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411화 (411/1,007)
  • 21권 20화

    북미 전역에 광대역 인터넷과 고 화질의 케이블 TV를 제공했고, 북 미 인터넷 상거래에서 가장 큰 지 분을 차지하는 넥스트컴도 보유했 으며, 북미 사람들이 모두가 가지 고 있는 이메일 계정을 제공하는 이메일닷컴도 소유한 넥스트컴캐스 트가 다시 등록되었다.

    심지어 타임워너와의 합병이 예 정되면서 합병 프리미엄이 잔뜩 따 라 붙었다. 사놓기만 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주식이었으니 무조건 매 수 주문만 넣었다.

    -회장님, 넥스컴캐스트의 시가 총액이 4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헨리 사무엘 사장 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상장 전 실사를 통해 파악한 넥스트컴캐스트 실제 가치는 대략 220억 달러 정도였다. 물론 이 액수는 자산의 가치를 최 소화해서 파악한 보수적인 가격이 긴 했다. 그런데 나스닥에 오르자 마자 그 가치가 거의 80% 넘게 폭 등했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 다.

    "이걸로 놀라기엔 일러요."

    유재원은 그런 헨리 사장에게 더 무서운 소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말 나스 닥의 IT붐은 역사에 기록될만한 수 치를 자랑했다. 오죽하면 IT버블이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나스 닥에 오른 IT기업 중에는 수익성을 확인받지 못했음에도 주가가 몇 십% 단위가 아닌 몇 백% 단위로 폭등하는 일은 예사였다.

    넥스트컴캐스트는 나스닥의 투자 자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고루 갖추 고 있었으니, 폭등은 예정된 것이 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보다 배는 더 오를 수도 있 거든요."

    헉!

    유재원의 말에 헨리 사무엘 사장 은 신음성이 절로 나왔다. 지금 주 가도 높다는 생각이었는데, 배는 더 오를 거라니.

    반면 유재원은 본인의 모니터에 뜬 넥스트컴캐스트의 나스닥 거래 데이터를 보고서도 무덤덤한 표정 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식이 란 팔아야 내 돈이라는 격언을 뼈 에 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넥스트컴캐스트의 주가가 높으면 뭐하겠는가? 유재원은 본인 이 보유한 지분을 팔 수 없는 상황 이었다. 오히려 타임워너와 지분을 합치기 전까지 주식을 하나라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ID 인베스트먼트는 물론 다른 증권사 창구를 통해 유재원은 개인의 자금을 동원해 넥스트컴캐 스트의 주식은 물론 타임워너의 주 식도 매입하는 중이었다.

    바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작업이 었다.

    어떻게 보면 이번 넥스트컴캐스 트의 기록적인 상승에 유재원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타임워너 측에서도 본인들의 몸값을 올리 기 위해 자사주를 마구 매입하는 중이었다. 합병 계약서를 쓸 때 자 사주 매입으로 회사 가치를 인위적 으로 올리는 행위를 하지 말자는 조항 같은 건 넣지 않았기 때문이 다.

    애초에 그런 행위 자체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하여튼, 팔 수 없는 주식의 주가는 그저 상징 일 뿐이었다.

    "주가가 얼마든, 경영에는 전혀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할 테니, 헨 리 사장님은 합병 준비만 잘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유재원의 말에 헨리 사장은 다부 진 표정으로 대답하는 것으로 화상 미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유재원 의 화 상미팅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었다.

    레밍턴이나 최강욱, 케빈 존슨 등등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보고 하기 위해 대기 중인 ID 그룹의 임 직원들도 많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오는 연락도 상당했다. 요즘 매일 같이 연락하시는 전명헌 은 물론이고, 한국의 암울한 경제 상황 탓에 패닉이 된 지인들의 연락도 끊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유재원이 넥스트컴캐스 트의 헨리 사장 다음으로 연결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유재원은 곧 장 다음 아이디를 클릭했다. 그러 자 잠시 후, 상대방이 화상 미팅을 수락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새로운 화면이 나타났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사장이었다.

    "드디어 완성인가요?"

    -예, 회장님! 드디어 베타 버전 이 완성되었습니다!

    유재원은 인사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이크 사장 역시 인사 를 생략하고 바로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유재원과 가장 빈 번하게 ID 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바로 마이크 사장이었기 때 문에, 따로 인사말을 할 필요가 없 었다.

