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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340화 (34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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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SPEED 010(1)

아침 6시 44분.

잠에서 깬 유재원은 몽롱한 느낌에 눈만 살짝 뜬 상태로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벽 4시쯤에 초롱초롱한 상태로 깨어나서 곧장 활동을 시작했을 터인데, 이제는 잠을 자는 것만으로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본인이 호기롭게 시작했던 일인데, 몸이 좀 찌뿌둥하다고 살짝 회의감이 드는 유재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레드먼드에 와서 일을 시작하고 보니, 하루에 제일 일을 많이 하는 게 바로 자신이었던 탓이다.

고르고 고른 인재라는 알파팀의 생산성도 유재원을 능가하진 못했다. 심지어 알파팀 50명 전원의 작업량보다 유재원이 혼자서 작업한 게 더 많았다. 심지어 작성된 소스 코드를 분석해 보면 유재원의 결과물이 모든 면에서 나았다.

최적화는 두말할 것도 없고, 간결하고 직관적이었다. 심지어 재사용 가능성도 유재원의 결과물이 훨씬 높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중요한 파트는 혼자 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유재원도 사람인지라 하다 보니 괜히 짜증이 나는 것이다.

“이럴 땐 그냥 벌떡 일어나는 게 답이지.”

계속 누워만 있으면 더 일어나기 싫어진다는 것을 아는 유재원은 과감하게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바꿀 수 없는 일을 한탄 해봐야 자기 마음만 나빠진다. 개발진들의 능력이 상승하는 속도는 굼벵이처럼 느리니, 차라리 본인의 기분을 재충전하는 게 빠르다.

기분을 재충전하는 건 티파니의 목소리만큼 좋은 건 없는데, 아침잠이 많은 티파니였으니 지금 통화하는 건 어려웠다.

“컴퓨터나 하자.”

컴퓨터는 유재원에게 특기이자 취미였다. 대충 가벼운 옷을 챙겨 입은 유재원은 곧장 거실에 설치된 컴퓨터 앞으로 갔다.

호텔방 거실에 설치된 컴퓨터는 당연히 호텔에서 제공하는 제품은 아니었다. 간편하게 들고 다니는 쉘북도 아니고, 집에서 가져온 i웍스였다. 통짜 알루미늄 하우징 케이스라서 크고 무거웠지만, 차기 안드로이드가 완성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기에, 워크스테이션을 설치해도 문제는 없었다.

“볼 때마다 멋지네.”

본인이 디자인한 물건이지만, 보고 또 봐도 멋있었다.

며칠 전 출시된 애플의 파워맥과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다. 애플은 유재원이 등장했음에도 딱히 달라진 게 없었던 모양인지, 유재원이 알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파워맥을 출시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HPC 기술이 적용되어 보다 강화된 IBM의 파워CPU를 채택했고, 메모리 용량도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제품의 외형, 그리고 맥OS라는 애플의 전용 OS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었다. 덕분에 시장의 반응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나마 애플사가 강점이 있는 전자 출판이나 그래픽 디자인에서 고정적인 수요가 있긴 했는데, 다른 분야로 확대되진 못했다.

“이놈이 출격만 하면 끝장나는 거지.”

문제는 계획과 달리 연내 출시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거 같다는 거다.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차기 안드로이드를 탑재해 인텔리전트 워크스테이션으로 선전하려고 했는데, 차기 안드로이드 제작이 순탄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2.0 버전을 탑재해 출시하면 반쪽짜리 아니겠는가.

유재원이나 TG나 i웍스 출시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과제는 아니었기에, 딱히 문제는 아니었다. TG는 TG 모바일의 시범서비스로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중이었다.

시범서비스 때부터 신세기 통신을 완벽히 압도함으로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생각이었다. 이를 통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1위가 되어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TG 모바일의 전략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TG 모바일은 커버리지를 늘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시범서비스 지역으로 설정된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대형 중계소는 물론이고, 빌딩이나 산으로 가려지는 난청 지역을 찾아서 중계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중이었다.

여기에 강력한 단말기도 열심히 준비 중이었다.

유재원이 만든 타피니 폰은 당연히 확정이었고, 전자회사를 보유한 대기업과 기술력이 좋은 중소기업과도 접촉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열심이었다.

여기서 이슈가 되는 건 단말기 공급 방식이었다.

