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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345화 (34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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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SPEED 010(6)

6월 19일, 서울 삼성동 60번지의 박태순 한국한약유통공사 대표의 집에서 큰 불이 났다는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는 화재를 진압했는데, 안타깝게도 화재 진압 후, 현장에서 부부가 잔해로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단순 화재 사고인줄 알았는데, 발견된 시신이 40여 군대 난자 된 상태였기에,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 간주하고 공식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발견된 여러 정황을 분석한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으로 파악했는데, 갑자기 수사의 방향이 확 바뀌게 된 건, 박상한의 머리에 피가 묻었다는 간호사의 증언과 박상한의 다리에 생긴지 얼마 안 된 이빨자국이 있다는 친척의 제보였다.

박상한에게 혐의를 포착한 경찰은 집중 수사를 했고,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6월 18일, 화재 신고가 나기 하루 전, 박상한은 알몸 차림으로 부모를 40군데나 찔러 살해했다. 옷을 벗은 건 살해 후 샤워로 혈흔을 지우기 위해서였으나, 칼에 맞았던 그의 어머니가 박상한의 종아리를 물었고, 결국 그가 검거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게다가 살해 후 샤워를 마친 다음, 증거 인멸을 위해 불을 질렀고, 이 때문에 다른 방에서 잠자던 사촌 동생까지 목숨을 잃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데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이만큼 폐륜적인 범죄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여러 가지로 들끓고 있던 한국의 이슈는 송두리째 사라졌고, 박상한의 사건으로 뉴스가 도배되었다.

-부부를 살해하고 불까지 지른 범인은 바로 그 집 큰아들이었습니다. 소문은 전국적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그럴 수가 있을까? 모두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고,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하늘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텔레비전 속 아나운서는 뉴스에 감정을 담아 보도했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사건이었고, 심지어 그 수법도 너무도 끔직해서 세상에 종말이 온 것처럼 한탄했다.

“아,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결국 터졌네.”

인터넷으로 사건을 접한 유재원의 첫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94년의 주요 사건들은 마스터플랜에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정치적, 경제적인 사건들이야 무조건 들어가 있었고, 여기에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상한의 사건도 당시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일이었기에 당연히 포함된 사안이었다.

이 사건은 본래 5월 중순쯤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6월이 넘도록 아무 소식이 없으니, 자신이 일으킨 사회적 변화로 인해 미래가 좀 바뀌었나 생각했다. 덤으로 온갖 사건사고들이 가득한 뉴스 라이브러리의 쓰임새도 이제 다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뒤늦게 그 사건이 터진 것이다.

“진짜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모양이네.”

뉴스 페이지를 닫은 유재원은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히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일 수도 있고, 나쁜 일일 수도 있다.

뉴스 라이브러리의 용도는 아직 그대로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뭔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건을 바꾸기 위해서는 힘을 많이 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전에 서해 훼리호 사건 때도 엄청나게 적극적인 개입으로 살짝 확인한 사실이긴 한데, 박상한 건으로 인해 지금은 확신이 들었다.

유재원의 사건 분석은 이 정도에서 그쳤다. 하지만 현실이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자 사건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상한의 컴퓨터에서 폭력적인 게임 다수 발견!

-박상한 범죄 하루 전까지 혈맹 온라인이라는 게임 즐긴 것으로 진술!

-‘부모님이 게임을 그만 하라고 해 화가 치밀었다!’

박상한 사건에 대해 계속 파고들었던 언론이 드디어 먹이를 물었다. 게임이었다.

지금 한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기사는 박상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끔찍한 사건이라도 기사를 쓰는 게 하루이틀이지, 거의 일주일을 물고 늘어지니 더 쓸 게 없었다. 그러다가 나온 게 박상한의 컴퓨터 분석이었다.

-박상한, 뉴에그 시리즈 광적인 추종자!

-똑같은 기종을 2대나 구입해 사용 중.

-잔혹한 게임을 미성년자인 사촌동생과 함께 즐기기도!

컴퓨터 분석을 시작하니 사건이 이상한 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로데오 거리에 있는 ID 플러그쉽 스토어 앞에서 박상한이 뉴에그 최상급 기종을 2대나 샀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게임이 문제였다는 얼토당토 않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쯧쯧, 역시 한국 언론의 클라스는 영원하구만.”

유재원도 문제의 기사를 접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 넥스트컴에 뉴스를 올리는 언론 매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넥스트컴과 계약해 기사를 올리는 게 제법 짭짤하다는 걸 다들 인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티즌들이 리플로 반응을 보여주니 피드백을 받기에도 아주 좋았다. 그래서 네티즌들의 리플이 곧 기사가 될 때도 많았다.

여러 모로 이익이었기에, 유재원에게 끝까지 사과하지 않은 대한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은 넥스트컴에 기사를 올리는 중이었다.

“게임이 제일 만만한가 보네?”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한국의 언론이 게임을 문제 삼은 건 일반적인 일이었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면 게임이 문제다 하는 식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말하는 게 간편했기 때문이다.

