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426화 (426/1,007)

22권 10화

"그리고 나머지 DAP의 모든 기 능은 비장의 무기인 터치스크린으 로 사용합니다."

LCD화면이 본체의 2/3나 덮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터치스 크린이다.

부팅이 완료된 LCD 화면은 저 장된 곡의 이름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개발을 위해 스토리지 용 량이 가득 찰 정도로 담아놔서 그 목록이 백 개가 넘었다. 이렇게나 많은 리스트 중에 원하는 곡을 찾 는 방법은 손가락으로 위아래로 스 크롤을 한다거나 오른쪽 끝에 #에 서부터 Z까지 있는 단축 버튼을 누르면 해당 문자가 시작되는 지점 으로 점프한다.

티파니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운 영체제를 기반으로 풀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올려 완전히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냈다.

모바일 운영체제 역시 유재원이 만들었지만 터치스크린과 터치 인 터페이스로의 개조 역시 리사 수를 비롯한 DAP 개발팀에서 만든 것이 라서 감회가 새로웠다.

DAP의 기능은 이뿐만이 아니었 다.

mp3플레이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음장 기능부터 이동형 디스크 로 만들어 데이터 파일도 담을 수 있고, 심지어 동영상 클립까지도 재생된다.

이처럼 강력한 기능은 DAP의 두 뇌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 케이션 프로세서의 뛰어난 연산력 을 바탕으로 구현했다.

"완벽해요."

유재원은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 을 표시했다.

최근 일이 바빠서 DAP 개발에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 디자인 시 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탑재, 터치스크린 등과의 결합과 같이 콘셉트만 잡아 주었는데, 완 성된 물건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만큼 ID 테크놀로지가 보유한 기술 융합의 완성도나 개발팀의 수 준이 세계 최고라는 이야기였다.

"제가 조작해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리사 수는 기꺼이 유재원에게 들 고 있던 DAP를 넘겨줬다.

DAP를 넘겨받은 유재원의 첫 번 째 느낌은 제법 묵직하다는 것이다. 뉴에그와 i웍스의 아이덴티티를 이 어 받은 DAP는 프레임이 통짜 알루미늄 합금이었다. 여기에 대용량 배터리와 LCD가 장착되면서 묵직 한 느낌을 주었다.

"200g을 넘진 않죠?"

"정확히는 185g 입니다. 배터리 용량을 줄이면 무게를 쉽게 경감할 수 있지만, 재생 시간도 같이 줄어 듭니다."

리사 수의 설명에 유재원은 고개 를 끄덕거리면서 온갖 기능을 다 시험했다.

터치의 느낌은 옅은 막 하나가 끼어 있는 느낌이다. 터치 방식이 감압식이라서 유재원에게는 고무막이 씌워진 것 같은 무딘 느낌이 있 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을 처음 접 하는 사람들에겐 감압식이라도 센 세이션할 것은 분명했다.

더욱이 정전식 터치스크린의 경 우엔 하이테크 연구소에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DAP의 개선판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곧이어 유재원은 이어폰을 연결 하고 음원을 재생했다.

DAP에 보기 좋은 디자인에, 온 갖 기능을 다 넣었고, 동영상 파일 이나 텍스트 파일, 심지어 PDF 뷰 어까지 탑재했다고 해도, 본질은 어디까지나 음원 재생이었다.

-Every night in my dreams, I see you I feel you.

서정적인 셀린디옹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귀에 꽂혔다.

유재원이 선택한 곡은 요즘 전 세계 박스 오피스를 압살하고 있는 타이타닉의 주제가인 My Heart Will Go On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듣기 좋고 유명한 곡이었다면, 지 금은 마치 이웃집 친척이 발표한 노래처럼 친근했다. 그도 그럴 것 이 타이타닉 영화에도 ID 엔터테인 먼트에서 적잖은 돈을 투자했기 때 문이다.

역시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질도 기대 이상이었다.

볼륨을 0부터 100까지 올려도 음이 왜곡되거나 깨지지 않았다. 음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OP 앰프라던가, DAC칩을 하이엔드 오 디오에 탑재되는 제품을 채택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가 음악 재생에도 신경을 써서 만든 물건이 었기에 음질은 눈이 번쩍 뜨일 만 큼 좋았다.