크게 두 가지 방안이 논의 중이었는데, 첫 번째는 TG 모바일이 이동통신 회선만 공급하고, 단말기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구매하도록 하는 방법이고, 두 번쨰는 TG 모바일이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미리 구매해 대리점에 공급하는 방법이었다.

의외로 논의는 그렇게 격렬하지는 않았다. 전자 회사나 통신회사 모두 후자의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전자의 방식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권한을 넓게 준다. 본인이 단말기를 골라서 통신회사까지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 선택권이 공급자에게 있다. 마치 주유소에서 자동차까지 파는 형태와 같았다. 대신 단말기 제조사들은 재고 걱정 없이 통신사로부터 대량 발주된 대금을 즉각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재원의 경우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통신사 공급이든, 자급제이든 소비자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받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할 작정이니 말이다. 다만 유재원은 TG 모바일의 2대 주주였기에, TG 모바일의 이익을 극대화할 필요는 있었다.

그렇기에 티파니 폰은 한국에선 당분간 TG 모바일 전용으로 유통될 것이 확실하다. 신세기 통신 측에서도 이걸 아는 모양인지, 자기들에게도 단말기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도 않고 있었다.

“흠, 그러면 얼마나 준비하면 되려나?”

티파니폰의 제작은 완료된 상태였다.

미국의 프리미엄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Co와의 100만 달러짜리 콜라보레이션도 착실히 준비 중이었다.

남은 건 양산인데, TG 모바일에서 얼마나 주문할지에 따라 방식이 바뀔 것이다. 30만 대 이하라면 그냥 OEM제작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에게 맡기는 것이고, 그 이상이라면 공장을 직접 세우는 것도 고려해볼 작정이다.

단순히 휴대폰만 만드는 게 아니라, 태블릿 PC를 비롯한 여러 모바일 디바이스를 시범적으로 만들어보는 조직을 갖춰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언제까지 TG 컴퓨터의 생산라인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절대 대만이나 중국에 공장을 지을 생각은 없다.

지금이야 인건비가 싸서 전 세계 기업들이 중국에 너도나도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데, 21세기 초만 되면 다들 치를 떨면서 중국에서 나올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기술이나 영업 비밀은 고스란히 중국 당국에게 넘어갔고, 지적재산권은 길가의 돌멩이보다 못한 취급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중국 내의 공장에서 생산된 전자제품의 보드에는 스파이칩까지 몰래 심어서 기업이나 정부의 중요한 데이터를 아무도 모르게 훔쳐보기까지 했다.

“지금도 큰 피해를 보는 중이지.”

ID 그룹의 경우엔 현 시점에서 큰 손해를 보는 중이었다.

개방을 시작한 중국은 공산당 정부와 기업의 사무 자동화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다. 사무자동화라는 건 곧 컴퓨터의 도입이었다. 수출제한이 풀린 컴퓨터가 대대적으로 중국에 보급 중이었다. 그런데 보급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HP나 컴팩, 델과 같은 외국의 대형 업체가 직접 대리점을 열어서 공급하는 방식은 그나마 괜찮은데, 중국 회사들이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공급하는 방식이 문제였다. 하드웨어 부품 가격은 제대로 지급을 하는데, 소프트웨어는 죄다 불법 복제품을 쓰는 것이다.

중국에서 제일 많이 복제되는 제품은 ID 오피스였고, 그 다음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였다.

중국 대기업이 파는 제품에 애드웨어 버전이 설치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나마 애드웨어 기능이 살아 있는 거라면, 괜찮은데 광고도 귀찮다고 광고 제거 크랙까지 동봉해서 판매했다. 애드웨어 버전이 없는 엔터프라이즈 판의 경우엔 아예 처음부터 불법 복제한 제품이 설치되기도 했다.

“단순 복제만 하면 또 몰라.”

더더욱 큰 문제는 패키지 복제였다.

두터운 메뉴얼부터 CD까지 오리지널과 똑같은 형태로 만든 복제품이 중국 시장에 널리 유통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정품인 줄 알면서 복제품을 사는 경우도 참 많았다.

“어휴, 중국어 지원을 때려치울까?”

중국의 모습에 치를 떤 유재원은 중국어를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빼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할 마음은 없었다. 그냥 중국 생각을 하다 보니 괜히 화가 나서 했던 소리였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국에 수익을 내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제값 주고 사야하는 하드웨어는 제법 쏠쏠한 분야였다.