인성의 문제나 가정환경, 사회화 교육 등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길어지고 답도 없다.

원래 이런 문제는 개인의 인성 문제와 가정교육, 부모와 자식의 유대 문제였는데, 이런 식이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니 확실하게 맺고 끊을 수 있는 폭력적인 게임이 문제라고 써버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장 먼저 뜬 박상한의 컴퓨터에서 폭력적인 게임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기사에 첨부된 사진은 누가 봐도 뉴에그에서 둠2를 플레이하는 모습이었다.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면 박상한이 즐겨했던 게임이 둠 시리즈와 울펜스타인 시리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심했다.

당연하게도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소속은 대한일보였다.

“둠2가 한국에서도 제일 많이 팔린 게임이니 당연하잖아!”

둠2의 흥행은 비단 미국에서만 그친 게 아니다. 전 세계적인 흥행을 올렸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어는 게임이었다.

이렇게 잘 팔리는 둠2는 한국에도 정식발매되었다.

한국의 경우 둠2의 유통사인 일렉트로닉아츠가 진출하지 않은 지역인지라, ID 테크놀로지가 직접 유통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유통망을 그대로 인수한 것을 활용했고, TG나 세진 등의 컴퓨터 유통망을 빌려 기존의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팔았다.

ID 그룹이 발매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해당 국가의 언어로 지역화를 하는 게 원칙이었고, 게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덕분에 둠2는 100% 한국어화가 되어서 자막은 물론이고 음성까지도 한국어로 바꾸었다.

성우도 특급을 기용해서 더빙때문에 웃음거리가 되는 일은 진작에 피했다.

이러한 정성을 들인 덕분일까. 판매량이 제법 괜찮게 나왔다. 좁디 좁은 한국 시장에서 10만 장을 돌파했으니, 괜찮다는 수준을 넘어 대단히 잘 팔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수백만 단위의 판매량에 눈이 높아진 유재원에겐 괜찮다는 정도였다.

불법복제가 만연한 한국이었지만, 멀티플레이를 하기위해서는 올바른 시리얼 키가 있어야 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패치도 거의 반강제적으로 이뤄지게 하면서 정품 사용을 유도한 게 효과를 보았다.

하여튼, 이렇게 잘 팔린 게임이니 박상한이란 패륜 범죄자의 컴퓨터에도 둠2가 깔려 있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이게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박상한 나이대인 젊은 청년들에게 게임은 신세대의 문물이었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적응이 빨랐고, 몰입도 쉽게 할 수 있으니 온라인 게임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정말 안타까운 건 김택준의 혈맹 온라인이었다.

둠2 같은 게임은 자료화면으로 뜬 사진에서도 컴퓨터 화면으로 조그맣게 나온 것에 비해 혈맹 온라인은 아주 대놓고 이름까지 언급되었던 탓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는 ID 그룹이 유통하는 둠2에 비해, 김택준의 TJ소프트는 영세 업체이니 그냥 무시해버리고 실명을 언급한 모양이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별 볼일 없는 나라였다면, 그냥 지나갈 만 한데, 지금의 한국은 여론을 미디어, 특히 종이 신문들이 주도하고 있었기에 혈맹 온라인은 직격탄을 맞았다.

패륜아가 열심히 했다는 게임으로 찍혀서 접속률이 뚝 떨어졌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ID 클라우드 서버에서 혈맹 온라인의 트레픽 그래프를 보면 절벽처럼 뚝 떨어졌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혈맹 온라인이 바닥을 다지고 상승 중이었다는 점이다. 오픈베타 시작 후에 완만한 하향세를 그리던 트레픽 그래프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였는데, 박상한 사건이 터진 후로 다시 뚝 떨어졌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범죄 발생의 원인은 분명 다른곳에 있는데 박상한 사건을 가지고 게임을 때리는 건 그 의도가 뻔히 보이는 일이었다.

특히 게임 때리기에 앞장서는 대한일보의 행보는 너무도 뻔했다.

유재원이 만든 사업영역 중에 게임은 상당히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공들여 만든 대작 게임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참인데, 이번 사건을 이용해 대대적으로 초를 치겠다는 의도가 확실했다.

유재원은 바로 ID톡을 열어서 한국 넥스트컴의 최고 관리자를 찾았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그 자리는 김택준이 겸임하고 있었는데, 퇴사한 지금은 새로운 인물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새로운 담당자 이름이 이재홍이라고 했지? 아! 여기 있다.”

유재원은 문자 채팅이 아닌, 음성 대화를 선택했다.

지금은 시애틀 시간으로 밤 10시였기에 숙소인 호텔방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들을 염려가 없으니 간편한 음성대화가 편했다.

-헉! 진짜 회장님이십니까?

연결을 요청하니 바로 응답이 되었다.