오디오의 세계가 주관이 많이 들 어갈 수밖에 없지만, 황금 귀를 가 졌다고 자부하는 전문가에게 맡겨 도 혹평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 만큼 음질은 자타공인 훌륭했다. 번들 이어폰으로도 이 정도였으니, 아티스트 모니터용도로 나온 최고급 제품을 쓰면 더더욱 좋아질 것이다.

"제조 원가는 얼만가요?"

이제 남은 관건은 딱 하나 가격 이었다.

"지금 회장님이 들고 계신 256메 가 버전의 경우엔 466.35달러입니 다. 128메가 버전은 355달러고요."

리사 수는 그?러면서 극비라는 압 박적인 붉은 도장이 박힌 얇은 보 고서 하나를 유재원에게 내밀었다.

지금 유재원이 쥐고 있는 i-DAP 제작에 들어간 모든 부품에 대한 스펙과 가격 데이터가 담긴 보고서 였다.

거기에는 1센트짜리 작은 나사부 터 단가가 제일 비싼 부품인 터치 스크린 LCD 패널까지 최소 구매 수량 기준 가격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LCD 패널의 경우 129달러였고, 32메가바이트짜리 플래시 메모리는 개당 23달러였다. 256메가 버전에 는 이런 플래시 메모리 칩이 8개가 들어가니 총 가격은 184달러나 된 다. 이밖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라든지, 리튬이온 베터리,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 같은 부품의 가격도 최소 수십 달러 이상의 가 격을 자랑했다.

"좀 비싸죠?"

리사 수의 물음에 유재원은 고개 를 저었다.

아이팟이나 다른 mp3플레이어의 리테일 가격은 400달러 미만이었 다. 그런데 DAP는 생산 원가 자체 가 466달러이니, 소비자가격은 이 보다 훨씬 비싸질 게 당연했다. 그 런데도 유재원은 큰 걱정하지 않았 다.

가격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일 이었다. 게다가 ID 그룹의 제품들 은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전략이었 다. 자칭 프리미엄 제품이라 칭하 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나 대중의 인식에서 프리미엄으로 인정을 받 았다.

지금도 그나마 좀 현실적(?)인 가격이 된 이유도 미래 전자 반도 체 사업부가 256메가비트 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성공했고, 미친 듯 찍어내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ID 그룹의 경우에는 플래시 메모리 칩의 쓰임새를 일찌감치 대량 주문을 넣었기에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을 받는 중이 었다.

비밀 보고서를 보면서도 DAP를 손에선 놓지 않았던 유재원은 음악 이 끝나자 이번엔 동영상 파일을 열어봤다. 곧이어 PDF 파일을 열 어보기도 하면서 웬만한 기능들은 다 사용해 봤다. 손바닥만한 크기 의 LCD로 책을 보는 건 문제였지 만, 동영상은 큰 문제없이 재생되 었다.

"특허는요?"

"이 조그만 장치에서 나온 특허 만 해도 100건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앨런 사장님께서 직접 특허 등 록을 챙기고 계시고요?

리사 수의 대답에 유재원은 다시 금 고개를 끄덕였다. ID 그룹의 시 작과 함께 특허 관련 업무를 전담 했던 엘런이라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다.

참고로 유재원이 이렇게나 DAP 를 애지중지하는 이유는 넥스트 뮤 직 서비스의 핵심 아이템이기도 했 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미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DAP이었다. 리사 수를 비롯한 연 구원들은 여기에 더 추가할 기능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는 정답이 아니었다.

지금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기 술을 자랑하는 DAP이었지만, 딱 하나만 더 추가하면 세상을 뒤흔들 무지막지한 아이템이 된다.

이동통신용 모뎀이다.

DAP에 모뎀만 결합하면 그 이름 도 찬찬한 스마트폰 아니겠는가.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미래 였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이 두근거리는 유재원이었다.

생각 같아선 당장에라도 스마트 폰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미성숙한 기술이 발목을 잡았다. 정전 식 터치스크린도 아직 개발 중이지 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나저나 원칩은 어디까지 개발 되었나요?"

유재원은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은밀하게 물어봤다. 원칩이란 칩 하나에 여러 가지 기능을 통합하는 프로젝트였다.

지금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 로세서에 VGA카드와 램 컨트롤러 를 담는 데 성공했다. 성격이 서로 다른 칩을 하나에 몽땅 담아내는 아이디어를 낸 건 유재원이긴 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모두 리사 수가 팀장으로 있는 개발팀의 과제였다.

