일정을 시작했다. 부모님과 친척들은 여행이 중점인지라 공항 에서부터 갈라졌다. 저녁에 호텔에 서 다시 만나기로 했기에 완전히 따로 행동하는 건 또 아니었다.

    제주공항을 나온 유재원은 제일 먼저 라이트닝볼트사의 연구소부터 들렸다.

    전기 자동차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그럴듯한 결과물은 없었지만, 열심 히 일하는 연구원들을 독려해주기 위함이었다.

    더욱이 기대는 없었는데, 타볼 수 있는 2인승 차가 있어서 생각보 다 재미있는 일정이었다. 시제품도 아니고, 단지 기술 실증용으로 만 든 물건이라서 매우 단순했지만, 자동차의 본질인 달리는 능력만큼 은 좋았다.

    그렇게 시작된 유재원의 제주도 일정은 일보다는 휴식에 집중되었 다.

    평소라면 8시간을 일했지만, 제 주도에서는 4시간만 일하고, 나머 지 시간에는 제주도를 돌아봤다. 항상 지니고 다니는 카메라에 그 모습들을 담아 놨다. 북한에서도 카메라는 쉬지 않았는데, 제주도라 고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의 용도는 역시 본인의 파워블로그에 올릴 재료였다.

    제주도 일정이 거의 끝나가는 오 늘도 유재원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나섰다. 목적지는 제주도의 대표 오름인 용눈이 오름이다.

    "헉헉, 저기 회장님!"

    멀리서 봤을 땐 동산처럼 아담해 서 얕봤다가 막상 오르니 경사가 제법 심했다. 게다가 올라가는 길 도 정돈되어 있지 않아 숨소리가 살짝 거칠어지는 중인데, 뒤에서 김대석이 유재원을 불렀다.

    "아까부터 전화벨이 울리는 것 같습니다."

    김대석의 말에 유재원은 안주머 니에 있던 티파니폰을 꺼냈다. 발 신은 티파니였다.

    -자기야! 터졌어!

    전화를 받자마자 티파니가 터졌 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목소리도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하이톤이었 다.

    "아니, 뭐가 터졌다는 거야?"

    빠르게 사정을 설명하는 티파니 의 말에 유재원의 눈도 덩달아 커 졌다.

    -석유! 석유말이야!

    티파니가 찍은 땅에서 시추 중이 던 유정에서 석유가 터졌다는 소식 이었다.

    "우와! 대박!"

    티파니의 말에 유재원은 환호부 터 터트렸다. 환호에는 커다란 기 쁨이 진심으로 담겨 있었다. 자세 히 보면 좀 이상한 그림이다. 석유 가 나올 자리를 찍어준 사람이 유 재원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자리는 대충이 아니라 미래 지식으 로 찍어준 것이니 석유가 나올 거 라는 건 유재원이 제일 먼저 알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호성에 진 심이 담겼던 것은, 채굴기가 꽂힐 자리까지 완벽하게 찍어주진 못했 다는 점이다. 세계지도를 놓고 손 가락으로 어느 지점을 찍으면 매우 정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점 하 나의 크기는 작은 소국 이상이다.

    그렇게 뭉뚱그려 찍진 않았지만, 그래도 후보지의 넓이는 상당히 넓 었다. 게다가 유정도 상당히 깊은 곳에 있었던 모양인지, 채굴기가 뚫고 들어가는 깊이도 텍사스 지역 의 유정 평균보다 깊었다.

    혹시나 가망이 없다고 여기고 중 간에 전면 철수해버리는 거 아닌가하는 우려가 컸다. 단순한 우려가 아닌 게 셰브롱 측에서는 영 아니 다 싶은 채굴기들은 작동을 멈추고 해체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오늘 터지면서 유재원의 우려는 우려로 끝났다.

    "바로 갈게!"

    -진짜? 자기 한국 일로 바쁘지 않아?

    "그렇지만 이런 일을 두고 가만 히 있을 수 없잖아."

    한국에서의 일은 이제 다 끝났 다. 제주도 사업을 둘러보는 것도 다했고, 남은 건 여행 일정이었는데, 취소한다고 해도 개인적인 아 쉬움 말고는 문제가 없었다. 게다 가 유정에서 석유가 터지는 건 꼭 보고 싶었던 이벤트였다. 게다가 그 유정에 본인의 지분도 있으니 남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옆에서 대충 감을 잡고 있던 김 대석이 센스 있게 물었다.

    "네! 좋은 일이 터졌거든요. 최대 한 빨리 준비해주세요."

    "예, 회장님."

    유재원의 지시를 받은 김대석은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비행기 표를 알아보는 것일 거다. 그 모습을 좀 지켜보다가 유재원은 뭔 가 하나 빼먹은 느낌이 났다.

    일본이었다.

