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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333화 (33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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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울티마 온라인(6)

리뷰어들이 각자 측정한 벤치마크 자료를 공개하자 게이머들 사이에 커다란 반항이 일어났다. 부두 그래픽 카드의 무식하기 그지없는 성능 때문이었다. 부두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건 엔비디아의 리바TNT 카드였다.

TNT라는 뜻은 트윈 텍셀이란 말로 1클럭에 2개의 텍셀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단어였다.

이번에 출시된 부두도 1클럭에 2개의 텍셀을 처리하는 데, 리바TNT와의 차이점이라면 멀티텍스처링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었다.

3D 게임에서 그래픽의 수준을 높이는 간단한 방법이 텍스처를 여러 장 사용하는 것이었다. 실제와 비슷한 반사 효과나 폭발 효과를 멀티텍스처를 사용하면 상당히 화려한 효과를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다. 대신 텍스처 처리능력을 제법 잡아먹는 기법이니 과도하게 사용하면 프레임이 크게 떨어진다.

부두는 그래픽 처리 엔진을 개선해 멀티텍스처 처리를 몰라보게 개선했다. 덕분에 기존의 게임에서도 프레임이 크게 상승했다.

3D 게임의 표준이 된 둠2에서 이전까지 제일 빨랐던 그래픽 카드인 리바TNT보다 40% 이상 빨랐다. 그런데 3DFX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비장의 무기를 2개나 더 준비했다.

“하이옥탄이라니. 무슨 놈의 네이밍센스지?”

첫 번째 비장의 무기는 자체 라이브러리였다.

이름은 하이옥탄. 3DFX만의 전용 라이브러리인ㄷ 이걸 사용하면 경쟁사 대비 최소 50%의 성능 향상을 보장하고, 최대 100% 이상의 퍼포먼스를 뿜어낼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표한 게 니드 포 스피드라는 레이싱 게임의 데모버전이었다.

SVGA의 기본 해상도인 640*480에서 리바TNT는 30프레임도 다 나오지 않았다. 반면 부두는 거의 50프레임에 가까운 엄청난 퍼포먼스를 뿜어내주었다. 이 성능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글라이드X 라이브러리를 사용했을 때의 성능이었고, 여기서 하이옥탄이라는 전용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면 60프레임 이상의 안정적인 프레임을 뽑아준다고한다.

말장난이다.

라이브러리가 아무리 좋아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허접하고, 최적화에 실패하면 말짱 꽝이다. 반면 존 카멕처럼 당대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범한 라이브러리를 가지고도 엄청난 능력을 뿜어낼 수 있다.

“그나마 SLI는 좀 낫네.”

두 번째 무기는 SLI라는 기술이다.

스케일러블 링크 인터페이스라는 단어의 약자인데 두 장, 혹은 그 이상의 카드를 이어 붙여서3D 처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보통은 두 장의 카드를 케이블로 묶는데, 이를 사용하면 SVGA 최고 해상도인 1024*768에서 둠2를 60프레임 이상을 안정적으로 뽑아준다고 한다. 부두 카드 한 장이 399달러이니 두 장을 사려면 800달러나 들어야 한다.

여기에 부두는 2D 그래픽 기능이 없어서, 2D 그래픽 처리를 위한 별도의 VGA카드가 필요한데, 색감이나 처리 속도를 따져 메트록스나 ATI의 고급형 2D 그래픽카드를 산다고 하면 총 1천달러나 되는 큰돈을 그래픽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

그럼에도 게이머나 네티즌은 부두에 열광했다.

특히 인터넷 멀티 플레이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열광했다. 프레임이 빠르다는건 남들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이는 승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참나, 자체 라이브러리라니?”

유재원은 책상 위에 놓은 3DFX의 부두 카드들을 보고 투덜거렸다. NDA가 풀리면서 리뷰어들이 벤치마크 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하는 때가 되서야 유재원도 부두를 받았다. 대놓고 찬밥 취급에 감정이 확 상한 유재원이다.

ID 그룹이 IT분야의 맹주로 군림한 이후, 유재원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기업은 3DFX가 처음이었다.

예전 글라이드 X3가 만들어질 때, 기존의 VGA업체들이 3DFX의 신기술을 비토했을 때, 유재원이 나서서 편을 들어줬던 기억도 이제야 떠올랐다.