나중에 중국이 하드웨어 제조 기술도 습득하면 휴대폰이나 컴퓨터도 짝퉁이 쏟아져 나올테지만, 그나마 소프트웨어로 받는 피해보다는 덜했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정품을 찾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지니 말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중국에 대해 투덜거린 유재원은 i웍스의 부팅이 끝나자 바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언제나 1순위였던 ID톡이 아닌, 울티마 온라인, 얼리 액세스 버전이었다.

-샤드에 빈 자리가 없을 만큼 혼잡합니다.

-순서를 기다리면 소환이 완료 됩니다.

-그대 보다 먼저 자리 잡은 이들의 숫자는 52명입니다.

“이거, 뭐여?”

유재원은 울티마 온라인의 로그인 화면 대신, 중후한 목소리의 메시지가 뜨자 당황했다. 울티마 온라인의 세계관에 맞춘 메시지였지만, 의미는 단순했다. 서버가 꽉 차서 빈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렇게 대기 중인 사람이 52명이나 된다는 메시지였다.

유재원은 얼른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아침 7시 2분. 이른 아침이 맞다. 온라인 게임 운영 중에 제일 한적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대기 순번이 떴다.

설마 서버점검을 한다고 일부 서버를 셧다운시켜서 대기인원이 나타났나 싶어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모든 서버는 작동 중이었다. 서버 상태를 표시하는 항목에 죄다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을 뿐이다.

“대박!”

요즘 잘 나오지 않았던 대박 소리가 터졌다.

이 시간에 빈 자리가 없다는 건 울티마 온라인에 빠진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였다.

울티마 온라인의 얼리 액세스 홍보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비용 승인 후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이렇게나 잘 나가고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막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에 리처드 개리엇으로부터 신청자들이 폭주하고 있다느니, 신청자 숫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느니 하는 호들갑을 쪽지로 받긴 해서, 얼리 액세스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라니, 대단하다.

“혈맹은 어떠려나?”

울티마 온라인의 얼리 액세스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이에, TJ소프트로부터 클라우드 서버 이용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태평양을 건너오기도 했다. 김택준이 혈맹의 게임서버로 ID 클라우드를 이용하겠다는 말을 지킨 것이다.

최대 5천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만큼의 연산력과 100기가 바이트의 스토리지 용량을 신청했다. 가격으로 치면 월 2천만원짜리 서비스였다.

그렇게 서버를 준비한 TJ소프트는 오리진 시스템의 마케팅 방식과 매우 흡사한 방법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게임 산업이라는 게 한국이나 미국이나 영업 방식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다만 미국과 다른 한 가지는 PC카페에 대한 공략이었다.

PC방은 한국의 고유문화이긴 했는데, 그런 문화가 하루 아침에 뚝 떨어지듯 나온 건 아니었다. PC방 이전에 PC카페라는 것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유행 중이었다. 칸막이와 같은 자리 구분이 확실한 PC방과 달리 PC카페는 이름 그대로 커피와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에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대의 PC가 있는 형태였다.

원래 의도는 대학생들에게 리포트도 쓰고, 인터넷도 할 수 있게 부가 서비스 형태로 놓은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음료는 뒤로 미뤄지고 컴퓨터가 중심이 되는 식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서너 대가 아니라 10~20대 이상의 PC를 놓고 장사하는 곳이 많아졌다.

김택준은 그런 PC카페를 돌면서 혈맹 게임이 담긴 CD를 열심히 배포하면서 오프라인을 공략했다.

그렇게 5월 31일, 두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울티마 온라인은 얼리 액세스라는 이름으로, 혈맹 온라인은 오픈베타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둘 사이에 차이는 울티마 온라인은 12달러라는 적은 금액이지만 접속료를 받았다는 것이었고, 혈맹 온라인은 무료였다는 점이 차이였다.

“한 번 가서 볼까?”

울티마 온라인의 대기 순번이 줄어드는 속도는 너무 느렸다. 잠시 딴 짓을 해도 될만큼 느렸기에, 유재원은 바로 시작버튼을 눌러서 혈맹 온라인을 실행했다.

“음, 여긴 쾌적하네.”

레드먼드가 아침 7시라면 한국은 저녁 10시였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인데도 서버가 쾌적했다.

그 모습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혈맹 온라인을 해보니, 반응이 좀 없는 게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유재원이 플레이했던 혈맹과는 여러 모로 달랐다.