    한국을 다 둘러보고 나서 일본에 도 들어가 일본의 사업체인 신일본 투자은행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스 케줄도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신일본 투자은행의 운영 상태 확인과 일본 기업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목적이었지만, 본 심은 일본 공략의 시작 타이밍을 재기 위한 방문이었다. 데이터로만 확인되지 않는 분위기를 보기 위함 인데, 이것 역시 며칠 느려져도 무방한 일정이었다.

    외부의 협력 업체를 방문하는 일 정이 있었는데 갑자기 뒤로 미루면 실례였다. 하지만 ID 그룹 내의 업 무라면 문제없으니 말이다.그날 저 녁.

    유재원은 늦은 밤 파란만장한 한 국 일정을 마치고서 미국으로 떠났 다.

    부모님이나, 친척들 그리고 최강 욱이나 전명헌을 비롯한 한국의 지 인들은 송별회도 없이 떠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좋은 일로 일정이 변한 것이었기에 다들 축하해주었다.

    특히 석유라는 소리에 전명헌의 목소리가 한껏 올랐다. 오일 쇼크 를 두 번이나 당한 경험이 있는 전 명헌은 석유에 대한 투자는 로망이 었다. 하지만 석유라는 건 선진국 들의 독점 사업이었기에 도무지 낄 틈이 없었다.

    그런데 유재원이 유정에 지분이 있다고 하니,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 물론 기쁨의 발산은 전명헌 다웠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념해 주려고 딱 맞춰 유정이 터졌다는 식이었다. 그렇게 연관 지을 건 아 닌 것 같았지만, 축하는 축하였으니 기쁘게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유재원은,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텍사스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티파니는 물론 티파니 식구들, 프레더릭 테일러 2세도 현장에 가 있는 상태라 따로 들릴 필요도 없 었다. 유재원도 한국서 출발하기 전에 옷을 캐주얼로 갈아입었기에 곧장 환승해도 문제가 없었다.

    텍사스 델러스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다 됐다.

    마음은 곧장 현장으로 가고 싶었 지만, 김대석이나 경호원들을 생각 해서 점심은 맛 좋은 스테이크하우 스에서 먹기로 했다.

    덤으로 델러스까지 왔는데 기왕 점심을 먹는 건데, 존과 로메로 등 ID 소프트웨어의 핵심 멤버들과도 먹고 싶어서 의향을 물어봤다. 존 과 로메로 등은 당연히 0K였다. 조그만 차고에서 막 게임 개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했으니 남다 른 관계였다.

    멤버들이 모인 스테이크하우스도 예전에 유재원이 한턱을 냈던 바로 그곳이었다.

    "이야, 이렇게 모이니 옛날 생각 나네요."

    자리에 둘러앉은 존이 운을 뗐 다.

    "옛날은 무슨, 아직 10년도 안 됐는데."

    "그래? 나는 왜 이리 오래전처럼 느껴지지?"

    "정신없이 컴퓨터 게임만 만들다 보니 우리들의 시간 감각이 좀 이 상해진 모양이야. 아무튼 오늘도 회장님께서 쏘시는 거죠?"

    "그럼요. 마음껏 드세요."

    "후회하지 마세요. 우리 지금 아 주 걸신들린 상태거든요. 회장님 지갑에 먼지만 날릴 수도 있어요."

    먹는 게 남는 거다.

    유재원의 오래된 생각이었다. 게 다가 유재원의 지갑을 먹는 것으로 만 탕진한다면 그것도 나름 기념할 일이었다.

    IMF의 출자, 백호 펀드 출범 등 둥 큰돈을 물 쓰듯 쓰고 있는 유재 원이었지만, 그래도 유재원의 계좌 에는 돈이 넘쳐났다. ID 그룹이 파는 제품과 서비스는 대부분 현금 장사였고, 이제는 제법 커다란 수 익원이 된 인터넷 광고 역시 선금 을 받고 진행하는 일이었다.

    IT 버블이 나스닥 붕괴와 함께 꺼져 가면서 실리콘밸리는 물론 수 많은 IT 기업들이 극심한 돈 가뭄 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탄탄한 수 익 모델을 갖춘 ID 그룹은 예외였 다. 오히려 진짜 옥석이 가려지면 서 검증이 끝난 소수의 기업에 돈 이 몰렸다.

    그중 최고는 당연히 ID 그룹이었 다. 하지만 계열사 전체가 상장된 게 아니라서 많은 투자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신 상장된 안드 로이드 사와, 타임워너 넥스트컴은 이러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보여주 는 것처럼 IT 버블 이전 수준의 주 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예전 타임워너 AOL이 나스닥 붕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니, 지금은 완전 격세지감이나 다름이 없었다. 참 안타까운 건, 수백억 손 해를 막아줬으니 생색을 크게 낼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러지 못하 는 것이었다.

    "아, 그런데 앞으로의 일정에 대 해선 생각해 봤어요?"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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