근무 시간에는 다른 짓하지 않고 집중해 업무를 보다가, 퇴근 시간이 딱 되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칼퇴근을 하는 게 ID 그룹의 문화였다.

야근을 밥먹듯 하는 한국의 다른 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인데, 이걸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덕분에 다른 회사들이나 협력업체에서는 근무시간이 끝나고 나면 다음 날까지 연락할 방법이 없어 답답했다. 그래도 근무 시간 중에는 칼 같은 응답과 빠른 처리가 가능했고, ID 그룹이 대부분 ‘갑’의 위치에 있었기에 큰 문제로 비화되는 일은 없었다.

근무 시간에는 쉬엄쉬엄 하고서 일부러 만든 야근에 나머지 일을 처리하는 게 패턴이었던 사람들에겐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다. 야근을 해서 추가 수당도 받고, 일도 쉬엄쉬엄 하다가 집에 가는 게 그냥 일상이었던 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ID 그룹은 원칙적으로 회식 문화도 없었다.

유재원은 애초에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뒤이어 ID 그룹에 들어온 사람들도 유재원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인지라,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퇴근 후 단체로 모이는 것 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걸 선호했다.

이러한 연유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 경력직으로 ID 그룹에 들어온 이들에게는 매우 삭막하게 느껴졌다.

반면 신입들에게는 ID 그룹의 기업 문화는 무척이나 좋았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딱 끝내면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재홍도 열심히 하는 신입 중 하나였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서 프랑스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했다가 올해 한국으로 들어와서 ID 그룹의 취업문을 뚫는 데 성공했다. 이후 김택준 밑으로 배정되었고, 한국 넥스트컴의 서비스 관리자 직이 주어졌다. 그러다가 김택준이 퇴사하면서 책임자로 승진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제 막 회사가 차려져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시절은 끝났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재홍이 곧바로 김택준이 가진 겸직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할 수 있었던 건 그의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홍은 전생에 한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인 다음을 만든 사람이었다. 이번엔 넥스트컴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과연 다음이란 포탈사이트가 생겨날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지만, 예단할 수는 없다.

김택준이 다시 나가 TJ소프트를 설립한 것처럼, 넥스트컴에서 기술을 열심히 배워 독립 후 자기 사업을 할 가능성도 있었으니 말이다.

“네, 맞아요. 우리 대화는 처음이죠?”

-그렇습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유재원이 선톡을 한 것이기에 이재홍의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어색한 건 유재원도 마찬가지다. 이재홍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유재원의 개입은 하나도 없었다.

한국 법인은 유재원이 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용 작업을 진행했고, 이재홍은 본인의 능력으로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말이다. 나중에 인사팀에서 최종결재로 올라온 합격자 명단을 보고 다음을 만들었던 사람이 들어왔다는 걸 인지했을 뿐이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넥스트컴 뉴스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를 봤는데 큰 문제가 보여서 연락 드렸습니다.”

-네? 문제점이요?

문제가 있다는 말에 이재홍이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지금 이재홍의 컴퓨터는 넥스트컴의 관리자용 페이지가 떠 있었고, 모든 수치들은 정상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재원이 지적한 뉴스페이지 역시 평소보다 높은 클릭수를 자랑하고 있긴 한데, 탄탄한 서버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서버는 올 그린입니다!

“내가 말하는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를 말하는 거예요. 기사의 내용은 안 보셨어요?”

-어, 그게…….

이재홍은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본인의 업무는 넥스트컴의 안정적인 운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넥스트컴의 경우 미국 넥스트컴에서 거의 종속된 상태나 마찬가지인지라,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는 미국이 먼저하고, 그 다음이 한국에 적용되는 형식이었다.

이재홍보다 윗선에서 뭔가 한국만의 독자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없었다.

“지금 탑페이지 기사들을 확인해 보세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이재홍의 말투에 유재원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했다. 그리곤 여화를 내기 보다는 이재홍이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잠깐의 시간을 줬다.

“우리가 넥스트컴의 뉴스 페이지를 운영하는 건 우리 넥스트컴의 사용자들을 위해서죠.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만큼, 이용자들의 숫자도 늘어날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페이지에서 우리를 저격하는 기사를 최상단에 올려줄 이유는 없잖아요. 그나마 제대로 작성된 기사라서 정확한 비판이 담겨 있으면 인정해요. 그런데 근거 하나 없는 가짜 뉴스잖아요.”

-아! 네네! 그렇습니다.

21세기 초중반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짜 뉴스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기존의 언론들도 곧잘 써먹던 것이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기기와 만나며 강력한 화학 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곧, 우리 회사 법무팀이 움직일 거예요. 그러니 지금 당장 우리 사이트에서 질 나쁜 기사들은 치워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94년은 아직 언론에 권위가 조금은 남아 있는 시대였다. 언론이 쓴 기사 때문에 소송을 건다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유재원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엽기적인 범죄가 터질 때마다 샌드백이 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게임 탓만 하고, 본질을 회피하며 넘어가려는 인간들에게 이번에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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