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359화 (35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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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파워 블로거(1)

-국제수학연맹, 1994년 필즈상 수상자 발표

-푸엥카레 추측 증명한 유재원 (ID 그룹 회장, 한국)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 해결한 예핌 제람노프(러시아)

-비선형 편미분 방적식 연구에 공헌한 피에르루이 리옹(프랑스)

-비나흐 공간의 기하학 연구에 업적을 남긴 장 부르갱(벨기에)

1994년 8월 1일, 국제수학연맹이 필즈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유재원의 이름이 제일 먼저 등장했고, 그 다음으로 3명의 수상자들이 나왔다.

필즈상은 수학계에서는 노벨상만큼이나 권위가 있는 상이었다. 세계 언론도 최소 한 번 이상은 보도하면서 그 이름이 세계에 전파되었다. 다만 4명 모두가 집중조명된 건 아니었다.

너무도 튀는 수상자 한 명이 있었기에, 그 이름이 집중 부각되었다.

유재원이었다.

가장 젊은 나이였고, 난제라 불리우는 문제를 해결했으면서, 제일 부자였다.

수학자들이라고 생각하면 큰 돈을 버는 것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게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유재원은 그런 상식으로부터 180도 다른 반대편에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수상소식이 보도되면서 수많은 축하전화가 왔다.

업무에 지장이 있어 대부분의 응대는 비서실에서 끝냈지만, 비서실을 뚫고 유재원까지 연결되는 전화도 있었다.

지금 유재원이 붙들고 있는 전화도 그런 전화 중 하나였다.

-유 회장, 필즈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공사가 다망한 유 회장이 언제 또 그런 업적을 세웠는지, 정말 신통방통하오. 유 회장은 분명 국가의 보물이오!

“과찬이십니다.”

-한국에는 언제 또 입국할 계획이 있습니까? 들어오면 꼭 연락 주시오. 이번엔 칼국수가 아니라 제대로 된 만찬을 대접해 드릴 테니 말이오.

“칼국수도 좋았는데, 그보다 더 화려한 만찬이라니. 기대가 무럭무럭 커지네요. 입국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래요. 꼭 연락 주시오.

김 대통령의 축하 전화는 대략 5분 정도였다.

예전에 직접 만나보기도 했던 사이인지라 그렇게 어색한 대화는 아니었다. 김 대통령 역시나 유재원은 자기 당의 정적들보다 더 친근함이 있었다. 당내 경쟁하는 정적들은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론 칼을 가는 사이였다.

실제 김 대통령은 본인의 신념이자 임무라 생각하는 역사바로잡기 사업을 물밑에서 추진 중이었는데, 이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종자들이 그 같은 당의 반대파 사람들이었다. 반면 유재원의 경우 모범적인 납세와 적극적인 고용창출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국위선양까지 나라에 두루두루 좋은 일을 하고 있었으니 호감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격렬하네요.”

유재원은 통화가 끝난 전화기를 김대석에게 넘겨줬다.

생각보다 김 대통령의 반응이 매우 적극적이라서 유재원은 조금 놀랄 정도였다. 청와대 트레이드마크인 칼국수 대신 만찬을 차려주겠다고 할 정도라니.

전화는 김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부모님이나 티파니, 티파니의 부모님, 국민학교 은사님, 전명헌의 축하 전화는 기본이고, 여기에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유재원과 한 번이라도 친분을 나눈 사람 중에 이름만 들어도 알 사람들은 다 전화를 주셨다. 심지어 티파니의 외할아버지인 프레더릭 테일러 2세도 직접 전화를 통해 축하한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유재원과 비즈니스 관계에 있던 사람들도 대부분 축하를 해주셔서 비서실은 아직도 난리였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무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상 수상인데요.”

역시 그런 건가?

“그러면 진짜 노벨상이라도 받으면 이보다 더 난리가 나겠네요?”

마스터플랜이 순조롭게 펼쳐진다면 노벨상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앞으로 유재원이 직접 풀어낼 지식이나 기술 중에 이제까지 인류가 이룩했던 지식의 경계선을 단번에 뚫어낼 수준의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당연하지요.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하네요. 게다가 회장님의 사회적 위치도 대단하니 이 기회에 점수를 따보려는 사람들도 상당할 겁니다.”

유재원이 하는 거라면 뭐든 지지해주는 김대석이니 상당한 과장이 섞여 있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핵심을 관통하는 일침도 담겨 있었다. 유재원이 가진 ID 그룹 회장이란 지위 덕에 더욱 과장된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

필즈상 수상자로 유재원 단독으로 발표된 건 아니었다.