    워크래프트2 이후, 디아블로라는 걸출한 게임으로 RPG 분야에 새로 운 이정표를 제시했던 블리자드 엔 터테인먼트였다.

    3연타석 홈런이라는 큰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블리자드의 다음 타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스타크래 프트다.

    사실 스타크래프트는 디아블로 이전부터 개발하고 있던 프로젝트 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디아블 로가 먼저 완성되어 출시된 것이고, 다이블로 이후에는 모든 개발자들 이 스타크래프트 개발에 집중하면 서 개발속도가 빨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기간을 보면 거의 2 년이나 걸렸을 만큼, 초대작이었다.

    당연히 유재원도 게임 개발에 적 극 참여했다. 그렇다고 게임 전체 에 이것저것 요란하게 지시를 내리 면서 프로듀서처럼 활동했다는 건 아니었고, 각 유닛의 인공지능이나 워포그 때문에 맵이 가려진 상태에 서의 길 찾기 기술과 같이 난이도 있는 프로그래밍에 손을 보태주었 다.

    덕분에 전체적인 게임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얼른 보내주세요!"

    -이미 회사 클라우드 서버에 업 로드를 시켜놓았습니다.

    e스포츠의 알파와도 같은 게임이 었다. 특히 한국에는 더더욱 각별 한 게임이었다.

    IMF로 어려운 한국에 PC방 문 화를 대대적으로 알린 최초의 게임이었으니 말이다. 유재원도 스타크 래프트를 PC방과 배틀넷으로 열심 히 즐겼다. 프로게이머들의 전설과 도 같은 플레이들을 따라해보려고 했을 정도였다.

    이번엔 그래픽과 밸런스를 훨씬 일찍부터 잡았으니, 스타크래프트의 찬란한 역사는 이전보다 훨씬 일찍 시작할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띵!

    ID 톡으로부터 전송이 끝났다는 알람이 떴다.

    CG동영상이 제외된 버전이라 용 량이 300MB 수준으로 작기도 했고, 유재원이 사용하는 인터넷 속 도는 무려 lOOMBps라는 무시무시 한 속도를 자랑하는지라 금세 다운 로드가 끝났다.

    유재원은 바로 압축을 풀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실행했다.

    IMF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에서 화가 나고, 안타깝고, 속 이 터지는 기사들이 속보로 뜰 때 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 었던 유재원이었다.

    오늘 만큼은 모든 생각을 잊고 스타크래프트의 추억에 푹 빠져 보 고 싶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면, 유재원의 소박한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는 점이다. 97년도 대선은 역대 최악 의 혼탁한 선거였던 탓이다. 그 여 파는 태평양 건너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유재원까지도 펄쩍 뛰게 만들 만큼 컸다.

    "음, 이번 주는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아요. 네! 안드로이드 98 발 매가 일주일 남아서 워라벨을 지키 기가 힘들거든요. 알겠어요. 그럼 좋은 소식 가지고 다음 달에 갈게 요. 네, 그럼."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았던 유재 원은 통화 종료와 함께 한숨을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통화 중이었던 사람은 티파니의 외할아버지인 프 레더릭 테일러 2세였다. 통화 내용 은 별 게 없었다. 다음 주에 만나 서 승마나 하자는 이야기였다.

    최근 프레더릭 테일러는 그가 맡 고 있던 많은 직책을 막내아들인 제이콥 테일러에게 넘겨준 상태였 다. 그래서 예전에 없었던 여유 시 간이 크게 늘어났고, 바빠서 못했 던 여가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렇게 여가를 즐기면서 유재원 과 어울리는 시간도 많아졌다. 프 레데릭 테일러의 다른 식구들은 제할 일이 바빠서 주말에도 시간이 없는 반면, 유재원은 이번과 같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 약속을 잡았 으니 말이다. 게다가 덤으로 유재 원이 온다고 하면 티파니도 같이 가니 손녀와 손녀사위를 동시에 볼 수 있어 프레더릭이 유재원을 찾는 빈도가 높아졌다. 예전엔 한 달에 한두 번 꼴이었다면, 지금은 서너 번 정도로 많아졌다.

    덕분에 유재원도 미국 최상류층 의 삶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프레더릭도 IT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유재원으로부터 생생한 이야 기를 들을 수 있으니, 둘 다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다음 주말은 물론이 고 앞으로 몇 주 동안은 유재원은 따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사 라졌다.

