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335화 (335/1,007)

<-- 울티마 온라인 -->

#322 울티마 온라인(8)

최강욱의 자세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한국의 최대 이슈는 이제 디데이가 며칠 남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이미 텔레비전부터 신문까지 모든 관심이 남북정상회담에 집중될 만큼 막강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분단된 남북이었고 그러한 대치가 반백년 가깝게 계속 진행 중이었다. 한국은 휴전 중에 빛나는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북한의 여러 가지 도발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는 중이었다.

특히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개발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도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화해무드였고, 그 절정인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되려고 하니 모든 이슈는 이에 집중되는 게 당연했다.

-진보 쪽 진형은 이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강욱의 이어진 설명에 유재원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김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아직도 80%대 후반이다. 이쯤 되면 거의 독재 수준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제 큰 어려움 없이 6%대에 가까운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보통은 진보쪽의 의제였던 남북문제도 그 어떤 보수 정권보다 앞서나가 있었다.

내년이면 지방선거고, 내후년에는 총선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상황이면 진보 참패를 넘어, 멸망이 될 수도 있으니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노동법이 딱 걸린 것이다.

-노동계에선 비정규직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절대 인정할 수도 없고,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최강욱의 설명에 유재원은 참 답답했다.

비정규직는 노조 가입자들이 봤을 때, 불리한 건 사실이다. 안 할 수 있으면 안하는 게 좋다. 하지만 싫다고 거부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니었다. OECD가입을 시작으로 문민정부를 이끄는 김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보면 IMF가 터지는 건 필연적이었다.

현재는 IT분야에서 독보적으로 규모를 키운 ID 그룹이지만, 아직 국가 규모를 넘어서진 못했다. 수많은 헤지펀드가 뭉쳐 만들어낸 외환위기를 유재원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IMF가 터진 다음 후에 개입하는 시나리오를 그리는 중인데, 미리 노동법 문제를 매듭지어놓지 않으면, IMF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이 가득한 IMF였고, 이들이 펼치는 정책들은 친자본적이었다.

돈만 따지고 보면 IMF의 정책이 유재원에게 나쁜 건 하나도 없다.

뛰어난 노동력을 싸게 쓰고, 회사 사정이나 개인의 판단에 의해 쉽게 버릴 수 있으니 기업이 남길 수 있는 이윤의 크기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가가 막아 놓았던 여러 공적인 분야에 진출해서 안정적인 돈줄도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큰 피해를 보는 건 힘없는 노동자들이었다.

IMF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심화된 건 극심한 양극화였는데, 분기점을 지나면 어떤 수를 써도 그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이전과 같은 흐름으로 가는 걸 선제적으로 막아 보기 위해서 노동법 개정을 먼저 들었다.

비정규직을 인정하되 정규직보다 많은 임금을 책정하도록 했고,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분야도 한정시켰다. 특히 파견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은 완전히 금지시켜 쓸데없는 중간착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덤으로 파업 중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 회사가 노동자에게 배상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슬쩍 끼워 넣었다.

21세기 한국의 노조가 봤다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하고도 남을 이야기들이었는데, 그런 경험이 없는 현재 한국의 노동계는 그저 배부른 소리 중이다.

나중에 피를 보고야 그때가 좋았구나 소리가 나올테지만, 그러면 이미 되돌릴 수 없다. 더구나 이분들을 설득할 시간도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였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최강욱의 물음은 유재원에게 중대한 선택의 기로였다. 짧게 고민한 유재원은 결심했다.

“어쩔 수 없지요.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갈 수 밖에.”

-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거야 당연히 인지하고 있죠.”

참 안타깝게도 통일 국민당의 의석은 50석 좀 넘는다. 여당인 민자당과 힘을 합쳐야만 과반이 넘는다. 그런데 민자당에는 대기업의 입김을 받는 의원들이 훨씬 많이 있다. 유재원이 제시한 노동법보다 훨씬 더 유연한 비정규직 체계를 쓰고 싶어 하는 재벌들이 이번 기회에 영향력을 극대화할 테니 말이다.

유재원은 샌드위치 신세였지만, 그래도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윗선과는 재벌보다 더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는 점이다.

전명헌은 말할 것도 없고, 김 대통령과도 비교적 괜찮은 관계였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공을 따져보면 유재원의 지분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으니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대기업들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누적으로 따진다면 전통의 기업들 승리지만, 앞으로 전망했을 땐 ID 그룹의 압도적 우위였다. 외국에서 귀한 달러 돈 벌어다가 한국에다 내고 있으니, 그 존재감은 차원이 달랐다.

“이쪽은 최 비서실장님께 완전히 맡기겠습니다. 얼마를 쓰시던, 누구를 만나셔서 무슨 약속을 하던 제가 보증을 서겠습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음 회기 또 고치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진행해주세요.”

보증을 선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강욱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유재원의 믿음은 각별했다.

-알겠습니다. 전력을 다 해서 성공시켜보겠습니다.

최강욱도 각오를 다졌다.