2D 그래픽으로 핵&슬래쉬라는 가장 간단한 액션 RPG스타일이었고,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주사위를 굴려 능력치가 랜덤으로 나오도록 하는 건 이전과 같았는데, 게임 안으로 들어가면 유재원의 기억과 많이 달랐다.

아무래도 혈맹 개발에 큰 지분이 있었던 송재경이란 인물이 합류하지 못하고, 김택준 본인과 그가 꾸린 아마추어팀만 작업에 참여해서 그런가 퀄리티가 좀 떨어졌다.

“하루 평균 트래픽 사용량도 좀 줄었네?”

TJ소프트가 클라우드 서버를 임대했다고, 해당 클라우드의 데이터를 멋대로 보거나 모니터링 할 수는 없었다. 집주인이라고 임대해준 집에 무단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과 똑같다. 대신 그나마 살필 수 있는 건 하루에 사용한 트래픽 양이었다.

이를 통해 접속하는 유저들의 숫자를 어림대중으로 따져 볼 수 있는데, 막 오픈했을 때가 제일 높았고,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걸 보고 유재원은 비웃진 않았다.

게임이라는 게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은 시장이었다. 이렇게 잘 나가는 울티마 온라인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시시해질 수도 있고, 지금은 텅 빈 혈맹 온라인에 사람들이 몰려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느 한쪽이 잘 되는 것보다는 두 회사 모두 잘 되는 게 유재원의 이익이었다. ID 클라우드 서비스를 서버로 쓰고 있는 만큼, 사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유재원은 이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으니 말이다.

“흐음. 그러면 데이터센터를 또 늘릴 때가 되었나?”

현재 ID 테크놀로지가 세운 데이터센터는 2개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있다. 한국처럼 메인프레임이나 작은 규모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독자적인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도 좀 있지만, 아직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만든 곳은 없었다.

앞으로 새롭게 출시될 ID 그룹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는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ID 엔터테인먼트에서 곧 출시되는 워크래프트부터 퀘이크,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멀티플레이용 서버도 클라우드 서버 안에서 돌아간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남은 용량과 연산력은 다른 인터넷 업체에 임대하는 것도 커다란 사업 영역이었다.

ID 그룹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인터넷까지도 ID 클라우드 서버가 책임지는 것이 유재원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회사들이 그 어떤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하던, 결국 유재원과 이익을 공유하게 된다.

나쁘게 보면 끝이 없겠지만, 새로운 도전자 입장에서 ID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점이 되는 게 많다. 우선 엄청나게 비싼 하드웨어 장비를 구매하는 걸 생략해 돈을 아끼고, 이를 통해 보다 중요한 기술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사업이 어려워져도 쉽게 접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갑자기 대박을 쳐서 사람들이 몰리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면 이번엔 한국하고, 유럽에 설치하는 게 좋겠다.”

곧 있으면 새로운 확장 명령어가 포함된 신형 CPU가 출시되는 데, 이걸 가지고 서울과 유럽에 대형 클라우드 서버를 꾸리면 딱 좋을 것 같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그대 차례입니다.

-아바타 소환을 시작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최소화시켜 놓았던 울티마 온라인의 대기열이 드디어 끝난 모양이다. 유재원은 바로 생각을 접고 울티마 온라인을 전체화면으로 전환해 로그인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유재원이 게임을 즐긴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도 못했다.

아침 일찍 출근한 김대석과 함께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야 했고, 밥을 다 먹은 다음에는 레드먼드의 알파팀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출근 해서, 밤늦게 호텔로 돌아오는 게 유재원의 일과였다. 이젠 이력이 붙었을 만큼 일상이 된 패턴이기도 했다.

엄청나게 집중하는 터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른 알파팀이 보기에 그야말로 괴물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워낙 과도한 목표를 설정해놓은 탓에, 아직 남은 과제도 상당했을 뿐이다.

이런 유재원의 일상에 변주가 생긴 건, 6월 초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회장님, 이 전화를 좀 받아보셔야겠습니다.”

가족, 티파니 그리고 친구들 전화 말고는 모든 전화는 김대석이 중간에 받는다. 한창 집중 상태에 있었기에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니면 김대석 선에서 모두 커트된다. 그런 김대석이 끊지 못하고 유재원까지 전화기를 가져온 건 제법 큰 사안이었다는 의미였다.

김대석을 믿는 유재원은 군소리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재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재원 님, 여기는 국제 수학 연맹입니다.

유재원의 인사말에 수화기 너머로 중저음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국제수학연맹?

드디어 올 것이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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