덕분에 배신감이 배가 되었다.

“원래 부두의 경영진이 단시안적이긴 했는데. 이번에도 이럴 줄은 몰랐네.”

마음 같아선 3DFX의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따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면 ID 그룹과 이렇게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진 않을 테니 말이다.하이옥탄이 대세가 되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얻을 이득이라는 건 거의 없었다.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하이옥탄이 글라이드 X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브러리를 유료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에 하나 라이브러리에 장난을 쳐서 엔비디아 같은 경쟁사 카드에선 성능 하락이 일어나는 코드를 삽입하면, 그날로 MS꼴이 나는 것이다.

그저 인지도가 크게 오르고, 기술의 원조라는 타이틀로 부두의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도 있는게 전부다 덤으로 기술개발에 드는 비용도 덩달아 상승한다.

글라이드 X만 보더라도 최신 버전인 X3에 이르러서 라이브러리의 용량은 8배 이상으로 커졌다. 용량이 커진 만큼 신기술이 잔뜩 들어갔는데, 이게 다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든 기술이었다.

개발을 위해 투입된 예산만 따져도 천만 단위는 쉽게 넘는다.

3DFX는 ID 그룹의 1/100도 안 되는 개발진을 꾸리고 있다. 그래픽 분야 역시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날이 갈수록 고도화될 텐데, 적은 개발진으로 이를 따라가진 못할 것이다.

“예전에도 이러다 망했지.”

이전에도 부두는 순식간에 망했다. 망한 이유도 이런 근시안적인 결정 때문이었다.

3D 전용칩을 만드는 업체들의 일반적인 영업 방식은 가속 칩만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카드 제작이나 유통은 기존 VGA제조사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3DFX는 기존 업체들과 나눠 먹는 게 싫었던 모양인지, 독점 생산체제로 변형했다. 본인들이 카드 전체를 만들어서 기존 업체들에게 나눠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게 잘 될 턱이 없다.

기술개발할 시간도 없을 텐데, 카드 제조와 유통까지 모두 하려니 3DFX의 역량이 크게 분산되었다. 반면 경쟁사였던 엔비디아는 본래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퍼포먼스 향상에 주력했다.

이후 성능의 차이는 급속도로 벌어졌고, 3DFX는 결국 엔비디아에 인수되는 처지가 되었다.

“이번엔 좀 다르려나?”

유재원은 3DFX의 역량을 살펴보기위해 하이옥탄이란 라이브러리 검증에 들어갔다.

“역시나였네.”

하이옥탄이라는 이름은 참 좋다.

휘발류가 확 불타오르면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어줄 것 같은 느낌인데, 실상은 오픈GL라이브러리의 축소판이었다.

리버스엔지니어링 수준으로 파고 들지도 않았다. 그저 저 3DFX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개발자용 라이브러리와 예제를 인터넷에서 받아서 눈대중으로 슥 보는 정도였지만 그게 확 보였다.

방대하기 그지없는 오픈GL 게임에서 많이 활용되는 함수들을 뽑아다가 튜닝을 했다. 대부분 하향된 함수들이 많았다. 하드웨어 가속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그래픽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이뤄진 게 많았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직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던 명령어들이 확 달라지면서, 프로그래머들이 다시 공부해야 할 게 확 늘었다.

글라이드 X도 초기엔 이런 비판을 좀 받긴 했다. 그래도 ID 그룹의 꾸준한 지원과 함께 둠2 엔진이라는 히트작품이 나오면서 확 달라졌다.

프로그래밍 능력이 좀 부족한 게임사라도 둠2 엔진을 사용하면 싱글부터 멀티까지 쉽게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래픽이 좀 비슷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독자적인 게임들이 많이 나오면서 완벽한 대세로 굳어졌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나 퀘이크도 나중에 엔진만 따로 팔 예정이니 개발 환경에 있어서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내비둬도 망하겠네.”

결론이 나왔다.

3DFX가 이전보다 훨씬 빨리 망할 거라는 것에 전 재산을 다 걸 수도 있을 만큼 강한 확신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부두의 근시안적인 전략이 뻔히 보인다고 해도, 지금 시간은 최고의 3D 카드였다. 성능에 혹해서 하이옥탄에 손을 대는 개발사가 많아지면 유재원이 그리던 큰 그림이 틀어질 수가 있다.