단순히 유재원이 시켜서 노동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ID 그룹 차원으로 봤을 때도 유재원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보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의 비중이 큰 ID 그룹이었다.

게임부터 컴퓨터, 소프트웨어 그리고 각종 인터넷 서비스까지. 중산층이 많이 있어야 ID 그룹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로 봤을 때, 비정규직이란 고용 형태가 생겨나는 건 필연이었다. 그러면 기왕 생기는 거 최악의 형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미국식보다는 유럽식이 한국의 상황에 훨씬 적합했다.

이러한 생각이 있는 최강욱이었기에, 유재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본인의 의지도 다시 한 번 불타올랐다.

5월 1일.

-김영삼 대통령이 성남 비행장에 도착해 하차하셨습니다.

-먼저 와 대기 중이었던 청와대 비서관들, 그리고 전명헌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장관들과도 환한 얼굴로 악수를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지대한 역할을 한 전명헌 총리와는 두 손을 마주잡고 몇 분간의 짧은 환담을 나누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께서 준비된 전용기에 오르십니다. 분단 후 최초로 서해 직항편으로 평양에 방문하는 첫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잔뜩 상기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쉬지 않고 나왔다.

덕분에 텔레비전에서 비춰지는 김 대통령의 방북 행보는 마치을 경마 중계를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손 여사는 대동하지 않는 모양이네.”

다른 우방국 방문이라면 대통령 내외가 동시에 움직이겠지만, 아무래도 북한에 가는 것이니, 손 여사는 한국에 남는 모양이다.

이러한 한국의 상황은 미국에서도 라이브로 생방송으로 중계 중이었기에, 유재원도 편하게 거실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한국에서는 김 대통령을 응원한다고 성남공항 가는 길에 나와서 배웅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김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았고, 현재의 상황이 역사적이었으니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이 많은 것이다.다. 하지만 유재원은 지구 반대편에 있기도 했고, 이전 생에서도 종종 봤던 모습이기에 두근거림이 덜했다.

이전 생에서 유재원이 죽기 몇 년 전에는 대한민국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 여행은 기본이고 투자나 사업을 하는 것도 쉬워질 만큼 남북 관계가 안정화 되었다. 유재원도 금강산 관광이나 백두산, 개마고원 트레킹을 다녀오기도 했으니, 지금 상황에 대한 감동은 약간 덜했다.

“구체적인 선언이나 조치가 나오려나 모르겠네.”

대신 유재원이 궁금해 하는 건 남북정상회담 후 나올 구체적 조치들이다.

큰 기대는 없지만, 김일성으로부터 북한의 후계자들의 발을 묶어 놓을 수 있는 발언이라도 나오면 대박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강력한 독재체제이니 독재자들이 자기 멋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1세대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2대나 3대에 이르면 전임자들이 목을 박아 놓은 건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세습한 독재자의 영향력은 선대의 유훈으로부터 발동되는 것이니, 이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흠, 비핵화 선언 같은 게 나오면 대박이겠지만, 경제협력이나 금강산 관광 정도에서 끝나겠지?”

유재원도 한국, 미국에 정보팀을 운영하는 만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보고서를 많이 받았다. 두 팀 모두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한국의 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갑자기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못을 박고 시작했다.

그나마 실현가능성이 높은 건 경제 분야 협력이다.

그것도 개성공단처럼 확실한 협력 사업을 하는 건 아니고, 북한이 가진 지하자원을 함께 개발한다거나, 금강산과 같은 좋은 관광자원을 개방하는 정도에서 끝날 거라고 제시했다.

유재원도 동의했다.

루트킷이라는 남들과는 다른 정보라인이 하나 더 있는 유재원은 김정일의 최근 인터넷 검색어를 북한 수뇌부의 의중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는 아예 자기 방에다 놓고 뉴에그2를 쓰고 있는 모양인지, 개인적인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성인물 검색어도 참 많았다. 그렇다고 쓰레기만 가득 올라오는 건 아니었다. 동아시아나 스위스 등에 있는 은행 계좌를 열람부터, 경제와 관련된 각종 키워드도 있었다.

이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북한은 한국과 경제 개발을 할 생각은 있지만, 그로 인해서 북한 사람들의 눈이 트이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그러니 북한 정권이 제어할 수 있는 몇 종류의 사업을 제안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김 대통령이 받으면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또 하나의 목적은 북미정상회담 제안이다. 김 대통령과의 회담이 잘 끝나면 이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확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꿈은 꿀 수 있는 거지.”

유재원은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북미회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았다.

미국은 당장 중동이 급해서 북한으로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미국이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보이는 지금, 안정적인 원유를 수송해 오는 게 중요했다. 중동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현실이 되면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정책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의 모든 외교력은 중동에 집중된 상태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내건 건 완벽한 비핵화, 그리고 핵사찰이었다. 핵개발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은 북한을 대화상대로 쳐주지도 않을 텐데, 루트킷으로 확인된 정보에는 비핵화 관련된 것이 없었다.

김일성도 아니고, 김정일의 컴퓨터를 뒤져서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 싶기도 하지만, 루트킷이 전해온 키워드와 유재원이 기억의 궁전에 담아온 북한의 데이터를 비교하면 상충되는 단어는 없었다.