3명의 수상자가 있고, 유재원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수학계에서 일하면서 공을 쌓은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거의 조명되지 않고 유재원이 혼자서 단독 수상한 것처럼 보도의 비중에 큰 차이가 난 건 분명 그 이유가 상당할 것이다.

“그러면 14일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하시겠습니까?”

“다들 이렇게나 기뻐하시는데, 당연히 가아죠.”

이뿐만이 아니라 병역에도 연관된 일이었다.

전명헌의 넘치는 배려 덕분에 필즈상도 병역 면제 항목에 포함되면서, 마스터플랜을 짤 때 고심했던 군대 문제가 해결되었다.

당시에 유재원은 한국 국적을 버린다는 건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좀 무리수를 둬서 병역 면제를 노린다는 것과 국가가 부르면 가자는 것이었다. 두 개 모두 심도 있게 생각해봤는데, 의외로 무게감은 후자 쪽에 쏠렸다.

이는 군대에 대한 유재원의 생각이 조금은 긍정적이었던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꿈 속 세계에 푹 빠져 있다가 입대라는 계기를 통해 그나마 정상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몸은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도움이 된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대답하는 김대석에게 유재원은 스위스에 함께 갈 사람들이 많다고 일러주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여름 방학에 접어든 티파니도 함께 가기로 했다.

“예, 차질 없이 모실 수 있게 철저히 대비하겠습니다.”

유능한 비서인 김대석에게 한 마디 하는 것으로 유재원의 스위스 여행 준비는 끝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시 업무로 돌아간 유재원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렬된 패키지들을 두루 살펴보고 심기일전을 다짐하면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며칠 후.

일본에서 날아온 인터넷 뉴스가 유재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니, 32비트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발표!

-32비트 게임기 전쟁의 종결자 플레이스테이션!

-쿠타라니 켄, 압도적인 성능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것!

드디어 비디오 게임기 역사에 한 획을 크게 긋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정식 발매가 이뤄진 것이다.

“이야, 줄 한 번 기네.”

기사에 첨부된 사진 중에 제일 먼저 나온 건 일본 전자제품의 성지인 아키하바라의 쇼핑센터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었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만든 줄이었다.

스크롤을 계속하니 쇼핑센터에서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사진도 나왔다. 플레이스테이션의 PS로고나 각종 광고 이미지들이 쇼핑센터를 덮을 만큼 크게 내걸려 있는 사진이나, 인형탈이나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의 사진도 나왔다.

“게임기 하나에 30만원이 넘는데 사는 사람이 많네?”

플레이스테이션의 정식 발매 가격은 39,980엔으로 정해졌다. 현재 엔화 환율이 100엔에 803원이니 한국 돈으로 치면 32만 원이 넘는다.

일본의 소득 수준이 높다고는 해도, 제법 부담이 되는 가격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면 게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긴, 요즘 일본 경제가 좀 살아나는 것 같긴 하지.”

실제 일본의 경제 사정이 좀 풀리는 듯한 때가 요즘이었다.

기록적인 폭락을 기록했단 닛케이지수도 미국 경제의 활황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하락폭을 크게 만회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마침표를 찍고, 이제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펼치는거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턱도 없는 소리였다.

그런 전망을 하는 일본내 경제연구소에 유재원은 ID 인베스트먼트 명의로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상상하는 건 자유였으니 그냥 내버려 두었다. 지금이야 잃어버린 10년 타령이지, 조금만 더 지나면 20년, 30년씩 똑같은 소리를 할 테니 말이다.

“음, 뭐 나야 둠 1 확장팩이 잘 팔리면 그걸로 충분하지.”

범람하는 32비트 게임기 중에 제일 성공하는 게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 이번에 나온 제품은 전생의 것보다 성능이 3배 이상은 강해졌으니, 앞으로 볼 것도 없다.

아쉬운 건 이번 정식 발매는 일본 한정이었다는 점이다.

유재원이었으면 대량으로 생산해서 전 세계에 동시 발매를 했을 터인데,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소니는 일단 자국 시장부터 잡겠다는 생각인 것인지, 일본부터 순차적으로 발매를 할 거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엔 겨울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한 듯 보이는데, 빠르면 추수감사절이고 늦어도 크리스마스 전에는 내놓을 것 같다.

이렇게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동시 발매 타이틀이었다. 게임기는 구동할 게임이 있어야 제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 발매 타이틀은 총 4종이었는데, 쿠타라니 켄이 먼저 보내준 것과 대부분 일치한다.

릿지 레이서, 배틀아레나-투신전, 철권 그리고 둠 1 확장판이었다.

