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390화 (390/1,007)

제 512화

“물론입니다.”

리처드 개리엇도 흔쾌히 대답했다.

온라인 게임이 좋은게, 접속권을 매달 꾸준히 구매하는 마니아층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다는 것이었고, 덕분에 신규 직원을 뽑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후 리처드 개리엇은 울티마 온라인 말고도 오리진 시스템즈가 개발해 유통 중인 게임들의 판매 현황과 앞으로의 개발 계획도 보고했다. 지금은 오리진 시스템즈의 모든 개발진이 울티마 온라인에 집중되었지만, 본래 윙 커맨드 시리즈나 크루세이더 시리즈 등등 유명 IP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였다.

리처드 개리엇은 새로운 개발팀을 늘려서라도 이러한 독자적인 시리즈를 계속 만들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죠.”

유재원도 흔쾌히 동의했다.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는 법이다. 흥망성쇠는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울티마 온라인은 지금도 취향을 심하게 타는 게임이었고,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MMORPG가 등장하면 유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테니,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는게 바람직한 일이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첫 작품 인간과 오크의 현재까지 판매량은 273만 4천장입니다.”

오리진 시스템즈 다음 차례인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이 자랑스럽게 워크래프트 1의 판매량을 발표했다.

마이크 사장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블리자드 이전엔 실리콘 스냅스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 게임들을 발매했지만, 100만 장이 넘는 건 없었다. 그런데 워크래프트를 통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것이다.

아직도 판매량은 꾸준해서 월 30만 장은 팔고 있었으니, 내년 1월이면 300만장을 돌파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물론 ID 엔터테인먼트 소속 게임 회사들에는 워낙 괴수들이 많아서 5, 6백만장을 넘게 팔아치운 게임도 있었다.

특히 ID 소프트웨어의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나 퀘이크는 역대 판매량 페이스를 연일 갱신해 가면서 신기록을 쓰고 있었다. 게임이 워낙 인기가 있으니 3D 가속 카드 회사들이 너도나도 번들게임으로 채택하면서 판매량은 더더욱 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런칭해서 300만 장을 팔아치웠다는 건 상당히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당연히 수익도 컸다.

워크래프트 한 가지만 팔아서 1억 3600만 달러의 매출이 터졌다. 더욱이 패키지를 직접 생산하고, 유통도 직접 하면서 예전엔 다른 곳과 나눠가져야 했던 비용도 최소화되었다. 유재원이나 블리자드 모두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은 확실했다.

“후속작인 워크래프트 2의 제작도 조만간 시작하려고 합니다. 3D 엔진을 채용해 완벽한 3D RTS로 말입니다.”

마이크 모하임 사장의 말에 다른 임직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이 나온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후속작 제작이라니. 너무 빠른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반면 유재원은 긍정적이었다.

임원들의 우려는 워크래프트의 판매량을 후속작이 잡아먹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게임이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진 않는다. 486시절의 도트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라면 제작 기간은 비교적 짧다.

지금도 그렇게 한다면 할 수 있지만, 눈높이가 올라간 게이머들에겐 외면 받을 게 뻔하다. 레토르 스타일이 다시 통하려면 한참은 더 있어야 하니 말이다.

요즘은 게임을 만들려면 커다란 자본금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CD라는 고용량 매체 그리고 3D 그래픽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네마틱 동영상이라는 요소도 있으니 제작비도 커지고, 제작 기간도 길어졌다.

“밸런스 패치와 버그 픽스 등을 위한 서포트 팀은 확실히 남겨두세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건 부탁인데요.”

상식적인 지시를 추가한 유재원이지만, 아직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는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수십 년은 갈 거라고 봐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RTS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전 세계 모든 게이머가 즐기는 게임이 될 거예요.”

MMORPG부터 카드 게임까지, 워크래프트에서 파생되는 게임들은 무척이나 다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은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죠. 그리고 스토리 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매력적인 악역들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워크래프트의 원작을 읽어보니 임팩트를 준다고 멀쩡한 캐릭터를 타락시키는 경우가 좀 많더군요.”

유재원도 전생에 워크래프트 게임을 많이 질긴 골수팬이었다. 재미있게 즐겼지만, 불만이 없는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은 잘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매번 타락시켜 써먹는다는 것에 있다. 한두 번은 임팩트 있게 다가왔지만, 매번 그러니 식상해졌고, 게임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다. 매끄럽게 진행되었던 스토리도 난잡해지는 것은 덤이다.

그러한 타락의 시작이 바로 워크래프트 2에서 일어난다. 유재원은 그 우려를 미리 전달한 것이다.

“아, 네. 스토리 작가에게 회장님의 우려를 꼭 전달하겠습니다.”

마이크 모하임 사장은 유재원의 의견을 바로 수용했다. 워크래프트의 이번 성공에는 유재원의 도움도 상당했다. 지금 워크래프트가 멀티 플레이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도, 유재원이 지적한 피드백을 모두 수용한 결과였다.

더욱이 지금 부탁한 것도, 게이머들을 쥐어짜 수익성을 극대화하라는 식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부탁이었다.

이렇게 좋게 형성된 분위기는 ID 소프트웨어 차례가 되어서 극대화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과 퀘이크가 거의 동시에 출시되면, 취향이 비슷한 게이머들의 지분을 서로 나눠 갖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 반대였다.