무엇보다 김일성은 본인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고, 덕분에 오래전부터 아들인 김정일에게 정권을 이양 중이었다. 이미 북한의 많은 실권을 김정일이 가지고 있었다.

국내용인 안기부는 이런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게 분명하지만, 미국은 최소 짐작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김정일이 비핵화라는 말은 루트킷이 작동한 이래 단 한 번도 언급이 없었다.

그나마 이전과 달리 김 대통령과 김일성의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으니 희박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변수가 생기는 걸 기대하는 유재원이다.

-미국, 인터넷 관련법 재정 속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묻고, 인터넷 여론 조작에 관해서도 엄단하기로!

-인터넷에서 모든 광고는 광고 임을 명시하도록 광고법 개정!

한국이 남북정상회담에 모든 이슈가 먹히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드디어 인터넷 관련 법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역시 레밍턴의 장담대로 유재원이 생각했던 그대로 유지되어 나왔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에 힘을 쓰도록 하고, 유출에 대한 책임을 엄히 처벌하는 조항이나 인터넷 여론 조작을 엄단하는 조항은 참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유재원이 책정한 것보다 강하게 처벌 조항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정보 유출의 경우 벌금이 최소 1천 달러에서 시작했고, 규모에 따라 최고 책임자를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게 만들어졌다.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의도가 보인다.

“이거 나를 겨냥한 모양인데?”

개인정보 유출 규모에 따라 최고 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유재원의 신경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여기서 최고 책임자라는 건, 개인정보 담당이나 보안담당 최고책임자를 넘어선, 해당 기업의 CEO나 사장을 의미했다.

현재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 중에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건 넥스트컴이었다. 세계 최대의 포털사이트로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수많은 나라에 그 나라의 언어로 각종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번에 미국 의회에 오른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한 대량의 개인정보유출이란 1,000만 건 이상을 의미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현재 인터넷 서비스 업체 중에 1천만 명 이상이 가입된 업체는 넥스트컴과 AOL 두 개 뿐이었다.

AOL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북미 최대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였다. 그런데 통신 방식이 전화선에서 ADSL과 같은 광대역 인터넷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변화하는 데 실패했다. 더욱이 AOL의 강점이었던 각종 유료 서비스도 인터넷 업체들의 무분별한 무료 정책에 의해서 빛이 바랬다.

뒤늦게 포털 체제로 변화하는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넥스트컴에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유료 사용자 숫자는 꾸준히 줄어드는 대신, 마케팅 비용은 빠르게 늘어나면서 AOL의 현금흐름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덕분에 AOL의 경영체제에 극심한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었는데, 최근엔 공석이 된 자리가 무척이나 많았다. 가장 유력한 향방은 매각이 결정되는 것인데, 적당한 수준의 매수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AOL의 쇠락 속도는 더더욱 빨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역사상 최악의 합병이라는 AOL과 타임위너와의 결합도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사의 대주주인 테드 터너에겐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테드 터너는 타임워너에게 본인 소유의 방송국들을 넘기면서 상당한 현금과 함께 타임워너의 지분도 대량으로 보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AOL과 타임워너의 파멸적 합병으로 그 평가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엄청난 손실을 봤다.

하여튼 AOL의 상태를 보면 이번에 만들어질 개인정보보호법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회사는 ID 그룹 하나뿐이다.

이 때문에 소식을 전하던 레밍턴 사장이 얼마나 미안해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유재원은 괜찮았다.

다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원인은 애초에 가입할 때, 그런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기 때문이었다. 한국 같으면 실명과 주소는 기본이고, 연락처와 주민등록번호까지 요구했다. 나중에는 신용카드 번호까지 요구해서 유출사고의 파괴력이 배가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고, 심지어 이메일닷컴을 만들어 전자 우편 서비스와 함께 통합 아이디로 운영했다.

애초에 털리더라도 문제될 게 없을 만큼, 개인정보를 따로 수집하지 않으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법이다.

다만 이렇게 하면 개인의 편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를 테면 인터넷 쇼핑을 할 때, 결제할 때마다 집주소를 일일히 입력해야 하고, 신용카드 번호도 써야 하니 말이다.

“개인정보는 각자의 컴퓨터에 저장하면 그만이지.”

이에 대한 해결책도 간단했다.

웹브라우저, 혹은 운영체제의 보안 구역에 자주 입력해야 할 정보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데이터는 각자 암호화를 시켜 놓으니 하나하나 따로 해독을 해야 하니 아무리 한가한 해커라도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진 못할 것이다.

“회장님,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네, 나가요.”

문 밖에서 들리는 김대석의 말에 유재원은 거실 한쪽에 놓였던 캐리어 가방을 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은 아직 미구현 상태라는 점이다. 지금 유재원이 짐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이유가 이를 비롯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바로 안드로이드 사 본사가 있는 레드먼드로 가서 알파팀을 비롯한 개발진들과 함께 숙식을 하면서 차기 버전 개발에 끝장을 볼 작정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