그 작업은 훌륭히 성공했고, 덕 분에 지금 유재원의 손에 들린 DAP가 나올 수 있었다. 올인원 칩 이 없었더라도 DAP를 만들 수는 있었겠지만 크기가 지금보다 2배는 커졌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슬림 하다는 느낌이 없을 만큼 크긴 했 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재 DAP 를 분해해 보면 보드가 무려 3장이 나 된다.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보드는 32메가까지 플래시 메모리 칩 8개가 박힌 스토리지 파트였고, 다음은 사운드 출력을 담당하는 부 분이었다. 마지막 보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램을 비 롯해 터치스크린 등의 핵심 기능이 담긴 보드였다. 그리고 나머지 영 역에 배터리가 들어가서 내부에는 빈 공간이 없었다.

21세기에 나온 스마트폰을 보면 손가락만한 보드에 모든 기능이 다 구현되지만, 지금은 DAP 하나를 만드는 데 3장의 보드나 필요한 것 이고, 그만큼 단가가 높아졌다.

"또 추가해야 할 기능이라도 있 는 겁니까?"

물음에 물음으로 대답하는 리사수의 모습에 유재원은 살짝 고민했 다. 지금 말해줘도 되나 싶었던 것 이다.

"네, 무선통신용 모뎀이죠."

빠르게 견적을 내본 유재원은 대 놓고 다음 아이템을 말했다.

"모뎀이요? 치이익 거리는 소리 가 났던 그 모뎀?"

역시 리사 수는 컴퓨터 마니아였 다.

모뎀이라고 하니 퀄컴을 떠올리 는 게 아니라, 옛날 PC통신을 위해 사용했던 그 모뎀을 떠올린 모양이 다. 사실 그것도 모뎀이긴 했다. 그렇지만 모뎀의 정확한 정의는 전파 라는 아날로그 신호를 이용해 디지 털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게 해주 는 장치였다.

"GSM이나 CDMA 같은 이동통 신용 모뎀이요."

유재원의 부가 설명에 리사 수도 이해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그 녀 역시 상당한 통찰력을 가진 사 람이었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모뎀이 통합되면 어떤 일이 가능한지 바로 떠올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 응? 헉! 이건…… 성공만 한다면 대혁신이로군요."

리사 수의 감탄이 절로 나왔다.

덕분에 유재원은 더는 부연 설명 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서로가 의미 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는 것으로 충 분했다.

ID 테크놀로지 방문은 매우 만족 스러운 일이었다.

"레빈 회장은 괜찮은가요?"

-네, 겉으로는 평소의 신색을 회 복한 것 같긴 합니다. 새로운 프로 젝트에도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속 내를 보자면 일단은 두고 보자는 식인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유재원은 가장 아 늑한 서재로 갔고, 자리에 앉자마 자 누욕에 있는 레밍턴 부회장에게 전화했다.

샌프란시스코와의 뉴욕 사이에 시차가 조금 있긴 했지만, 한국만 큼은 아니었기에 별문제 없이 통화 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 지만 유선 전화나 일반 무선전화로 통화를 건 것이 아닌 티파니폰끼리 만 가능한 ID톡의 음성 대화 기능 으로 연결했다.

주고받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암호화해주기 때문에, 중간에 패킷 을 가로채도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불가능한 최고의 보안 모드였다. 단점은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아도 약간의 렉과 음질의 열화였지만, 못 쓸 만큼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최근 ID 그 룹을 향한 견제가 노골적으로 취해 지고 있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운영하는 산업스파이도 여러 건 적발했고, 적발된 도청 시 도는 수도 없이 많았다.

CDMA기술 자체가 도청할 수 없다고 선전하지만, 그건 헛소리라는 걸 잘 아는 유재원이다. 그렇기 에 멀리 떨어진 측근과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버전의 ID톡이 디폴트였고, ID톡이 불가능하면 이 렇게 보안 회선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여튼, 타임워너 넥스트컴이 출 범하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 람은 구 타임워너의 회장이었던 제 럴드 레빈이었다.

지금도 회장이라는 직함은 유지 중이긴 했지만, 그 위에 새로운 총 회장이라는 직함이 생기면서 2인자 로 강등되었다.

당연하게도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총회장은 레밍턴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ID 그룹의 부회장 타이틀 을 내려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 니 ID 그룹의 전체 조직도를 보면 유재원이란 최정점이 있고, 그 아 래 레밍턴과 최강욱이 ID 그룹의 전체 계열사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타임워너 넥스트컴 이 새롭게 등장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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