    ID 그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98 발매!

    95 버전을 발매한 지 이제 곧 3 년째였다. 이제 새로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발표할 때가 왔고, 그 이름을 98로 정했다.

    안드로이드 98의 특징이라면 유 재원의 참여율이 역대 최저인 운영체제였다는 것이다. 유재원의 프로 그래밍 능력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였다. 해커들은 이제 더 이상 AES265 암호체계에 대해 공격하지 않는다.

    차라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취약점을 공격하거나 아예 사용자 의 부주의함을 파고들어 스파이웨 어 같은 걸 심어서 암호 자체를 빼 돌리는 것에 주력했다. 암호체계 자체를 파괴하지 못하니 패스워드 를 빼돌리는 것이 요즘의 해킹 스 타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해킹에 성공했다는 이 야기는 거의 없었다. 보안영역 때문에 어지간하게 부주의하지 않는 한은 마스터키가 유출될 일은 없었 으니 말이다. 게다가 개인의 암호 하나를 탈취해봤자 돈이 되진 못했 다.

    안드로이드 98에서는 이러한 95 의 기능들을 심화 발전시켰고, 보 다 강력해진 하드웨어의 성능을 모 두 사용할 수 있게 최적화도 시켰 다. 또한 이러한 강력한 컴퓨터의 성능으로 전에는 없는 신기능도 넣 었다.

    그렇지만 크게 보면 95 커널 시 스템의 확장이었기에, 유재원이 크 게 손을 댈 일은 없었다.

    98 버전부터 게이밍 에디션에서 도 2코어 이상의 멀티프로세서도 지원하고, 최대 4기가바이트까지의 메모리 용량도 지원했다.

    요즘 나오는 보급형 컴퓨터는 256메가바이트였고, 최고급형 모델 정도가 되어야 1기가바이트를 채용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메모리 용량이 커지는 속도는 생각 이상으 로 빠르기에 무료인 게이밍 에디션 에도 4기가 바이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고급 메모리 액세스 기술이 필요 했지만, 새롭게 만들 필요도 없었 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에서는 진작에 지원되고 있던 기능이기에, 해 당 코드를 가져와서 이식하기만 하 면 끝이었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어지간한 기능은 엔 터프라이즈 버전에 구현된 상태였 으니, 그걸 게이밍 에디션에 살짝 다운그레이드 해서 가져다 놓으면 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98버전이 엔터프 라이즈 버전의 열화판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신기능이 여럿 투입되 었다.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만큼 커다 란 혁신은 대략 3가지였다.

    설치하자마자 보이는 가장 확실 한 신기능은 풀 3D가속의 데스크 톱 환경이었다. 동영상 파일을 동 시에 여러 개를 띄워도, 탐색기를 수십 개를 띄워도 3D가속의 힘으 로 느려짐이 없다.

    다음으로 추가된 건 안드로이드 의 전용 파일 시스템인 AFS의 3.0 버전이다. 디렉토리라는 명칭을 폴 더로 전환했고, 파일의 관리도 보 다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인덱싱과 테그 시스템도 지원해서, 하드 디스크를 여러 개 설치하고, 용량이 아무리 커도 어떤 파일이든 1초 이내에 검색할 수 있었다.

    마지막 요소는 접근성 강화였다.

    시력이 나쁘거나 아예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라도 컴퓨터를 사용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고대 비 디스플레이 옵션이라든가, 텍스 트를 컴퓨터가 자연스러운 목소리 로 읽어주는 TTS 기능이었다.

    이러한 기능들도 대부분 안드로 이드 사의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이 다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 가 TTS 기능은 유재원이 엔젤투자 를 했던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인지라 아예 돈을 주고 사왔다.

    대신 유재원이 챙겨야 할 건 안 드로이드 98의 전체적인 완성도였 다. 실제 사용을 해보면서 개발자 들과 베타테스터들이 포착하지 못 한 것들을 찾아 최종적인 골드 버 전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오탈 자를 찾는 수준이 아니라, 기상천 외한 방법으로 취약점을 찾는 최고 급 해커들을 대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 동시 발매를 위해 패키지 생산과 유통, 마케팅 준비, 발표회 준비 등등 유재원이 챙겨야 할 게 무척이나 많았다.

    덕분에 당분간은 장인어른이나, 장인할아버지와의 즐거운 시간은 다 지나갔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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