쌍끌이 흥행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의 판매량을 견인하면서 끌고 나갔다. RTCW를 구매한 사람이 퀘이크를 샀고, 퀘이크를 산 사람이 나중에 RTCW를 추가로 구매했다.

덕분에 ID 소프트웨어는 RTCW와 퀘이크를 합쳐서 새해가 되기 전에 1천만 장을 팔아 치우는 괴력을 선보였다. 먼저 출시된 RTCW의 판매량이 600만 장을 넘겼고, 한 달 늦게 출시된 퀘이크가 500만 장을 팔았다.

물론 소매점에서 이만큼 팔린건 아니고, 출하량과 3D 가속카드 번들 버전까지 다 합쳐진 판매량이지만, PC게임으로 1천만 장을 팔아치운 건 대단한 업적이었다.

아쉬운 건 게임 업게 전체로 보면 이 위로도 몇 개의 게임이 더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80년대부터 비디오 게임 시장을 석권한 닌텐도의 경우엔 1천만 개 이상을 팔아치운 게임을 한개도 아니고 여럿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PC 게임의 부흥은 이제부터였다. 꾸준히 성장해 하다 보면 닌텐도 게임처럼 수천 만 장을 팔아치우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유재원의 ID 엔터테인먼트가 PC게임 진영에 선봉으로 서 있는 만큼, 최초의 1천만장 판매 PC게임도 ID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개발사로부터 나올 거라고 확신했다.

ID 소프트웨어의 존 카멕과 로메로는 현재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존 카멕은 조만간 ESPN으로 중계될 퀘이크 대회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한다고 했고, 로메로는 RTCW의 확장팩을 제작할 것이라고 했다.

참고로 존과 로메로가 맞붙은 내기의 승자는 존의 승리였다.

발매 후 한 달간의 판매량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는데, 퀘이크가 50여만 장 정도 더 많이 팔았던 것이다.

의외로 로메로는 반발 없이 승복했다. 존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좀 있긴 했어도, ID 소프트웨어라는 한지붕 식구였다. 게다가 RTCW가 누적 판매량은 훨씬 많았고, 매출액으로 따지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12시간 분량의 싱글 플레이와 함께 다양한 멀티 플레이도 지원되는 RTCW는 풀 프라이스 게임 가격인 49달러로 책정된 반면에, 퀘이크는 멀티 플레이 전용이기에 반값인 24달러로 책정된 탓이었다.

존 카멕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승부에 연연하진 않았기에, 내기에 대한 결과는 시시하게 끝나고 말았다. 당연히 유재원은 ID 소프트웨어의 잠재적 붕괴 위험이 사라진 것 자체로 좋았을 뿐이다.

이렇게 ID 소프트웨어의 발표가 끝났음에도 아직 남은 회사들이 조금 있었다. 둠을 플레이스테이션 용으로 포팅했던 업체도 있었고, 넥스트컴에서 서비스 중인 테트리스나 각종 보드게임을 개발한 회사도 있었다.

규모는 10여명 남짓으로 매우 콤팩트한 업체들이지만, ID 엔터테인먼트의 당당한 일원으로 연말정산 보고에서 확실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안녕하십니까? ID 엔터테인먼트 사장 스테판 바버입니다. 올해 영화 부분 투자의 결과에 대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업체들의 보고가 마친 다음에야 스테판 바버 사장이 등판했다.

발표 방식은 간단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프로젝터 스크린에 94년도 박스오피스 순위를 띄워 놓은 것이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 중에 선택 항목처럼 파란색으로 선택된 항목들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ID 엔터테인먼트의 투자가 이뤄진 영화들이었다.

포레스트 검프, 스피드, 라이온 킹, 쉰들러 리스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쿨 러닝 등등. 박스오피스에서 제법 큰 흥행을 끌었던 영화들에 표시가 되어 있다.

“선택된 영화들이 바로 ID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를 했던 작품들입니다. 한 작품당 투자 규모는 적게는 500만 달러에서 많게는 3천만 달러까지 투자가 이뤄졌고, 타율은 7할 이상입니다. 상업적인 영화를 중심으로 투자한 만큼 수익률도 높습니다. 최소 50%는 넘고, 스피드 같이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진 작품의 경우엔 400%에 이릅니다.”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뤄낸 스테판 바버 사장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쳤다. 그렇다고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는 자만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투자할 영화를 선정할 때, 스테판 바버 사장의 안목이나 그가 직속으로 이끄는 TF팀의 리포트로 고르기도 했지만, 유재원이 주는 ID톡 쪽지만큼은 아니었다. 더욱이 투자 결과를 놓고 봤을 때 훨씬 더 많은 유효타가 나온 건 유재원의 쪽지였다.

어디서, 무슨 자료를 보고 분석을 한 건지 몰라도 경이롭게 느껴질 만큼 확실했다. 덕분에 자랑을 하고 싶어도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꼴이었으니, 그저 겸손할 수 밖에.

“총결산을 해보면 영화 부분에 투자한 자금은 2억 달러, 수익률 합산은 268%로 원금을 제외하고 5억 36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스테판 바버 사장의 발표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아직 자리에 남아 있던 게임사 사장들은 입이 떡 벌어지기도 했다. 게임을 만든다고 적게는 반 년 많게는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해서 번 수익이 적은 건 아닌데, 영화 투자는 이를 훌쩍 뛰어 넘었다. 올 해에만 수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니 말문이 턱 막혔다.

이처럼 수익률이 크니 유재원이 수익률이 훨씬 높은 영화에 집중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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