게임의 완성도를 따지면 당연히 둠 1 확장판이 제일 좋았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3D 라이브러리인 글라이드X에 최적화를 끝낸 둠 1이었고, 그걸 그대로 플레이스테이션 용으로 포팅하는 것도 비교적 손쉬운 일이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플레이스테이션용 둠 1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같이 발매된 다른 게임보다 한 차원 높았다.

다만 걱정인 건 일본 게이머들의 특수성이다.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제일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즉 세계적인 게이머들의 트렌드와는 다른 성향을 고집하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이런 일본 게이머들이 일인칭 슈팅 게임을 즐겨 할지는 의문이다.

일본은 이렇게 물음표이지만, 미국은 다르다.

이미 게임 장르에서 FPS는 확고부동한 최고의 인기 장르였다. 덕분에 온갖 게임들이 다 나오는 중이었는데, 둠이나 울펜슈타인을 노골적으로 따라한 게임들도 많았다. 하나가 잘 된다고 하면 확 쏠리는 현상은 한국에만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봐야 잘 된 건 하나도 없지만.”

그렇게 우후죽순 나온 아류 게임들은 고만고만한 성적을 냈다. 제대로 만들어진 기획서도 없이 따라하기 급급했으니 완성도가 높을 턱이 없었다.

아류에 크게 데인 북미의 게이머들은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둠 1 확장판은 그러한 게이머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줄수있는는 게임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게이머들이나 유재원이 기대하는 건 울펜슈타인과 퀘이크였다.

울펜슈타인은 현재 컴퓨터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퍼포먼스를 담고 있었고, 퀘이크는 멀티플레이 전용이지만 e스포츠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낼 게임이었다.

띵!

-회장님, 엘런입니다. 검토를 마친 약관 개정안을 이메일로 발송했습니다.

한창 게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유재원에게 ID톡이 왔다. 요즘 뜸했던 법무실장인 엘런의 보고였다.

ID 그룹의 덩치가 커진 만큼, 휘말리는 송사도 많았다. 소송을 당하기도 했고, 직접 소송을 거는 것도 많아졌다. 여기에 이번에 출시를 앞둔 게임과 안드로이드의 약관 개정 작업도 시작되면서 엘런은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유재원은 고용인을 늘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거의 없는 사람이기에, 그룹 법무실에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새얼굴이 많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엘런의 성격 상 최종적으로 본인이 확인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그게 그거였다.

더욱이 어디든 움직이면 티가 나는 유재원과 달리 엘런은 일이 많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바로 확인할게요.”

그렇지만 유재원은 엘런이 맡은 일에 대한 중요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전생에 약관 잘못 읽고 계약했다가 아까운 돈을 날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약관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 약관을 제시하는 쪽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쓸 수가 없었다.

“어디 보자.”

이번에 만들어지는 약관은 인터넷 시대를 보다 완벽하게 대응하기 위한 문구들이 대거 적용된다.

사용자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했고, 온라인 서버에 저장되는 데이터의 소유권도 명확히 했다. 이 대목에서 주로 사용한 건 임대라는 개념이었다.

울티마 온라인 같은 경우 플레이어의 데이터는 모두 서버에 저장된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사냥으로 얻은 아이템을 자기 소유라고 한다면, 곤란해지는 게 엄청나게 많아진다. 그냥 계정부터 아이템까지 모조리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빌려 쓰는 것이라고 하면 간단해진다. 그렇다고 임대해 주는 것이니 사용자의 권리를 최소로 줄이는 식으로 약관을 만들진 않았다.

시스템적인 오류로 사용자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면 확실히 보상하고, 복구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 명시해 놓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약관도 비슷한 방향으로 개선되었다.

정품을 산다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소유권 자체를 얻는 게 아니라, 사용할 권리를 임대 받는 형식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무단으로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한다거나 시스템 파일을 변조하는 행위도 모두 불법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리테일 버전을 구매해서 여러 사람에게 돌려 쓸 수 있게 하는 것도 금지했다. PC방과 같은 특수한 업종을 겨냥한 조치다.

사용권이라는 건 구매자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는데, 여러 사람에게 돌려쓰게 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건 약관 위반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소용 라이센스를 구매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지금이야 PC방이란 업종은 생소하고 숫자도 작아서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유행이 되어 우후죽순 생기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일 때문에 충돌이 무척이나 심했었다. 그래서 유재원은 아예 PC방이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대비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혹시나 빠진 게 없나 유재원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빼곡이 적흰 약관을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엘런의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유재원의 지시는 확실히 이행되었다. 문제는 너무나도 딱딱한 법률 용어로 변환되어서 몇 줄 읽자마자 눈이 침침해지고 잠이 온다는 점이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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