답은 역시나 기술대결이었다.

현재의 그래픽 카드 전쟁에선 3DFX의 승리지만, 다음번 전투에서 다시 1위의 자리를 글라이드 X 진영으로 빼앗아 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유재원은 차세대 그래픽카드에서 확실한 아군과 적군을 가를 생각으로 과감한 기술을 걸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픽 처리 방식을 쉐이더 체제로 바꾸기만 해도 부두는 버티지 못하겠지.”

쉐이더라는 건 그래픽의 최소 단계인 픽셀과 폴리곤을 다루는 기술이었다. 지금이야 기술력이 약해서 각종 기술들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하도록 만드는 중인데, 한 화면에 그 기술을 다 쓰도록 만들지 않으면, 분명 놀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쉐이더 체제가 되면 3D 그래픽 카드의 자원을 각 상황에 맞게 배분해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쉐이더를 잘 설계하고, 이러한 쉐이더를 하나의 칩에 많이 집적하면 할수록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급상승한다.

동시에 프로그래머의 역량에 따라 퍼포먼스의 차이도 확 일어난다. 같은 카드를 쓰는데 어떤 게임은 훨씬 화려하면서도 부드럽게 구동이 되고, 어떤 게임은 그래픽도 좋지 않은데 버벅거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효율적인 라이브러리를 잘 만들고, 우수한 성능의 게임 엔진을 갖춘 글라이드 X가 크게 유리해진다.

“음, 그러면 이건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담아야하는데.”

가칭 안드로이드 3.0에 대한 부담감이 확 늘어나는 유재원이다.

가뜩이나 역할이 많이 부여된 버전인데, 이젠 그래픽카드 전쟁까지도 담당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유재원이 그리는 그림에 맞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사의 알파팀, 존 카멕을 비롯한 소수의 초특급 개발자들 정도가 유재원과 함께 보조를 맞춰 줄 수 있는 이들인데, 이들은 이미 할 일이 많았다.

심지어 유재원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안드로이드 차기작 총괄은 물론, 지금 i웍스 개발, 조만간 상용화될 2G 이동통신을 위한 티파니폰 양산 문제도 있다.

본업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신경을 써야할 건 더 있다.

당장 5월 초에 있는 북미정상회담도 있고, 노동법 문제도 있다. 여기에 인터넷 관련 입법 문제도 산적해 있다.

“죽어보자!”

하나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욕심이 많은 유재원은 하나도 포기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죽어 보자며 각오를 드세운 유재원은 당장 i웍스부터 처리했다.

3DFX는 독자노선을 확실하게 선언했으니, i웍스에 들어갈 비디오카드는 엔비디아의 리바TNT 카드로 결정했다.

결정이 빠른 유재원은 즉각 ID톡으로 엔비디아의 사장인 젠슨 황에게 결정 사실을 알렸다.

-탁월하신 결정입니다!

-우리 엔비디아는 ID 그룹과의 파트너쉽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리바TNT를 출시하고 자신만만하던 젠슨 황은 부두의 엄청난 퍼포먼스에 치명타를 맞고 전전긍긍한 상태였다. 성능에 자신 있던 엔비디아는 웨이퍼도 잔뜩 주문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부두가 엄청난 성능으로 나오니 그 많은 물량이 악성 재고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재원이 ID 테크놀로지가 내는 최초의 워크스테이션에 들어갈 비디오카드로 리바TNT를 선택하니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대신 부탁이 좀 있는데요.”

-무엇입니까?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율 선별, 가능할까요?”

일단 새로운 3D 그래픽 아키텍처를 만들기 전, 부두에 대한 임시 조치로 유재원이 떠올린 건 수율 선별이다.

제조사에게 수율이란, 작동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따지는 것이었다. 반면 유재원이 말한 수율이란 설계대로 제대로 작동하면서, 속도도 빠른 것을 말하는 것이다.

웨이퍼에 회로도가 그려지는 리소그래피 과정은 지금 열과 화학 반응을 이용한 방식이다. 제대로 회로도가 그려지지 않으면 완벽한 불량품이지만, 반대로 엄청나게 반응을잘해서 설계했던 것보다 높은 속도로 작동하는 칩도 있었다.

일명 골든 샘플이다.

-헉! 그건 좀 무리입니다. 유 회장님도 아시겠지만, 그렇게 하자면 패키징 과정에 추가적인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도 따져야 하는데, 저희 같은 작은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이해합니다. 저도 무작정 일반칩 가격에 골든 샘플을 달라는 건 아닙니다. 제 제안을 듣고 잘 생각해보세요.”

유재원도 그냥 골든 샘플만 뽑아달라는 건 아니었다.

방법은 작동 속도별로 네미밍을 하는 것이었다.

리바TNT는 이제까진 200MHz의 작동 속도를 보였다.

전생에 나왔던 모델의 작동속도는 90MHz밖에 되지 않았지만, 파운더리 업체들도 모두 HPC공정으로 전환하고, 칩을 설계하는 회사들도 이에 맞춰 설계한 덕에 작동속도가 2배 넘게 올랐다.

여기서 250MHz로 작동하는 걸 리바TNT 프로라고 하고, 300MHz로 작동하는 걸 울트라로 명명해서 보다 높은 가격을 받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렇다고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으면 안 되겠지만요.”

-그럼요!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젠슨 황도 난색을 보였던 처음과 달리 대단히 긍정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작동 속도로 가격을 차별하는 건 CPU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했던 일이었다. 반면 이제까지의 VGA 업계에서는 글라이드 X의 완벽 지원 유무, 비디오 메모리 용량, 티비로 출력하는 기능 등이 가격 결정에 큰 요인이었다.

이젠 칩의 작동 속도가 퍼포먼스의 큰 요소가 되니, 이에 따라 CPU와 같이 가속칩의 속도에 따라 등급에 차등을 두는 건 곧 일어날 일이었다.기왕 시작될 일이니 미리 이걸 알려주고 골든 샘플을 받는 거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젠슨 황은 유재원의 제안을 즉각 수용했다.

엔비디아의 의사결정권한은 오로지 젠슨 황이 다 가지고 있었기에 따로 회의를 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 제안은 일반 가격으로 팔릴 골든 샘플을 따로 더 비싼 가격에, 그것도 이름값 높은 ID 그룹의 차세대 PC에 납품하는 것이니 완전히 남는 장사였다.

-샘플은 바로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젠슨 황은 자신의 보물창고를 열었다.

반도체 회사들이 다 그렇듯 보다 높은 수율을 연구하기 위해 특별한 성능의 칩을 따로 모아두는 데, 그중 일부를 유재원에게 보내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두 때문에 i웍스 프로토타입을 맞춰 보는 게 늦어졌던 유재원에겐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날 오후.

젠슨 황은 약속을 지켰다. 엔비디아 직원이 직접 골든 샘플을 들고 배달을 온 것으로 i웍스 프로토타입의 부품들이 모두 모였다.

유재원은 곧장 조립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에그 시리즈와 같이 TG 컴퓨터에서 제작될 예정이기에, 기다리고 있으면 완제품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 테지만,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유재원이었다.

무엇보다 직접 조립을 해보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점도 찾을 수 있으니, 이번에도 직접 수행했다.

컴퓨터의 각 부품은 표준 규격이 딱딱 맞춰져 있었기에, 조립하는 일은 레고를 맞추는 것처럼 쉬웠다. 대신 규격이 없어서 새롭게 만든 부품, 예를 들면 내부 LED 조명이나 쿨링용 부품을 끼워 넣는 건 까다로운 일이었다.

더욱이 LED를 생으로 빛만 나게 한 게 아니라, 케이스 내부의 엣지 부분에 약간 투명한 플라스틱과 함께 덧대서 분위기를 내는 방식으로 만들었기에, 허접한테가 나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것도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나마 쿨링팬의 경우엔 팬을 만드는 회사에 의뢰를 해서 녹색 불이 나는 완제품으로 왔다.

조립이 다 끝났고, 가장 떨리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으로 전원을 넣어 보는 순간이다.

“자, 그럼 켜본다.”

“응! 얼른 켜봐!”

더구나 유재원 옆엔 티파니까지 있었으니, 긴장감은 몇 배가 되었다. 짧게 한숨을 쉰 유재원은 용감하게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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